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ICU)의 공기는 늘 무겁고 비린내가 난다. 하지만 오늘 밤의 공기는 평소보다 훨씬 더 소름 끼치도록 가라앉아 있다.
"우우웅- 삑, 삑, 삑!"
급박하게 울리는 경고음이 정적을 깬다. 당신의 시선이 환자의 침상 옆 모니터로 향한다.
BP 76/45 mmHg. BPM 138회. SpO2 89%.
수축기 혈압(Systolic BP)이 80선 붕괴를 넘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복강경 위암 절제술을 받고 나온 환자의 배액관(Drain)으로 붉은 선혈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다. 활동성 출혈(Active bleeding)이다.
"강 선생! 환자 혈압이 안 잡혀! 폰 빌레브란트(von Willebrand) 인자 이상도 없는 환자인데 왜 스테이플 라인이 터지는 거지?"
당직의가 다급하게 정맥 주사 라인을 확보하며 소리친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 원인을 알고 있다. 당신의 망막 위에 떠오른 차갑고 푸른 빛의 시스템 세부 화면이 그 추악한 진실을 낱낱이 해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동기화 완료: 위성 분석 네트워크(Satellite Analysis Network) 가동] [분석 대상: 당일 복강경 수술에 사용된 일회용 자동 봉합기(Endoscopic Stapler, Model: ES-400)] [결함 분석: 내부 고정용 티타늄 핀 장력 설계 오류. 정상 규격 대비 인장 강도 42% 미달. FDA Class I 리콜 대상] [추적 결과: 불합격 장비 무단 수입 및 정밀 검사 우회 판정]
지독할 정도의 정밀한 시스템 추적 기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 단계 더 깊은 음모의 심장부로 파고든다.
[자금 흐름 분석 결과 수신] [- 수입 대행사: (주)해성메디칼 (실소유주: 병원장 강득수의 친형)] [- 최종 유통처: 태성재단 이사회 계열사 백도어 계좌] [- 유통 마진 차익: 약 42억 원 확인] [범죄 사실 구조화 보고서 완료. 언론사 및 검찰청 전용 고발 포맷팅 구축]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삼아 거대 재단이 벌인 조직적 범죄. 겉으로는 최첨단 의술을 자랑하던 태성대학병원의 민낯은 썩어 들어가는 시체와 다름없었다. 이 자료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순간, 재단의 성벽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지리라.
"강 선생! 당장 재수술(Re-operation) 잡아야 해! 하지만 남은 스테이플러 물량도 전부 같은 배치(Batch) 제품밖에 없어! 수술방 열었다가 또 터지면 그땐 끝이야!"
간호사가 다급하게 수술 카트를 밀고 들어온다. 환자의 맥박수가 150회를 돌파한다.
"삐, 삐, 삐, 삐-"
BPM 152. 산소포화도 87%.
시간이 없다. 검찰과 언론의 힘을 빌려 이 추악한 재단을 단숨에 파멸시킬 것인가, 아니면 이 불량 장비마저 시스템의 피드백 제어로 통제해 수술을 성공시킨 뒤 병원장의 목줄을 직접 쥘 것인가.
당신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결정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