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굳어 있던 손끝을 카리엘이 먼저 풀었다. 장부의 그 한 줄—『아르덴가 심리 관련 증언 정리 비용』—을 손톱으로 눌러 표시하고, 페이지 모서리를 접었다.

"이 장부, 여기 두고 가시게."

"영애, 이건 제가 목숨을 걸고 빼낸——"

"베르크 경." 카리엘이 그의 말을 잘랐다. "당신이 이걸 품고 나가다 잡히면, 당신은 죽고 이 종이는 불에 탑니다. 여기 두면 최소한 하나는 삽니다. 셈이 안 됩니까?"

율리안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는 장부에서 손을 떼는 데 유독 긴 시간을 썼다. 촛불 아래, 그의 시선이 잠깐 탁자 위 카리엘의 봉랍 통에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최근 다른 인장을 만져 본 손이 하는 짓이었다. 카리엘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지만, 지적하지 않았다. 아직은.

"삼 년 뒤의 처형 비용이 지금 지출됐다는 건," 그녀가 말했다. "그 처형이 그때 즉흥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준비된 상품이라는 뜻입니다. 상품에는 만드는 사람이 있고, 파는 사람이 있고—" 카리엘은 촛불을 껐다. "값을 치르는 손이 있지요."

율리안이 나가고, 방은 어둠에 잠겼다. 그녀는 잠들지 않았다.

*

이튿날, 정오.

전갈은 은쟁반에 실려 왔다. 태자궁 문장이 찍힌 초대장이었다. 검증 후보 여덟을 태자궁 온실 다과에 부른다는 형식적 문구 아래, 손으로 덧붙인 한 줄이 있었다.

『너와 조용히 나눌 이야기가 있다. —A.』

카리엘은 초대장을 등불에 비춰 봤다. 종이 결에 익숙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전생, 처형 두 달 전. 아드리안이 손수 따라 주던 백포도주에서 나던 그 은은한 꽃향이었다.

명치가 아니라 관자놀이가 먼저 반응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봉인된 조각 하나에 손을 뻗었다.

—전생 그 밤. 아드리안이 잔을 건넸다. "나만 믿어." 그녀는 마셨다. 다음 날 아침, 시녀 하나가 온실 화단 옆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죽은 건 시녀였다. 잔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시녀의 죽음은 '카리엘을 시기한 하녀의 자작극'으로 정리됐다. 카리엘은 그때 아무것도 몰랐다. 자신이 마셨어야 할 독을 시녀가 대신 삼켰다는 사실조차.

조각이 닫혔다. 심장이 한 박자 무겁게 눌렸고, 세상의 색이 아주 조금 바랬다. 대가는 늘 이렇게 몰래 걷혔다.

독은 지연성이다. 그녀는 확신했다. 마신 자리에서 쓰러지지 않고, 반나절 뒤 다른 곳에서 발작한다. 그래야 '사고사'가 된다. 아드리안은 오점을 남기지 않는 자였다. 전생과 같은 함정이라면, 독은 다과가 아니라 그 이후의 무언가에 있다.

"시엔나."

문가에서 시엔나가 소매로 손목을 감싼 채 돌아봤다. 신뢰 조각이 소각된 뒤로, 카리엘은 그녀를 볼 때마다 낯선 벽 하나를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엔 있었던 무언가가 재가 된 자리는 이상하게 서늘했다.

"온실 다과에 나가야 해. 네가 따르는 건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겠다. 대신 내 잔은 내가 직접 채운다."

"독을 겁내시는군요." 시엔나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럼 안 가시면 됩니다."

"안 가면 그게 곧 자백이야. '카리엘은 뭔가 안다'는." 카리엘은 장갑을 끼웠다. "가야 해. 예정된 함정은, 예정대로 문 앞까지 걸어가서 되돌려야 정확히 되갚아지는 법이지."

*

태자궁 온실은 겨울에도 무성했다. 유리 지붕 아래 남국의 꽃들이 피어 있었고, 습한 열기가 폐에 들러붙었다. 후보들이 원탁에 둘러앉았고, 아드리안은 상석에서 카리엘에게 유독 다정한 미소를 보냈다.

"와 줘서 기쁘다, 카리엘."

전생의 그녀라면 그 미소에 심장이 뛰었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그 미소가 몇 초 지속되는지, 눈꼬리 근육이 어디서 힘을 푸는지를 셌다.

차가 돌았다. 카리엘은 잔에 입을 대지 않았다. 정과에도 손대지 않았다. 물병에서 직접 물을 따라, 남들 앞에서 천천히 마셨다. 함정이 다과에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건 연극이었다. 그녀가 방심하는 척, 함정이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지켜보는.

다과가 파할 무렵, 아드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리엘, 온실 안쪽 백장미가 올해 처음 폈다. 아버님 정원에서 옮겨 온 것이지. 너에게 먼저 보여 주고 싶구나."

