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대왕대비의 시선이 침전을 가로질렀다. 촛농이 굳은 촛대, 바닥에 널브러진 비단 옷가지,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소은의 맨 어깨를 차례로 베어 넘겼다. 소은은 손을 뻗어 옷깃을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현종이 그 손목을 낚아챘다. 그의 손바닥은 땀으로 미끄러웠고, 맥박은 광란처럼 뛰고 있었지만, 소은을 붙잡은 손가락만은 한 치의 떨림도 없었다.

“이것이 무슨 짓이냐, 전하.”

대왕대비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그 뒤로 상궁 연화가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의 입술이 바짝 말라붙어 있었고, 눈동자는 마침내 사냥감을 움켜쥔 맹수의 그것처럼 반짝였다. 대전 내관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림자처럼 늘어섰다.

현종은 소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겨 감췄다. 반쯤 풀린 곤룡포 자락 사이로 단단한 쇄골이 드러났다.

“밤이 깊었습니다, 대비마마. 무슨 일로 강녕전까지 행차하셨습니까.”

“선왕의 유품을 정리하라 명한 것은 전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이냐. 지밀 궁녀가 전하의 침전에서, 그것도 이런 몰골로.”

대왕대비의 손가락이 소은을 겨누었다. 소은의 속옷은 어깨까지 흘러내렸고, 흰 목덜미에는 현종이 남긴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탁자 위에는 펼쳐진 벽서가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밀 나인을 의금부로 보내라.”

대왕대비가 명을 내렸다. 내관들이 움직이려는 순간, 현종의 목소리가 침전을 울렸다.

“물러서라.”

짧은 한마디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지금껏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내관들의 발이 얼어붙었다.

“전하. 지금 이 상황을 모르시는 게 아니겠지요. 궁녀와의 사통은——”

“대비마마.”

현종이 대왕대비의 말을 잘랐다. 그의 눈빛은 칼끝처럼 차가웠다. 소은의 손목을 잡은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이 여인은 이제 내 사람입니다.”

침전 안의 공기가 멈췄다. 촛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대왕대비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라 하셨느냐.”

“내 사람이라 했습니다. 대비마마의 수렴청정은 끝났음을 명심하십시오.”

대왕대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입술을 열려다 말고, 그 눈이 탁자 위의 벽서를 스쳤다.

“저것은……”

대왕대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녀가 천천히 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연화가 재빨리 촛불을 들어 벽서를 비추었다.

펼쳐진 비단 위로 은색 글자들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소은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벽서에는 방금 전까지 자신과 현종이 나눈 속삭임들이, 그들의 손길과 숨결이, 감정의 모든 결들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선왕의 글씨로구나.”

대왕대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오랜 원한이 마침내 발톱을 드러내는 소리였다.

“전하,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느냐. 선왕께서 남기신 은밀한 기록이다. 그런데 여기에 전하와 이 천한 궁년의 사통이 적혀 있다. 이것으로 전하의 죄를 만천하에 알리겠다.”

연화가 벽서를 집어 들려는 순간이었다.

벽서가 스스로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은은한 달빛 같았다. 그러나 점점 더 강렬해져, 침전 전체를 대낮처럼 환하게 밝혔다. 비단 위의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일렁였다. 선왕의 글씨 사이로 새로운 문자들이 솟아올랐다. 붉은색, 푸른색, 황금색의 빛줄기들이 허공으로 뻗어 나와 침전의 천장을 수놓았다.

대왕대비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연화는 비명을 지르며 촛불을 떨어뜨렸다. 내관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벌벌 떨었다.

소은은 그 빛 속에서 보았다.

벽서가 비추는 영상들 속에서, 선왕의 젊은 시절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무관이 있었다. 갑옷을 입은 젊은 장수. 선왕이 평생토록 마음에 품었으나 끝내 닿지 못한 손끝의 주인이었다.

그리고 그 무관의 얼굴은, 은호와 꼭 닮아 있었다.

“이럴 수가……”

소은의 입술이 떨렸다. 현종도 그것을 보았다. 그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빛 속에서 선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죽은 자의 음성이 아니었다. 마치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 생생한, 슬픔과 후회로 가득 찬 음성이었다.

*“내 평생 한 가지 후회가 있다면, 진실된 마음을 감히 붙잡지 못한 것이다. 나는 왕이었으나, 신분의 벽 앞에서는 한낱 겁쟁이에 불과했다.”*

현종의 손이 소은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당겼다. 그의 체온이 옷을 뚫고 스며들었다.

*“그러므로 내 아들에게 남기노라. 진실된 마음은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보는 것.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라. 신분의 벽을 넘어선 사랑이야말로 가장 강한 왕권의 뿌리가 되리니.”*

현종의 숨이 거칠어졌다. 어린 시절 선왕에게 들었던 말이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말이, 지금 비로소 뼈저리게 와닿았다.

벽서의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허공에 펼쳐진 영상들 속에서 선왕이 무관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가 나타났다.

