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수석 수사관의 매서운 눈동자가 진서의 얼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거기 멈춰서십시오. 신원 확인 전까지는 아무도 이 방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수사관의 억센 손이 진서의 어깨를 향해 뻗어왔다. 진서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깨를 비틀어 손길을 가볍게 흘려보냈다. 동시에 주머니 속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망막 위로 푸른빛의 소스코드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시네지네트웍스의 사내 인트라넷을 거쳐 주거래 은행의 자금 송금 포트가 가상 레이어로 겹쳐 보였다.

[Target: Synergy Networks - Virtual Account Port 0x7F8C] [Status: Frozen by Prosecution (99.8%)]

검찰의 압류 조치로 인해 포트의 데이터 흐름이 붉은색 경고등과 함께 잠겨 있었다. 임선태가 몰래 숨겨둔 비자금 3억 원의 이체 경로였다. 이대로 두면 검찰의 압수수색 자산으로 귀속되어 영영 손을 댈 수 없게 된다.

진서는 냉정하게 계산했다.

'소유권 귀속 코드의 논리적 모순점을 수정한다.'

원래 이 자금은 진서가 개발한 핵심 모듈의 기술 자문료 및 미지급 배당금 명목이었다. 계약서 상의 허점을 메우고, 소유권 세션의 헤더 값을 임선태에서 백진서로 즉각 변경하는 디버깅 작업을 개시했다.

`REPLACE INTO asset_owner (id, name, amount, status) VALUES ('JS-8902', 'Baek Jin-seo', 300000000, 'Approved');`

수사관들이 임선태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수갑을 채우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사장실 안은 집기들이 밀려나고 서류가 흩어지는 마찰음으로 소란스러웠다. 진서는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 검지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Reality Debugger: Executing code modification...] [Target Port: 0x7F8C - Bypass Firewalls] [Transaction Completed: 300,000,000 KRW]

진서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경영 대장 시스템의 수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다.

| 자산 구분 | 변경 전 | 변경 후 | 변동 사유 | | :--- | :--- | :--- | :--- | | **보유 현금** | 1,240,000 원 | 301,240,000 원 | 미지급 배당금 소유권 정정 | | **자산 등급** | F (최하위) | E- (일반 개인) | 유동성 즉시 확보 |

"어이, 거기! 안 들려? 멈추라고!"

수사관 한 명이 진서의 뒤를 쫓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진서는 미리 열어둔 비상구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가 닫혔다. 도어록의 제어 코드를 10초 동안 잠금 상태로 변조하여 추적을 차단했다.

탁.

비상계단으로 들어서는 순간, 관자놀이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이 뇌리를 관통했다.

"으윽."

진서는 벽을 짚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시야가 흐려지며 눈앞의 시멘트 벽면이 바이트 단위의 노이즈로 잘게 쪼개져 보였다. 숨을 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SYSTEM WARNING: RAM Usage Overload!] [Current RAM Capacity: 15.8GB / 16.0GB (98.75%)] [Cpu Temperature: 94.2°C - Overheating] [Warning: Temporary cognitive impairment and memory loss may occur.]

단기 기억 장치인 뇌의 연산 장치(RAM)가 한계치에 도달했다. 현실의 물리 법칙과 디지털 흐름을 동시에 강제 변조한 대가였다.

진서는 눈을 감았다.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뇌 세포의 연산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했다. 손목시계의 센서로 체온을 확인했다. 37.8도. 급격한 발열이다.

'비효율적인 감정 회로를 차단한다. 호흡수를 분당 12회로 제한.'

차가운 시멘트 벽에 이마를 기댔다. 열기가 서서히 내려 가 앉는 것이 느껴졌다. 약 2분간의 강제 쿨다운 세션이 끝난 후에야 시야의 노이즈가 걷히고 계단실의 회색 형체가 형태를 되찾았다.

겨우 3억 원을 세탁하는 데 뇌의 대부분을 소모했다. 성능 업그레이드가 시급했다. 물리적 서버 인프라와 자체 반도체 공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 초현실적 시스템은 진서의 뇌를 먼저 태워버릴 터였다.

진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상구를 빠져나와 건물의 뒤편 골목길로 향했다.

낙엽이 뒹구는 한적한 골목길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진서가 골목 중간쯤 도달했을 때, 어둠 속에서 세 개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솟아올랐다.

검은색 반코트를 입은 사내들이었다. 그들의 핏기 없는 얼굴과 군더더기 없는 자세는 평범한 해결사와 궤를 달리했다.

"백진서 씨."

가운데 선 사내가 나직하게 불렀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배제되어 있었다.

"미래온 테크놀로지 수탈전담 3팀 소속이다. 네가 시네지네트웍스에서 개발한 배포 최적화 엔진의 원본 소스코드를 회수하러 왔다."

