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목구멍을 넘어가는 물은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차갑다. 얼음물도 아닌데 혀끝을 마비시키는 은근한 단맛이 맴돈다. 취조실 구석에서 웅웅거리는 노후한 환풍기 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천장의 형광등 불빛이 가늘게 떨리며 당신의 속눈썹 위로 짙고 정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앉아 뼈마디를 시리게 만드는 착각이 든다.

강 형사는 담배를 입에 물지 않은 채, 손가락 사이로 그것을 끊임없이 굴리며 당신의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다. 그의 시선은 탐욕스러우면서도 한없이 가라앉아 있다. 물속에 녹아 있던 미량의 약물이 혈관을 타고 뇌줄기를 흔드는 순간, 당신의 의식은 둔탁한 현기증과 함께 무채색의 심연으로 추락한다.

어둠 속에서, 얼어붙어 있던 기억의 빙벽이 요란한 균열음을 내며 갈라진다. 제3자의 서늘한 눈이 되어 당신은 그날 밤의 외진 지하실, 그 붉은 방으로 다시 밀려 들어간다.

비릿한 철분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붉은 조명 아래, 당신은 도끼나 칼을 쥐고 있지 않았다. 당신의 손은 바닥에 쓰러진 채 경련하는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몸을 거칠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던 진짜 포식자는 따로 있었다.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던 두꺼운 제복의 옷깃, 그리고 가슴팍에서 차갑게 반짝이던 은색 경찰 배지. 당신이 그 사내의 손목을 꺾으려 몸을 날렸던 찰나, 무거운 둔기가 당신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암전되기 직전, 당신의 눈에 담긴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며 기괴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짓던 사내의 실루엣이었다.

당신은 살인마가 아니다. 목격자이자, 그녀를 구하려다 정교하게 짜인 덫에 걸려든 사냥감이었을 뿐이다.

"…정신이 좀 드나?"

나지막한 목소리가 고막을 뚫고 들어온다. 눈을 뜨자, 어두운 취조실 탁자 너머로 강 형사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그날 밤 유령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그 제복의 실루엣과, 지금 당신 앞에 앉아 있는 사내의 넓은 어깨가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일치한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내미는 손과, 숨통을 끊기 위해 뻗는 손은 멀리서 보면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는 법이다. 강 형사는 당신이 기억의 단편을 붙잡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그저 약물에 취해 무너져 내리는 가엾은 용의자의 초상으로 오인한 채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 뒤에 숨은 잔혹한 확신을 보는 순간, 당신의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는다.

이제 당신은 선택해야 한다. 기억이 모두 돌아왔음을 이 사냥꾼에게 들킬 것인가, 아니면 그가 놓은 덫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척 연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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