*‘내 마음은 이 벽서에 담아 두었노라. 훗날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너는 내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완성할 자다.’*

대왕대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이럴 수는 없다. 선왕께서…… 선왕께서 나를 평생 사랑하지 않으셨던 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수십 년간 쌓아온 원한과 질투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한낱 무관 때문이었느냐.”

대왕대비가 무릎을 꿇었다. 염주알이 바닥에 흩어지며 딱딱 소리를 냈다. 연화가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대왕대비는 그 손을 뿌리쳤다. 그녀의 손이 바닥을 긁었다. 손톱이 부러져 피가 났지만, 그녀는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수십 년간 그녀가 붙잡고 있던 모든 것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감각. 그녀의 어깨가 떨렸고, 굽은 등허리가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것은 울음도, 비명도 아닌, 바람 빠지는 듯한 긴 숨소리였다.

현종이 소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 안에는 오직 소은만이 있었다. 그녀를 향한 집착과 사랑, 그리고 이제 막 깨달은 선왕의 유언이 하나로 녹아든 눈빛이었다.

“소은아.”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왕이 궁녀의 이름을 부른 것이 아니었다.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이제 숨지 않겠다.”

현종의 두 손이 소은의 얼굴을 감쌌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천천히 쓸었다. 소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이 떨리며 그의 손등 위로 올라갔다. 손끝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어 가슴이 아려왔다.

“전하……”

“아니다. 그런 호칭은 이제 그만두자. 내 이름을 불러주오.”

현종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대왕대비와 연화, 내관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시선이 이 사랑을 증명하는 증인이 될 것이었다.

“윤.”

소은의 입술에서 마침내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궁녀가 감히 왕의 이름을 부른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경이 아니었다. 진실된 마음이 마침내 그릇을 찾은 소리였다.

현종의 입술이 소은의 입술을 덮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떨리는 마음을 달래듯이.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스치자 소은의 입이 열렸다. 현종의 혀가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따뜻하고 축축한 감촉이 그녀의 입안을 채웠다. 소은의 혀가 조심스럽게 그의 혀를 감았다. 타액이 섞이고 숨결이 뒤엉켰다.

현종의 손이 소은의 어깨에 걸린 속옷을 아래로 밀어냈다. 비단이 바스락거리며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녀의 가슴이 드러났다. 달빛과 벽서의 빛이 어우러진 은은한 조명 속에서 소은의 피부는 젖빛으로 빛났다.

대왕대비가 신음을 흘렸다. 연화의 얼굴이 질투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벽서의 빛이 그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현종의 입술이 소은의 입술을 떠나 목덜미로 내려갔다. 그의 혀가 그녀의 쇄골을 핥았다. 소은의 피부에서 짭짤한 땀맛이 느껴졌다. 현종의 입술이 그녀의 쇄골을 따라 움직이며 붉은 자국을 남겼다. 소은의 숨소리가 가빠졌다.

“아, 윤……”

그녀의 손이 그의 곤룡포를 움켜쥐었다. 현종이 자신의 옷깃을 풀었다. 용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상체가 드러났다. 단단한 근육이 달빛 아래 굴곡을 드러냈다. 소은의 손이 그의 가슴을 더듬었다. 손바닥 아래로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현종이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침상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느리고 당당했다. 대왕대비와 그 추종자들이 숨을 죽인 채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소은을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

비단 이불이 바스락거렸다. 소은의 몸이 부드러운 침상에 파묻혔다. 현종이 그녀의 위로 올라왔다. 그의 체중이 그녀의 몸을 짓누르는 감각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가 그녀의 나머지 속옷을 벗겼다. 소은의 전라가 드러났다. 허벅지 사이로 축축하게 젖은 음모가 반짝였다. 현종의 손가락이 그녀의 음부를 더듬었다. 애액이 그의 손가락에 묻어났다. 질 입구가 손가락을 감싸며 꿈틀거렸다.

“이미 이렇게 젖었구나.”

현종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질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소은의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조여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가락을 감쌌다. 현종의 손가락이 안에서 굽혀졌다. 소은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하아……!”

그녀의 신음소리가 침전에 울려 퍼졌다. 대왕대비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연화는 손톱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찔렀다. 피가 맺혔다.

현종의 손가락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질 안에서 손가락이 앞뒤로 미끄러졌다. 애액이 넘쳐흘러 그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소은의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음핵이 그의 엄지손가락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질벽이 격하게 수축했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 근육이 떨렸고, 발가락이 이불을 움켜쥐었다.

“더, 더……”

소은이 애원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반짝였다. 현종이 손가락을 빼내자 질 입구가 아쉬운 듯 벌름거렸다. 그의 손가락에 묻은 애액이 실처럼 늘어져 달빛을 받아 빛났다.

현종이 자신의 하의를 벗었다. 그의 성기가 드러났다. 완전히 발기한 음경은 검붉은 빛을 띠며 위로 치솟아 있었다. 귀두가 투명한 액체로 번들거렸다. 소은의 눈이 그의 성기를 응시했다. 지난번 어둠 속에서 느꼈던 그것이 이제 빛 속에서 생생하게 드러났다.

