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보송보송한 하얀 레이스가 겹겹이 둘러진 요람은 마치 봄날의 뭉게구름을 깎아 만든 것처럼 포근하고 아늑했답니다. 달콤한 장미 향기가 은은하게 번지는 방 안에는 금박을 입힌 천사 모빌이 매달려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짤랑이며 맑은 소리를 내고 있었지요. 그 주위로 비치는 따사로운 햇살은 마치 어린 생명을 축복하듯 보드라운 금빛 입자를 흩뿌렸어요.

그 평화로운 요람 한가운데, 솜사탕처럼 하얗고 말랑한 뺨을 가진 아기가 누워 있었답니다.

앙증맞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겉으로는 옹알이를 조잘대는 아기 황녀, 벨루아. 하지만 그 사랑스러운 살구색 눈꺼풀 아래 감춰진 영혼은 결코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지 않았어요.

‘인간의 호의에는 언제나 살벌한 청구서가 붙는 법이지.’

벨루아는 속으로 차갑게 주판알을 튕겼답니다.

전생의 쓰라린 배신은 그녀에게 뼈저린 교훈을 남겨 주었지요. 세상에 대가 없는 친절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방이 칼날로 가득한 황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철저한 손익계산서만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솜털이 보송보송한 작은 아기 몸속에 들어앉은 영혼은, 이미 차갑게 식어 버린 회계사의 눈빛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은은한 장미 향기를 가르며 묵직한 발소리가 다가왔답니다.

가볍게 짜인 레이스 커튼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벨루아의 전담 시녀였어요. 시녀의 손에는 포근하고 달콤하며 뽀얀 김이 서린 우유가 담긴 은쟁반이 들려 있었지요. 차가우면서도 투명하고 매끄러운 유리잔 속에서 찰랑이는 우유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답니다.

하지만 벨루아의 예민한 감각은 시녀의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어요.

시녀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 은쟁반을 받쳐 든 손끝의 가녀린 떨림, 그리고 요람을 내려다보는 일그러진 눈동자까지. 시녀의 호흡은 가쁘고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마른침을 삼키는 목구멍의 아릿한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유난히 크게 울렸답니다.

그 우유 속에는 냄새도, 색깔도 없는 치명적인 맹독이 녹아들어 있었어요. 마시는 즉시 영아의 연약한 장기를 녹여 버릴 비소 계열의 복합독이었지요. 바실리우스 대공이 보낸 세작이 드디어 마수를 뻗친 것이 분명했답니다.

‘생후 몇 달 안 된 아기를 상대로 독살이라니. 참으로 황가다운 잔혹함이네.’

벨루아의 작은 입술이 비틀려 올라갔어요. 겉으로는 그저 침을 흘리며 아장아장 다리를 흔드는 무해한 아기였지만, 머릿속은 생존을 위한 계산으로 급격히 회전하기 시작했답니다.

지금 당장 비명을 질러 사람을 부른다 한들, 이 연약한 목소리로는 웅얼거리는 옹알이밖에 나오지 않을 터였어요. 게다가 음독 증거를 완벽히 포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미친 아기로 몰리거나 다음 기회에 더 정교한 독살을 마주하게 될 뿐이었지요.

평생을 완벽하게 안전하고 게으르게 누릴 평화.

그것이 벨루아의 유일한 갈망이었고, 그 갈망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확실한 방어벽을 구축해야만 했답니다.

벨루아는 조용히 눈을 감고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두드렸어요.

그녀의 부름에 응하듯, 허공에 오직 벨루아의 눈에만 보이는 기묘한 책 한 권이 모습을 드러냈답니다.

제국 역사상 가장 기괴하고 탐욕스러운 마도서로 불리는 ‘애버리스(Avarice)’.

시간의 때가 묻은 낡은 가죽 표지 위로 금빛 장부가 촘촘히 새겨지며, 숫자들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기괴한 세법 서적의 형태를 한 책이었어요. 이 마도서는 소요되는 모든 자원을 수치화하여 기적을 인출하는 절대적인 등가교환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지요.

바스락, 가죽 표지가 스스로 열리며 벨루아의 눈앞에 반투명한 금빛 장부 페이지가 펼쳐졌답니다.

