이불깃이 뺨을 스치는 감촉은 거칠고 건조했다. 매일 아침 도윤이 정성스럽게 갈아 끼운다던 면 시트는, 실상 거친 마사 가 가공되지 않은 채 살을 긁어대는 삼베에 가까웠다. 시각을 잃은 육체는 사소한 마찰조차 거대한 통증으로 받아들인다.
달그락.
문고리가 회전하며 래치 볼트가 스트라이크 플레이트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 마찰음의 주파수는 대략 4,000헤르츠. 도윤의 손길이다. 그의 발소리는 언제나 오른쪽 뒤꿈치가 먼저 바닥에 닿았다가 엄지발가락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독특한 리듬을 가졌다. 슥, 턱. 슥, 턱. 카펫의 미세한 기모를 짓밟으며 다가오는 소리가 침대 머리맡에서 멈췄다.
"지수야, 자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비 온 뒤의 흙바닥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다정함을 가장한 끈적함이 귓가 차가운 공기를 타고 고막에 달라붙었다. 나는 숨소리를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했다. 허파가 부풀었다가 꺼지는 주기를 일 분에 정확히 열여섯 번으로 맞췄다. 맥박이 요동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도윤은 한참 동안 내 얼굴 위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의 체온이 뺨에 닿는 느낌이 마치 차가운 뱀의 혀끝 같았다. 이윽고 그가 포기한 듯 몸을 돌려 침대에서 멀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셔츠 주머니 부근에서 아주 미세하고 규칙적인 진동음이 발생했다.
위이잉. 위잉. 위이잉.
스마트폰의 진동 모터가 가슴팍의 얇은 실크 원단을 마찰하며 일으키는 초저주파의 파동. 그것은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내 등뼈와 귓불을 타고 내려오는, 찌릿하고 불쾌한 촉각적 떨림이었다.
'지수가 언니 대역 계약서를 아직 의심하고 있지 않다.'
진동의 간격과 횟수,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도윤의 미세한 안도의 날숨. 한소희가 보낸 문자가 그의 주머니 속에서 수신되는 순간의 파동이 내 머릿속 3D 청각 지도에 붉은 궤적으로 선명하게 그려졌다. 나를 완벽하게 속였다고 믿는 자들의 비열한 안도감이 그 진동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도윤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액정을 문지르는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남긴 채,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문이 닫히고 도어록의 데드볼트가 철컥하며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나를 감옥에 가두고 안심한 채 밖으로 걸어 나가는 순간이었다.
***
두 시간이 흘렀다.
현관문 너머로 도윤의 SUV 차량 엔진음이 멀어지는 것이 들렸다. 8기통 디젤 엔진 특유의 굵직한 배기음이 저택 앞마당의 자갈밭을 짓이기며 멀어졌다. 그가 박진우 순경을 만나기 위해 외출한 것이다. 마당 구석에서 풍겨오는 젖은 흙내음과 자갈들이 부딪치는 불규칙한 소음이 내 고막을 자극했다. 박 순경이 신었던 가죽화에서 나던 자갈 마찰음과 비정상적인 진흙 수분량이 떠올랐다. 그가 고속도로가 아닌 저택 뒷마당 호수에서 걸어왔음을 증명하던 그 축축한 소리들. 도윤은 지금 그 배신의 동조자와 함께 무언가를 은폐하러 간 것이 분명했다.
저택은 이제 완벽한 고립의 공간이 되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매일 오후 3시마다 내 머리를 눅눅한 안개 속에 가두던 미스트 기기의 하이피치 밸브음이 떠올랐다.
치이익- 툭.
그 기분 나쁜 고주파의 마찰음은 단순한 가습 소리가 아니었다. 내 해마를 마비시키고 기억의 왜곡을 유도하는 향정신성 약물이 분사될 때마다 내 고막을 찌르던 악마의 신호음이었다. 사흘 전, 도윤이 비운 사이 그 독약을 맹물로 바꿔치기한 덕분에 지금 내 뇌는 얼음물처럼 차갑고 투명하게 깨어 있었다. 뇌의 연산 능력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과거의 파편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정부 김옥자가 남긴 기묘한 소리의 흔적이었다.
