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순환기(Cardiopulmonary Bypass, CPB) 이탈 준비합니다. 가온(Rewarming) 완료."
당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수술실의 가라앉은 공기를 가른다. 무영등의 강렬한 백색광 아래, 직경 3cm도 되지 않는 소아 환자의 심장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극도로 쇠약했던 소아 심장 기형(Congenital heart disease). 성공률 단 5% 미만이라던 절망의 숫자는 이제 당신의 손끝에서 완전히 재집계되고 있다.
BPM 138, 115, 92. 혈압 82/52 mmHg.
가장 위험한 고비인 대동맥개방(Aortic cross-clamp off) 직후의 재관류 시점이다. 심근에 다시 피가 돌기 시작하자, 미세한 부정맥(Arrhythmia)이 모니터를 흔든다. 서큘레이팅 간호사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그러나 당신의 시야에 떠오른 푸른색 투명 가이드라인은 오차 없는 침착함으로 최적의 봉합선과 유량을 실시간으로 연산해 내고 있다.
[시스템 가이드: 우회 인조혈관(Graft)의 혈류 저항 1.2 dynes. 추가 보강 봉합 불필요. 우심실 기능 안정 구역 진입.]
철저하게 차갑고 이성적인 제3자의 관점을 유지한다. 당신은 나일론 6-0 봉합사(Suture)를 든 홀더를 정밀하게 꺾어 마지막 상행 대동맥(Ascending aorta)의 문합부(Anastomosis)를 완벽하게 보강한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미세 운손(Micro-manipulation)에 퍼스트 어시스트의 주사기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시야를 확보한다.
[시스템 메시지: 최종 혈관 흐름 정상(Normal flow). 문합부 누출(Leakage) 0%. 수술 성공률 100% 달성.]
동시에 수술실 유리창 너머, 인터콤을 뚫고 터져 나온 마취과 과장의 상기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강 선생! 지금 밖에서 난리 났어! 검찰 수사관들이 이사장실 압수수색 들어갔답니다! 불량 인공판막 유통 비리 장부, 강 선생이 보낸 메일이랑 분석 자료가 대검찰청에 그대로 직통으로 꽂혔다더군!"
거대 의료 재단의 철옹성 같던 권력이, 당신이 시스템의 분석 네트워크와 함께 치밀하게 설계해 기획 폭로한 단 하나의 파일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병원장을 비롯한 부패한 거물들의 즉각적인 체포 소식이 실시간 속보로 스마트폰을 타고 흘러들었다.
하지만 당신은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당신의 우주는 오직 이 0.3평 남짓한 소아 환자의 수술 필드뿐이다.
BPM 88, 90. 동맥압 90/60 mmHg. 안정적.
"프로타민(Protamin) 투여해서 헤파린 길항(Reversal)시킵니다. 지혈 확인하고 폐동(Closure) 준비합시다."
당신의 명확한 오더에 수술실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기적 같은 완벽한 성공. 그리고 병원의 어둠을 모두 걷어내고 마침내 세상 밖으로 드러난 '진정한 메디컬의 양심'이라는 칭호. 언론과 세상은 이미 당신을 향해 찬사를 보낼 준비를 마쳤지만, 당신은 그저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소매로 훔칠 뿐이다.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상태창이 파랗게 빛나며 새로운 메시지를 띄운다.
[에필로그 미션 완료: 한국의 참다운 양심(The Light of Healing) 타이틀 획득.] [상태창의 모든 연산 기증이 집도의 강현우의 뇌신경계와 100% 동기화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손끝이 곧 기적입니다.]
수술 장갑을 벗어 던진 당신의 손끝에 여전한 메스의 감각이 선연하게 남아 있다. 당신은 천천히 수술실 문을 열고 눈부신 플래시 세례와 환자 가족들의 눈물이 기다리는 병원 로비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