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망설임은 푸른색 홀로그램 선이 복강(Abdominal cavity) 내부에 그어지는 순간 증발한다. 시스템이 제시한 가이드는 복잡하게 얽힌 장간막(Mesentery) 사이의 안전 구역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메츠(Metzenbaum scissors) 주세요."
포셉(Forceps)으로 조직을 잡고, 메츠의 날을 밀어 넣는 당신목에는 거침이 없다. 보통의 레지던트라면 심장박동기 소리에 손을 떨며 1밀리미터씩 전진했을 박리(Dissection) 단계다. 그러나 당신의 시야에 박힌 가이드 라인은 해부학적 변이마저 완벽하게 계산해 내고 있다.
서걱, 서걱.
결합조직이 가위 날끝에서 모래성처럼 갈라진다. 단 한 방울의 불필요한 출혈도 없다. 통상 30분은 걸릴 후복막(Retroperitoneum) 도달이 불과 3분 만에 완료된다.
"말도 안 돼……."
퍼스트 어시스트를 서던 4년차 전공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참관실 유리창 너머로 수술대를 내려다보던 스태프들의 웅성거림이 스피커를 통해 새어 나온다. 해부학 책을 통째로 씹어 삼킨 듯한, 아니, 이미 수천 번은 이 환자를 수술해 본 듯한 극도의 간결함과 속도다.
삐- 삐- 삐-!
마취과 모니터의 경고음이 한 옥타브 높아지며 심장 박동을 채찍질한다.
BPM 142, BP 72/40, SpO2 83%.
"혈압 더 떨어집니다! 승압제 들어갑니다!"
마취과 의사의 날카로운 외침과 동시에, 장간막 하부 대동맥(Aorta) 분지 근처에서 검붉은 혈류가 가이드 라인을 덮어버린다. 활동성 출혈(Active bleeding)이다. 시야가 붉게 물드는 찰나, 시스템의 가이드 라인이 붉은 피를 투과하며 한 지점을 강하게 점멸한다.
출혈점 바로 아래, 상장간막동맥(SMA)의 분지를 결찰(Ligation)하라는 신호다. 거기를 묶으면 출혈은 멈추지만, 하류의 모든 장기가 썩어 들어갈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도박이다. 하지만 파란 가이드 라인은 그 뒤편의 미세한 부행순환(Collateral circulation)로를 가리키고 있다. 우회로가 존재한다. 오직 당신만이 볼 수 있는 완벽한 생명의 지도다.
그때, 수술실 자동문이 거칠게 열린다.
"강현우! 미쳤어? 당장 메스 내려놔!"
소독 가운도 입지 않은 채 페이스 쉴드만 겨우 걸친 지도 교수 박건우가 들이닥친다. 그의 안색은 흙빛으로 질려 있다.
"너 지금 어디를 건드리는 거야! 거긴 상장간막동맥 구역이야! 손대는 순간 장 괴사로 환자는 테이블 위에서 죽어! 당장 비켜!"
순식간에 수술실 내의 공기가 얼음장처럼 굳어간다. 어시스트와 간호사들의 시선이 흔들린다. 그 순간에도 모니터의 수치는 무자비하게 곤두박질친다.
BP 65/35. SpO2 79%.
환자의 심장이 멈추기까지 남은 시간은 길어야 2분. 상태창의 파란 빛은 박 교수의 호통을 비웃듯, 오직 동맥 결찰 지점만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며 당신의 손끝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