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손안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서율은 무릎으로 받침대를 받쳤다. 조각의 왼쪽 뺨이 모래처럼 흘러 그의 손목 위로 쏟아졌다. 어젯밤 그의 손끝이 매만졌던 콧날이, 눈꺼풀이, 입가의 미세한 주름이 지금 거꾸로 감기는 필름처럼 풀려나가고 있었다.
"멈춰. 멈추라고—"
말로 될 리 없었다. 창밖에서 협회 남자가 상자를 끌어안고 뒷걸음질쳤고, 붉은 균열이 그 검은 달빛석 위로 실핏줄처럼 번졌다. 인증이 그를 부정한 순간, 조각도 스스로를 부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세상의 판정에 순종하듯이.
서율의 두 손은 이미 조각 표면에 붙어 있었다. 뻗은 손끝, 어젯밤 은빛 새가 태어났던 그 지점. 별자리 같은 문양이 명멸했다. 빛이 스러질 때마다 조각이 무너졌다. 그렇다면.
빛이 살아 있을 때 붙잡으면 된다.
그가 생각한 게 아니었다. 손이 먼저 알았다. 어젯밤과 똑같이,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손바닥이 문양 위를 훑자 서늘한 감각이 손목을 타고 팔꿈치로 기어올랐다. 저릿하다기보다 굳는 느낌. 관절이 뻣뻣해지고, 손등의 하얀 반점이 열을 받은 왁스처럼 넓어졌다. 서율은 이를 악물고 그 서늘함을 조각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으윽—"
흘러내리던 모래가 멈췄다. 아니, 거꾸로 빨려 들어갔다. 방금 떨어진 뺨의 파편이 손목에서 다시 떠올라 원래 자리로 돌아가 붙었다. 균열이 봉합되는 게 아니라, 균열 사이로 은빛 선이 새로 그어졌다. 상처를 꿰매는 실처럼.
서율은 숨을 참았다. 손끝을 뗄 수 없었다. 떼는 순간 다시 무너질 것을 몸이 알았다. 힘을 흘려넣는 만큼 팔이 굳었고, 팔이 굳는 만큼 조각이 단단해졌다. 등가교환. 그의 몸이 값을 치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진동이 잦아들었다. 조각은 미완성인 채로, 그러나 무너지지 않는 형태로 고정됐다. 서율의 왼팔은 팔꿈치 아래까지 잿빛 대리석처럼 광택이 죽어 있었다. 손가락을 펴자 관절에서 자갈 부딪는 소리가 났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조각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그가 완성했던 얼굴. 그런데 뭔가 달랐다. 붕괴를 겪고 다시 붙은 표면은 이전보다 매끄럽지 않았다. 대신 살아 있었다. 눈꼬리의 미세한 처짐, 입가의 힘 뺀 곡선. 어디서 본 얼굴이었다.
아버지였다.
* * *
바람이 창틈으로 들어와 톱밥을 굴렸다. 서율은 굳은 팔을 무릎에 얹은 채 그 얼굴을 올려다봤다.
3년 전 장례식장이 떠올랐다.
조문객은 열도 되지 않았다. 한때 예술계와 이능계에서 나란히 이름을 올렸던 가문의 마지막 장례라기엔 초라했다. 국화 몇 다발, 향 냄새, 그리고 아버지의 손. 관 속에서도 조각칼을 쥔 그 오른손은 손목까지 하얗게 굳어 있었다. 의사는 원인 불명이라 적었다. 서율은 그 손을 만졌었다. 차갑고 단단했다. 사람의 손이 아니라 대리석의 손.
그때는 몰랐다.
지금은 안다. 자신의 왼팔을 내려다보며, 서율은 알았다.
아버지는 이걸 계속했던 것이다. 조각을 쓸 때마다 몸이 이렇게 굳었고, 그 대가를 감당하다 결국 손목이, 팔이, 심장 언저리까지 돌이 됐던 것이다. 서서히. 매 작품마다 조금씩.
"그래서……."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버지가 말년에 조각칼을 든 손을 자꾸 감췄던 이유. 겨울에도 장갑을 벗지 않았던 이유. 서율에게 "너는 이 길로 오지 마라"고 등을 돌렸던 이유.
증명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 증명하다 죽는다는 뜻이었다.
장례식 방명록의 한 줄이 스쳤다.
새하얀 종이에, 붓으로 눌러쓴 검은 글씨. 다른 조문 문구들 사이에서 유독 이질적이던 네 글자.
