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문 끝에 수술실에 들이닥친 황 부교수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 있다. 환자는 이송 중 발생한 급격한 혈역학적 불안정(Hemodynamic instability) 상태로 인해 이미 복부 개방 상태다.
"비켜! 내가 집도한다!"
황 부교수가 당신을 거칠게 밀쳐내고 메스를 거머륌과 동시에, 수술실 안의 공기가 급격히 냉각된다. 그의 거칠고 불안정한 손끝이 후복막(Retroperitoneum)을 파고든다.
삐비비빅—!
연속적인 경고음. 수술실 모니터가 요동친다. 혈압 82/48 mmHg. 맥박 142회. SpO2 89%.
"흡인기(Suction) 대! 출혈점을 찾아야 할 거 아냐!"
황 부교수의 고함에 레지던트들의 손길이 엉키기 시작한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황 부교수가 지혈 겸자(Hemostatic clamp)를 무리하게 밀어 넣는다.
*콰직.*
둔탁하고 불길한 파찰음이 손끝을 타고 전해진다. 순간, 분수 같은 선홍빛 혈액이 황 부교수의 페이스 쉴드를 적시며 솟구쳐 오른다.
"아, 아냐... 이럴 리가..."
황 부교수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가 건드린 것은 단순한 정맥이 아니었다. 상장간막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 SMA)의 주간부(Trunk)가 완전히 종축으로 찢겨 나갔다. 박리(Dissection) 과정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의원성 손상(Iatrogenic injury)이다.
당신의 눈앞이 차갑게 얼어붙으며, 현실의 시공간이 극도로 느려진다. 붉게 타오르던 상태창이 순식간에 청색의 시스템 가이드라인으로 전향된다. 감정이 표출될 일말의 여지도 없이, 오직 데이터만을 수용하는 이성만이 남는다.
[환자 정보: 이만식 (M, 52세)] [진단명: 의원성 상장간막동맥 파열로 인한 급성 복강 내 대량 출혈] [실시간 생존 확률: 7%... 5%... 지속 하락 중] [활력 징후: BP 60/35 mmHg, HR 152bpm, SpO2 81%]
어마어마한 양의 출혈이 복강을 채운다. 이미 직경 6mm에 달하는 동맥 주간부가 파열되어 통상적인 혈관 봉합술(Arteriorrhaphy)은 불가능하다. 인공혈관을 가져오기에는 환자의 심장이 버티지 못한다.
그 순간, 상태창 상단에 기괴하게 뒤틀린 전자기 회로 같은 기하학적 궤적이 그려진다. 파란빛 가이드라인이 파열된 동맥의 아래쪽,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부위로 연결된다.
[우회 가이드라인 가동] [경로: 복강동맥(Celiac trunk)의 분지인 위십이지장동맥(Gastroduodenal Artery, GDA)을 역행성(Retrograde)으로 이용한 상장간막동맥 말단부 대동맥 우회로 조성술(Aorto-mesenteric bypass)]
존재하지만 임상적으로 거의 시도되지 않는, 이론조차 희박한 극단적인 측부순환(Collateral circulation) 활성화 침로다. 실패하면 즉각적인 장 괴사(Bowel infarction)와 테이블 데스(Table death)에 이를 수 있는 무모한 도박.
"지혈대(Tourniquet)... 아니, 포셉 하나 더 줘! 빨리!"
황 부교수의 목소리가 꼴깍 넘어가는 비명으로 바뀐다. 패닉에 빠진 그의 손가락이 피바다가 된 시야 속에서 갈팡질팡한다. 무의미하게 혈관을 잡아 뜯으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의 손길이 한 번 가닿을 때마다, 환자의 혈압은 50 mmHg 선마저 위협받으며 임종의 문턱으로 나아간다.
혈압 52/31 mmHg. 맥박 159회.
수술실 안의 모두가 호흡을 멈춘다. 황 부교수의 이마에서 흐른 식은땀이 오픈된 복강 안으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당신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시스템이 제시한 푸른 우회 침로는 마치 메스를 기다리는 듯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이 미친 침로를 성공시킬 수 있는 손가락은 오직 당신의 것뿐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감히 교수의 가슴팍을 밀쳐내고 수술실의 모든 룰을 깨부수며 메스를 가로채는 일이다.
당신은 황 부교수의 떨리는 메스 끝을 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