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피를 흘리듯 붉게 물들었다. 북방의 검은 장막을 찢고 솟구친 수라한빙결계(修羅寒氷結界)는 백협 설가의 가솔들을 가둔 거대한 감옥이었다. 허공에 선명하게 낙인찍힌 마교의 상징, 불타는 봉황의 환영이 대기를 싸늘하게 식히고 있었다.
진기가 얼어붙는 혹한 속에서 설우향은 검자루를 꽉 쥐었다.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한기는 뼛속까지 파고들어 단전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은광태가 가문의 대기맥을 장악하려 결계석을 심은 게 분명합니다. 이대로 갇혀 있으면 숨조차 쉬지 못하고 말라죽을 것입니다.”
목연화가 창백해진 얼굴로 우향의 소매를 잡았다. 그녀의 손가락끝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설천교는 검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으나, 그의 눈빛만큼은 불길처럼 이글거렸다.
“정면은 이미 마교의 붉은 장막에 가로막혔다. 저 결계의 중심부로 가려면 가문 내부의 기맥을 타고 들어가야만 해.”
우향의 시선이 어두운 나락천의 계곡 아래로 향했다. 검선의 기연을 얻고 기어 올라왔던 그 기괴한 심연. 그곳의 차가운 물줄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나락천 지하 수로가 있다. 역류하는 물길을 타고 가문의 심장부로 침투한다.”
우향의 단호한 목소리에 천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어둠을 틈타 가문의 경계선으로 신형을 날렸다.
침묵 속에서 질주하던 우향의 발걸음이 돌연 멈춰 섰다.
경계선 한구석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가문 경계목. 그 단단한 고목의 표면에 기형적으로 패인 검흔과 시커멓게 타들어 간 흑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락천에서 기어 나오던 날, 우향이 손으로 만지며 의구심을 품었던 바로 그 흔적이었다.
우향이 천천히 다가가 그 거친 흉터를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차갑고도 뒤틀린 마기가 지문 끝을 타고 올라왔다.
“이것이 네가 숨기려던 진실인가.”
우향의 건조한 음성이 천교의 가슴을 찔렀다.
천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은 장로의 음모와 마교의 위협 속에서 홀로 가문을 지키기 위해, 금기된 마공인 철혈검법(鐵血劍法)을 밤마다 몰래 연마했던 흔적. 내공의 과부하로 피를 토하면서도 그가 새겨 넣었던 절망의 증거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꼴을 보느니, 내 스스로 괴물이 되는 편이 나았다.”
천교의 목소리에는 비장함과 뼈저린 고독이 묻어났다.
“서자인 너는 모를 테지. 이 가문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옥 속에서 보냈는지.”
우향은 대답 대신 경계목에서 손을 떼어냈다. 비굴하게 변명하지 않는 천교의 모습에서, 타인을 절대 믿지 못하던 우향의 마음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가문을 향한 천교의 집착은 광기에 가까웠으나, 그것은 도망치지 않은 자의 묵직한 책임감이었다.
“가자. 아직 청산해야 할 빚이 남았다.”
우향이 앞장서며 나락천의 지하 수로로 몸을 던졌다.
연화가 급히 우향의 뒤를 따르며 그의 소매 안으로 작은 영약을 밀어 넣었다.
“우향 씨, 나락천 침전에서 얻은 빙로단의 정수예요. 심마가 당신의 마음을 갉아먹으려 할 때, 반드시 이것을 삼키셔야 해요. 제발 자신을 잃지 마세요.”
우향은 품에 닿는 서늘한 온기를 느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수로는 칠흑 같은 어둠과 거친 물살로 가득 차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지하수가 역류하며 그들의 전신을 때렸지만, 우향은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선인결의 내공으로 물길을 가르며 전진했다.
수로의 끝에 도달했을 때,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그들이 물 밖으로 몸을 날려 착지한 곳은 가문의 민초들이 모여 사는 가비 구역이었다.
“살려주시오! 제발!”