미완(未完)의 죄.
이름은 없었다. 서율은 그때 그것이 아버지의 미완성 유작을 두고 예술계 누군가가 남긴 애도라고 여겼다. 완성하지 못하고 떠난 것을 탓하는 애석함이라고. 지금 그 문구가 다시 목구멍에 걸렸다. 죄라니. 애도가 왜 죄를 말하는가. 완성하지 못한 게 죽은 자의 죄인가, 아니면—
미완인 채로 두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건가.
서율은 조각의 뻗은 손끝을 다시 봤다. 별자리 문양은 이제 잠잠했지만, 선들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아무렇게나 그어진 게 아니었다. 어떤 위치를, 어떤 좌표를 가리키는 것처럼 규칙적이었다. 아버지는 왜 이 문양만 남기고 얼굴을 미완으로 두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갔을 때, 창틀의 은빛 새가 날개를 곤두세웠다.
날카로운 울음. 경고였다.
* * *
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협회 남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자는 이미 상자를 안고 도망친 뒤였고, 구경꾼들도 흩어졌다. 지금 들리는 건 한 사람의, 느리고 규칙적인 구둣발이었다.
서율은 굳은 팔을 끌어안고 일어섰다. 문간에 그림자가 섰다.
회색 코트에 은색 배지. 정찰자였다. 아까 인증하던 남자보다 나이가 들었고, 눈매가 차분했다. 그는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손바닥을 펼쳐 허공에 댔다. 손끝에서 옅은 은빛 가루가 피어올랐다. 각성 신호를 읽는 것이었다.
"흐음."
가루가 조각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찰자의 눈썹이 미미하게 올라갔다.
"방금 여기서 큰 힘이 움직였군. 등록되지 않은 발현이야. 협회 감지망이 반경 3킬로에서 잡았다."
"당신들이 나를 사기꾼으로 판정해놓고." 서율의 목소리는 낮았다. "이제 와서 힘이 움직였다는 건 인정하는 겁니까?"
정찰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각 앞으로 다가섰다. 그가 뻗은 손끝이 표면에 닿기 직전 멈췄다.
멈춘 채로,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각의 얼굴. 붕괴를 겪고 다시 태어난 그 얼굴이 은은한 광을 머금고 있었다. 죽은 돌이 아니었다. 표면 아래에서 무언가 숨 쉬는 것처럼, 미세한 결이 빛을 밀어냈다. 정찰자의 은빛 가루가 그 표면에 닿자, 가루가 흩어지지 않고 문양의 선을 따라 흘렀다. 마치 조각이 손님을 알아보고 지도를 펼쳐 보이듯이.
"이건……." 정찰자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붉은 균열 판정을 받은 자의 작품이, 어떻게—"
그는 손을 거뒀다. 몇 초간, 이 자리에 온 이유를 잊은 사람 같았다.
서율은 그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굳은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목 위 잿빛 광택을, 관절의 돌빛을 정찰자의 눈앞에 들이댔다.
"이게 대가입니다. 조각을 붙잡느라 여기까지 굳었어요. 사기꾼이 이런 값을 치릅니까? 당신들 달빛석은 붉은 균열을 보였지만, 지금 당신 눈앞의 조각은 살아 있어요. 어느 쪽이 거짓말입니까."
정찰자의 시선이 서율의 팔과 조각 사이를 오갔다. 그의 냉정이 처음으로 균열을 냈다.
"……인정할 수 없다."
"봤잖아요."
"봤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정찰자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검은 수첩을 꺼냈다. 은펜이 종이 위를 빠르게 긁었다. "미등록 발현. 인증 부적합 판정을 받고도 힘을 행사. 게다가 감지망에 걸린 출력이 등급 이상이야. 규정상, 너는 지금 이 순간부터—"
펜이 멈췄다. 그가 서율을 정면으로 봤다.
"미등록 위험 조각가로 분류된다."
새가 창틀에서 뛰어올라 서율의 어깨에 앉았다. 은빛 날개가 정찰자를 향해 펼쳐졌다. 정찰자는 그 새를 오래 바라봤다. 그것 역시 등록되지 않은, 실체화된 창조물이었으니까.
"당신들 눈에는 뭐든 위험하겠죠." 서율은 새의 깃을 손끝으로 눌렀다. "판정할 땐 사기꾼, 힘을 확인하니 위험. 편할 대로군요."
