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취조실의 공기는 언제나 영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시리다. 등 뒤에서 가늘게 흘러나오는 미약한 환풍기 소리가 고막을 긁고, 회색빛으로 탁해진 형광등 아래에서 당신의 그림자는 벽을 따라 사선으로 길게 늘어져 누워 있다. 가장 어두운 곳에 도사린 침묵이 서서히 방 안을 잠식해 들어간다.

강 형사는 여전히 성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사건 현장의 사진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어렴풋이 겹치는 붉은 방의 비명이 당신의 두뇌 속에서 비틀린 채 부유한다. 당신은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그의 가죽 장갑을 낀 단단한 손이 철제 책상 모서리를 거칠게 움켜쥔다.

그 순간, 탁자 위를 감돌던 탁한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는다.

장갑의 가죽 이음새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그의 와이셔츠 소매 깃이 위로 밀려 올라간다. 그 짧은 찰나, 당신의 눈동자에 들어온 것은 그의 오른쪽 손목 안쪽에 깊게 패인 기괴한 흔적이다.

거칠게 찢겨 나갔다가 아문 살점의 궤적. 정교하고 악의적으로 그어진 칼자국들이 모여 만들어낸 그것은, 영락없이 날개를 펼친 ‘나비’의 형상이다.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운 소름이 돋아난다. 기억의 지하실에서 솟구쳐 올랐던 환각 속, 당신의 목을 죄어오던 괴한의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던 바로 그 조각이다. 붉은 피가 가득했던 그 공간에서, 흐릿한 시야 너머로 목숨을 앗아가던 그 잔혹한 날갯짓이 바로 앞의 경찰, 강 형사의 손목 위에서 똑같이 숨 쉬고 있다.

피해자의 가슴을 가르고 떠난 진범은 외부에 있던 괴한이었을까, 아니면 공권력이라는 가장 완벽한 방패 뒤에 숨은 심판자였을까. 그가 지나치게 상세하게 읊어대던 범행 수법들이 모두 수사 선상의 정보가 아니라 본인의 기억 속 재현이었다면, 비어 있던 모든 아귀가 들어맞기 시작한다.

강 형사는 당신의 굳어버린 시선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가죽 장갑을 신경질적으로 고쳐 끼며 거친 숨을 내뱉는다. 가죽이 살을 쓸어내리는 불쾌한 마찰음이 밀폐된 취조실 안에 사납게 번진다.

“왜, 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할 텐가?”

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가라앉아 있다. 마치 박제용 핀을 들고 나비의 날개를 찌르기 직전의 수집가처럼, 지극히 침착하고도 잔인한 온도다.

당신의 심장이 갈비뼈 안쪽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저 흉터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당신의 목을 조여오는 거대한 덫의 입구인가.

그때, 강 형사의 포켓 속에서 둔탁한 진동음이 울린다. 그는 액정을 확인하더니 낮게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있지. 허튼짓할 생각은 마라.”

무거운 철문이 닫히고, 기괴한 적막이 방 안을 채운다. 넓은 책상 위에는 그가 미처 챙기지 못한, 갈색 가죽 수첩이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다. 수첩의 벌어진 틈새 사이로 빽빽하게 적힌 사건 기록과 피해자들의 사진이 살짝 비친다.

진실을 움켜쥐거나, 혹은 그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당신의 손끝 닿을 거리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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