그가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소은의 질 입구가 완전히 노출되었다. 음순이 벌어지며 안쪽의 선홍색 질벽이 들여다보였다. 현종이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질 입구에 갖다 댔다.

“보아라.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다.”

현종이 대왕대비를 향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성기가 천천히 소은의 질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질벽이 그의 음경을 한 겹 한 겹 감쌌다. 따뜻하고 축축한 질 내부가 그를 빨아들이듯 조여왔다. 소은의 몸이 경련했다. 강렬한 충만감에 그녀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 아아……!”

현종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음경이 질 안에서 미끄러졌다. 귀두가 질벽을 긁으며 들어갔다 나왔다. 애액이 섞여 찰칵찰칵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침전의 정적을 찢었다.

벽서의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비단 위로 소은과 현종의 감정이 실시간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그들의 쾌락과 사랑, 서로를 향한 갈망이 글자로, 빛으로, 영상으로 펼쳐졌다. 침전의 벽과 천장에 두 사람의 감정이 거대한 오로라처럼 퍼져 나갔다.

현종의 허리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의 음경이 더 깊이, 더 세게 밀고 들어왔다. 소은의 질이 격렬하게 수축했다. 그녀의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발가락이 오그라들었다.

“윤, 윤……!”

소은이 그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그때마다 그녀의 질이 꽉 조여왔다. 현종은 신음을 흘리며 더욱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땀이 그녀의 가슴 위로 떨어졌다.

소은의 손이 그의 등으로 올라갔다. 손톱이 그의 피부를 긁었다. 붉은 자국이 남았다.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감각에 현종의 몸이 떨렸다. 그의 성기가 질 안에서 더욱 커지는 듯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유두가 그의 손바닥 아래서 딱딱하게 솟아올랐다. 현종이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비볐다. 소은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질벽이 그의 음경을 강하게 조여왔다.

“하아아……!”

절정이 밀려왔다. 소은의 질이 격렬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애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전신이 경련했다. 시야가 새하얗게 부서지며 숨이 멎는 듯한 강렬한 오르가즘에 그녀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현종도 절정에 이르렀다. 그의 음경이 질 안에서 격렬하게 박동했다. 그리고 뜨거운 정액이 소은의 자궁 깊숙이 쏟아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연속되는 사정에 그의 전신이 떨렸다. 그의 정액이 그녀의 질 안을 가득 채웠다.

그가 그녀의 위로 쓰러졌다. 두 사람의 땀 섞인 숨결이 뒤엉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소은의 질이 아직도 그의 음경을 꽉 물고 가볍게 경련했다.

벽서의 빛이 절정에 이르렀다.

탁자 위의 비단이 스스로 떠올랐다. 벽서의 마지막 공백 페이지가 빛나며 새로운 글자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은이 처음 벽서를 펼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현종이 함께 써 내려온 사랑의 기록이었다.

선왕이 무관에게 닿지 못한 손끝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이제 소은과 현종의 손끝이 닿으며 완성되었다.

벽서의 빛이 침전을 넘어 궁궐 전체로 퍼져 나갔다.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그 빛 속에서, 선왕의 마지막 유언이 온 궁궐에 울려 퍼졌다.

*‘진정한 사랑은 신분의 벽을 넘어서며, 그 힘은 왕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한다. 이제 이 벽서의 주인은 너희다.’*

경복궁 곳곳에서 등불이 하나둘 켜졌다. 교태전에서는 잠들지 못한 후궁들이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액정서에서는 불침번을 서던 무관들이 칼자루를 움켜쥔 채 허공의 빛을 경계했다. 대비전의 늙은 궁녀들은 뜰에 엎드려 두려움에 떨었고, 어린 나인들은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이 신비로운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속삭였다. 어떤 이는 길조라 했고, 어떤 이는 흉조라 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았다. 이 밤 이후로 궁궐의 질서가 결코 예전 같지 않으리라는 것을.

대왕대비가 마침내 얼굴을 감쌌다.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수십 년간 쌓아온 권력과 원한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연화가 그녀를 부축하며 물러났다. 내관들도 하나둘 침전을 빠져나갔다. 대왕대비의 세력은 그렇게, 선왕의 빛 앞에서 산산이 흩어졌다.

침상 위에서 소은과 현종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현종이 그 눈물을 입술로 닦아주었다. 짭짤한 맛이 입술에 스몄다.

“이제 이 이야기는 우리의 것이다.”

소은이 속삭였다. 현종이 미소 지었다. 냉철하고 완벽한 군주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마침내 가면을 벗은 한 남자의 미소였다.

벽서가 천천히 닫혔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날, 그들의 사랑은 마침내 완성되었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벽서에서 마지막 한 줄기 빛이 뻗어 나왔다. 그 빛은 침전을 감싸고, 강녕전을 넘어, 궁궐 전체를 은은한 달빛처럼 뒤덮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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