진서는 걸음을 멈췄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사내들을 관찰했다.

[Target Analysis] - 인원: 3명 (신체 능력 상급) - 무장: 삼단봉 및 전기충격기 소지 - 상태: 완벽한 협착 대형 구축

"그 소스코드는 시네지네트웍스와 미래온의 계약 해지로 인해 원작자인 나에게 법적 소유권이 귀속되었다. 너희에게 인도할 의무는 없다."

진서의 대답은 건조했다.

오른편의 사내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법? 미래온이 곧 법이다. 기어이 몸이 망가져야 협조할 생각인가 보군. 서류에 지장만 찍으면 되니 사지는 멀쩡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가 품에서 두꺼운 가죽 장갑을 꺼내 끼며 다가왔다. 삼단봉이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길게 늘어났다.

진서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망막에 사내들이 소지한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사양이 텍스트로 떠올랐다.

[Device: M-Phone 12 Pro] [Battery: Lithium-Ion 4,500mAh] [Current Status: Charging (92%)] [Kernel Vulnerability: Overcharge Protection Controller Bypass Route Detected]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굳이 내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다. 진서는 사내들이 쥔 스마트폰의 배터리 제어 시스템(BMS) 소스코드를 검출했다.

'커널 드라이버의 과전류 차단 프로토콜을 비활성화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직 시선만으로 코드를 수정했다.

`UPDATE battery_control SET overcharge_protect = 0, target_voltage = 9.8, current_flow = MAX_LIMIT WHERE device_id = 'TARGET_01';`

`UPDATE battery_control SET overcharge_protect = 0, target_voltage = 9.8, current_flow = MAX_LIMIT WHERE device_id = 'TARGET_02';`

`UPDATE battery_control SET overcharge_protect = 0, target_voltage = 9.8, current_flow = MAX_LIMIT WHERE device_id = 'TARGET_03';`

찰나의 순간, 사내들의 주머니와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서 미세한 고주파 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음? 이게 무슨 소리야?"

앞장서서 걸어오던 사내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뺐다. 주머니에서 붉은빛의 열기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뜨거워! 젠장, 폰이 왜 이래?"

리튬 이온 배터리의 온도가 순식간에 섭씨 150도를 돌파했다. 열폭주 현상이었다. 제어 장치가 풀린 배터리는 더 이상 전자기기가 아닌 소형 화학 폭탄에 불과했다.

*퍼엉!*

가장 먼저 다가오던 사내의 바지 주머니에서 둔탁한 폭음이 터졌다. 불꽃과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으아아악!"

사내는 허벅지를 움켜쥐고 바닥으로 쓰러져 구르기 시작했다. 가죽 바지가 검게 그을리며 살이 타는 냄새가 골목길에 진동했다.

"이, 이게 대체...!"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사내도 급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던지려 했다. 하지만 진서가 코드를 수정하는 속도가 한 발 더 빨랐다.

`Run Command: Forced_Thermal_Runaway_Immediate();`

*콰앙!* *콰앙!*

연이은 두 번의 폭발이 골목길의 어둠을 붉게 갈랐다. 사내들의 손안에서 폭발한 스마트폰 파편이 그들의 얼굴과 가슴을 사정없이 때렸다. 손가락이 꺾이고 피가 튀는 처참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아악! 내 눈! 내 눈!"

삼단봉을 쥐었던 사내들은 무기를 떨어뜨린 채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단 3줄의 코드 수정만으로 미래온의 정예 수탈팀 3명이 완벽하게 무력화되었다.

진서는 타버린 스마트폰 파편이 뒹구는 바닥을 냉정하게 내려다보았다.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오직 상황의 종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만이 망막을 채웠다.

[Reality Debugger: Threat Neutralized] [Physical Damage to Target: High (Burn and Shrapnel Wounds)] [Your Physical Damage: 0.0%]

진서가 천천히 걸어가 가장 심한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수탈팀 조장의 앞에 멈춰 섰다. 조장은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진서를 우러러보며 공포에 질린 눈빛을 보냈다.

"너... 너 대체 무슨 짓을..."

진서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조장의 벌어진 안주머니 속에서 요란하게 진동하는 또 하나의 기기로 향했다.

그것은 폭발한 일반 스마트폰과 달리, 티타늄 합금 케이스로 밀봉된 미래온 고위 임원용 위성 통신 단말기였다. 액정 화면에 '차현우 상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진서는 몸을 숙여 피 묻은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 화면을 가볍게 쓸어 넘겨 스피커폰을 활성화했다.

단말기 너머에서, 오만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 "상황은 정리되었나? 백진서의 신병과 소스코드를 확보했는지 보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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