“이 벌레 같은 놈들이 감히 어디로 도망치느냐!”
마교의 결계를 우회해 침투한 척살 무인들이 가솔들과 무고한 민초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붉은 피가 하얀 눈 위로 번져가며 비린내를 풍겼다.
겁에 질린 가문의 방계 인물들과 비겁한 무사들은 무기도 버려둔 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들의 나약함과 비겁함이 사방에 가득했다.
우향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비켜라.”
우향이 대지를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이 푸른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검선인결(劍仙因結).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내공이 우향의 경맥을 타고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대기가 비명을 지르며 뒤틀렸고, 우향의 신형을 중심으로 거대한 푸른 폭풍이 휘몰아쳤다.
“검선인결, 낙화무결(落花無缺)!”
짧고 굵은 외침과 함께 우향이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스어어억!
푸른 검광이 어두운 밤하늘을 일직선으로 갈랐다. 그것은 단순한 초식이 아니었다. 인과의 율법을 담은 절대적인 파멸의 빛이었다.
쿠구구구궁!
대지가 뒤집히며 수십 명의 마교 무인들이 서 있던 자리가 통째로 기화하듯 사라졌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들의 육체는 붉은 안개가 되어 대기 속으로 흩어졌다.
단 한 초. 단 한 번의 검세로 가비 구역을 가득 메웠던 적들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살아남은 가솔들과 도망치던 무사들이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들의 눈에 담긴 것은 공포를 넘어선 경외였다.
“이, 이것이 정녕 인간의 무공이란 말인가?”
“서자라 멸시받던 우향 도련님이…….”
그들의 무릎이 툭툭 꺾이며 하얀 눈밭 위로 내려앉았다. 그동안 우향을 천대하고 무시했던 자들이 이제는 그를 신처럼 우러러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우향의 독존검맥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 앞에 가솔들은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때, 가비 구역의 가장자리에서 비열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가문을 등지고 마교에 투항하려던 친마교 성향의 배신 장로들이 가문의 가보들과 재물을 훔쳐 달아나려 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 은 방주님께 가야 한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설천교였다.
천교의 검 끝에서 검붉은 철혈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가문이 피를 흘릴 때, 네놈들은 뼈를 갉아먹으려 하는구나.”
“천, 천교야! 소가주님! 이미 설가는 끝났소! 마교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길뿐이오!”
한 장로가 비굴하게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가문의 법률은 가벼이 쓰이지 않는다. 오직 배신자의 피로써만 그 무게를 증명할 뿐.”
천교의 검세가 번개처럼 뻗어 나갔.
서걱! 서거걱!
자비 없는 철혈의 검세가 배신 장로들의 사지를 정확히 관통했다. 비명소리가 가비 구역의 하늘을 찢었다. 천교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문의 법률에 따라 그들의 팔다리를 사정없이 베어내며 완벽한 정화를 집행했다.
바닥을 구르는 배신자들의 핏방울이 차가운 눈빛 위에서 얼어붙었다.
그 순간, 하늘을 뒤덮고 있던 수라한빙결계가 거대한 파도처럼 요동치며 가비 구역 전체를 눌러 으스러뜨리려 내려앉기 시작했다. 붉은 장막의 무게에 민초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으아악! 결계가 내려앉는다! 우린 이제 다 죽었어!”
비겁자들의 절망적인 울부짖음이 사방을 메웠다.
우향은 검을 거꾸로 쥐고 가솔들의 맨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외롭고도 거대했다.
“나를 믿지 마라. 나 역시 너희를 믿지 않는다.”
우향의 냉소적인 혼잣말이 한기에 흩어졌다.
“하지만 이 가문의 하늘을 더럽히는 자들은 결코 용서치 않는다.”
우향이 검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우우웅!
검선인결의 내공이 폭발하며 그의 전신에서 푸른 신광이 밤하늘로 솟구쳤다. 우향은 다가오는 붉은 사도의 파도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그가 검을 허공으로 강하게 밀어 올리자, 내려앉던 붉은 결계가 통째로 들어 올려지며 멈춰 섰다.
