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조실의 형광등은 지나치게 밝다. 푸르스름한 백색광이 알루미늄 테이블 표면에 반사되어 당신의 시야를 시시각각 가늘게 찢는다. 손끝을 타고 흐르는 은색 탁자의 냉기는 손가락을 거쳐 척수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다. 당신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손톱 밑에 낀 검붉은 얼룩, 그것이 정말 누군가의 피인지, 아니면 그저 씻기지 않은 시간의 먼지인지 알 수 없다. 지독한 인지 부조화 속에서 뇌리에 남은 것은 오직 불길한 침묵뿐이다.
"정말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지독한 담배 냄새가 섞인 한숨이 당신의 얼굴 위로 쏟아진다. 강 형사의 거친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다.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의 누런 서류철을 거칠게 두드린다. 탁, 탁, 탁. 일정한 박자의 소음이 마치 시한폭탄의 초침처럼 귓가를 때린다. 정교하게 짜인 기계처럼 움직이던 그의 눈빛이 순간 흔들린다. 당신의 침묵이 그의 인내심을 갉아먹은 듯하다.
"진짜 모른다? 네가 그 방에 있었잖아! 피해자의 목에 감겨 있던 낚싯줄, 그리고 그 끝에 남겨진 일곱 번의 매듭! 그걸 지을 수 있는 건 그 자리에 있던 놈뿐이야!"
강 형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서 작지만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린다.
일곱 번의 매듭.
그것은 언론에 단 한 번도 보도되지 않은, 수사팀 내부에서만 공유된 비밀 정보였다. 뉴스는 그저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만 짤막하게 내보냈을 뿐이다. 당신의 텅 빈 기억 속에서, 그 '일곱'이라는 숫자가 올가미처럼 목을 죄어온다. '매듭'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묘한 위화감.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단서인지, 아니면 당신이 스스로 목을 매달 밧줄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강 형사의 숨소리가 거칠게 흔들린다. 스스로 실언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 그의 눈동자가 아주 짧은 순간 가늘게 떨린다. 취조실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의 그림자가 벽면의 어둠 속으로 길게 늘어지며, 마치 거대한 포식자가 당신을 집어삼키려는 듯 기괴한 형상을 취한다.
그의 실수는 단순한 감정 과잉일까, 아니면 당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던진 정교한 미끼일까. 어쩌면, 그는 당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도발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살인 사건의 진짜 배후에 그가 서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의 심장박동이 차갑게 가라앉으며, 뇌 바닥에서 팽팽한 이성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침묵을 지키던 당신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한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형광등 불빛을 받아 기분 나쁘게 번들거리고 있다. 이제, 이 위험한 체스판에서 손을 움직여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