"오해하지 마라. 이건 처벌이 아니다." 정찰자는 수첩을 덮었다. "너 같은 발현체는 두 종류밖에 없어. 협회의 틀 안으로 들어오거나, 틀 밖에서 제거되거나. 나는 지금 너에게 첫 번째 길을 열어주는 거다."
"길이라기엔 목줄 같은데요."
정찰자의 입가가 아주 살짝 비틀렸다. 웃음인지 경멸인지 알 수 없었다.
* * *
그가 몸을 돌렸다. 문간까지 가서, 멈춰 섰다.
"한 가지만 더 알려주지." 서율을 돌아보지 않은 채였다. "네 아비도 미등록이었다."
서율의 손이 새의 깃 위에서 멈췄다.
"3년 전 사망 처리된 뒤로 협회 명부에서 지워졌지. 정식으로는, 한씨 가문의 마지막 등록 조각가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방금 부적합 판정을 받은 너는—" 정찰자가 고개만 돌렸다. 그 차분한 눈에 얼음 같은 게 서렸다. "명부상 아무것도 아니야. 조각가도, 시민도 아닌 상태다."
"무슨……"
"인증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너는 사람으로도 등록될 수 없다는 뜻이다."
말이 끝나기 전에, 그가 손을 뒤로 뿌렸다.
무언가가 공기를 갈랐다. 서율의 발치로 떨어진 건 손바닥만 한 은빛 판이었다. 표면에 붉은 인장과 함께,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서율. 그 아래로 협회의 문장과, 굵은 글씨의 두 글자.
소환(召喚).
"7일 뒤 협회 본부. 심사 청원과 신원 등록을 동시에 진행한다. 불응하면 위험 분류가 자동으로 격상된다." 정찰자는 코트 깃을 세웠다. "격상되면, 다음에 이 문을 두드리는 건 나 같은 사람이 아니야."
문이 닫혔다. 구둣발 소리가 멀어졌다.
서율은 발치의 은빛 판을 내려다봤다. 붉은 인장이 어젯밤 달빛석의 균열과 똑같은 빛깔이었다. 그의 왼팔은 여전히 잿빛으로 굳어 있었고, 손가락을 쥐자 관절에서 다시 자갈 소리가 났다. 이 손으로, 이 몸으로, 그는 이제 스스로가 사람인 것조차 증명해야 했다.
어깨 위 은빛 새가 낮게 울었다.
서율은 판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미완성인 채 살아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봤다. 뻗은 손끝의 별자리 문양이, 소환장의 붉은 인장 빛을 받아 잠깐 다시 반짝였다.
미완의 죄.
누구의 죄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소환장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잿빛으로 굳은 손가락이 은빛 판의 모서리를 눌렀지만, 감각이 무뎠다. 종이를 만지는지 돌을 만지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7일.
그 안에 협회 본부로 걸어 들어가 심사를 청원해야 했다. 자신을 사기꾼으로 낙인찍은 바로 그 조직에게, 자신이 사람임을 인정해달라고 청해야 했다. 서율은 헛웃음을 뱉었다. 웃음이 목구멍에서 갈렸다.
그때 판의 뒷면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인장 반대편, 은빛 표면에 미세한 글자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다. 협회 규정의 발췌였다. 서율은 그것을 창가로 가져가 남은 달빛에 비췄다. 대부분은 관료적인 문장이었다—신원 등록 절차, 심사 등급, 불응 시 처벌 조항. 그러나 맨 아래, 다른 글자보다 흐리게 새겨진 한 줄이 시선을 붙들었다.
'계승 예외 조항: 등록된 조각가의 직계 혈통은 소정의 물증을 갖출 경우, 정규 심사와 별도의 계승 심사를 청원할 수 있다. 단, 계승자의 자격은 협회 규정집 제9조에 준한다.'
서율의 시선이 멈췄다.
직계 혈통. 계승 심사.
아버지는 명부에서 지워졌다고 했다. 정식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이 조항은 자신에게 아무 소용이 없는 걸까. 아니면—지워지기 전의 아버지가 '등록된 조각가'였다는 사실 자체가, 어딘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
서율은 조항을 손끝으로 훑었다. 물증이라는 단어가 걸렸다. 소정의 물증. 그게 무엇인지는 이 짧은 발췌에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정찰자는 아버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명부에서 지워진 이름을, 사망 처리된 날짜까지. 그 말은 협회 어딘가에 아버지의 기록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지워진 게 아니라, 감춰진 것이라면.
