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사정전의 높은 천장 아래로 촛불의 붉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공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은 듯 차갑게 가라앉았고, 가쁜 숨소리만이 법전의 엄숙함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전하! 소신이 선대 왕들의 예장 전례가 담긴 고법전을 가져왔사옵니다!"

예조판서 김덕형의 목소리가 찌르는 듯 고조되었다. 그의 손에 들린 누렇게 바랜 가죽 뭉치가 촛불을 받아 불길한 윤기를 뿜어냈다. 핏발 선 눈으로 이강을 노려보는 그의 얼굴은 승리를 확신하는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사직의 규례상, 구리가 아닌 무쇠로 제기를 마련하는 것은 경국대전 영법에 명시된 '반상(反常)의 치죄'에 해당하옵니다! 이는 단순한 예법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전복하려는 대역죄의 극치이옵니다! 세제 저하, 어디 이 법전 앞에서도 그 요사스러운 수치 나부랭이를 읊어 보시옵소서!"

김덕형이 치켜든 고서는 사림의 전유물이자, 대대로 예조의 핵심 사대부들 사이에서만 비전(秘傳)되던 종묘제례 관련 비망 예서였다. 김덕형은 세제의 사저 가마터를 감시하고 야철 독점권을 빼앗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사림의 세력을 총동원해 이 먼지 쌓인 사료들을 은밀히 수집해 왔다. 마침내 그가 쥐어짜 낸 마지막 칼날이 세제의 목덜미를 겨눈 것이었다.

사정전에 모인 사림 대신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바닥을 다그쳤다.

"예판 대감의 상소가 지당하옵니다! 국법을 무시하고 사사로이 무쇠를 다루는 것은 사직을 흔드는 일이옵니다!" "세제를 엄히 국문하시어 국법의 엄숙함을 보이소서!"

통곡에 가까운 상소 소리가 사정전의 바닥돌을 울렸다. 어좌에 앉은 국왕 이도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다. 예법과 국법의 명분 앞에서는 국왕조차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김덕형이 꺼내 든 카드는 그만큼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이강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시야에 투사된 '정밀 설계의 안'이 빛바랜 가죽 서첩의 지질과 먹의 성분, 그리고 그 너머에 숨겨진 글귀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이강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미세한 입꼬리의 움직임을 포착한 김덕형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예판 대감."

이강의 목소리가 사정전의 소란을 뚫고 명징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 고답적인 서첩을 들고나오기 위해 사림의 서고를 샅샅이 뒤지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허나, 대감께서 수집하신 그 비망록은 예조의 '사사로운 기록'일 뿐, 조정을 구속하는 정식 수례문(受禮文)이 아닙니다."

이강이 품에서 꺼내 든 것은 낡았지만 옥새의 붉은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노란 비단 서첩이었다.

"이것은 계미년(癸未年) 선조 수례계문(先祖 受禮啓聞)입니다."

'계미년 수례계문'이라는 단어가 이강의 입에서 나오자, 김덕형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강은 서첩을 펼치지도 않은 채, 사정전에 모인 대간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암송하기 시작했다.

"태종조 계미년 칠월, 명나라의 금령으로 인해 조선 내 황동과 청동의 수급이 완전히 차단되었을 때의 기록입니다. 당시 예조판서 민무질이 상소하기를, '종묘에 바칠 제기가 부족하여 사직의 예를 폐할 위기에 처했으니, 임시로 철기(鐵器)에 한정하여 표면에 얇게 황금을 입히거나 도금을 가하여 제기를 대용케 하소서'라 하였습니다."

이강의 목소리에는 거침이 없었다. 수치와 기록을 신봉하는 그의 뇌리는 조선의 온갖 법전과 전례를 백만 분의 일 오차도 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에 태종 대왕께서 하교하시길, '백성의 고혈인 구리를 아끼고, 무쇠에 금을 입혀 예법의 경건함을 더하는 것 또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도리이니 이를 즉시 시행하라' 하셨습니다. 일자불토(一字不吐)하고 명확히 기록된 태종조의 정식 수례계문입니다."

