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파일을 가슴속에 은닉하고 복도를 급히 건너는 찰나, 내 예리한 귀에 샤워실 수압 헤드의 분사음이 비자연적으로 약화되며 드라이어 작동음이 정지하는 초침 단위 위기의 고요함이 흐른다.
위이이이잉…… 툭.
욕실 문지방 너머로 흘러나오던 인공적인 바람이 단숨에 고사했다. 고막을 짓누르던 70데시벨의 소음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젖은 타일 위로 뚝, 뚝 떨어지는 물방울의 불규칙한 타격음뿐이었다. 1초에 한 번. 아니, 1.2초에 한 번. 물방울이 낙하하며 만드는 파동이 3D 청각 지도 위에서 붉은 점으로 번져 나갔다.
"지수야?"
문손잡이가 회전하는 쇠붙이의 마찰음이 복도의 정적을 찢었다. 서늘한 메탈릭 소음이 고막을 통과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시간이 없다.
나는 발뒤꿈치를 바닥에서 정확히 3mm 들어 올렸다. 체중을 발가락 끝의 둥근 연골과 발등의 미세한 힘줄로만 분산시키는 보행법. 뒤축이 목재 바닥의 미세한 요철과 부딪혀 일으키는 10헤르츠 미만의 극저주파 진동마저 지워내기 위한 본능적인 음향적 스텔스였다. 허벅지 근육이 비틀리듯 수축하며 통증을 뱉어냈지만, 구두를 신지 않은 맨발은 소리 없이 어둠 속을 미끄러졌다.
스스슥, 가죽 바인더가 내 실크 잠옷 깃에 쓸리는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발생했다. 나는 손끝에 힘을 주어 바인더의 모서리를 살가죽 안쪽으로 밀착시켰다.
안방 문을 소리 없이 밀고 들어선 순간, 욕실 문이 완전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의 발바닥이 젖은 채 마룻바닥을 딛는, 점성 있는 쩍, 쩍 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고요를 밟아 뭉개기 시작했다.
나는 침대 측면의 서랍장으로 다가갔다. 레일의 슬라이딩 바가 마찰하며 내는 쇠 긁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다. 손가락 끝의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서랍 손잡이를 1밀리미터씩 아주 완만하게 당겼다. 내부의 고정 장치가 기어와 맞물리는 미세한 진동이 손뼈를 타고 전해졌다. 극도의 텐션 속에서 관자놀이가 바늘로 찌르듯 쑤셔왔다. 초청각적 공감각의 과도한 사용이 불러오는 편두통의 전조였다.
머릿속에서 자갈이 굴러가는 듯한 이명이 일었지만 이빨을 악물고 버텼다. 가죽 바인더와 마스터 키 카드를 서랍 가장 깊숙한 안쪽, 이중 바닥의 틈새로 밀어 넣었다. 서랍을 다시 닫는 감각은 더욱 정밀해야 했다. 틱. 마지막 걸쇠가 걸리는 순간의 소리를 내 손바닥의 살집으로 흡수하며 완벽하게 차단했다.
그리고 곧바로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 이불이 공기를 머금으며 사각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채우기 직전, 나는 이미 베개를 베고 옆으로 누워 눈을 감은 상태였다.
바스락.
방문이 노크도 없이 스르륵 열렸다.
도윤의 발소리가 방 안의 카펫 위로 흡수되었다.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가 걸어옴에 따라 방 안의 공기 밀도가 미세하게 변화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공기 입자들이 그의 몸에 밀려 내 얼굴 쪽으로 아주 미느스름한 미풍을 보냈다.
그가 침대 머리맡에 멈춰 섰다.
스으읍, 후우.
그의 규칙적이고 차가운 호흡이 내 이마 바로 위에서 떨어졌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시트러스 향의 샴푸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도윤의 손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옷자락이 스치는 아주 미세한 소리. 이어서 그의 손바닥이 내 가슴 부근, 이불 위의 허공에 멈추었다. 직접 닿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끝에서 발산되는 체온이 내 살갗에 감지되었다. 마치 열 측정 센서로 내 신체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감지하려는 것 같았다.