콰아아아앙!
푸른 검기와 붉은 마기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냈다. 우향은 그 파괴적인 기운의 한가운데 서서, 전신으로 결계의 압력을 받쳐내며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했다.
그의 발자국마다 깊은 구덩이가 파이고 대지가 흔들렸으나, 그의 신형은 단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가솔들은 그 압도적인 전신 수호의 광경을 보며 넋을 잃었다. 우향은 더 이상 가문의 천덕꾸러기 서자가 아니었다. 그들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유일한 구원자이자 독존의 검선이었다.
그러나 대가는 혹독했다.
방금 베어 넘긴 수십 명의 마교 무인들의 원한과 미련, 그리고 결계를 받쳐내며 밀려드는 인과의 업화가 우향의 단전으로 무섭게 휘몰아쳤다.
‘죽어라…… 설우향……!’
‘네놈도 우리와 함께 지옥으로 갈 것이다!’
환청과 환각이 그의 머릿속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혈도가 뒤틀리고, 뜨거운 피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우향은 입술을 깨물며 핏물을 삼켰으나, 내면의 심마는 그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사정없이 끌어내렸다.
두 눈이 서서히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무림 십대 마인의 안광처럼 기괴하고도 잔혹한 붉은 안광이 우향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향 씨! 안 돼요! 마음을 잡으세요!”
연화가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 달려가려 했다.
바로 그 찰나였다.
츠아앗!
살을 에는 듯한 음산한 파공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기괴한 신형이 번개처럼 쏘아져 나왔다. 마교의 전위 호법이었다.
그는 심마에 빠져 흐트러진 우향을 우회하여, 무방비 상태로 서 있던 목연화의 허리를 낚아챘다.
“크하하하! 검선의 후계자여! 이 계집의 목숨을 원한다면 정수 절벽으로 오너라!”
“앗……! 우향 씨!”
연화의 다급한 외침이 차가운 바람 속으로 멀어졌다. 전위 호법은 연화를 움켜쥔 채 신형을 날려, 가문의 가장 가파른 정수 절벽 위로 순식간에 퇴각하기 시작했다.
붉은 안광으로 물든 우향의 눈동자가 멀어지는 연화의 모습을 포착했다.
그의 심장 깊은 곳에서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놔라!”
우향의 목구멍을 찢고 나온 것은 짐승의 포효에 가까운 파음(破音)이었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진기가 역류하며 시야가 온통 붉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방금 베어 넘긴 마교도들의 원혼이 단전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오직 멀어지는 연화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타인을 믿지 않겠다던 오만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마주한 순간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쿠구구구!
우향이 대지를 딛자 발밑의 바위가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튕겨 나갔. 검선인결의 무한한 내공이 그의 전신을 채찍질하며 신법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풍뢰보(風雷步).
바람을 가르고 뇌성을 부르는 신법이 전개되자, 우향의 신형은 한 줄기 푸른 잔상이 되어 정수 절벽을 향해 수직으로 솟구쳤다.
“어딜 가느냐!”
마교의 잔당들이 우향의 길을 가로막으며 병장기를 휘둘렀다. 사방에서 짓쳐드는 칼날의 숲. 그러나 우향은 검을 휘두를 여유조차 없었다. 오직 단전의 기운을 외부로 방출하는 것만으로 격돌하려던 순간, 뒤편에서 붉은 검풍이 휘몰아쳤다.
콰아아앙!
“내 가문에서 감히 누구의 길을 막아서느냐!”
천교가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그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철혈검기의 붉은 장막이 마교의 잔당들을 가로막아 세웠다. 주화입마로 단전이 허물어지는 극통 속에서도, 천교는 이빨을 드러내며 억지로 검을 휘둘렀다. 가문을 더럽히는 쥐새끼들을 단 한 마리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고결하고도 처절한 집념이었다.
