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세요! 응급 환자 이동합니다! 엘리베이터 잡아!"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복도를 찢을 듯 울렸다. 이동식 인공호흡기(Portable Ventilator)가 기계적인 숨을 뿜어대고 있었고, 당신의 손은 환자의 가슴 위에 얹혀 있었다. 한 걸음이라도 빨리 정밀 검사실로 이송해야 했다.
코너를 도는 순간, 수액 걸이가 요란하게 흔들리며 휴대용 바이탈 모니터가 날카로운 금속음을 질렀다.
*삐- 삐- 삐-삐-삐-삐!*
BPM 142. 타키카디아(Tachycardia, 빈맥). 그 숫자가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밑바닥으로 고꾸라졌다.
BPM 85, 52, 34... 동맥압(ABP) 수치는 더욱 참혹했다. 70/40, 50/30, 측정 불가(Unmeasurable).
"어...? 어? 혈압이 안 잡혀요! 플랫(Flat) 들어옵니다!"
이송을 돕던 간호사의 안면이 하얗게 질렸다. 환자의 목덜미를 보았다. 경정맥이 곧 터질 것처럼 흉측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Jugular venous distention(경정맥 확장). 급히 손가락 끝으로 환자의 경동맥(Carotid artery)을 짚었다. 손끝에 와닿는 박동이 없었다.
"Cardiac arrest(심정지)!"
동시에, 당신의 시야를 채우던 푸른색 시스템 창들이 일제히 핏빛 붉은색으로 전환되며 경고음을 쏟아냈다. 망막을 찌르는 적색 경고 마크들이 환자의 흉부 위로 겹쳐 올랐다.
[위기: 심낭 내 급격한 혈종 증가로 인한 Cardiac Tamponade(심낭압전)] [환자 생존 확률: 28%... 19%... 11%...] [가이드라인 변경: 즉각적인 Percutaneous drainage(경피적 배액술) 불가능. 손상 부위 확장으로 긴급 가슴 개방(Emergency Thoracotomy) 권장.] [남은 골든타임: 03:20]
머릿속이 아스팔트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다.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이성적인 시선이 환자의 신체 징후들을 스캔하듯 읽어나갔다.
경정맥 분노, 들리지 않는 심음(Muffled heart sounds), 그리고 저혈압. 완벽한 벡의 삼징후(Beck's triad). 심장막 내부(Pericardial sac)에 가득 찬 피가 심장을 강력하게 압박하여 이완을 막고 있다. 펌프가 물리적으로 멈춘 상태다. 가슴을 열고 눌린 심장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뇌 손상이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3분뿐이다.
"현우 선생! 어떻게 해요? 당장 흉부외과(CS) 펠로우 콜할까요? 아니면 CPR 치면서 ICU(중환자실)로 올릴까요?"
레지던트 1년 차가 패닉에 빠져 당신의 어깨 주위를 더듬었다. 의사 면허를 갓 딴 초짜들의 눈에는 이 상황이 거대한 재앙으로 보일 터였다.
귓가를 짓누르는 단조로운 경고음 속에서 생존 확률은 이제 한 자리 수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기서 당신이 직접 가슴을 연다면, 그것은 전공의의 권한을 엄격히 넘어선 월권행위이며 의료 소송의 구렁텅이로 기어 들어가는 짓이다. 하지만 상급자를 부르고 그들이 도착해 메스를 잡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10분. 환자는 확실하게 사망한다.
주변의 소음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오직 점멸하는 적색 시스템 가이드와, 침묵에 가라앉은 환자의 흉부만이 극도로 선명하게 보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