'들키면 죽는다.'
폐부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공포가 심장 근육을 쥐어짜려 했다. 맥박이 분당 90회, 100회로 폭발적으로 치솟으려 요동치기 시작했다. 심장의 거친 박동음이 이 좁은 방의 침묵 속에서 증폭되어 도윤의 귀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나는 이성을 극한으로 붙잡았다. 머릿속으로 일정한 주기의 메트로놈을 그렸다.
똑. 딱. 똑. 딱.
분당 60회. 깊고 느린 수면 주기의 템포.
나는 들숨을 단 3초 동안 아주 얕게 들이마시고, 날숨을 7초 동안 횡격막의 진동을 최소화하며 길게 내뱉었다. 갈비뼈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심장 주변의 근육을 의도적으로 이완시켰다. 쿵, 쿵, 쿵. 요동치던 심장 소리가 가상의 메트로놈 신호에 동조하며 서서히 감속하기 시작했다. 80bpm, 70bpm…… 마침내 완벽한 숙면 상태를 대변하는 60bpm의 일정한 맥동으로 가라앉았다.
도윤의 손이 이불 위를 스치듯 내려앉았다. 그의 손바닥을 통해 내 가슴의 위아래 움직임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규칙적이고, 느리며, 일말의 동요도 없는 평온한 박동.
"……지수야, 자는 거야?"
도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다정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그 음색의 주파수에는 상대의 거짓을 캐내려는 집요한 탐색의 파동이 섞여 있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꺼풀 아래의 안구조차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했다. 렘수면 단계의 안구 미동마저 그에게는 단서가 될 터였다.
이윽고 도윤이 몸을 약간 숙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침대 헤드보드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틱.
아주 미세한 기계적 접점 소리가 내 고막을 두드렸다.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 안구가 강제로 수축할 때 느껴지던 불쾌한 진동과 닮은 소리였다.
'다이얼 스위치.'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침대 헤드보드 뒷면에 숨겨진, 내 수면 다이어그램 소리 센서를 제어하고 점검하는 다이얼이었다. 도윤은 매일 밤 내가 잠든 사이 이 센서를 통해 내 침실 내의 모든 호흡음과 뒤척임의 데시벨을 기록하고 분석해 왔던 것이다.
그가 다이얼을 돌려 센서의 감도를 확인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입체적인 회로도로 그려졌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극소형의 마찰음.
동시에 내 시선은 암흑 속에서 머리맡에 놓인 인공지능 미스트 기기로 향했다.
아니, 보이지는 않지만 내 청각 지도는 그 기기의 내부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사흘 전, 나는 도윤이 비운 사이 저 기기 속의 약물을 순수한 수돗물로 바꿔치기했다. 그리고 약물이 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간 오늘에서야, 비로소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미스트 기기가 매일 오후 3시마다 작동할 때, 미세하게 뿜어져 나오던 '찌이이-' 하는 하이피치 밸브음.
그것은 단순한 기계 윤활유의 부족이나 노후화로 인한 소음이 아니었다. 인간의 내이를 자극해 측두엽의 특정 인지 영역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초고주파 음향 자극 장치였다. 그 소리가 고막을 흔드는 동안 분사되는 고농축 환각제는 내 뇌의 기억 저장 장치를 통째로 왜곡하고, 도윤이 주입하는 거짓 사실들을 '진짜 기억'으로 받아들이도록 설계된 고도의 인지 왜곡 장치였던 것이다.
머리가 이토록 맑은 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약물이 걷힌 뇌는 마치 차가운 얼음물에 씻어낸 것처럼 극도로 선명한 이성을 뿜어내고 있었다.
"……정말 자는 군."
