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산바람이 솔개의 깃털처럼 차갑고 날카롭게 뺨을 스쳐 지나갑니다.

철검방 분타주가 공포에 질려 토해냈던 비틀린 좌표의 끝. 삼십 년 전, 당신의 가문을 피로 씻어내고 그 해골 위에 누각을 올린 원수들의 본산, 무극신종(無極神宗)의 후원이 마침내 어둠 속에서 웅장하고도 음습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밤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뜨락은 고요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하지만,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독을 품은 뱀의 혀와 같습니다.

사위(四圍)에서 서늘한 기운이 솟구칩니다. 찰나의 순간, 나뭇잎 서걱이는 소리도 없이 어둠 속에서 형체들이 솟아오릅니다. 본산의 정예 수문장들과 무극신종이 자랑하는 흑야묵검대(黑夜墨劍隊). 그들의 손에 쥐인 오금검(烏金劍)들이 반월의 차가운 빛을 반사하며 당신을 겹겹이 포위합니다. 삼십 사방, 퇴로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숲을 이룬 검날만이 당신의 목숨을 겨누고 있을 뿐입니다.

강호의 은원(恩怨)이란 물 위에 쓴 비망록과 같아서 세월의 흐름 속에 흐려지기 마련이라 하지만, 삼십 년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멸문의 한(恨)은 마르지 않는 낙수처럼 당신의 폐부를 끊임없이 두드려 왔습니다. 당신의 손끝이 오래된 검자루에 닿는 순간, 단전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정화(精華)의 기운이 뜨거운 맥박이 되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침입자의 사지를 찢어 사냥개들의 먹이로 던져라."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나직한 명령과 함께, 수십 자루의 검이 허공을 가르는 파공음을 자아냅니다. 그 기세는 마치 거센 한겨울의 강풍이 마른 나뭇가지를 꺾으려 몰아치는 것과 같습니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그물망 같은 검망(劍網)이 당신의 전신 혈도를 향해 좁혀옵니다. 적들의 살기가 사방에서 조여들며 호흡마저 가로막는 일촉즉발의 형국.

당신의 눈동자에 밤하늘의 시린 달빛이 어려 듭니다. 평생을 고독과 함께 벼려온 당신의 무공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어둠을 향해 비상할 채비를 마칩니다.

검풍이 코앞까지 들이닥친 바로 그 찰나, 당신의 발끝이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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