사정전 내부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대간들의 고개가 서서히 숙여졌다. 선대 왕이 직접 윤허하고 예조가 시행했던 정식 전례가 세제의 입에서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온 것이다.

"예판 대감."

이강이 김덕형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발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무겁게 때렸다.

"대감의 논리대로라면, 명나라의 금령 속에서 사직을 지키기 위해 무쇠 제기를 만들어 바쳤던 태종 대왕과 당시의 사대부 선조들 모두가 국법을 어긴 '대역죄인'이자 '반상의 치죄'를 받아야 할 무리라는 말씀입니까?"

"그, 그것은……!"

김덕형의 턱끝이 잘게 떨렸다. 구겨진 가죽 서첩을 쥔 그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갔다.

"당시는 임시 방편이었을 뿐……!"

"예법의 근본은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아끼고 사직을 보존하는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이강이 단호하게 말을 자르며 쐐기를 박았다.

"소신이 사저의 가마터에서 주조하려는 제기는 단순한 무쇠가 아닙니다. 이미 소신은 사저의 가마를 개량하여 상하 온도 편차를 제어하는 기술을 완성하였습니다."

이강은 가마터 수색 소동 당시 우연히 발견했던 유황 내 특정 화성 결정(火性結晶)을 떠올렸다. '정밀 설계의 안'으로 투시하여 분자 구조를 파악하고 특수 추출해 두었던 그 결정체는, 가마 내벽의 온도 손실을 보강하기 위한 유황 도료 배합 시 최적의 열 보존 촉진제로 작용했다.

그 덕분에 가마 내부의 온도를 조선 역사상 유례없는 고온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고, 이는 고순도의 연철과 백련강을 주조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소신이 정밀하게 설계한 가마에서는 쇳물의 불순물이 완벽히 걸러집니다. 이 기술로 주조된 무쇠 제기는 청동 제기보다 가벼우며, 백 년이 지나도 붉은 녹이 슬지 않고 은은한 철광의 빛을 유지할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이용후생이며, 선대 왕들께서 바라시던 백성을 위한 예치(禮治)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이강의 논리 정연하고 거침없는 반박은 사림의 해묵은 명분론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주자학의 교리에 갇혀 있던 대간들은 더 이상 대꾸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어좌에 앉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국왕 이도의 눈에 깊은 경탄의 빛이 스쳤다. 세제 이강의 치밀함은 상상을 초월해 있었다. 단순한 공학적 재능을 넘어, 조선의 국법과 선대 전례를 완벽한 무기로 휘두르는 정치가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이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곤룡포 자락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예조판서 김덕형은 들으라."

이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사정전 내부의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

"그대는 사직의 예법을 수호한다는 핑계로 선대의 전례마저 왜곡하고, 사사로운 당파의 이익을 위해 세제를 무고하려 하였다. 이는 조정을 기만하고 왕실의 권위를 흔든 불충이다."

"전하! 신은 오직 사직의 안녕을 위해……!"

김덕형이 다급히 머리를 조아렸으나, 이도의 판결은 가차 없었다.

"음해성 상소를 주도하여 조정을 혼란에 빠뜨린 예조의 대간 일파를 즉시 면직하라. 또한, 이 선동에 앞장선 자들을 먼 북방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 압송하여 그 죄를 묻게 할 것이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김덕형의 심복 대간들이 대신들의 손에 이끌려 사정전 밖으로 끌려 나갔다. 그들의 절규가 멀어질 때마다 사림의 기세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김덕형은 직첩만을 간신히 유지한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의 날카롭던 칼날은 세제의 완벽한 법리적 증명 앞에 형편없이 부러져 버렸다.

이강은 무릎을 꿇은 김덕형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사정전을 걸어 나왔다.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다음 단계의 수치 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가마터의 합법적 지위는 확보했다. 다음은 수력 단조식 야철 설비다.'

조정의 정쟁이 한 차례 폭풍을 거치며 가라앉은 그날 밤.

한양의 외곽, 명나라 사신단이 머무는 태평관의 깊은 구석방에는 어둠보다 더 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미약한 촛불 하나만이 방 안의 두 사내를 비추고 있었다.