그녀는 늘 도윤의 눈치를 보며 불안에 떨었다. 4화의 어느 아침, 그녀가 내 식탁 위에 은식기를 내려놓을 때 발생했던 기이한 3현 진동.
달그락, 탁, 스스슥.
식탁의 대리석 상판을 긁고 지나가던 은식기의 날카로운 마찰음과 대접이 부딪치던 둔탁한 타격음. 그것은 단순한 실수나 서툰 손놀림이 아니었다. 옥자는 도윤의 감시용 카메라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암호를 심어놓았던 것이다.
나는 서재 문 앞에 서서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그날의 진동 파형을 가만히 재생했다.
첫 번째 타격과 두 번째 타격 사이의 정밀한 시간 지연(Delay)은 0.9초.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의 시간은 0.3초. 마지막 마찰음이 멈추기까지의 잔향 시간은 0.2초.
9, 3, 2.
"9-3-2……."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숫자가 차가운 복도의 공기를 흔들었다. 옥자가 도윤의 살해 협박 속에서도 끝내 전하고자 했던 서재 비밀번호의 주파수 대입 조합이었다. 그녀는 무서운 진실을 품은 채 이 저택에서 도망쳐야 했고, 유일하게 남긴 유언이 바로 내 고막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서재 도어 하단의 좁은 배선 틈새를 더듬었다.
손끝에 아주 얇고 끈적한 질감이 걸려들었다. 일반적인 청소로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 공업용 테이프의 접착제 잔여물이었다. 옥자가 청소 도구를 핑계로 들고 다니며 문틀 하단에 몰래 붙여놓았던 테이핑 접착 궤적.
그녀가 손톱으로 긁어 상처를 내놓은 얇은 플라스틱 선들이 내 손끝의 지문을 타고 척추로 짜릿하게 올라왔다.
"여기에 도어록의 비상 전원 배선이 흐르고 있어."
도윤은 완벽주의자였지만, 시각장애인 아내가 바닥을 기어 문틀 하단의 배선을 만질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얇은 은제 티스푼을 꺼냈다. 옥자가 식탁에 남겨두었던 바로 그 숟가락이었다. 숟가락의 둥근 끝부분을 배선 노출부에 대고 가볍게 긁었다.
팅. 팅. 티팅.
금속과 금속이 맞물리며 일어나는 미세한 불꽃과 함께, 도어록 내부의 압전 소자가 내뿜는 고유 주파수가 은 식기를 타고 내 손가락으로 전해졌다. 60헤르츠의 기본 전원 주파수 위로 내가 가야 할 주파수의 리듬을 얹었다.
900헤르츠의 강한 타격음. 300헤르츠의 중간 음역대 진동. 200헤르츠의 나즈막한 공명.
손끝으로 리듬을 타듯 은식기를 미세하게 진동시켰다. 문틀 내부에서 전류가 간섭을 일으키며 기이한 이명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관자놀이가 찌르르하게 아파왔지만, 지금 물러설 수는 없었다.
틱.
철컥.
서재 내부에서 빗장이 풀리는 묵직한 기계음이 들렸다. 이어서 벽체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오른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스으으으…….
어둠 속에서 15센티미터 남짓한 틈새가 열렸다. 먼지 냄새와 함께 오랫동안 밀폐되어 있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내 얼굴을 때렸다.
***
나는 틈새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거칠게 마감된 철제 벽체 내부의 감촉이 거칠었다. 안쪽 깊숙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메탈 락커가 만져졌다.
락커의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차가운 쇠붙이가 비명을 지르듯 '끼이익' 하는 고주파 소음을 뱉어냈다. 나는 본능적으로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저택은 여전히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오직 저 멀리서 흘러나오는 초저주파 백업 발전기의 공진 주파수만이 바닥을 미세하게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락커 내부를 더듬던 내 손가락 끝에 빳빳한 종이들이 걸려들었다.
