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철문이 닫히는 육중한 금속음이 밀폐된 심문실 안을 무겁게 두드렸다.

여동생 엘리제를 짐짝처럼 움켜쥐고 분노에 차서 복도를 멀어져 가던 황태자 킬리안의 거친 군화 소리도 완전히 사라졌다. 방 안에는 오직 싸늘하게 식어가는 공기와, 침상 머리맡에 드리운 은빛 그림자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단 집행관 하인리히 폰 아델하이트는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였다.

그의 기다랗고 곧은 손가락이 쥐고 있는 것은 하얀 실크 손수건이었다. 하인리히는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고 깨끗한 유리 세공품을 다루듯, 세레나의 젖은 드레스 자락과 앞치마에 묻은 붉은 찻자국을 조심스럽게 훔쳐냈다. 바스락거리는 손수건 틈새로 퀴퀴한 지하실 냄새를 뚫고 쌉싸름한 홍차 향,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기분 나쁜 금속성 악취가 풍겼다.

“하인리히 경…….”

세레나는 힘겹게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머릿속이 마력의 여파로 징징 울려댔지만, 전생의 K-직장인 시절 야근을 밥 먹듯 하며 단련된 ‘영혼 가출용 가식 미소’는 본능적으로 입꼬리에 걸렸다.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완벽하게 정제된 비즈니스식 접대용 미소였다.

“제국에서 가장 고결하신 집행관님의 손길이, 이토록 비천하고 오염된 악녀의 몸에 닿다니 송구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죄는 마땅히 제가 치러야 할 업보이니, 부디 경의 그 깨끗한 손을 더럽히지 마십시오.”

빨리 이 피곤한 집행관을 방 밖으로 퇴근시키고 혼자 누워 쉬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완벽한 거절의 벽이었다.

하지만 하인리히의 손길은 그 순간 완전히 굳어버렸다.

스르륵, 그의 손에서 실크 손수건이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대리석 바닥에 닿은 손수건은 붉게 물든 홍차 자국을 머금은 채 보기 흉하게 구겨졌다. 하인리히의 은빛 눈동자가 촛불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도 기묘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송구하다…… 고 하셨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으나, 끝자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려 든 의붓동생의 죄를 덮기 위해 독이 든 찻잔을 스스로 뒤집어쓰고도, 도리어 타인의 손이 더러워질까 염려하시는 겁니까? 세레나 영애. 당신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것입니까.”

‘아니, 그냥 퇴근하고 싶다고요.’

세레나는 마음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 이 남자는 대체 무슨 필터를 장착했길래, 평범한 K-직장인의 ‘업무 외 연락 차단용 철벽 대사’를 비련의 성녀가 읊조리는 유언처럼 받아들이는 걸까.

하인리히는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붉은 가죽으로 감싸인 이단 신문관 전용 수첩을 꺼냈다. 깃펜 끝이 허공에서 방황하다가, 이내 거칠게 종이 위를 긁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사각거리는 마찰음이 심문실의 고요를 깨뜨렸다.

“이 홍차에 섞인 마력 반응…… 단순한 독약이 아니더군요.”

하인리히의 목소리에 서늘한 살기가 어렸다.

“이것은 제국 금서에나 기록된 ‘심연의 슬픔’이라는 흑마법 고대 독약입니다. 마력을 지닌 자의 영혼을 안쪽에서부터 좀먹어 들어가는 저주받은 가루지요. 어제 우리 집행관들이 압수한 지하 밀수 장부에 아주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있었습니다.”

세레나의 한쪽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꿈틀했다.

“에버하르트 공작가의 공식 인장이 찍힌 어음으로, 거액의 금화가 악마 숭배자들의 상단으로 흘러갔더군요. 구매 물품은 바로 이 독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음을 사용한 장본인은…… 엘리제 에버하르트 영애였습니다.”

역시나.

