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을 찌르는 매캐한 소독약 냄새가 차가운 공기를 타고 폐부 깊숙이 박힌다. 희뿌연 형광등 불빛이 주기적으로 깜빡이며, 의무실 안의 회색빛 사물들을 메마른 명도로 물들이고 있다. 침대에 누운 당신의 뺨에 닿는 시트의 감촉은 서늘하다 못해 축축하게 느껴진다. 취조실에서 쓰러진 뒤 의무실로 실려 오는 과정은 어렴풋한 정전의 연속처럼 뇌리에 끊겨 있다.
제3자의 시선으로 관조한다면, 침대 위의 당신은 지독한 무기력에 빠진 한 마리 갇힌 짐승에 불과할 것이다. 헐떡이는 숨결, 굳게 닫힌 눈꺼풀, 그리고 침대 난간에 차갑게 묶인 한쪽 팔의 수갑. 그러나 감은 눈꺼풀 밑으로 당신의 안구는 쉴 새 없이 구르고 있다. 머릿속의 안개 너머로, 강 형사의 날 선 목소리가 이명처럼 맴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범행 수법을 흘리던 그의 태도, 그 찰나의 흔들림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다급한 연출에 가까웠다.
"잠깐 가만히 있어 봐. 저쪽이랑 통화 좀 하고 올 테니까."
당신을 감시하던 젊은 순경이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며 복도로 나간 상태다. 문이 완전히 닫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의무실 안에는 차가운 적막만이 남았다. 기회는 지금뿐이다.
당신은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시선이 닿는 곳은 가깝고도 멀다. 오른손을 조이고 있는 헐거운 수갑. 순경이 서두르느라 다 채우지 못한 채 약장에 던져둔 열쇠 뭉치가 희미한 금빛으로 반짝인다. 그리고 바로 옆, 미닫이문이 반쯤 열린 철제 캐비닛 안에는 환자들의 진료 기록과 약물 처방전이 꽂혀 있는 파일철들이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어쩌면 이곳에 당신이 잃어버린 밤의 ‘처방’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지워진 기억이란 결국 강제로 주입된 망각의 물리적 결과물일 테니까. 어떤 흔적을 지우기 위해 투여된 약물은 반드시 기록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시에, 활짝 열린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밤바람이 당신의 살갗을 차갑게 파고든다. 2층 높이의 창틀 너머는 경찰서의 어두운 뒤뜰로 통하는 탈출구다.
여기에 남아 숨겨진 약물의 진실을 파헤쳐 자신을 증명할 것인가, 아니면 이 구속으로부터 몸을 빼내어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것인가. 소독약 냄새 뒤로 무거운 침묵이 목을 조여온다. 복도 저편에서 무거운 구두 굽 소리가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시간은 이미 멈추어 서서 당신의 손끝만을 재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