친명 세도가 양서화가 소리 없이 미소를 지으며 탁자 너머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자는 명나라 칙사단의 우두머리, 사태감(司太監)이었다.

"예조판서가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군."

사태감이 거친 목소리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빛에는 조선의 왕실을 발아래 두려는 오만함과 탐욕이 가득했다.

양서화가 부드럽게 소매를 걷어 올리며 품에서 얇은 양장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이강의 사저 가마터 근처, 삼중 감시망 너머에 숨겨진 비밀 야철 기지와 화약 정제소의 정확한 위치가 그려진 지도였다.

"예판은 글줄이나 읽던 선비라 세제의 교활함을 당해내지 못한 것입니다."

양서화의 목소리가 뱀처럼 스산하게 방 안을 채웠다.

"세제가 주조하려는 것은 단순한 제기가 아닙니다. 천자국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경천동지할 화기와 대포를 정제하고 있습니다. 이 불씨를 지금 끄지 않으면, 언젠가 요동의 들판을 향해 불을 뿜을 것입니다."

사태감의 눈동자가 지도를 따라 움직였다. 양서화가 속삭였다.

"칙사 대감, 대명 천자의 권위로 기습적인 군사 사열을 요구하십시오. 조선의 국왕도 천자국의 사열 요구는 감히 거부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현장에서 세제의 기지를 짓밟아 버리소서."

어둠 속에서 명나라 칙사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올라갔다. 조선의 목덜미를 움켜쥘 새로운 음모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태평관의 촛불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도성 외곽의 영안궁 비선 가마터에는 푸른 불꽃이 대지를 집어삼킬 듯 타오르고 있었다.

쇠망치 치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정기적으로 울려 퍼졌다. 붉은 쇳물이 교련로(攪鍊爐)를 따라 이글거리며 흘러내렸고, 매캐한 유황과 숯가루 냄새가 가마터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더 세게 내리쳐라! 숨 쉬는 시간도 아깝다!"

철화장 박기현이 가죽 앞치마를 두른 채 소리를 질렀다. 그의 얼굴은 검은 그을음과 땀방울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핏발 선 눈은 오직 도가니 속의 쇳물만을 쫓고 있었다. 며칠 밤을 지새운 탓에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망치를 쥔 악력만큼은 쇠사슬처럼 단단했다.

이강은 가마터 한편에 서서 그 장엄한 노동의 현장을 응시했다. 그의 망막 위로 푸른빛의 선들이 얽히며 '정밀 설계의 안'이 활성화되었다.

[대상: 개량형 점토 도가니 및 연철 도가니강] [정밀도: 84%] [내부 불순물: 규소 0.12%, 인 0.04% - 허용 오차 초과] [가마 내벽 열 손실율: 3.2% (유황 결정 도료 배합 성공으로 안정화됨)]

이강의 미간이 좁혀졌다. 유황 결정을 도료에 녹여내어 가마의 열 보존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철광석의 불순물을 완전히 제어하는 데는 미세한 오차가 존재했다. 현대의 고로(高爐)가 없는 조선의 척박한 토양에서, 오직 장인의 손끝과 원시적인 정련법에 의존하는 토법(土法)의 한계였다.

"박기현."

이강의 차가운 목소리가 망치 소리를 뚫고 박기현의 귓전을 때렸다. 박기현은 망치를 멈추고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예를 표했다.

"저하, 예판 놈의 목을 치셨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이 가마터가 국가 공식 제기소가 되었다 한들, 제 마음에 드는 백련강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쇳물 속의 잡물이 덜 빠져나갑니다."

"조정의 법전으로 김덕형의 입은 막았으나,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쇳물을 휘젓는 속도를 더 가속해야 한다."

"사람의 팔 힘으로는 한계가 있사옵니다. 장인들이 사흘째 교대로 매달리고 있으나, 쇳물이 식기 전에 불순물을 다 긁어내려면 장정 열 명의 힘이 동시에 일정하게 작용해야 합니다. 가죽 풀무질도 밀어내는 바람의 압력이 일정치 않아 온도가 자꾸 널뛰기를 하옵니다."

