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가냘프지만 단단한 손가락 끝이 윤진의 턱밑 단추로 느릿하게,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뻗어 내려왔다. 단추 사이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초소형 마이크나 마력 변조 기기의 은닉 여부를 직접 뒤지기 시작하려는 듯, 그녀의 손끝이 옷깃의 얇은 천을 파고들었다.
귓가에 이명이 삐 소리를 내며 울렸다. 콧수염을 간지럽히는 듯한 한서희 고유의 ‘티트리 루나’ 향수 냄새가 뇌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했다.
여기서 들키면 끝장이다. 일평생 아싸로 조용히 살다가 빌딩 사서 은퇴하겠다는 내 야심 찬 노후 계획은 물론이요, 이 기적 같은 ‘스트리머의 역설 가스라이팅 시스템’마저 영구 소멸한다. 심지어 던전 난이도가 헬게이트로 변해 이 자리에서 즉사할지도 모른다.
‘대가리를 굴려라, 윤진! 인생 최대의 위기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마침내 턱밑 단추의 딱딱한 감촉에 닿은 순간, 나는 발작하듯 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액정 화면을 최대 밝기로 키운 채, 그녀의 코앞에 거의 들이밀다시피 쳐들었다.
“이, 이거 봐! 나, 나도 사실 이거 하느라 그런 거란 말이야!”
한서희의 손가락이 굳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스마트폰 화면으로 향했다.
화면에는 눈이 멀 것만 같은 화려한 황금빛 테두리와 함께, 터무니없이 유치한 서체로 작성된 디지털 인증서 한 장이 번쩍이고 있었다.
**[가면 헌터 공식 팬카페 '가면수호단' - 뼈묻기 0.01% 극성 신도 인증서]** **[닉네임: 가면헌터의발닦개3호]** **[누적 방문 횟수: 4,892회 / 작성 댓글: 12,400개]** **[카페 내 등급: 우주 최강 숭배자]**
“……어?”
한서희의 입술이 가볍게 벌어졌다. 그녀의 눈동자가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굵은 눈물방울을 흘릴 기세로 목소리를 뒤쥐어짜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너, 너만 가면 헌터 님 좋아하는 줄 알아? 나, 나도 헌터 님 방송 1초도 안 놓치고 전부 본단 말이야! 맨날 구관 구석에서 숨어서 방송 보느라 데이터 다 쓰고, 팬카페에서 닉네임 선점하려고 밤새 피시방에서 대기 탔어!”
“너, 너 설마…….”
“그, 그리고 저번에 네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갈 때…… 내 스마트폰 마이크에 기공 잡음 데이터가 섞여 들어갔다고 했잖아! 그, 그거 내가 헌터 님 게릴라 방송 보면서 팬카페 음성 채팅방에 들어가 있었단 말이야! 헌터 님 목소리 들으면서 ‘흐어억, 헌터 님 날 가져요!’ 하고 울부짖고 있었는데…….”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진짜로 수치스러워서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마침 네가 내 옆을 지나갈 때 그 유명한 ‘티트리 루나’ 향수 냄새가 풍겼잖아. 나, 나도 모르게 ‘헉, 서희한테서 존나 좋은 냄새 난다’ 하면서 혼잣말을 했단 말이야! 그게 팬카페 음성 주파수 필터에 기공 잡음으로 변조돼서 그대로 방송 마이크에 유출된 거라고! 나, 나는 그냥 헌터 님의 발닦개로서 열심히 덕질을 하던 것뿐인데…… 네가 날 스파이로 의심하니까 너무 억울해!”
“……!”
한서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녀의 뇌 속에서 수많은 단서와 합리적 의심들이 거대하게 충돌하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이 한심하고 비굴한 아싸 새끼가 그 위대하고 고결한 가면 헌터일 리가 없다.’ ‘그런데 잡음 데이터에 내 향수 냄새 성분이 섞여 들어간 것은 팩트다.’ ‘그렇다면 원인은…… 이 녀석이 내 근처에서 가면 헌터의 방송을 켜놓고 변태처럼 내 향수 냄새를 맡으며 덕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퍼즐 조각이 기가 막히게, 아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비록 나를 세상에 둘도 없는 변태 덕후 새끼로 만드는 알리바이였지만, 정체가 들통나서 시스템이 파괴되는 것보단 백배 천배 나았다.
