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조실 안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앉는다. 천장에 매달린 백색 형광등은 눈이 시릴 정도로 깜빡이지만, 구석진 모서리마다 고인 어둠은 오히려 더 깊고 선명해진다. 차갑게 식어버린 당신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방금 전 당신이 던진 말—붉은 방의 기억과 그의 손목에 새겨진 나비 흉터—은 차가운 공기 중에 얼어붙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강 형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가죽 장갑 밑, 당신이 응시하던 자신의 손목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천천히 올라와 당신의 눈동자 정중앙에 박힌다. 당황이나 초조함을 기대했던 당신의 예측은 어긋난다. 그의 입꼬리가 기묘할 정도로 정적인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미소의 끝에 걸린 온도는 영하에 가깝다.
"눈썰미가 제법이군."
조용히 읊조리는 목소리는 나직하고, 오히려 기묘한 친근함마저 묻어 있어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는다.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구두 굽이 시멘트 바닥을 짓이기는 서늘한 마찰음이 밀폐된 방 안을 무겁게 채운다. 가죽 장갑을 낀 손이 벽면에 설치된 제어 패널로 향한다. 망설임 없는 손길이 스위치를 내리자, 벽 모퉁이에서 붉은빛으로 명멸하던 CCTV의 카메라 렌즈가 툭, 소리를 내며 검은 안구처럼 죽어버린다.
이제 이 방은 완전한 밀실이자, 그 어떤 법적 감시도 미치지 않는 기록의 공백 지대다. 철저하게 고립된 백색의 상자 안에서, 당신과 그의 소리 없는 숨소리만이 날카롭게 부딪친다. 관찰하는 주체와 관찰당하는 객체의 위치가 단숨에 뒤바뀐다. 강 형사가 흘리는 침묵은 죄책감이 아니다. 그것은 덫에 걸린 사냥감을 내려다보는 포식자의 비정한 여유다. 기록되지 않는 공간 속에서 인간은 손쉽게 지워질 수 있다.
강 형사가 재킷 안주머니로 손을 집어넣는다. 거친 가죽 가먼트가 서로 쓸리는 서각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귓전을 때린다.
"진실을 증명하는 건 목격자의 눈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문장이지. 네 불완전한 머릿속 기억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어."
그의 손이 안주머니에서 빠져나왔을 때, 형광등 빛을 반사하며 차갑고 둔탁한 빛을 내뿜는 검은 쇠붙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교하게 손때가 탄 리볼버 권총이다. 총구는 지극히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궤적을 그리며 당신의 이마 중앙을 똑바로 겨눈다. 화약과 기름이 뒤섞인 비린 냄새가 코끝을 유린하고, 금속 특유의 물리적인 냉기가 벌써부터 이마를 뚫고 들어오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방아쇠에 걸린 그의 둘째 손가락이 천천히 뒤로 당겨지기 시작한다.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조차 멈춘 듯한 침묵 속에서, 당신의 심장 소리만이 고막을 찢을 듯 요동친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다음 순간 당신의 이마에는 지워지지 않는 붉은 구멍이 뚫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