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내부를 가득 채운 백색 LED 무영등 아래, 적막한 공기를 가르는 것은 오직 생체 신호 모니터의 규칙적인 기계음뿐이다.
삐- 삐- 삐-
화면 너머로 전 세계 수천 명의 흉부외과 전문의들과 의학 기자들이 접속한 ‘글로벌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 채널의 동시 접속자 수가 가파르게 치솟는다. 벽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우측에는 실시간 스트리밍 채팅창이 쉴 새 없이 굴러가고 있다. 병원장과 재단 이사회가 설계한 시나리오는 완벽해 보였다. 환자는 현재 정재계를 뒤흔드는 권력의 핵심, 국회의원 정세진. 공식 차트에 기록된 병명은 심각한 삼혈관 질환(Triple Vessel Disease)으로 인한 관상동맥 우회술(CABG, Coronary Artery Bypass Grafting).
하지만 당신의 막막을 두드리는 푸른빛의 메디컬 시스템 창은 전혀 다른 숫자를 뱉어내고 있다.
[환자명: 정세진 (62/M)] [위조된 임상 진단: Severe 3-Vessel Disease] [실제 생체 진단: 조작된 심혈관 협착. 종격동(Mediastinum) 내부 대동맥 배면에 은폐된 갈색세포종(Pheochromocytoma) 존재.] [경고: 인위적인 에피네프린(Epinephrine) 지속 주입으로 유도된 가짜 협심증. 외과적 절개 시 카테콜아민 발작(Catecholamine crisis) 유발률 99.1%. 사공(Death) 확률 매우 높음.]
병원장 일가는 이 위조된 수술을 통해 정 의원을 합법적으로 테이블 데스(Table Death)에 이르게 하거나, 혹은 평생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비리를 영원히 묻어버릴 계획이다. 당신은 그들의 정교한 살인 도구로 낙점된 것이다.
"강 선생, 뭘 망설이나? 전 세계가 보고 있네. 준비된 대본대로 LIMA(Left Internal Mammary Artery, 좌내유동맥) 박리부터 신속하게 진행하게."
인터컴(Intercom) 너머, 참관실 유리창 뒤에 선 병원장의 목소리가 수술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의 일그러진 미소가 유리에 비친다.
그 순간, 환자의 바이탈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HR 132bpm, BP 185/115mmHg, SpO2 90%.
"혈압이 제어가 안 됩니다! 수축기 190 돌파!" 마취과 의사의 목소리에 균열이 인다. "에스몰롤(Esmolol) 풀 도즈로 들어갑니다! 강 교수, 이 상태로 개흉하면 어레스트(Arrest, 심정지) 옵니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당신의 뇌세포가 얼어붙는 순간, 시스템이 극비리에 계산해 낸 두 갈래의 고발 시나리오가 망막 위에 정렬된다. 완전한 이성적 통제 하에 텍스트가 깜빡인다.
[시나리오 A: 라이브 고발 (Public Revelation)] - LIMA 박리를 거부하고 종격동을 박리, 은폐된 갈색세포종과 약물 주입 라인을 카메라 전면에 노출시킬 것. -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병원 재단의 살인 모의 및 차트 조작을 실시간 폭로. - 사회적 파장: 극대화 / 위험도: 최고 등급 (재단과의 전면전 및 법적 공방 즉시 개시).
[시나리오 B: 시스템 하이재킹 (System Hijacking)] - 시스템 무선 포트를 통해 병원 내 중계 서버 가상 IP 접속. - 송출 영상 및 바이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디프페이크 위조하여 정상 수술인 것처럼 대외 방송 전송. 실제 현장에서는 갈색세포종을 비밀리에 제거하여 환자를 살려낸 탑 시크릿(Top-secret) 카드를 확보. - 이익: 극대화 / 위험도: 보통 (병원장을 영원히 지배할 치명적인 약점 획득).
10번 메스(No. 10 Scalpel)를 쥔 당신의 손끝에 땀이 배어난다. 수술실 스태프들의 시선, 벽면을 메운 중계 카메라의 렌즈가 일제히 당신의 손길을 정조준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환자의 심박수 수치는 붉게 점멸하며 파멸을 경고한다.
어떤 경로를 택할 것인가. 당신은 메스를 고쳐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