거기였다. 카리엘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전생 조각엔 '온실'까지만 있었다. 안쪽 방—그 구획은 전생에 그녀가 들어가지 않은 곳이었다. 조각이 없다. 판을 흔들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겪지 않은 공간이라 봉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소로 답하며 아드리안을 따라 안쪽 유리문을 지났다. 등 뒤로 다른 후보들의 시선이 닫혔다.

안쪽 온실은 더 좁고, 더 뜨거웠다. 백장미가 무더기로 피어 짙은 향을 뿜었다. 그 향이—짙었다. 부자연스러울 만큼.

카리엘의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한 건 그 순간이었다. 독은 마시는 게 아니었다. 이번 생의 함정은 시간대가 어긋나 있었다. 호흡이었다. 백장미 사이에 섞인 다른 꽃, 짓이겨진 잎에서 피어오르는 무색의 증기. 유리방은 밀폐돼 있었고, 열기가 그것을 폐 깊숙이 실어 날랐다.

"아름답지?" 아드리안이 유리문 쪽에 서서 말했다. 나오지 않고, 문턱에서. "여기서 잠깐 향을 맡고 있으렴. 나는 손님들을 배웅하고 오마."

그가 문을 닫으려 했다. 밀폐. 반나절 뒤 화단 옆에서 쓰러진 채 발견될 후보 하나. '온실 향에 취해 발을 헛디딘 사고.' 완벽한 오점 없는 죽음.

카리엘의 목이 벌써 따끔거렸다. 시야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조각이 없는 공간, 예측이 반 박자 늦었다. 문이 닫히면 끝이었다.

문틈이 좁아지던 그때.

"전하!" 유리문 밖에서 회색 관복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율리안이었다. "손님 명부에 착오가—" 그가 멈칫했다. 카리엘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손이 문설주 위에서 미묘하게 굳었다. 봉랍을 만지던 그 손, 어느 편에 서야 할지 저울질하던 그 손이. "……배웅 순서가 틀렸습니다. 하벤가 영애가 먼저 나가야 예법에 맞습니다. 전하께서 직접 안내하셔야—"

그건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아드리안의 손을 문에서 떼게 만들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못하고, 한 뼘의 틈이 남았다.

한 뼘. 카리엘에게 필요한 건 그 한 뼘이었다.

그녀는 쓰러지는 척했다. 무릎을 꺾으며 백장미 화분을 붙잡았고, 그 반동으로 화분을 유리문 쪽으로 쓰러뜨렸다. 흙과 뿌리가 문틈에 끼었다. 문이 다시 닫히지 못했다. 동시에 그녀는 소매에 감춰 둔 것을 꺼냈다—시엔나가 늘 지니던, 젖은 손수건. 코와 입을 틀어막고, 남은 힘으로 화분 받침 아래 환기창 걸쇠를 걷어찼다.

찬 겨울 공기가 유리방으로 밀려들었다. 짙던 향이 흩어졌다.

"베르크!" 아드리안의 얼굴에서 다정함이 벗겨졌다. "누가 널 여기 들였나?"

"저는—명부를 가지러—" 율리안이 뒷걸음질 쳤다.

카리엘은 화분을 짚고 일어섰다. 목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발작하지 않았다. 반 박자 늦었어도, 반 박자는 살아 있었다.

"전하."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백장미 향이 참 독하군요. 이 꽃—협죽도 잎을 섞어 태우면, 향이 이렇게 짙어진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을 반나절 뒤에 재우는 향이라고."

아드리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모르시겠지요." 카리엘은 쓰러진 화분에서 짓이겨진 잎 한 줌을 집어 들었다. "그럼 전하께서 이 잎을 직접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여기, 문턱에서 한 발짝 안으로." 그녀가 잎을 그의 코앞으로 내밀며 다가섰다. "향이 좋으니, 잠깐 맡으셔도 괜찮겠지요? 저처럼."

아드리안이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문턱 밖으로. 그 한 걸음이 모든 걸 말했다. 그는 이 방 안 공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물러서라."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방금 물러서신 건 전하입니다." 카리엘은 잎을 그의 발치에 떨어뜨렸다. "제가 이 향에 취해 반나절 뒤 화단에서 발견됐다면, 전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겠지요. '가여운 아이, 온실 향을 이기지 못했구나.' 전생에도 그런 문장을 준비해 두셨습니까?"

"전생——" 아드리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너!"

카리엘은 그가 뱉은 그 한마디의 온도를 쟀다. 분노가 아니었다. 공포였다. 자기 서사에 얼룩이 지는 것을 못 견디는 자의 공포. 그녀는 몰아붙였다.

