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오후 2시 14분. 보건복지부 행정처분 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서가 당신의 손바닥 위로 떨어진다. 종이의 질감은 지나치게 가볍고, 검은색 잉크로 인쇄된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라는 일곱 글자는 비정상적으로 차갑다.

정확히 3분 뒤, 당신은 스마트폰을 켠다. 화면은 온통 거산대학병원 임상시험 비리 폭로와 전 부원장 백현우의 구속 소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백현우. 그는 단순히 거악의 화신만은 아니었다. 법정 검찰 신문조서에 기록된 그의 진술처럼, 그 역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없이는 한 해 수백 명의 치료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한 연구 기금을 유치할 수 없다는 비극적인 의료계의 딜레마에 짓눌려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선택한 인간이었다. 그 비뚤어진 구원주의를 멈추기 위해, 당신은 기꺼이 법이 그어놓은 한계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였다.

누군가는 이 싸움을 정의의 승리라 부르며 찬사할지 모른다. 그러나 영광의 이면은 언제나 날카로운 법이다.

마지막 응급 수술 당시의 사투를 분 단위로 복기해 본다. 오후 11시 42분, 마취 유도 시작. 오후 11시 45분, 두개골 절개. 병원 이사회의 공식적인 수술 중단 명령서가 수술실 문 앞에 도달했던 순간은 11시 50분이었다. 당신은 그 명령을 무시했다. 무균실의 에어샤워 소리를 배경으로, 오직 환자의 불규칙한 심박 수치만을 이정표 삼아 미세 메스를 움직였다. 무면허에 준하는 초법적 집도이자, 내부 시스템을 해킹해 얻어낸 임상시험 기밀 데이터에 기반한 처방이었다. 법은 그것을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인도적 조치'로 완전히 면책해주지 않았다. 현행 의료법 제19조 비밀누설 금지와 정보통신망법의 경계선은 칼날처럼 냉혹했고, 당신은 그 선을 밟고 넘어섰다. 그 대가는 당연하게도 당신 자신의 파멸이었다.

거산대학병원의 회전문을 나서는 당신의 발걸음은 느리다. 평생 어깨에 걸치고 살아왔던, 당신의 이름 세 글자가 선명하게 수놓아진 하얀 의사 가운을 벗어둔다. 가운의 묵직한 무게가 사라진 어깨가 오히려 허전함으로 시려온다. 로비를 지나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이제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심히 스쳐 지나간다.

당신은 의사로서의 법적 생명을 잃었다. 더 이상 이 병원에서 메스를 잡을 수도,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치열한 사투의 중심에 설 수도 없다. 그러나 병원 정원을 물들인 낙엽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당신은 마지막으로 살려냈던 환자의 따뜻하고 미약한 박동이 아직 손끝에 머물러 있음을 느낀다.

비록 의사의 면허는 박탈당했을지언정, 인간의 생명을 살리고자 했던 당신의 정제된 헌신과 진실만큼은 그 누구도 거두어갈 수 없다. 영광 뒤의 지독하리만치 고요한 고독 속에서, 당신은 마침내 병원 문을 완전히 벗어난다.

[승리 없는 추방 — True Sad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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