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루카스의 목소리가 대리석 로비의 차가운 공기를 긁으며 가라앉았다. 그의 손가락이 소맷자락 안쪽에서 미세하게 굳어 들어갔다. 제국 최대 상단의 행주다운 기민함으로 주위를 살피는 눈동자가 날카로웠지만, 하인리히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하인리히 폰 아델하이트의 시선은 오직 세레나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은빛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푸른 눈동자에는 얼음 같은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들린 그대로다, 벨몬트 행주. 황실 법원과 교황청의 연대 서명이 날인된 최고위 기소장이지.”
하인리히가 붉은 왁스 인장이 찍힌 양장 문서를 툭 던지듯 내밀었다. 세레나의 눈앞에서 흔들리는 문서는 마치 도살장의 단두대 날처럼 번뜩였다.
“피고인 세레나 에버하르트. 죄목은 악마 숭배자들과의 거래, 그리고 금기된 흑마법 고대 독약을 사용한 가문 내 독살 미수 혐의.”
그가 한 걸음 처들어왔다. 은빛 갑주가 마찰하며 자아내는 쇳소리가 귀를 찔렀다.
“그대의 친부인 에버하르트 후작과 의붓동생 엘리제 영애가 직접 증언대에 서기로 했다. 일주일 뒤, 황립 아카데미 대심문 재판장에서 그대의 그 고결한 척하는 가면을 내 손으로 직접 찢어발겨 주지.”
하인리히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것은 악을 기어이 찾아내어 처단하겠다는 광신도 특유의 희열이자, 동시에 세레나라는 존재를 완전히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 파헤치겠다는 집착의 발로였다.
세레나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아, 진짜 피곤하게 사네.’
머릿속에서 K-직장인 시절의 단골 멘트들이 회전초처럼 굴러다녔다. ‘아, 네, 그러시군요. 귀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해당 건은 내부 검토 후 서면으로 회신드리겠습니다.’ 같은 영혼 없는 문장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전직 대기업 CS팀 에이스이자, 생존 자산을 굴리는 자본주의의 괴물로서 대처해야 할 때였다.
세레나는 천천히 허리를 곧게 폈다. 눈동자에서 생기를 완전히 빼내고, 오직 고객 접대용으로만 쓰이던 ‘자본주의적 무결점 가식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눈은 웃지 않는데 입꼬리만 완벽한 호선을 그리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도 소름 돋는 표정이었다.
[알림: 대상 ‘하인리히 폰 아델하이트’가 플레이어의 초연한 태도에서 깊은 ‘죄책감 섞인 집착’을 느낍니다.] [감정 채무 발생: ‘나를 이토록 미워하면서도 끝내 자비로운 미소를 짓는구나’ 오해 심화!] [장부 자산: +15,000 마일리지 적립 완료!]
‘오오, 역시 주식보다 쏠쏠한 남주들의 호감도 적립.’
세레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인리히가 오해를 하면 할수록 장부의 잔고는 터져 나갈 듯이 쌓이고 있었다. 이 미친 집행관은 자기가 세레나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죄악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참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집행관 경.”
세레나의 목소리가 귓가를 부드럽게 간질였다. 맑고 청아하게 울리는 그 목소리에는 어떠한 원망도, 두려움도 담겨 있지 않았다.
“공무를 수행하느라 노고가 많으십니다. 가문의 어르신들과 동생이 저를 그토록 염려하여 이단 재판이라는 큰 무대까지 마련해 주었다니, 장녀로서 참으로 송구할 따름이군요.”
“……뭐라?”
하인리히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그러졌다. 울부짖거나, 억울함을 토로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매도할 줄 알았던 악역 영애의 반응이 너무나도 정중하고 담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
세레나가 한 걸음 다가섰다. 하인리히의 코앞까지 다가간 그녀는, 그의 가슴팍에 꽂혀 있는 신관복 주머니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 주머니 틈새로 살짝 삐져나온 낡은 양가죽 종이 모서리가 보였다.
‘찾았다.’
그것은 하인리히가 세레나를 스토킹…… 아니, 밀착 감시하다가 교황청에서 받아 둔 비장의 기밀 서류였다. 이름하여 ‘성력 및 마력 이중 판별 대서리’.