종이의 표면을 쓸어내리는 소리만으로도 그것이 일반적인 도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빳빳하고 두꺼운 모조지, 그리고 하단에 찍힌 묵직한 압인(壓印)의 감촉.
내 손가락이 글자의 굴곡을 더듬었다.
[ 사망 시 지급 보험금…… 피보험자 민지수. 수혜자 강도윤. ]
심장이 쿵쾅거리며 갈비뼈를 때렸다. 숨이 가빠왔지만 손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 아래에는 또 다른 계약서가 있었다. 내 생모의 서명이 위조된 부동산 담보 계약서였다. 어머니의 필체를 흉내 낸 조잡한 펜의 압력이 종이 뒷면에 깊은 굴곡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구석진 곳, 차가운 철판 벽에 자석으로 붙어 있는 묵직한 직사각형 금속 카트리지가 만져졌다.
옛 사운드 바 시스템에 들어가는 전력 카트리지 겸 저장 장치였다.
딸깍.
자석에서 카트리지를 떼어내자, 묵직한 무게감이 손바닥 가득 전해졌다. 도윤이 내 생모를 협박하고 강제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만들던 그 잔혹한 밤의 목소리가 이 작은 쇳덩어리 안에 박제되어 있을 것이다.
가정부 옥자가 목숨을 걸고 내게 숨겨진 암호를 알려주려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그녀는 도윤이 나를 죽이고 모든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음모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나는 입술을 깨물며 카트리지를 옷 안쪽 깊숙한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가슴팍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내 생존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이제 이 지옥 같은 방을 나가기만 하면 된다. 모든 증거는 내 손안에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찌르르르르— 띡.
고요하던 복도 저편, 저택의 정문 방향에서 날카로운 전자 신호음이 고막을 찢듯이 파고들었다.
현관 도어록의 키패드를 쓸어내리는 도윤 특유의 손길. 8자리의 비밀번호가 입력되는 전자 노이즈가 어두운 복도를 거칠게 진동시키며 내 머릿속 사운드 지도를 붉은 위기 경보로 물들였다.
그가 돌아왔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서재 문은 열려 있었고, 내 손에는 도윤의 가장 치명적인 비밀이 들려 있었다.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을 찍는 날카로운 타격음이 한 걸음씩 내 목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어록의 데드볼트가 완전히 풀리는 소리가 저택의 정적을 산산조각 냈다.
심장이 흉벽을 부수고 나올 것처럼 날뛰었다. 나는 이빨이 깨질 정도로 어금니를 악물며 날뛰는 맥박을 억눌렀다. 지금 당장 이 방을 빠져나가 2층 침대로 돌아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내 구두가 카펫을 밟는 소리조차 도윤의 예민한 고막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닫아야 해. 흔적을 없애야 해.'
나는 손끝의 감각만을 의지해 철제 벽체 패널을 왼쪽으로 밀어붙였다.
스으으…… 툭.
공기압이 맞물리며 패널이 원래의 자리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은제 티스푼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패널 표면에 남았을지도 모를 지문을 소맷자락으로 거칠게 문질렀다. 거친 마사 소재의 옷감이 금속판을 긁는 소리가 내 귓가에는 마치 폭풍우처럼 거대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관자놀이를 맥박 치듯 파고드는 극심한 편두통이 시작되었다.
'아윽…….'
뇌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단시간에 너무 많은 소리 정보를 연산하고 주파수를 조율한 대가였다. 시야가 존재하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사방이 붉은빛으로 물들며 이명이 고막을 찔렀다.
-콰아아아!
사고 당시의 환각이었다. 차가운 강물이 차량 전면 유리를 깨고 들이닥치던 소리, 허파 가득 차오르던 비린내 나는 물의 감촉, 그리고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귓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나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을 참기 위해 허벅지 살을 손톱이 살 속을 파고들 때까지 꽉 움켜쥐었다. 실낱같은 이성이 고통의 파도를 간신히 밀어냈다.
