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 41분 08초. 모니터 우측 하단의 붉은색 숫자가 빠르게 요동칩니다. 4,200, 8,900, 그리고 순식간에 15,000명.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를 통해 송출되는 당신의 얼굴 뒤로, 연구실 철제 문이 비명 같은 마찰음을 내며 흔들립니다. 쾅, 하는 둔중한 타격음이 콘크리트 바닥을 타고 발끝까지 전해집니다.
"문 열어, 이 선생! 지금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야!"
백현우 교수의 날 선 목소리가 문틈으로 스며듭니다. 병원 이사회와 얽힌 그의 신경외과 과장 자리가 이 방송 하나로 모래성처럼 무너질 위기입니다. 그의 다급한 외침 속에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선, 일평생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처절한 생존 본능이 섞여 있습니다. 그 역시 한때는 난치성 뇌종양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흘 밤을 새우던 촉망받는 의사였습니다. 그러나 병원의 거대 자본과 권력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협을 거듭하다 결국 이 비극의 공범이 되고 만 인물입니다. 당신은 그런 그에게 분노와 동시에 깊은 쓸쓸함을 느낍니다.
오후 10시 42분 30초. 육중한 쇠지렛대가 문틈을 파고들고, 마침내 걸쇠가 부서지며 철제 문이 활짝 열립니다. 푸른색 수술복을 입은 백현우와 거구의 보안요원 세 명이 연구실 안으로 난입합니다. 백현우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호흡수는 분당 28회는 족히 넘어 보입니다. 과호흡 증후군(hyperventilation syndrome) 초입 단계로 보일 만큼 그의 호흡은 거칩니다.
"이 카메라 당장 꺼!"
백현우가 돌진하며 당신의 손에 들린 삼각대를 낚아챕니다. 화면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연구실 천장의 형광등을 비추고, 실시간 채팅창은 혼란스러운 댓글로 뒤덮입니다.
"다들 속지 마십시오!" 백현우가 렌즈를 향해 의도적으로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의 목소리에 섞인 미세한 떨림이 빈방을 울립니다. "이 사람은 현재 심각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환각 상태입니다!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로 펜타닐 패치를 무단 도용하고 대량의 졸피뎀을 복용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정상적인 인지 능력이 소실된 상태이니, 시청자 여러분은 선동되지 마십시오."
의학적으로 펜타닐이나 졸피뎀의 과다 복용은 서맥(bradycardia)과 동공 축소, 심한 경우 섬망을 동반합니다. 당신의 동공은 대광반사에 정상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언어의 조합 또한 정교하지만, 대중은 의학 전문가인 과장의 단호한 진단명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백현우 역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의도적으로 구체적인 약제명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의 손끝이 잘게 떨립니다. 이 거짓말이 탄로 나는 순간 의사로서의 삶이 끝이라는 것을 그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안요원들이 당신의 양팔을 거칠게 붙잡아 꺾습니다. 어깨관절의 극상근(supraspinatus muscle)에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집니다. 스마트폰은 백현우의 손에 쥐여 화면이 가려졌지만, 당신이 미리 설정해 둔 이중 스트리밍 포트 덕분에 방송의 오디오 레이어는 아직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습니다.
1초 뒤면 그가 스마트폰의 전원을 강제로 끌 것입니다. 수만 명의 시청자가 귀를 기울이고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당신의 목구멍 안쪽에서 뜨거운 호흡이 차오릅니다. 이 궁지를 돌파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진실을 먼저 소리 높여 외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