도윤이 혼잣말을 나직하게 뱉었다. 그의 음성에서 긴장감이 탁 풀리는 소리가 났다. 그제야 그의 발소리가 침대 옆을 벗어나 방 문 쪽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스르륵, 문이 닫히고 달칵하는 잠금장치의 소리가 들렸다.
의심을 완벽하게 무마했다. 내 심장의 맥동을 스스로 제어해 그의 감시망을 보기 좋게 속여 넘긴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짜릿한 승리감이 소리 없이 요동쳤다. 주도권은 이제 내게 있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방문 너머, 복도로 나선 도윤의 몸 어딘가에서 기이한 진동이 발생했다.
징- 징-.
그의 잠옷 바지 주머니, 혹은 목 아래 셔츠 주머니 속에 들어있을 휴대폰의 진동 모터음이었다.
그 진동은 아주 미세했지만, 벽의 흡음재를 뚫고 내 예리한 귓불을 번개처럼 때렸다.
단순한 전화 수신음이 아니었다. 메신저의 알림 진동 주파수. 그리고 뒤이어 도윤이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폴더를 여는 마찰음이 들렸다.
그가 액정 화면을 들여다보며 나직하게 성대를 울렸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공기가 빠져나오며 만드는 음절의 조합. 나는 그의 성대 떨림과 입술의 마찰음을 공감각 지도로 복원해 냈다.
"……한소희."
도윤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가짜 여동생의 것이었다.
이어서 그가 화면의 텍스트를 나직하게 읊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들리지 않는 바람 빠지는 소리에 불과했지만, 내 귀에는 확성기를 댄 것처럼 뚜렷하게 박혔다.
- 지수가 언니 대역 계약서를 아직 의심하고 있지 않다. 계획대로 진행 중.
머릿속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소희가 방금 도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나를 완벽하게 속이고 있다고 믿으며, 내 등 뒤에서 다음 덫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윤이 낮게 헛기침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구두가 복도 바닥을 짓밟는 소리가 멀어질수록, 내 심장은 다시금 차갑고 단단하게 굳어갔다.
도윤의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가 거실로 멀어지는 동안, 내 몸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손끝을 더듬어 이불을 꽉 쥐었다. 손톱이 거친 침구의 섬유 조직을 파고드는 감각이 비현실적으로 선명했다. 한소희가 보낸 문자. '대역 계약서'.
가짜 동생 한소희와 남편 강도윤이 나를 두고 벌이는 이 기괴한 연극의 대본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뒤엉켰다. 그들이 감추려는 진실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심장 근육이 다시금 잘게 떨려왔다.
나는 침대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스스스…… 실크 잠옷이 침대 시트와 마찰하는 소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극도로 몸을 움츠렸다.
그냥 이대로 누워 잠든 척할 수는 없었다. 도윤이 아래층에서 누구와 접촉하는지, 그들의 다음 계획이 무엇인지 지금 알아내야만 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온 신경을 귀로 모았다. 뇌 속의 3D 청각 지도가 다시금 저택의 어두운 뼈대를 그리기 시작했다. 벽체를 타고 흐르는 온수 파이프의 미세한 수압 진동, 벽지 뒤에서 미세하게 바스락거리는 건조한 공기의 흐름, 그리고 저택 아래층 서재에서 들려오는 아주 나지막한 도윤의 주파수가 내 뇌로 수신되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을 이펙터처럼 증폭시켰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고요 속에서, 도윤의 목소리가 한 가닥의 실처럼 가늘고 길게 고막에 가닿았다.
"……그래, 박 순경."
박진우 순경이었다.
"지수가 요즘 부쩍 예민해졌어. 그날…… 비 오는 날 저택 뒷마당 호수에서 건져 올린 블랙박스 보관함 말이야. 확실하게 인양해서 폐기한 거 맞지?"
쿵.
가슴속에서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져 내리는 충격이 일었다.
"자네 구두에 묻은 그 축축한 진흙 소리 때문에 지수가 이상한 의심을 품을 뻔했어.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왔다면서, 뒷마당 호숫가의 수분량 가득한 진흙을 묻혀서 들어오면 어쩌자는 건가? 다행히 내가 대충 둘러댔지만…… 한 번 더 그런 허점을 보이면 곤란해."