원작에서 이 문서는 세레나의 마력이 ‘반전된 성력’인지, 아니면 ‘순수한 흑마법’인지 임시로 판별하고 교황청의 처분을 유예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면죄부성 기밀문서였다. 하인리히가 세레나를 확실하게 기소하기 전까지 집무실에 극비로 숨겨두었던 것인데, 오늘 급하게 저택을 급습하느라 품에 품고 온 모양이었다.
세레나는 마음속으로 [호감도 회계 장부]의 상점을 열었다.
‘시스템. 지금 쌓인 마일리지로 저 서류의 내용을 위조 및 영구 공증할 수 있는 ‘성녀 발흥 조작권’을 구매하겠어. 비용은?’
[알림: ‘기밀 대서리 위조 및 성녀 오라 공증 라이선스’ 구매를 요청하셨습니다.] [소모 자산: 12,000 마일리지] [보유 자산이 충분합니다. 즉시 기적의 위조 계약을 집행합니다.]
‘좋아, 긁어! 일시불이다!’
순간, 세레나의 손끝에서 보이지 않는 은은한 은빛 마력이 흘러나와 하인리히의 주머니 속 종이로 스며들었다.
이단 집행관들은 마력의 흐름에 극도로 예민하지만, 장부 시스템이 제공하는 마력은 ‘성력’ 혹은 ‘무구한 마력’의 마스킹을 두르고 있었기에 하인리히의 감지망을 완벽하게 우회했다.
종이 위의 글자들이 실시간으로 재배열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이단 혐의자 세레나 에버하르트의 마력 정밀 신문 요망’이라는 차가운 관공서 문구는, 순식간에 교황청의 극비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제국 수호 성녀로서의 기적적 고뇌 및 성력 세탁 승인서’로 둔갑했다. 심지어 교황의 친필 서명과 영혼 각인까지 완벽하게 복제되어 완벽한 ‘정식 원본’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를 전혀 모르는 하인리히는 세레나의 기묘할 정도로 차분한 눈빛에 압도되어 침을 삼켰다.
“그 위선적인 눈빛으로 나를 흔들려 하지 마라, 영애. 법은 엄정하며, 교회의 칼날은 자비가 없다.”
“물론입니다, 경.”
세레나가 싱긋 웃으며 하인리히의 품으로 손을 뻗었다.
스윽-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작에 하인리히는 미처 검자루를 잡지도 못했다. 세레나의 가녀린 손가락이 그의 품속 주머니로 쏙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이내 한 장의 양가죽 서류를 꺼내 들었다.
“이게 무슨……!”
하인리히가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손을 뻗었으나 이미 늦었다. 세레나의 손에는 그가 고이 간직하고 있던 교황청 기밀 대서리가 들려 있었다.
루카스가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흥미진진한 미소를 지었다.
“오호, 집행관 경의 품속에서 저런 은밀한 서류가 나오다니. 설마 영애를 음해하기 위한 위조 서류라도 품고 다니신 겁니까?”
“아니다! 그것은 교황청의 기밀……!”
“어머.”
세레나가 서류를 활짝 펼치며 과장되게 입술을 가렸다. K-직장인 시절,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발견했을 때 짓던 바로 그 음흉하고도 완벽한 표정이었다.
“집행관 경. 제 이단 혐의를 조사하신다더니, 이미 교황청에서는 저에 대한 판결을 완벽하게 내려놓으셨군요? 그것도 아주…… 영광스러운 판결을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 서류는 그대의 마력이 사악한 흑마법인지 판별하기 위한…….”
하인리히가 세레나의 손에서 서류를 낚아채듯 빼앗아 눈앞에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류의 첫 줄에 적힌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교황청 극비 공인: 세레나 에버하르트 영애의 체내 마력은 고대 성녀의 ‘반전된 정화 성력’임이 확실시됨을 증명함. 그녀의 모든 외적 악행은 악마들의 감시를 피하고 제국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 오명을 뒤집어쓴 ‘성스러운 희생’이자 ‘기적적 고뇌’의 과정임을 교황청의 이름으로 보증함.]