“가, 가면헌터의발닦개3호라니…….”
한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스마트폰 화면 속의 닉네임을 읊조렸다.
그녀의 눈빛에서 의심의 칼날이 순식간에 거두어지고, 그 자리에는 같은 장르의 동인지를 공유하는 덕후를 바라보는 듯한 묘한 동질감과 깊은 혐오감이 반반씩 섞인 기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너…… 진짜로 헌터 님 팬이었어?”
“으, 응! 나 헌터 님이 저번에 가고일 잡을 때 쓰신 그 엽기적인 무기 거꾸로 쥐기 기법도 팬카페에 분석 글로 제일 먼저 올렸단 말이야! 비록 덧글로 ‘주작 선동 ㄴㄴ’라고 욕만 먹었지만…….”
그 분석 글을 올린 건 사실 나 자신이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한서희는 갑자기 가슴을 깊게 들이쉬더니, 뻗었던 손을 싹 거두어들였다. 그리고는 붉어진 얼굴을 굳히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으음, 그래. 그랬던 거구나……. 난 또 네가 무슨 불순한 의도로 내 정보를 캐내려는 줄 알았지.”
“나, 나 진짜 억울해…….”
“됐어! 울지 마, 칠칠치 못하게! 하긴, 그 대단하신 헌터 님이 너 같은 쭈구리 아싸일 리가 없잖아. 내가 잠시 피로 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던 모양이네.”
그녀는 언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냐는 듯, 턱을 치켜세우며 거만한 태도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깊은 동요가 남아 있었다. 그녀 역시 가면 헌터의 극성 팬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너, 닉네임이 그게 뭐니? 발닦개라니…… 헌터 님의 고결한 영혼을 모독하는 수준이잖아. 헌터 님은 그런 저속한 숭배를 바라지 않으셔.”
“그, 그럼 너는 닉네임이 뭔데……?”
내가 조심스레 묻자, 한서희는 순간 흠칫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내, 내가 그런 걸 너한테 왜 말해! 아무튼 오해는 풀렸으니까 됐어. 하지만 앞으로 내 근처에서 변태처럼 향수 냄새 맡으면서 혼잣말하지 마. 진짜 불쾌하니까.”
“으, 응…… 주의할게…….”
한서희는 쌀쌀맞게 쏘아붙이고는 홱 돌아섰다. 구두 굽 소리가 복도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참았던 숨을 한 번에 내쉬었다. 등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교복 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하아…… 하마터면 진짜 강제 은퇴당할 뻔했네.”
천재 소녀니 뭐니 해도 결국은 인터넷 여포의 방송에 빠진 여고생 덕후일 뿐이었다. 같은 팬클럽 회원이라는 강력한 방패막이 덕분에, 한서희의 집요한 추적 레이더망은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오히려 이제부터는 나를 ‘가면 헌터의 한심한 동료 신도’로 인식하여, 내 동태를 덜 의심하게 될 터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주머니 속의 물건을 만지작거렸다.
손끝에 닿는 차갑고 딱딱한 감촉. 3화 때 그림자 하수도에서 챙겨두었던 **[도살자의 푸른 핵 파편]**이었다. 아카데미의 마력 제어 장치와 공명하는 성질을 지닌 이 위험한 물건을 언젠가 쓸 날이 올 거라 믿었는데, 그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 진짜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동아리방 알림이나 문자가 아니었다. 내가 구축해 둔 다중 프록시 우회 네트워크 망을 뚫고, 다크웹과 커뮤니티의 핫이슈를 실시간으로 긁어모으는 특제 경보 앱이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 실시간 커뮤니티 베스트 글 감지]** **[작성자: CG_Slayer (성좌)]** **[제목: 가면개구리 주작충의 실제 IP 및 아카데미 내부 신상 정보 최종 정밀 대조 결과 공유한다.]**
“……이 미친 성좌 새끼가 결국 일을 저질렀네.”
나는 급히 화면을 터치해 글을 읽어 내려갔다.
