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수술실 모니터가 비정상적으로 흔들린다. 심폐기(Cardiopulmonary Bypass)의 유량계 센서 오작동. 불량 장비의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난 순간이다.

"BPM 145, 150... 빈맥(Tachycardia) 발생. 혈압 70/40 mmHg 급하강."

마취과 의사의 날카로운 외침이 수술실을 찢는다. 관람석 유리창 너머, 재단 이사진과 해외 거대 투자자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간다. 누구나 실패를 예견한 바로 그 찰나, 당신의 눈앞에 선명한 푸른빛 상태창이 펼쳐진다.

[시스템 연산 완료: 장비 센서 오차율 14.8%.] [수동 우회 정량 주입(Manual Volumetric Infusion) 경로 가이드 가동.]

당신의 손끝은 망설임이 없다. 감정을 완벽히 배제한 제3자의 시선이 당신의 뇌리를 지배한다.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그려내는 삼차원 혈류 궤적에 따라, 당신은 기계의 제어권을 수동으로 전환한다. 0.1mm 단위의 미세 조율. 주사기 펌프를 직접 밀어 넣는 손가락의 감각만이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대동맥 차단 해제(Cross-clamp off)."

심장에 다시 붉은 피가 돌기 시작한다.

"BPM 80, 혈압 120/80 mmHg. 바이탈 정상(Stable)."

터져 나오려던 탄성이 참관실 너머에서 멈춘다. 오작동하는 불량 장비마저 무결점의 제어력으로 무력화시킨 신의 손길. 투기꾼에 불과했던 병원장 일가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하고, 이사진과 투자자들의 눈빛은 경외감으로 번뜩인다.

그것은 단순한 수술의 성공이 아니었다. 병원장을 필두로 한 부패 기득권의 종말을 선언하는 마침표였다. 이사회는 지체 없이 움직였고,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사익을 취하려던 구세력은 완벽하게 축출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직 실력과 생명을 기준으로 삼은 자, 바로 당신이 들어선다.

"이 시간부로 강현우 선생을 서울 명문 의료원의 신임 병원장으로 추대합니다."

최연소 병원장 취임 강당.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당신의 시야에 새로운 차원의 홀로그램이 웅장하게 떠오른다.

[시스템 최종 진화 완료: ‘의료 제국(Medical Empire)의 지배자’] [한국 의료 네트워크 전체 상태 모니터링 가동.] [전국 3차 병원 응급 완치율 예측 지표 구동율: 100%]

단순히 눈앞의 환자 한 명을 살리는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당신의 손짓 하나에 전국의 수술실이 움직이고, 불합격 의료 장비는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의학계의 모든 룰이 당신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흰 의사 가운을 고쳐 입은 당신이 집무실 창밖을 내려다본다. 당신의 거대하고 완벽한 메디컬 제국이, 이제 막 찬란한 서막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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