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달빛 조차 부서져 내린 어두운 밀실, 사위(四圍)는 오직 피비린내와 가쁜 숨소리 구슬프게 엉켜 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손끝에서 자아내진 무형의 검기(劍氣)는 마치 낙엽을 쓸어가는 가을바람처럼 쓸쓸하고도 가차 없었습니다. 무극신종(無極神宗)의 장로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해냅니다. 수십 년간 숲의 고독을 씹으며 갈고닦은 당신의 무공 앞에, 일성(一省)을 호령하던 그의 위세는 한낱 흙먼지에 불과했습니다.

"백… 무린…… 네놈이 정녕 살아있었단 말이냐……!"

장로의 눈에 서린 것은 공포를 넘어선 광기였습니다.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내린 검붉은 피가 바닥의 먼지를 적십니다. 삼대 세가 중 청성파의 맥을 끊고, 당신의 가문을 멸문으로 몰고 갔던 무공의 흔적이 이 늙은이의 신형(身形)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묻어두었던 복수의 불꽃이 당신의 가슴 심연에서 조용히 일렁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고요한 눈빛은 그저 마른 우물처럼 깊고 적막할 따름입니다.

바로 그 순간, 장로의 참혹한 면상에 비틀린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함께 황천길의 동반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파공음조차 내지 못한 앙상한 손이 그의 품속을 헤집었다가 튀어나옵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손바닥에서 터져 나온 것은 칠흑처럼 어둡고도 기괴한 자줏빛의 구체였습니다.

만독탄(萬毒彈). 무극신종이 자랑하는 가장 추악하고도 치명적인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암기였습니다.

*파아아앗!*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사방으로 자욱한 독안(毒煙)이 해일처럼 밀려듭니다. 달빛마저 삼켜버린 어둠 속에서, 살가죽을 태우고 뼈를 녹일 듯한 독기가 사방의 벽을 침식해 들어갑니다. 바닥의 돌돌이 치익치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고, 공기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탁해집니다. 장로 자신의 웃음소리마저 독기에 젖어 흐느낌처럼 일그러집니다. 시야가 완벽히 차단된 진공(眞空)의 암흑 속, 오직 사악한 독기가 당신의 사지를 옭아매기 위해 숨통을 조여옵니다.

가슴 속 깊은 곳, 전설의 영기(靈氣)인 겁천정화(劫天精華)가 이 이질적인 기운에 반응하여 뜨겁게 꿈틀거립니다. 은거의 세월 동안 당신의 맥(脈) 뒤편에 고요히 흐르던 그 기운이 깨어날 준비를 마쳤음을 직감합니다.

밀려드는 독무를 뚫고 잔인하게 조여오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당신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회피할 것인가, 혹은 정면으로 맞서 독무를 찢어발길 것인가. 짧은 찰나의 침묵 속에서 가문의 원한과 지독한 고독이 당신의 눈동자에 차갑게 가라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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