"……직계 혈통."
입 밖으로 내뱉자 그 말이 낯설었다. 지금까지 그 혈통은 저주였다. 몰락의 이유였고, 야유의 근거였고—아비나 자식이나, 라는 조롱의 뿌리였다. 그런데 협회의 규정 안에서는 그게 열쇠가 될 수도 있었다. 세상이 그를 부정하는 데 쓰던 그 혈통으로, 세상의 문을 열 수도 있다는 것.
문제는 물증이었다. 그리고 규정집 제9조라는 것.
서율은 창밖을 봤다. 정찰자가 사라진 골목은 이미 어둠에 잠겼고, 구경꾼들의 흔적도 없었다. 남은 것은 깨진 창유리와,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몇 개. 그가 사칭자로 몰린 흔적들이었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물증을 갖추면 계승 심사를 청원할 수 있다. 계승 심사는 정규 심사와 별개다. 정규 심사에서 달빛석은 이미 그를 붉은 균열로 판정했다. 같은 방식으로 다시 서면 또 부적합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계승 심사가 다른 규칙으로 움직인다면—
서율은 소환장을 내려다봤다. 답이 여기 전부 적혀 있지는 않았다. 이 흐린 한 줄은 미끼일 수도, 함정일 수도 있었다. 규정집 제9조를 봐야 했다. 그러려면 협회 안으로 들어가야 했고, 협회 안에서 이 조항을 아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 순간, 어깨 위 은빛 새가 다시 몸을 곧추세웠다.
이번엔 창밖이 아니었다. 새의 부리가 향한 곳은 방 안쪽—아버지의 조각이었다.
우웅.
낮은 진동이 다시 시작됐다. 서율의 등줄기가 얼어붙었다. 겨우 고정시킨 조각이 또 무너지려는 것인가. 그는 소환장을 떨어뜨리고 조각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번 진동은 붕괴가 아니었다.
조각의 뻗은 손끝, 별자리 문양이 스스로 빛나고 있었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달빛도 이미 구름에 가려 방 안은 어두웠는데. 문양의 선들이 하나씩 순서대로 밝아졌다가 꺼졌다. 마치 무언가를 그려내듯이. 서율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가늘게 떴다.
선이 이어지는 순서가 있었다. 별과 별을 잇는 성좌처럼. 그리고 그 성좌가 완성되는 순간, 문양 전체가 한 번 크게 명멸하더니—
가운데에 작은 점 하나가 붉게 타올랐다.
지도였다. 서율은 숨을 멈췄다. 그것은 별자리가 아니라 지도였고, 그 붉은 점은 하나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버지가 얼굴을 미완으로 남기면서까지 이 손끝에 새겨둔 것. 완성하면 무너지고, 무너지면 다시 붙으며, 그때마다 더 선명해지는 문양.
'미완인 채로 두어야만 했던 이유.'
그 이유가 지금 눈앞에서 빛을 냈다.
서율은 떨리는 손—그나마 성한 오른손—을 뻗어 붉은 점의 위치를 눈에 새기려 했다. 어디를 가리키는지 읽어내려는 순간, 등 뒤 바닥에서 소환장이 반응했다.
붉은 인장이 조각의 붉은 점과 같은 리듬으로 깜빡이기 시작한 것이다.
서율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소환장이—협회의 물건이—아버지의 유작에 새겨진 좌표에 공명하고 있었다. 마치 협회가 이 문양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니면, 이 좌표가 협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듯이.
문양이 꺼졌다. 소환장의 인장도 꺼졌다.
방 안에 다시 어둠과 정적이 내려앉았고, 서율은 두 개의 붉은 빛이 마지막으로 겹쳐졌던 잔상을 눈꺼풀 안쪽에서 지우지 못했다. 그의 왼팔은 여전히 잿빛으로 굳어 있었고, 그 팔로 붙잡아 살려낸 아버지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협회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어서도 그에게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두 개의 붉은 신호가 같은 곳을 향한다면—협회가 부르는 자리와 아버지가 감춘 좌표가 하나로 이어진다면, 서율이 7일 뒤 걸어 들어갈 그곳은, 심사장인가 아니면 아버지가 죽음을 향해 걸어 들어갔던 바로 그 문인가.
어깨 위 새가, 이번엔 울지 않았다. 다만 붉은 점이 타올랐던 조각의 손끝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