"이 온실을 이렇게 꾸미라 지시하신 게 전하입니까? 직접? 아니면—누군가 전하께 시켰습니까?"

"닥쳐."

"협죽도를 어디서 구했습니까. 세공소는 아닐 테고. 자애 기금에서 값을 치렀습니까?"

그 단어—자애 기금—에 아드리안이 감전된 듯 굳었다. 그의 입에서, 억눌러 왔던 것이 새어 나왔다.

"나도……" 그의 목소리가 아이처럼 작아졌다. "나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이건 내 뜻이 아니야. 나는 그저—"

거기서 그는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늦었다. 카리엘은 이미 그 문장을 종이처럼 접어 품에 넣었다.

『이건 내 뜻이 아니었다.』

전생 처형장에서, 사형이 선고되던 순간 아드리안이 흘렸던 바로 그 말. 그때 카리엘은 그것을 비겁한 변명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었다. 그것은 변명이 아니라—진술이었다. 이 남자는 칼이었다. 칼자루가 아니라.

"전하께선," 카리엘이 물러서며 조용히 말했다. "생각보다 정직하시군요. 제가 살아 있는 게, 전하께도 곤란한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그날 밤. 얼음 창고.

레온하르트는 카리엘이 밀어 온 문서 세 장을 순서대로 읽었다. 자애 기금 장부에서 베낀 항목, 온실 협죽도 향의 성분과 지연성, 그리고 그녀가 손으로 옮겨 적은 아드리안의 진술. 한 자도 감정을 싣지 않은, 사건과 시각과 인물만 나열한 기록이었다.

"온실에서 죽을 뻔한 자가," 그가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그날 밤 안에 이걸 이만큼 정리해 온다는 건, 겁을 먹지 않았거나—겁을 문서로 바꿀 줄 아는 자라는 거군."

"둘 다입니다." 카리엘이 답했다.

레온하르트는 아드리안의 진술 부분에서 손을 멈췄다. 『나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이 문장을 왜 강조했지."

"제 계약 제2조에 등재된 '황실 배후 가설'의 검증 실적이니까요." 카리엘은 그의 눈을 봤다. "저는 그동안 대공께 황태자가 위협이라 말한 적이 없습니다. 위협은 그 위에 있다고 했지요. 오늘 그자가 스스로 증언했습니다. 자신은 실행자일 뿐이라고."

레온하르트는 오래 말이 없었다. 조약법 신봉자에게 말은 값싼 것이었고, 감정은 증거가 아니었다. 그러나 문서는 달랐다. 그는 세 장을 나란히 놓고, 손가락으로 진술서 아래에 짧은 부기를 더했다.

『실행자와 설계자의 분리 정황—검증 계속. 카리엘 폰 아르덴의 판단에 검증 가중치를 둔다.』

처음이었다. 그가 그녀의 '판단'에 무게를 명시한 것은. 지금껏 그녀가 판 정보만을 저울에 올렸을 뿐, 그녀의 머릿속을 자산으로 인정한 적은 없었다.

"자산의 유용성이 소진되면 조약은 파기된다." 그가 서류를 접으며 조항을 상기시켰다. "너는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 오늘 기준으로."

"압니다." 카리엘은 계약서 반쪽이 든 외투 안주머니를 눌렀다. "그 조항이 저를 살립니다. 유용한 한, 대공께선 저를 버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는 그 냉정함을 신뢰합니다. 사람의 마음보다 정확하거든요."

레온하르트가 그녀를 응시했다. 재는 눈이 아니었다. 아주 잠깐, 그 아래에 다른 것이 스쳤다.

"종이도 사람이 쓴다."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등을 돌렸다.

*

별궁 회랑. 자정.

카리엘이 방으로 돌아가는 길, 어둠 속에서 아드리안이 기둥에 기대 서 있었다. 낮의 공포는 지워지고, 그 자리에 지친 냉기가 앉아 있었다.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자." 그가 말했다. "서로에게."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카리엘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를 스쳐 지나는 순간, 그가 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흘렸다.

"조심해라, 카리엘. 나는 실패해도 살지만……" 그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떨고 있었다. "어머니는, 실수를 용서하지 않으신다."

카리엘의 발이 얼어붙었다.

돌아보니 아드리안은 이미 어둠 속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자리, 회랑 벽에 걸린 거울 속—카리엘 자신의 가슴께에서 무언가가 등불을 받아 반짝였다.

자애의 하사품. 세 갈래 백합이 각인된 금 장미 브로치.

그녀는 그것을 손으로 감쌌다. 차가웠다. 전생 판결문에 찍혀 있던, 아드리안의 사자가 아니라 델피네의 세 갈래 백합. 그 문장이, 지금 그녀 자신의 심장 위에 얹혀 있었다.

칼자루를 쥔 손이, 벌써 그녀 가슴에 표식을 달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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