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수술실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 차갑지만, 수술대 위는 섭씨 36도의 붉은 피와 땀으로 질척악취를 풍깁니다.
이사장 아들 김태준이 찢어놓은 복강동맥(Celiac trunk) 기시부에서는 검붉은 혈액이 뿜어져 나와 흡인기(Suction) 유리병을 빠르게 채우고 있습니다. 마취과 모니터의 경보음이 수술실 전체를 가열합니다. 수축기 혈압 62mmHg, 평균 동맥압(MAP)은 이미 생존 한계선인 45mmHg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셀라 정맥두 손상입니다! 윤 선생, 빨리 프록시말 제어(근위부 혈관 차단) 안 하면 어레스트(심정지) 와요!"
마취과 교수의 다급한 비명이 당신의 고막을 때립니다. 구석에 처박힌 김태준은 머리를 감싸 쥔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당신이 메스를 쥔 손을 단 10초만 늦게 움직인다면, 혹은 혈관 클램프(Satinsky clamp)의 이빨을 조이는 각도를 아주 미세하게 비튼다면, 이 수술은 완전한 재앙으로 끝날 것입니다. 그것은 이사장 일가의 완전한 몰락이자, 한기태 부원장이 약속한 권력의 사다리를 타는 가장 완벽한 지름길입니다.
‘어차피 내가 죽인 게 아니다. 김태준이 망쳐놓은 것을 되돌리지 못했을 뿐.’
그 영리하고도 잔인한 타협안이 당신의 뇌리를 스치는 찰나였습니다.
망막 위로 투명하게 떠올라 있던 시스템의 푸른빛 인터페이스가, 순식간에 핏빛 적색으로 반전되며 점멸하기 시작합니다.
[경고: 호스트의 의도적 태업 및 악의적 살상 방조 감지.] [도덕률 제1조 위반: 환자의 생명을 복수와 타협의 도구로 삼음.] [시스템 동화율 급격 하락: 94% -> 51%]
“윽……!”
가슴 정중앙, 흉골 안쪽에서 묵직한 둔기로 두들겨 맞는 듯한 극심한 압박감이 밀려옵니다.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가 느끼는 전형적인 협심증의 방사통입니다. 통증은 순식간에 왼쪽 어깨와 턱 끝까지 뻗쳐나가며 당신의 호흡을 가로막습니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정형외과적 봉합을 가능하게 하던 손끝의 감각이 일순간 마비됩니다. 10번 메스를 쥔 당신의 오른손이 눈에 보일 정도로 파르르 떨리기 시작합니다. 메스의 날카로운 끝이 공중에서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며 춤을 춥니다.
[위험: 의사 면허 동화율 급격 하락 중.] [동화율 30% 미만 추락 시, 시스템 동력원 영구 정지 및 호스트의 신경망 소멸(뇌사)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윤 선생? 왜 그래요? 손 왜 이래?"
제1조수 역할을 하던 전공의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당신의 메스 끝에 머뭅니다. 수술실 내의 시선들이 일시에 당신의 흔들리는 손끝으로 쏠립니다.
눈앞의 환자는 50대 여성. 재단의 향방을 가를 정계 거물이자,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입니다. 그녀의 노출된 복강 안쪽에서는 여전히 생명의 붉은 물줄기가 솟구치고 있습니다.
복수를 위해 이 죽음을 방조하고 시스템의 파멸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이 더러운 수술대 위에서조차 한 명의 의사로 돌아가 메스를 바로잡을 것인가.
당신의 심장이 경고음과 함께 거칠게 요동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