박기현이 가마터 옆을 흐르는 개울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침을 뱉었다.

"저 쏟아지는 물살의 힘을 끌어다 풀무에 연결할 수만 있다면 기운이 덜 빠질 텐데 말입니다."

이강은 박기현이 가리킨 개울의 거센 물살을 바라보았다. 그의 뇌리에서 현대의 수력 단조 장치와 회전축 기어 설계도가 빠르게 회전했다. 하지만 수력 야철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목제 톱니바퀴와 정밀하게 가공된 철제 동력축이 필요했다. 지금의 낙후된 가공 기법으로는 축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수개월의 깎기 작업이 필요할 터였다.

'물리적 등가의 법칙은 엄연하다. 기술적 도약을 서두르다 동력축이 뒤틀리면 가마가 통째로 붕괴한다.'

이강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효율과 성과만을 바라보는 그의 이성은 장인들의 피로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대명(大明)의 위협이 본격화되기 전에 압도적인 무력을 손에 넣는 것뿐이었다.

"손발이 부르트고 뼈가 깎이더라도 멈추지 마라. 사직을 지키는 강철은 장인들의 골수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의 냉혹한 다그침에 박기현은 이빨을 악물며 다시 망치를 치켜들었다. 장인들의 절규 섞인 망치질 소리가 다시 밤공기를 찢었다.

그때, 가마터 입구의 어둠을 뚫고 내관 하나가 급박하게 달려와 이강의 앞에 엎어졌다. 국왕 이도의 비선 전령이었다.

"저, 저하! 궐에서 급보가 내려왔사옵니다!"

전령이 건넨 서찰을 받아 든 이강의 눈동자가 차갑게 굳어졌다. 서찰에는 왕 형인 이도의 친필이 급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명나라 칙사 사태감이 내일 아침, 천자국의 사열권을 행사하겠다며 도성 내의 모든 조병창과 사저 가마터의 전면 개방을 요구했다. 조정의 사대부들이 동조하여 과인으로서도 더는 막아설 명분이 없구나. 세제는 즉시 대비하라.]

명나라의 기습적인 사열 통보. 양서화와 사태감이 쳐놓은 덫이 마침내 발동한 것이였다.

사열단이 이곳을 들이닥치는 순간, 종묘 제기를 만든다는 핑계 뒤에 숨겨진 백련강의 단조 기법과 신형 화포의 설계 구조가 고스란히 명나라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그것은 조선의 자주국방이라는 대업의 종말이자, 세제 이강이 대역죄인으로 명나라에 압송되는 파국을 의미했다.

이강의 손귀에서 서찰이 바스러지듯 구겨졌다.

"결국 뱀들이 둥지를 나섰군."

이강은 불타오르는 가마를 바라보았다. 수력 단조 설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가마 속의 백련강은 불순물이 채 빠지지 않은 거친 상태였다. 이대로 사열을 받으면 모든 치부가 드러날 터였다.

극단적인 공리주의자인 이강의 머릿속에서 수천 개의 계산 공식이 폭발하듯 얽혀들었다. 정공법으로는 시간을 벌 수 없다. 그렇다면 법전의 맹점과 공학적 트릭을 동시에 발동시켜 사열단 자체를 통째로 집어삼켜야 했다.

이강의 시야에서 '정밀 설계의 안'이 임계치를 넘어 붉은 경고등을 켜기 시작했다.

[경고: 무리한 공정 단축 시 설비 폭발 및 인명 피해 발생 확률 87%] [경고: 대포 주강 공정의 수력 연동 오차율 제어 불가]

"상국(上國)의 사열이라……."

이강이 낮게 읊조리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의 눈빛에 서린 푸른 불꽃이 가마터의 화염보다 더 매섭게 번뜩였다.

"내 친히 천자의 사냥개들에게 조선의 진짜 화력(火力)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그의 시선이 아직 조립되지 않은 거대한 수력 톱니바퀴의 중심축으로 향했다. 폭발의 위험을 안은 채, 조선의 운명을 건 사흘간의 사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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