세레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엘리제, 그 멍청한 기집애가 결국 대형 사고를 쳤다. 가문의 공금 인장을 훔쳐서 흑마법 독약을 사다니, 횡령에 이단 혐의까지 아주 골고루 세트로 지옥행 급행열차 티켓을 끊은 셈이었다.

‘그 돈이 다 내 퇴직금이자 남부 디저트 카페 창업 자금인데! 공금을 그딴 데다 낭비해?’

속에서 천불이 나고 피눈물이 흘렀지만, 세레나는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초연하고 자비로운 표정을 유지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슬픔을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 아이는 그저, 조금 미숙할 뿐입니다. 가문의 명예와 동생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일개 낙오자인 저 하나의 침묵쯤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지출 수수료에 불과합니다. 경께서 부디 이 일을 덮어주신다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녀의 눈에 서린 영혼 없는 보랏빛 눈동자가 하인리히의 시선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하인리히의 호흡이 멎었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자신을 죽이려 한 동생의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침묵하겠다니. 이 얼마나 처절하고 비장한 희생이란 말인가. 제국 귀족들의 온갖 추잡한 탐욕과 위선을 처단해 온 그의 눈에, 세레나의 이 ‘가식적인 미소’는 세상을 구원하고 홀로 스러져 가려는 성녀의 눈물겨운 가면으로 완전히 왜곡되어 비쳤다.

“지출 수수료라니…….”

하인리히가 잇새로 신음을 흘렸다. 그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겁고 무거운 갈망이 들끓었다. 이 여인의 위선 뒤에 숨겨진 그 깊고 어두운 심연을, 자신만이 온전히 헤집어 구원해내고 싶다는 왜곡된 사명감이 온몸의 피를 지펴 올렸다.

“당신의 목숨이 고작 그런 가벼운 단어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란 말입니까! 왜 그렇게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것입니까? 황태자도, 에버하르트 공작도 모두 당신을 외면하고 손가락질하는데…… 왜 혼자서 그 모든 저주를 감당하려 하냔 말입니다!”

하인리히가 급기야 세레나의 침상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 그의 은빛 눈동자에는 애타는 집착과 분노, 그리고 지독한 죄책감이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세레나는 이 타이밍에 쐐기를 박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생에서 진상 고객이나 악덕 상사를 상대할 때 쓰던 필살의 거절 비법을 꺼내 들 때였다.

“하인리히 경.”

세레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얼음처럼 차갑고도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경의 그 고결한 임무와 정의감에, 저 같은 미천한 낙오자 때문에 흠집이 생겨선 안 됩니다. 경의 시간은 제국을 위해 쓰여야 마땅한 고귀한 자산입니다. 저 같은 이에게 낭비하기엔 지나치게 아깝지요. 그러니 부디, 더 이상 제게 관여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제 마지막 간청이자…… 경을 향한 유일한 배려입니다.”

완벽한 선 긋기였다. ‘당신 일이나 잘하시고 내 인생에서 퇴근해 주세요’라는 말을 우아하게 번역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말이 하인리히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

자신을 걱정해서, 자신의 고결한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고독한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여인이라니. 하인리히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당신은…… 끝까지 나를…….”

하인리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세레나를 향한 미안함과, 그녀를 이 지옥 같은 진흙탕에서 반드시 끌어올려 구원하겠다는 집착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잠시…… 잠시 안정을 취하십시오. 내, 의관을 불러올 테니…….”

하인리히는 자신이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깨닫고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평소의 냉철한 이단 집행관답지 않게, 그는 몹시 당황한 기색으로 비틀거리며 집무실 한편에 놓인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허둥지둥 방을 나서려던 그는 문고리를 잡았다가, 미처 책상 위에 펼쳐둔 문서들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다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쾅.

문이 닫히자마자, 세레나는 침상 위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 다 죽어가던 성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갔나?”

세레나는 날렵한 동작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하인리히의 책상으로 소리 없이 다가갔다.