**[본문]:** *어이, 내 방송 청자들아. 그리고 주작 감별단 동지들아. 내가 그동안 이 ‘가면 헌터’라는 사기꾼 새끼 방송을 정밀 분석해 왔는데, 이 새끼 마력 신호가 방출되는 거점이 지금 ‘대한 아카데미’ 내부 구관 동아리방으로 100% 좁혀졌다.* *그리고 마침 내일 정오에 대한 아카데미에서 아주 성대한 행사가 열리지? ‘지하 3층 미공개 비급 던전 개방 시연회’.* *여기서 이 사기꾼 새끼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겠다.* *만약 가면 헌터 네놈이 진짜 실시간으로 마수를 잡는 먼치킨 스트리머라면, 내일 정오 시연회에서 ‘가면 헌터’의 모습으로 직접 생방송을 켜고 마수를 사냥해 봐라.* *동시에, 아카데미의 ‘수석 입학생’ 윤진이라는 녀석도 그 자리에 멀쩡히 관객으로 앉아 있어야 할 거다. 만약 방송이 켜졌는데 윤진이 자리에 없거나, 반대로 방송이 꺼져 있는데 윤진만 띡 하니 앉아 있다면…….* *너는 100% 사전 녹화된 CG로 방송을 돌리는 사기꾼이자, 아카데미 신입생의 신분을 도용한 범죄자다. 내가 확보한 모든 신상 정보와 증거 자료를 내일 방송 시작과 동시에 전 세계 포털 사이트와 헌터 협회에 동시 송출하겠다.* *대가리 딱 대라, 주작충 새끼야. 내일이 네 장례식 날이다.*
글 밑에는 수많은 성좌들과 네티즌들의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 와, CG_Slayer 형님 드디어 한 건 터뜨리네ㅋㅋㅋㅋㅋ - 내일 정오에 아카데미 시연회에서 생방송 안 켜지면 진짜 주작 확정이네? - 웅장해진다…… 드디어 가짜 스트리머 참수식 보는 거냐? - 킹갓 성좌님 후원 달달하게 쏘겠습니다. 내일 정의구현 가자!
“하.”
실소가 터져 나왔다.
성좌 **‘CG_Slayer’**. 이 새끼의 정체가 사실은 심연의 차원에 기거하는 마신 **‘모르고스’**의 분신 중 하나라는 것을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자존심만 우주를 찌르는 프로 불편러 성좌인 척하면서, 뒤로는 내 신상을 털어 시스템을 파괴하고 나를 절망에 빠뜨리려는 아주 비열한 수작이었다.
지하 던전의 마수들을 단신으로 학살하는 내 강함이 진짜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으니, 아예 나를 사기꾼으로 몰아세워 파멸시키겠다는 심보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이 시스템의 이름이 무엇인가. 바로 **[스트리머의 역설 가스라이팅 시스템]**이다.
시청자들과 성좌들이 내 방송을 보며 ‘이거 100% 주작이다! CG다!’라고 의심하고 발악할수록, 내 실시간 전투 능력치와 스킬 배율은 안드로메다까지 폭발적으로 치솟는다.
지금 주작 감별단과 모르고스가 판을 이토록 크게 짜주었으니, 내일 방송이 켜지는 순간 성좌들의 의심 수치는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분명했다.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하라고 요구하셨다?”
나는 주머니에서 꺼낸 **[도살자의 푸른 핵 파편]**을 가볍게 위로 던졌다가 받았다.
이 핵 파편은 단순한 마력 덩어리가 아니다. 아카데미 지하 던전의 장벽을 제어하는 마력 제어 장치와 주파수를 일치시킬 수 있는 일종의 ‘마스터 키’다.
이를 이용해 아카데미의 마력 제어 시스템에 접속한 뒤, 미공개 던전의 홀로그램 투사 장치를 해킹한다면?
내 완벽한 가짜 분신(일루전)을 관람석에 앉혀두고, 진짜 나는 가면을 쓴 채 던전 내부에서 날뛸 수 있다.
