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대학병원 본관 12층 이사회 회의실. 두터운 마호가니 문 너머로 정적을 깨는 웅성거림이 흘러나옵니다. 고급 가죽 시트의 냄새와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지배하는 이 공간은, 무균실의 소독약 냄새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건조합니다.
당신은 가운 주머니 속에서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여 봅니다. 심박수 65bpm. 수술실에서 메스를 잡기 직전처럼, 당신의 호흡과 신경은 극도로 정밀하게 조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망설임 없이 문을 밀치고 회의장 내부로 걸어 들어갑니다.
갑작스러운 틈입자에 원목 테이블 주변에 둘러앉은 이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당신에게 꽂힙니다. 이사회 상석에 앉아 있던 박 실장의 미간바지 동맥이 미세하게 꿈틀거립니다.
"윤우주 선생? 감히 레지던트 1년 차가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는 거지?"
당신은 대답 대신 들고 있던 두꺼운 황색 서류 봉투를 테이블 중앙에 내던집니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쏟아져 나온 종이들은,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거래된 추악한 숫자의 기록들입니다.
"202X년 4월 14일, 소아 활로사징(TOF) 환아 수술 기록입니다. 공식 집도의는 박종식 실장님으로 되어 있군요. 하지만 체외순환기(CPB) 가동 시간 240분 동안, 박 실장님의 원내 카드 인식 기록은 단 15분에 불과합니다."
순간 회의실 내부의 공기가 얼어붙습니다. 의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몇몇 이사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기 마취통증의학과 레코드에 기록된 프로포폴과 베쿠로늄 투여 시점, 그리고 실제 수술실 CCTV 캡처본의 코드를 비교해 보십시오. 메스를 잡고 상행 대동맥을 절개하여 캐뉼라를 삽입한 사람은 박 실장님이 아닌, 의료기기 영업사원 사가와 씨였습니다."
완벽하게 은폐되었다고 믿었던 대리 수술의 민낯. 마취과 차트의 미세한 약물 투여 기록과 기계의 오차 없는 시간 기록을 엮어낸 당신의 폭로는, 수술실에서 괴사 조직을 박리하는 메스처럼 날카롭고 정교합니다. 박 실장의 이중 이익을 증명하는 이중 장부까지 눈앞에 펼쳐지자, 이사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박 실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십니다. 그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리다, 이내 독사 같은 광기로 번뜩입니다.
"이 미친 새끼가 소설을 쓰는군! 당장 이 침입자를 끌어내!"
그의 외침과 동시에 회의실 후문이 열리며 검은 양복을 입은 사설 경호원 넷이 들이닥칩니다. 그들은 거침없이 당신을 향해 쇄도합니다. 한 사내가 당신의 어깨뼈를 으스러뜨릴 듯 억세게 손아귀에 쥐어짜고 물리력을 행사합니다. 다른 한 명은 테이블 위에 흐트러진 수술 기록지와 장부를 거칠게 쓸어 담기 시작합니다.
"전부 압수해! 기밀 유출 및 가택 침입으로 고소할 테니 꼼짝 못 하게 묶어!"
박 실장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립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강한 압박 속에서도 당신의 뇌는 차갑고 정밀하게 움직입니다. 이대로 제압당해 서류를 빼앗긴다면, 조작된 증거와 함께 당신의 의사 면허는 영원히 박탈될 것입니다.
숨이 막히는 찰나의 순간, 당신은 판을 뒤흔들 마지막 패를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