[지출 대상: 유리잔 속의 수용성 비소 복합독.] [정화 및 성분 치환 비용: 180메르.] [현재 보유 마력: 50메르.] [부족분: 130메르.]

[※ 경고: 마력 자원 부족으로 대가 환산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시전자가 보유한 진짜 감정(기쁨 및 애정)을 3일간 담보로 저당 잡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화면처럼 떠오른 붉은색 경고 문구를 바라보며 벨루아는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답니다.

‘감정 따위, 완벽한 안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는 저렴한 수수료에 불과해.’

아기의 통통한 뺨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은 소리 없이 사라졌어요. 벨루아는 망설임 없이 영혼의 계약서에 서명을 새겼답니다.

그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던 따스한 온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서늘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어요. 주변의 장미 향기도, 따사로운 햇살의 온기도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답니다. 오직 기계처럼 차갑고 명징한 이성만이 벨루아의 뇌리를 차갑게 채웠지요.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청구 이자: 기쁨의 감정 3일간 동결.] [기적 발동: 성분 치환을 개시합니다.]

시녀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숟가락으로 따뜻한 우유를 조심스럽게 떠서 벨루아의 조그만 입가로 가져갔답니다. 시녀의 손가락은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고, 숟가락이 은쟁반에 부딪치며 챙그랑거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냈어요.

“자, 아기 황녀님…… 몸에 좋은 따뜻한 우유랍니다. 어서 드셔요…….”

시녀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고, 억지로 지어 보이는 미소는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지요.

벨루아는 그 일그러진 얼굴을 빤히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벌렸답니다.

꿀꺽.

독이 든 우유가 벨루아의 부드러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기 시작했어요.

시녀의 눈동자가 탐욕스럽고도 두려운 빛으로 번뜩였답니다. 음독 즉사. 연약한 아기의 숨통이 끊어지고 발작을 일으키는 끔찍한 광경을 기대하는 악마의 눈빛이었지요.

하지만 그 독액이 벨루아의 혀끝에 닿는 찰나, 애버리스의 금빛 마력이 소리 없이 작동했어요.

비소와 복합독의 분자 구조가 순식간에 해체되고, 장부상의 마력 자원으로 환산되어 재배치되었답니다. 독액은 순식간에 차갑고 깨끗한 물과, 소량의 이산화탄소로 치환되었지요.

‘어라?’

벨루아의 작은 입안에서 보글보글, 톡 쏘는 기포가 터지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아주 차갑고 청량하며, 가벼운 탄산수였답니다.

벨루아는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처럼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가, 입술 사이로 탄산 기포를 보글보글 뿜어냈어요.

“푸웁, 꺄아아!”

벨루아는 해맑게 웃어 보였답니다. 비록 감정을 저당 잡혀 마음속으로는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차가운 상태였지만, 전생의 노련한 경험을 살려 세상에서 가장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아기의 미소를 완벽하게 연기해 냈지요.

시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셔 갔답니다.

“어…… 어째서……?”

시녀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르르 떨었어요. 영아에게 치명적인 맹독을 먹였는데, 아기는 죽기는커녕 오히려 기분 좋은 듯 입가에 맑은 투명한 물방울을 매달고 방실방실 웃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벨루아의 입가에서 새어 나온 맑은 침방울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미세한 금빛 입자로 변해 보글보글 터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답니다. 마도서의 기적이 남긴 잔여 마력이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해 일으킨 이적이었지요.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시녀는 털썩 주저앉았답니다. 그녀의 다리는 이미 힘이 풀려 버렸고, 은쟁반은 바닥으로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뒹굴었어요.

벨루아는 요람에 기대어 앉아, 기겁하여 뒤로 자빠진 시녀를 내려다보았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의 얼굴이었지만, 그 살구색 눈동자에는 오직 서늘한 경멸과 승리감만이 감돌고 있었지요.

죽음을 기대했던 밀정의 눈앞에서, 멀쩡하게 살아 숨 쉬며 오히려 신비로운 기적을 뿜어내는 영아의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공포였답니다. 시녀는 숨도 쉬지 못한 채 귀신이라도 본 듯 덜덜 떨며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바닥을 긁어댔어요.

완벽한 사이다 같은 승리였지요.

바로 그 순간이었답니다.

