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변호사를 불러주십시오."

목구멍을 긁고 나온 목소리는 낯설고 갈라져 있었다. 당신의 손끝은 심문실의 철제 책상 표면만큼이나 차갑게 식어 있었다. 냉정함을 가장하려 했으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미세하게 떨려오는 호흡까지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강 형사는 답 대신 낮게 웃었다. 그 비웃음은 이 차가운 취조실 내부의 공기를 한 차례 더 얼려버리는 듯했다. 그는 품 안에서 거칠게 손을 뻗어, 코팅된 사진 한 장을 당신의 턱밑까지 바짝 밀어 넣었다. 철제 책상과 사진 모서리가 부딪치며 날카로운 마찰음이 고막을 찔렀다.

"변호사? 당신 상황 파악이 아직 안 되는 모양인데."

강 형사의 목소리는 마치 잘 길들여진 맹수의 으르렁거림 같았다.

"이 사진을 보고도 그 말이 나오는지 보자고."

눈앞에 들이밀어진 것은 처참히 훼손된 피해자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플래시 빛을 받아 기괴하게 일그러진 얼굴. 형광등의 창백한 백색광 아래, 사진 속 붉은 피의 얼룩은 유독 어둡고 진한 검은색에 가깝게 보였다. 마치 누군가 고의로 검은 잉크를 쏟아부은 것처럼.

그 순간, 창백한 조명 너머로 짙은 어둠이 밀려들며 시야가 뒤흔들렸다. 머릿속 깊은 곳, 퓨즈가 끊어진 배전반에서 스파크가 튀듯 강렬한 노이즈가 일어났다. 관자놀이를 조여 오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귓가에 이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급격히 '현상(現像)'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두운 암실 속에서 붉은 용액에 잠긴 인화지 위로 형상이 드러나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당신의 망막 위에 각인되는 거대하고 기괴한 붉은 공간의 조각. 벽도, 바닥도 온통 기분 나쁜 붉은 조명으로 물든 방이었다. 어둡고 축축하며, 공기조차 비릿하게 끈적거리는 그곳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찢어지듯 울려 퍼졌다. 목을 쥐어짜는 듯한 비명. 절박하고도 소름 끼치는 그 소리는 사진 속 피해자의 것일까, 아니면 다름 아닌 당신 자신의 비명일까.

붉은 방의 온도감은 차가우면서도 비정상적으로 뜨거웠다. 살을 에는 듯한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피의 열기.

"왜 그래? 눈빛이 변했는데."

강 형사의 예리한 눈동자가 당신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저인망 그물처럼 샅샅이 훑었다. 그의 시선은 얼음 송곳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당신의 미세한 맥박 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머릿속의 비명 소리는 순간적으로 잦아들었지만, 붉은 방의 잔상은 망막에 눌러붙어 지워지지 않았다. 이것은 망가진 뇌가 만들어낸 가짜 환각인가, 아니면 당신이 저지른 참혹한 행위의 무의식적 자백인가.

당신은 떨리는 입술을 짓씹으며 강 형사를 마주 보았다. 그의 손가락 끝은 여전히 사진의 가장자리를 단단히 누르고 있었다. 이 정체모를 기억의 파편을 그에게 털어놓아야 할까, 아니면 이 서늘한 취조실에서 일단 나만의 패로 숨겨두어야 할까.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공기가 무겁게 침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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