“앞만 보고 뛰어라, 설우향! 가문의 대적은 내가 이곳에서 잠재우겠다!”
천교의 외침을 뒤로한 채, 우향은 허공을 딛고 단숨에 절벽 정상에 올라섰다.
휘이이이잉!
정수 절벽의 꼭대기는 대지를 집어삼킬 듯한 칼바람이 불어치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붉은 결계 탓에, 이곳으로 쏟아지는 달빛마저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제단 위에 선 듯한 기분이었다.
그 절벽 끝에, 전위 호법이 연화의 목덜미를 움켜쥔 채 서 있었다. 연화의 하얀 목덜미를 파고든 그의 손톱 끝에서 검은 마기가 흘러나와 그녀의 기혈을 억누르고 있었다.
“과연 검선의 기연을 얻은 자답군. 이 무시무시한 심마의 업화를 견디며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전위 호법이 비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우향은 검을 비스듬히 내린 채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의 두 눈은 이미 마인의 그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고, 전신에서는 검은 김과 푸른 진기가 뒤섞여 기괴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단전 속에서 수십 명의 원혼이 지르는 비명이 귓전을 때렸다.
‘베어라! 저 계집과 함께 저놈을 베어버려라!’ ‘인간은 결국 너를 배신할 것이다! 모두를 죽이고 독존의 길을 걸어라!’
우향의 검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검의 울림은 차가운 살의를 담아 웅웅거렸으나, 그의 심장은 찢어질 듯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타인을 거부해 온 삶의 대가가,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한 조력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가 되어 그를 짓눌렀다.
“우향 씨……!”
연화가 고통 속에서도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그녀의 시선이 우향의 붉게 물든 눈동자에 닿았다.
“흔들리지 마세요……!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심마를…… 도심(道心)을 잃으시면 안 돼요……!”
그녀는 자신의 목숨보다 우향이 수라의 길로 떨어지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계집이군.”
전위 호법이 연화의 목을 더 강하게 죄었다. 연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숨이 막혀왔다.
“설우향, 검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이 계집의 목뼈를 그 자리에서 부러뜨리고 나락천 아래로 던져버리겠다. 네놈이 아무리 신화적인 무력을 가졌어도, 찰나의 순간에 이 계집을 살릴 수는 없을 터!”
대치 상태가 길어질수록 우향의 내면을 잠식하는 심마의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전신의 모공에서 핏방울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검선인결의 대가, 인과의 업화가 그의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품속에 넣어둔 빙로단의 정수가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간신히 그의 이성을 붙잡아두고 있었으나, 이대로 가다간 찰나의 순간에 폭주하여 스스로 자멸할 판이었다.
우향의 입술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는 검을 쥔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바래도록 힘을 주었다.
바로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궁!
절벽 아래, 가문의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백협 설가의 영맥이자 마교가 노리던 ‘설호룡맥(雪虎龍脈)’이 요동치는 소리였다.
동시에, 우향의 품 안이 미친 듯이 뜨거워졌다.
척살대의 시신에서 거두었던 은광태의 이름이 새겨진 ‘수라흡혼잔의 파편’이었다. 파편이 붉은 결계의 기운과 공명하며 우향의 가슴팍을 뚫을 듯한 사악한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마침내 방주님께서 룡맥의 봉인을 해제하셨구나! 이제 가문은 마교의 제단이 되리라!”
전위 호법이 광소하며 연화를 안아 들고 절벽 아래의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
동시에 우향의 품에서 흘러나온 붉은 기운이 허공으로 뻗어 나가며, 정수 절벽의 바닥을 거대한 균열로 갈라놓기 시작했다. 붉은 마기의 파도가 우향의 발밑을 집어삼키며 절벽 전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연화의 신형이 허공으로 붕 떴고, 뒤틀린 인과의 실타래가 우향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심마의 폭주와 연화의 추락,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절벽.
절체절명의 순간, 우향의 검 끝이 갈 길을 잃고 허공을 표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