도윤의 목소리는 평소의 다정함을 완전히 벗어던진, 얼음처럼 차갑고 건조한 음색이었다.
나는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박진우 순경의 가죽화에서 나던 불길한 자갈 마찰음과 비정상적인 진흙 소리의 비밀이 마침내 풀렸다. 그는 나를 도우러 온 경찰이 아니었다. 내 사고의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를 호수에서 인양해 도윤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빚을 탕감받은 공범이었다.
더 자세히 들어야 했다. 그들이 숨긴 사고의 진실이 무엇인지, 블랙박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나는 청각의 감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뇌 속의 청각 지도가 저택 지하의 콘크리트 틈새까지 뻗어나가며, 공기의 미세한 소용돌이마저 입체적인 형상으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퓨즈가 끊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삐이이이이-.
관자놀이를 거대한 송곳으로 뚫고 들어오는 것 같은 극심한 편두통이 엄습했다. 초청각적 공감각을 한계치 이상으로 연속 사용한 대가였다.
"아윽……."
비명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것을 막기 위해, 나는 다급히 오른쪽 forearm(팔뚝)을 입에 밀어 넣고 이빨로 사정없이 짓눌렀다. 살점이 뜯겨 나갈 것 같은 고통이 뇌를 지배했지만, 머릿속에서 몰아치는 환청과 이명은 멈추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귀를 찢는 듯한 급브레이크 소리. 유리창이 박살 나며 사방으로 튀는 파편의 마찰음. 그리고 빗속에서 울려 퍼지던 정체불명의 대형 트럭 경적 소리가 뇌하수체를 타고 흘러내렸다. 사고 당시의 끔찍한 환각이 눈앞의 어둠을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숨이 막혔다. 이명이 귓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도윤의 목소리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안 돼,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끝장이야.'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흔들며 침대 모서리를 움켜쥐었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셔 잠옷이 피부에 기분 나쁘게 달라붙었다. 심호흡을 하며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맥박을 억누르려 애썼다.
수십 초 같은 수초가 흐른 뒤, 간신히 이명이 가라앉고 방 안의 고요가 되돌아왔다.
하지만 도윤의 통화 소리는 이미 끊겨 있었다. 아래층은 다시 깊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몸의 에너지가 통째로 빠져나간 듯한 탈진감이 밀려왔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그들이 숨긴 블랙박스. 그리고 내 사고의 진실. 그것들이 저 호수 깊은 곳에서 건져 올려져 도윤의 손에 들어갔다면, 분명 이 저택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터였다.
그때였다.
내 방 천장 모퉁이, 평소에는 미세한 백색소음만을 흘려보내던 환풍구 근처에서 기이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스스스…… 툭.
아주 미세하게 플라스틱과 금속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였다. 그것은 먼지가 내려앉는 소리도, 바람이 통과하는 소리도 아니었다.
초소형 모터가 회전하며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음향적 파동.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려던 나는 본능적으로 동작을 멈추고 굳어버렸다.
카메라였다.
단순히 소리를 제어하는 저주파 장치뿐만 아니라, 내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눈이 저 어두운 환풍구 틈새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방금, 내가 이명으로 고통스러워하며 팔뚝을 깨물고 신음하던 그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카메라의 모션 센서에 감지되어 렌즈가 나를 향해 회전한 것이 분명했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카메라의 렌즈가 내 얼굴을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다는 섬뜩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도윤은 지금 아래층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내가 침대에 앉아 괴로워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그의 차가운 시선이 내 살갗을 파고드는 듯한 극도의 공포 속에서,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눕혔다. 마치 잠결에 뒤척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기를 기도하면서.
하지만 내 예리한 고막은 이미 방 문 너머 복도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소리를 포착하고 있었다.
계단을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아주 다급하고 불길한 발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