철컥-

소리도 없이, 벨루아의 침실 문이 거칠게 열렸어요.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장미 향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한 살벌한 냉기가 밀려들어 왔답니다.

문틈 사이로 흘러들어온 것은 핏빛처럼 붉고도 서늘한 금빛 마력이었어요. 그 압도적인 위압감에 요람 위의 천사 모빌마저 짤랑이는 소리를 멈추고 굳어 버렸지요.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이마를 처박았답니다.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며 걸어 들어온 이는, 제국 최강의 군주이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삼는 폭군 황제.

벨루아의 아버지, 카엘렌 아우렐리아였어요.

그의 어깨에 걸쳐진 검은 망토에는 방금 전까지 누군가를 베고 온 듯한 은밀한 피비린내가 서려 있었고, 차갑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는 방 안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 날카로웠답니다.

카엘렌은 바닥에 뒹구는 은쟁반과 엎드려 떠는 시녀를 차갑게 훑어본 뒤, 천천히 요람으로 걸어왔어요. 그의 가죽 장화가 바닥을 딛는 소리가 쿵, 쿵, 무겁게 침묵을 깨뜨렸지요.

그리고 마침내, 폭군 황제의 시선이 요람 속의 벨루아에게 닿았답니다.

감정을 빼앗겨 그 어떤 두려움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서늘한 눈빛의 아기 황녀.

그리고 그 아기를 통제하려는 듯 차가운 지배욕을 불태우는 폭군 아버지.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서늘하게 맞부딪쳤답니다.

카엘렌의 시선은 침묵보다 무겁게 방 안을 짓눌렀답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은쟁반과 그 주변으로 흥건하게 고여 있는 투명한 액체를 느릿하게 내려다보았어요. 분명 시녀가 들고 왔던 것은 새하얗고 걸쭉하며 고소한 단내를 풍기던 아침 우유였을 터였지요. 하지만 지금 바닥을 적시고 있는 것은 맑고 투명하며, 햇빛을 받아 은은한 금빛으로 넘실거리는 청량한 탄산수였답니다.

황제의 예리한 감각이 공기 중에 잔존하는 기묘한 마력의 파동을 포착했어요. 그것은 마탑의 늙은 마법사들이 부리는 칙칙한 마법 공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지극히 순수하고 고결한 성질의 신성력이었지요.

“……이것이 무엇이냐.”

낮게 가라앉은 카엘렌의 목소리가 채찍처럼 시녀의 등 뒤로 떨어졌답니다.

“아, 폐, 폐하……! 소인은, 소인은 그저……!”

시녀는 이가 맞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바들바들 떨었어요. 그녀의 뺨은 칠판을 긁는 듯한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고, 땀에 젖은 손가락은 바닥의 카펫을 뜯을 듯이 쥐어뜯고 있었지요.

카엘렌은 더 이상 시녀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답니다. 가치 없는 존재의 변명 따위는 그의 고귀한 시간을 쓸 만한 대상이 아니었으니까요. 대신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요람 옆에 멈추어 섰어요.

어깨에 걸쳐진, 밤바람처럼 서늘하고 칠흑같이 어두우며 거친 가죽 향이 풍기는 짙은 검은색 망토가 요람의 하얀 레이스를 스치며 스산한 소리를 냈답니다.

카엘렌은 고개를 숙여 요람 안의 벨루아를 가만히 응시했지요.

보통의 아기라면 이 살벌한 기운에 짓눌려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렸을 터였어요. 황제의 손에 피를 흘리며 죽어간 수많은 정적들이 그러했듯, 그의 앞에서는 그 어떤 강인한 기사조차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요람 속의 벨루아는 지극히 고요했답니다.

마도서 애버리스에게 감정을 저당 잡힌 벨루아의 눈동자는, 마치 깊고 잔잔한 호수처럼 흐트러짐이 없었어요. 공포도, 두려움도, 심지어 아기 특유의 낯가림조차 존재하지 않는 기이할 정도의 평온함이었지요. 송골송골 맺힌 금빛 마력의 잔여물들이 벨루아의 부드러운 뺨 주변을 나비처럼 맴돌며 반짝이고 있었답니다.

카엘렌의 매서운 금빛 눈동자가 미세하게 좁혀졌어요.