심지어 그 분신은 아카데미의 공인 마력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어떤 정밀 감지기나 한서희의 날카로운 감각으로도 ‘진짜 F랭크 윤진’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수석 입학생 윤진은 관람석에서 멍청하게 침을 흘리며 구경하고 있고, 던전 안에서는 가면 헌터가 마수들을 처참하게 도살하는 광경이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그 모습을 보는 성좌들의 반응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저거 봐라! 동시에 두 명 다 존재하는 거 보니까 진짜 사전 녹화된 CG가 맞네!’ ‘와, 요즘 그래픽 기술 진짜 미쳤다. 관람석에 앉아 있는 윤진까지 완벽하게 구현했네!’
의심도가 상승한다. 의심 수치가 900%를 뚫고 1000%에 도달한다. 그리고 내 전투력은 그에 비례해 신을 죽일 수 있는 수준으로 폭증한다.
“아주 거하게 판을 깔아줬는데, 밥상을 엎어버리면 예의가 아니지.”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올라갔다. 겁에 질려 어버버거리던 아싸 윤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마이크만 잡으면 세상 모든 것을 비웃는 ‘가면 헌터’의 광기 어린 미소만이 어두운 방 안에 가득했다.
“인간 세상과 마신 놈들 전부 모여서 내 강남 빌딩 자금이나 두둑하게 보태라.”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내일의 방송 예고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단 한 줄의 짧고 도발적인 문구였다.
**[가면 헌터 실시간 스트리밍 예고: 내일 정오, 대한 아카데미 지하 3층 던전 라이브. 주작 감별단 대가리 깨러 갑니다. CG 타령 하던 키보드 워리어들 전부 접속 대기해라.]**
***
다음 날 정오.
대한 아카데미 신관 지하 대강당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학내 임직원들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헌터 업계의 거물들, 그리고 언론사 기자들까지 몰려들어 장내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수십 년간 봉인되어 있던 ‘지하 3층 비급 던전’의 개방 시연회를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어이, 윤진. 너 왜 그렇게 넋이 나가 있냐? 어제 잠 못 잤어?”
옆자리에서 김대협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나는 일부러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얼굴로 좀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내일 시험 걱정 때문에 잠을 좀 설쳐서…….”
“쯧쯧, 불쌍한 자식. 수석으로 들어와서 부담감이 엄청난 모양이네. 걱정 마라! 이 대협 님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까!”
김대협은 제 일처럼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웃었다. 참 눈치 없고 고마운 방패막이 동료였다.
저 멀리 앞줄에는 라이벌 신지태가 오만한 자세로 앉아 나를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오늘 네놈의 밑천을 만천하에 드러내 주겠다’는 음흉한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내 바로 뒤편에는, 팔짱을 낀 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방을 경계하는 한서희가 서 있었다. 그녀는 가끔 내 스마트폰 화면을 슬쩍 훔쳐보며, 내가 ‘가면수호단’ 팬카페에 접속해 있는지 감시하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비소를 지으며 품 안의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화면 너머로 이미 수십만 명의 시청자들이 대기방에 입장해 채팅창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성좌들의 비아냥거리는 후원 메시지도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성좌 'CG_Slayer'가 10,000코인을 후원하며 조롱합니다!]** [가면구러기 새끼 끝까지 뻔뻔하게 대기방 파놓은 거 봐라ㅋㅋㅋ 10분 뒤면 네 정체가 다 까발려질 텐데 마지막 발악이냐? 아카데미 수석 윤진이 지금 관람석에 앉아 있는 거 다 확인했다. 어디 한번 방송 켜봐라, 이 사기꾼아!]
“어리석은 마신 놈.”
나는 작게 읊조리며 주머니 속의 [도살자의 푸른 핵 파편]에 미세한 마력을 주입했다.
그 순간, 대강당 지하에 매설된 거대한 마력 제어 장치가 미세하게 공명하며 내 신호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관람석에 앉아 있는 ‘진짜 윤진’의 형상이 마력 홀로그램으로 고정되는 동시에, 내 본체는 공간의 틈새를 타 지하 3층 던전 내부의 대기 구역으로 은밀하게 전송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무대의 막이 오를 시간이었다.
쿠구구구구구—!
강당 중앙의 거대한 강철 장벽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양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너머로 시퍼런 마력의 소용돌이와 함께, 기괴한 마수들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정오를 알리는 장엄한 개막종 소리가 아카데미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댕————! 댕————!
그 소리와 함께, 내 스마트폰의 생방송 시작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