철저한 손익계산서 위주로 돌아가는 그녀의 뇌 회로가 빠르게 작동했다. 이단 집행관의 집무실에는 제국 최고의 기밀들이 널려 있을 터였다. 특히 자신을 향한 이단 혐의와 관련된 문서가 있다면, 그것은 향후 남부로 은퇴할 때 아주 유용한 면죄부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었다.

책상 위에는 하인리히가 급하게 팽개쳐 둔 가죽 바인더와 몇 장의 양필지 서류들이 흩어져 있었다.

세레나의 날카로운 눈이 서류들의 제목을 훑어내렸다. 그러다 한 문서에 시선이 멈췄다.

[교황청 기밀 대서리: 이단 마력 및 성력 이중 판별 보고서]

붉은색 밀랍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그 문서에는 세레나 에버하르트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어라? 이게 왜 여기 있지?”

세레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서류를 조심조스럽게 넘겼다. 하인리히가 세레나를 감시하고 심문하는 과정에서 교황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극비 문서였다.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세레나의 보랏빛 눈동자가 경악으로 커졌다.

[……대상자 세레나 에버하르트의 마력 파형을 분석한 결과, 특이점을 발견함. 표면적으로는 주변의 감정과 마력을 빨아들이는 이단적 흑마법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본질은 그 오염된 에너지를 내면에서 완전히 정화하여 무해한 성력(聖力)으로 치환하는 ‘기적의 이중 판별’ 대상자로 분류됨. 이는 제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반전된 성력’의 징후이며, 교황청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본 사실을 절대 기밀에 부칠 것을 명함…….]

“미친.”

세레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내 마력은 그냥 [호감도 회계 장부]라는 시스템의 부작용일 뿐인데, 교황청의 고리타분한 영감탱이들이 그걸 ‘이단 마력을 정화하는 기적의 성력’으로 멋대로 오해해서 보고서를 써 놓은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이 문서의 존재와 그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이단 심문 재판이 열렸을 때 판을 완전히 뒤집어엎을 수 있는 무적의 치트키를 손에 넣은 셈이었다. 세레나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문서의 고유 등록 번호와 교황청 인장의 문양, 그리고 핵심 문장들을 머릿속으로 완벽하게 복제하여 저장했다. K-직장인 시절, 상사의 무리한 요구에 대비해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단 3초 만에 스캔하던 그 짬에서 나온 바이브였다.

그때였다.

딩동-!

머릿속에서 맑고 청아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주의! 타겟 ‘하인리히 폰 아델하이트’의 죄책감 및 집착 부채가 임계점을 돌파했습니다!] [하인리히의 감정 부채 수치: 180,000G (골드 환산액)] [현재 보유 중인 총 감정 자산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세레나 영애! 당신은 이제 제국 최고의 자산가(감정 부문)입니다!]

“대박.”

세레나는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18만 골드라니! 이 정도 금액이면 남부 에르제 영지의 가장 목 좋은 해안가 땅을 통째로 매입하고, 3층짜리 초호화 테라스 카페를 지은 뒤, 최고급 마력 오븐과 최고급 크루아상 생지를 제국 전역에서 무한정 공수해 올 수 있는 천문학적인 자금이었다.

황태자 킬리안에 이어 이단 집행관 하인리히까지 아주 훌륭한 ‘우량 자산’으로 거듭나 주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찌질한 원작의 처형 엔딩 따위는 개나 주고, 따뜻한 남부에서 빙수나 팔며 평생 꿀 빠는 은퇴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 확실했다.

세레나는 콧노래가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서류를 원래 위치로 완벽하게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 다시 침상으로 돌아가 아주 연약하고 가련한 모습으로 누웠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하인리히가 따뜻한 온수가 담긴 은빛 잔을 들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세레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시선을 피하는 꼴이 영락없이 사춘기 소년 같았다.

