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삐이, 삐이, 삐—" 수술실의 침묵을 깨는 모니터 음이 한층 날카로워진다.

"SpO2 62%. BPM 165. 혈압 52/31mmHg. 환아 버틸 수 있는 시간 길지 않습니다."

마취과 의사의 다급한 음성이 공기를 짓누른다. 수술대 위에 누운 다섯 살 소아 환자의 전신은 이미 짙은 청색증(Cyanosis)으로 푸르게 질려 있다. 극심한 활차사징증(TOF, Tetralogy of Fallot)에 폐동맥 폐쇄(Pulmonary Atresia)가 동반된 최악의 심장 기형. 심장과 폐를 연결해야 할 혈관들이 기형적으로 퇴화해, 실보다 얇은 주요 체폐동맥 측지혈관(MAPCAs) 수십 개가 겨우 숨통을 붙들어 매고 있을 뿐이다.

국내 소아 심장 권위자들조차 수술 성공률 5% 미만을 선언하며 고개를 저었던 절망적인 케이스. 당신이 메스를 거머쥐자, 시야가 급격히 동결되며 푸른빛의 메디컬 시스템 가이드가 안구 전체를 덮어씌운다.

[환아 정보: 이은우 (M/5)] [진단명: Tetralogy of Fallot with PA, Severe MAPCAs] [경고: 고식적 단락술 적용 시 수술 중 사망률 92%] [시스템 제안: 하이브리드 완전 단일화 수술 (Hybrid Unifocalisation)]

순식간에 시스템이 심장의 3D 입체 그래픽을 망막 위에 투사한다. 거미줄처럼 뒤엉킨 심장 모형 위로, 기존 의학 교과서 어디에도 실리지 않은 기괴하고도 정교한 혈관 우회 경로가 붉은 점선으로 조각되기 시작한다. 카테터를 진입시켜 미세 측지혈관들을 하나로 묶는 중재술을 시행한 동시에, 흉부를 열어 인공 혈관을 문합(Anastomosis)하는 전무후무한 동시 병합 집도법이다.

감정을 배제한 당신의 이성이 냉정하게 수치들을 스캔한다. 오차 허용 범위 단 0.1mm. 소아의 심장 벽은 페이퍼 타월처럼 얇다. 바늘끝 하나만 빗나가도 우심실 파열(Rupture)로 현장에서 즉사한다. 성공한다면 기적적인 완치지만, 실패의 대가는 소아의 심장이 당신의 손안에서 그대로 멈춰 서는 일이다.

"강 선생, 고집 피우지 마. 안전하게 갈 우회로가 없어. 고전적인 BT 단락술(MBTS)로 일단 우심실 압력만 낮추고 뒤로 빠지자." 맞은편에 선 흉부외과 조교수의 손끝이 잘게 떨리고 있다. 그의 말대로 안전성에 가중치를 두고 시스템의 시야 보조 기능만 빌려 기존 수술을 안전하게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생사를 가를 확률의 벽을 깨부수고, 시스템이 설계한 미지의 극한 경로로 뛰어들 것인가.

당신의 메스 끝이 차가운 무영등 불빛 아래에서 멈춰 선다. 결정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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