현관문이 열리고 축축한 바깥바람이 복도로 밀려들었다. 비 냄새와 함께, 썩은 나뭇잎과 호수 밑바닥의 진흙 냄새가 도윤의 몸에 섞여 들어오고 있었다. 박진우 순경의 가죽화에 묻어 있던 바로 그 불길한 냄새였다.
터벅. 터벅. 터벅.
도윤의 발소리가 거실을 지나 일직선으로 서재를 향해 다가왔다. 평소의 느긋한 템포가 아니었다. 걸음걸이의 보폭이 평소보다 10센티미터 이상 넓었고, 뒤꿈치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유난히 날카로웠다.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 조급해하고 있었다.
나는 책상 모퉁이로 더듬더듬 걸어가 서재에 꽂혀 있던 아무 책이나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책이 아니라는 것쯤은 책등의 매끄러운 감촉만으로도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책장을 아무렇게나 펼치고 손끝을 종이 위에 올려놓았다.
스르륵.
서재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손잡이가 벽에 부딪치며 둔탁한 금속음이 방 안을 울렸다.
"지수야."
도윤의 목소리가 어둠을 뚫고 날아와 내 어깨에 얹혔다. 그의 숨결에서는 비 젖은 흙먼지 냄새가 짙게 풍겼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를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보다 살짝 비껴간 곳에 고정했다.
"어, 도윤 씨? 벌써 왔어? 책을 읽고 있었는데…… 몸에 무슨 냄새가 나네."
내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발목 근처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바지를 가볍게 흔드는 소리가 도윤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서재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슥, 턱. 슥, 턱. 축축하게 젖은 그의 구두 굽에서 미세한 모래알이 사방으로 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서재 가구들의 위치를 반사하며 내 머릿속에 도윤의 정확한 위치를 그려냈다.
그는 내 코앞, 불과 30센티미터 거리에서 멈췄다.
그의 빠른 호흡이 내 이마에 닿았다. 일 분에 서른 번이 넘는 가쁜 호흡. 그의 심장은 분당 95회로 요동치고 있었다. 무언가 엄청난 흥분 상태이거나, 극도의 불안에 휩싸여 있는 것이 분명했다.
"왜 불도 안 켜고 이런 어두운 곳에 있어.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어둠 속이 편한 건 아닐 텐데."
그의 손이 내 뺨을 쓸어내렸다. 손가락 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냥…… 사방이 고요하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무슨 일 있었어? 숨소리가 거칠어."
내가 물었다. 주머니 속의 은식기가 내 허벅지를 찌르고 있었고, 가슴팍 안쪽에 숨겨둔 묵직한 카트리지가 살갗을 압박해 숨을 쉴 때마다 미세한 마찰음을 내는 것만 같았다.
도윤은 대답 대신 내 손가락끝이 닿아 있는 책 페이지로 시선을 내렸다.
"지수야."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 너머로, 그의 바지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아주 미세한 고주파 비프음을 뱉어냈다.
삑.
그것은 내 귀에만 겨우 들릴 정도로 짧고 은밀한 전자 신호였다. 하지만 내 청각 지도는 그 신호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분석해 냈다. 저택의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발송한 경고 알림음.
[ 서재 이중 벽체 패널 개폐 감지. ]
도윤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멎었다. 그의 몸에서 방출되는 열기가 급격히 식어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이 내 뺨을 지나, 목덜미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얇은 실크 홈웨어를 입은 내 가슴팍, 옥자의 카트리지가 숨겨진 바로 그 왼쪽 안주머니 부근으로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스스슥.
원단이 쓸리는 기분 나쁜 마찰음이 귓가를 맴돌았다. 도윤의 손끝이 카트리지의 딱딱한 금속 모서리에 닿는 순간, 그의 손가락이 굳어졌다.
"지수야, 옷 안쪽에 뭘 그렇게 소중하게 숨겨두었어?"
그의 목소리에서 다정함이 완전히 걷히고 가느다란 살의가 벼려진 칼날처럼 돋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