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을 뒤덮은 장엄한 침묵은 한 자루 칼날보다 날카롭게 당신의 살갗을 파고든다.
가문을 멸절(滅絶)로 몰아넣은 천인공노할 음모의 실타래. 그 배후의 끝에 도사린 최종의 원수, 독고패(獨孤覇)는 파멸을 눈앞에 두고도 광소(狂笑)를 터뜨린다. 황금빛 기와 아래 숨겨진 가혹한 진실이 마침내 백일하에 드러난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일말의 태정(泰定)마저 지워진다.
"백가의 망령이 제 발로 무덤을 찾아왔구나."
갈라진 목소리가 대전을 흔들며 황실의 금기된 투로를 그리기 시작한다. 기기묘묘한 수인(手印)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대전에 고여 있던 공기가 무겁게 침전된다. 그것은 천명을 참칭한 자들이 어둠 속에서 키워낸 황무(皇武)의 역천(逆天) 비술. 독고패의 전신에서 뼈가 어긋나고 근육이 기괴하게 팽창하며 비명 같은 파공음이 울려 퍼진다.
인간의 굴레를 조소하듯 솟아오르는 검붉은 마기(魔氣). 그의 피부 위로 검은 비늘이 돋아나고, 안구는 자색의 흉광으로 물든다. 이미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마수(魔獸)의 형상. 그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대리석 바닥이 모래처럼 바스러지며, 형용할 수 없는 포악한 기압이 대전을 채운다.
당신의 가슴속에서 가쁜 호흡이 뜨거운 피가 되어 울크러진다. 기혈을 난도질하는 극심한 내상과, 지난날 복수를 위해 심장 깊숙이 밀어 넣었던 비장한 기연의 힘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폭주하기 시작한다. 빙탄(氷炭)이 한 몸에서 맹렬히 싸우는 듯한 극통. 시야가 붉게 물들고 오른손에 쥔 가문의 보검이 비명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아득해진다. 고독한 은거의 세월 동안 벗 삼았던 소나무 언덕의 바람 소리도, 밤하늘을 차갑게 비추던 은빛 달빛의 잔상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득히 멀어진다. 오직 눈앞에서 아가리를 벌린 심연과, 가슴속에서 고동치는 망자들의 한 맺힌 복수심만이 적막강산(寂寞江山) 속에서 홀로 실존할 뿐이다.
독고패가 포효한다. 그 음파만으로도 귓가에 선혈이 흘러내린다. 그가 내지르는 격돌의 전조는 흡사 만경창파(萬頃蒼波)를 뒤흔드는 검은 해일과 같아, 피할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오직 이 한 걸음에 생사의 경계와 가문의 오랜 염원이 모두 걸려 있다.
당신은 검자루를 부서질 듯 움켜잡는다. 손아귀에서 배어 나온 선혈이 차가운 검신을 타고 슬프게 흘러내린다. 이 절체절명의 생사존망(生死存亡)의 갈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