그 아래에는 교황의 황금빛 성력 인장과 함께, 하인리히 본인도 함부로 조회할 수 없는 고위 추기경단의 연대 서명이 시퍼렇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 이게…… 이게 무슨…….”
하인리히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그가 숨겨두었던 서류는 분명 ‘용의자 신문 허가서’였다. 그런데 왜 그 종이가 제국 사상 전무후무한 ‘성녀 증명서’로 바뀌어 있단 말인가?
심지어 서류에서 흘러나오는 신성한 마력의 파동은 그 어떤 위조 마법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교황청의 ‘성력 성인(聖印)’이었다. 장부의 마일리지가 빚어낸 완벽한 인과율의 왜곡이었다.
하인리히는 멍하니 서류와 세레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세레나의 얼굴에는 여전히 정중하고, 어딘가 슬퍼 보이는 영혼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순간, 하인리히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오해의 톱니바퀴가 폭주하며 맞물리기 시작했다.
‘설마…… 세레나 영애는 이미 교황청과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었던 건가?’
생각해 보면 모든 앞뒤가 맞아떨어졌다. 그녀가 아카데미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면서도 정작 중요할 때마다 남주들을 구하고, 킬리안 황태자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거리를 두었던 모든 행동들.
‘자신이 성녀라는 신분이 밝혀지면, 제국을 노리는 이단과 악마 숭배자들의 표적이 될까 봐…… 스스로 악녀의 가면을 쓰고 모두를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었나!’
하인리히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가 그토록 쫓던 ‘위선’의 실체는, 추악한 악이 아니라 세상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오명을 짊어진 ‘가장 고결한 성녀의 눈물겨운 희생’이었던 것이다.
“영애…… 그대는 대체…….”
하인리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칼날 같던 그의 기세는 간데없고, 오직 거대한 진실(오해)을 마주한 신도의 경외감과 깊은 죄책감만이 가득했다.
[알림: 대상 ‘하인리히 폰 아델하이트’의 오해가 우주를 뚫고 승천합니다!] [감정 채무 폭발: ‘내가 감히 이 성스러운 분을 이단으로 몰아 처형하려 했다니!’ 극도의 속죄욕 발생!] [장부 자산: +25,000 마일리지 적립 완료!] [경보: 감정 자산의 급격한 과부하로 인해 일시적인 신체 페널티(가벼운 기침 및 빈혈)가 청구됩니다.]
“윽.”
세레나는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기운을 느끼며 살짝 기침을 했다.
“쿨럭, 쿨럭…….”
하얀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다가 떼자, 붉은 혈흔이 살짝 묻어났다. 장부의 페널티로 인한 각혈이었다. 하지만 가식의 화신인 세레나는 이를 놓치지 않고 100% 활용하기로 했다.
그녀는 피 묻은 손수건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하인리히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초연한 눈빛을 보냈다.
“집행관 경.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저는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영애! 그 몸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어둠을 혼자 감내해 오신 겁니까!”
하인리히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강철 갑옷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치며 굉음을 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레나의 드레스 자락을 붙잡았다.
“이 하인리히, 눈이 멀어 성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감히 칼끝을 겨누었습니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대의 정당함을 재판장에서 증명하겠나이다!”
‘아니, 제발 그러지 마세요. 난 그냥 조용히 남부 내려가서 빵 굽고 싶다고.’
속으로는 이 미친 집행관의 과몰입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세레나는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저를 굳이 구하려 하지 마시고, 법대로 판결해 주십시오. 저는 제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이 영혼 탈출 100%의 덤덤한 멘트는 하인리히의 심장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이라니요! 그 어떤 법도 그대의 고결함을 심판할 수는 없습니다!”
하인리히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쳤다.
루카스는 그 옆에서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참, 제국의 가장 냉혹한 이단 집행관이 우리 영애님의 발치에서 울고 계시는군요. 볼만한 구경거리입니다.”
루카스는 세레나의 신들린 듯한 사기…… 아니, 신학적 기적 세탁술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했다. 이 영애와 동업하기로 한 것은 인생 최고의 선택이 분명했다.