“……온수요. 마시면 조금 진정이 될 거요.”

“감사합니다, 경. 제게 베풀어 주신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세레나는 잔을 받아 들며 가볍게 목을 축였다. 그리고는 이제 용무가 끝났으니 이 불편한 심문실에서 벗어날 때라고 판단했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합니다. 더 이상 경의 집무를 방해할 수 없으니, 이만 물러가 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열이 안 내렸…….”

“괜찮습니다.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세레나는 하인리히의 만류를 부드럽게 뿌리치고 침상에서 일어났다. 하인리히는 그녀의 단호하고도 정중한 태도에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그저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녀의 뒤태를 바라볼 뿐이었다.

세레나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집무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속으로는 이미 남부 영지에서 팔기 시작할 멜론 빙수의 가격 책정과 오븐 가열 동력으로 쓸 마력 분출구 권리증의 계약 조건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완벽해. 엘리제의 독살 시도도 역으로 이용했고, 하인리히의 약점과 기밀 문서도 확보했고, 자금도 두둑하게 쌓였으니 이제 슬슬…….’

그녀가 집무실 문손잡이를 잡고 문을 활짝 열어젖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척-.

갑자기 심장 부근이 날카로운 송곳으로 찔린 듯 극심하게 뒤틀렸다.

“윽……!”

세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뇌가 통째로 펄펄 끓는 용암에 처박힌 듯한 극도의 고열과, 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피의 감각.

쿨럭-!

그녀의 야윈 입술 사이로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하얀 대리석 복도 바닥에 붉은 꽃잎 같은 핏방울들이 잔인하게 흩뿌려졌다.

“영애……! 세레나 영애!!”

뒤에서 하인리히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려왔지만, 세레나의 귀에는 그 소리가 물속에 잠긴 듯 아득하게만 들렸다.

그녀의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오직 붉은색 시스템 경고창만이 미친 듯이 점멸하고 있었다.

[위험! 위험! 위험!] [보유 중인 감정 자산이 허용 한계치를 초과하여 ‘운명 보정력’이 작동합니다!] [대가 청구: 과도한 자산 독점에 따른 페널티로 ‘뇌를 태우는 급성 열병 및 각혈(심각)’ 상태 이상이 즉시 소환됩니다!] [생존을 위해 즉시 남주들에게 매를 맞거나, 뺨을 맞거나, 욕을 먹어 호감도 자산을 강제로 탕감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24시간 이내에 사망합니다!]

‘뭐…… 라고……?’

세레나는 피가 묻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돈이 너무 많아서 죽게 생겼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자본주의의 폐해란 말인가. 게다가 살아남으려면 남주들에게 뺨을 맞거나 욕을 먹으라고?

“세레나! 정신 차리시오! 눈을 뜨시오!!”

하인리히가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오열하듯 소리쳤다. 그의 눈에 서린 죄책감과 애정이 한층 더 깊어지며 머릿속의 장부 수치가 사정없이 치솟는 소리가 들렸다.

[하인리히의 죄책감 추가 상승! +20,000G!] [페널티 강도가 더욱 무거워집니다!]

‘이 미친 집행관 놈아! 제발 그만해! 날 걱정하지 말라고! 차라리 날 때려! 내 뺨을 갈기란 말이야……!’

세레나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하지만 목구멍이 피로 막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하인리히는 그녀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죽음 앞에서도 자신을 안심시키려 애쓰는 성녀의 초인적인 인내’로 오해하며 더욱 뜨거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눈앞이 완전히 암전되기 직전, 세레나는 직감했다.

이대로 가다간 은퇴고 나발이고, 남주들의 무한한 사랑과 죄책감에 깔려 질식사할 판이었다. 어떻게든 이 미친 새끼들에게 뺨을 맞고 욕을 먹어 자산을 탕감해야만 했다.

과연 세레나는 이 눈물겨운 ‘호감도 강제 삭감 작전’에 성공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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