‘울지 않는군.’

단순한 무지가 아니었답니다. 아기 황녀의 눈동자 너머에 깃든 것은, 세상의 모든 인과를 초월한 듯한 초연함이었어요. 고대 건국 신화에 기록된, 인간의 감정을 초월하여 오직 세상의 균형만을 수호한다는 ‘신성한 요정’의 현신이 바로 이러했을까요.

카엘렌의 머릿속에서 고도의 정치적 계산기가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답니다.

바실리우스 대공이 보낸 세작이 독을 썼음이 분명한 상황. 하지만 그 독은 아기의 몸에 닿는 순간 가장 순수하고 무해한 이적으로 치환되었어요. 이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었답니다. 제국의 종교와 법률이 규정하는 ‘요정의 축복’이자, 황제가 그 어떤 정적조차 단숨에 찍어 누를 수 있는 절대적인 명분이었지요.

‘이 아이는 천상의 존재다.’

카엘렌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기이하게 올라갔답니다.

그것은 자식에 대한 순수한 부성애라기보다는, 제국을 완벽하게 지배할 최강의 무기를 손에 넣은 정복자의 탐욕스러운 미소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그 미소는 이내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가식적인 온기 속으로 교묘하게 숨어들었지요.

“나의 사랑스러운 요정님.”

카엘렌이 천천히 손을 뻗어 벨루아를 안아 올렸답니다.

그의 단단하고 커다란 품은 생각보다 따뜻했지만, 벨루아는 그 품속에서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저 이 냉혹한 폭군이 자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 숨겨진 계산을 철저하게 분석할 뿐이었지요.

카엘렌은 벨루아의 아기자기한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답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어요.

“누구도 너의 깃털 하나조차 건드리지 못하게 하마. 너를 해하려 한 벌레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가 조용히 손가락을 튕기자, 그림자 속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황제의 직속 기사들이 소리 없이 나타났답니다. 그들은 바닥에 엎드린 시녀를 짐짝처럼 들어 올렸어요. 시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입이 막힌 채로 어둠 속으로 가차 없이 끌려갔지요.

카엘렌은 품에 안긴 벨루아의 뺨을 보드랍게 쓸어내리며, 나직하지만 뼈가 시릴 정도로 살벌한 목소리로 속삭였답니다.

“이 제국 전체가 너를 수호하는 성벽이 될 것이다. 나의 작고 성스러운 구원자여.”

그것은 완벽한 안전의 보장이자, 동시에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구속의 선언이었어요.

평생을 게으르고 완벽하게 안전하게 보내려던 벨루아의 계획 위로, 폭군 아빠의 광적인 과보호라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는 순간이었지요.

바로 그때였답니다.

감정이 메말라 버린 벨루아의 뇌리 속에서, 조용히 닫혀 있던 마도서 애버리스가 스스로 바스락거리며 다시금 불길한 금빛 페이지를 활짝 펼쳤어요.

[※ 돌발 상황: 시전자를 향한 제국 최고 권력자의 '집착적 통제와 과보호'가 외부 유입 자산으로 감지되었습니다.]

[※ 경고: 해당 자산의 규모가 시전자의 영혼 가치를 상회합니다.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감정 상실의 이자 납입 기간이 대폭 연장됩니다.]

[새로운 이자 청구서: 감정 동결 기간이 3일에서 '30일'로 연장됩니다. 또한, 다음 기적을 인출할 때까지 시전자의 '자유 의지' 일부가 담보로 저당 잡힙니다.]

벨루아의 눈동자가 차갑게 굳어갔답니다.

아직 첫 번째 위기를 겨우 넘겼을 뿐인데, 자신을 살려준 마도서가 오히려 폭군 아빠의 집착을 빌미로 더 거대한 영혼의 수수료를 청구하기 시작한 것이었지요.

과연 이 숨 막히는 황궁에서, 벨루아는 자신의 영혼을 온전히 보존한 채 그토록 갈망하던 평화로운 낙원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품에 안긴 아기를 바라보며 기괴할 정도로 다정한 주접을 떨기 시작하는 카엘렌의 금빛 눈동자가, 붉은 장미빛 노을 속에서 번뜩이며 깊은 침묵을 자아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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