* * *
일주일 뒤. 황립 루미나스 아카데미의 대심문 재판장.
이곳은 제국에서 가장 삼엄하고도 신성한 장소였다. 웅장한 아치형 천장 아래로 제국 기사단이 삼엄하게 도열해 있었고, 고위 성직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재판석을 채우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악역 영애 세레나가 쇠사슬에 묶인 채 독살 형벌을 언도받아 울부짖어야 할 파멸의 무대였다.
그러나 재판장의 문이 열리고 세레나가 입장하는 순간, 장내의 모든 공기가 얼어붙었다.
스으으으-
세레나의 걸음걸이마다 은은한 황금빛과 은빛이 뒤섞인 마력의 아우라가 피어올라 그녀의 전신을 감싸 안고 있었다.
[장부 기능: ‘무구한 마스킹 오라’ 효과 발동 중.]
그녀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대성당의 햇빛은 마치 천상의 축복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죄수의 걸음걸이가 아니라, 마치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성녀의 강림이나 다름없었다.
“저, 저 빛은……?”
“성력이다! 그것도 극도로 순수하고 압도적인 성력의 파동이야!”
도열해 있던 제국 기사단원들과 젊은 성직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세레나의 압도적인 아우라에 압도당해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경례를 붙였다.
재판장 중앙의 피고인 석에 당당하게 선 세레나는, 배심원석에 앉아 있는 에버하르트 후작을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 휠체어에 겨우 몸을 의지한 채 악에 받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의붓동생 엘리제와 눈이 마주쳤다.
엘리제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지난번 독살 시도가 실패한 이후, 가문의 금금을 탕진해 흑마법 상인에게 ‘고대 독약 가루’를 밀수한 정황이 루카스의 상단을 통해 황실 법원에 이미 제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파멸하기 직전, 세레나를 이단으로 몰아 동귀어진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 재판을 청구한 것이었다.
“언니……!”
엘리제가 휠체어 손잡이를 으스러지게 쥐며 이를 갈았다.
“그 위선적인 빛으로 모두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아? 넌 괴물이야! 진짜 괴물의 마력을 숨기고 있다고!”
엘리제의 고함이 재판장에 울려 퍼졌으나, 세레나는 그저 가련한 동생을 바라보듯 슬픈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때, 재판의 기소관이자 집행관인 하인리히가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세레나가 건네준, 아니 자신이 품고 있었던 ‘교황청 성녀 발흥 증서’가 들려 있었다.
“본 집행관은 피고인 세레나 에버하르트에 대한 모든 이단 혐의가 ‘거짓’이자 ‘음해’임을 선언한다!”
하인리히의 웅장한 목소리가 재판장을 뒤흔들었다.
“오히려 세레나 영애는 교황청의 극비 지령을 받아 제국의 어둠을 정화해 온 ‘공인된 성녀’이시다! 여기 교황성하의 친필 서명과 성인이 찍힌 증서가 그 증거다!”
서류가 허공으로 떠오르며 거대한 황금빛 성印을 사방으로 뿌렸다. 그 신성한 빛 앞에 재판장의 성직자들은 전원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를 그었다.
“이, 말도 안 돼……!”
에버하르트 후작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완벽한 역전이었다. 독살 형벌 집행실로 걸어 들어가는 줄 알았던 악역 영애가, 이단 신문관의 손을 빌려 사상 초유의 ‘제국 성녀’로 공인받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순간.
“아니야! 저년은 가짜야! 저 서류도 다 가짜라고!”
미쳐버린 엘리제가 발광하며 품속에서 기괴한 붉은색 마력석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에버하르트 가문의 비전이자, 대심문대의 결계 장치를 강제로 가동해 피고인의 마력을 억압하고 강제로 폭주시키는 금기 제어 장치였다.
“진짜 모습을 드러내라, 이 사기꾼 년아!”
엘리제가 광기 어린 비명을 지르며 장치를 내리눌렀다.
콰아아앙-!
재판장 바닥에 새겨진 거대한 마법진이 붉은빛을 뿜으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레나를 향해 덮쳐오는 억압의 결계가 재판장을 집어삼킬 듯이 팽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