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연회의 불빛은 화려했다.
독고절은 흑단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손에 든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옥으로 만든 술잔, 서역에서 공물로 바친 포도주, 중원 최고의 악사가 연주하는 현악. 교주의 자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채워주었지만, 바로 그 완벽함이 숨통을 조르는 밧줄이었다.
"교주님, 삼 년째 중원 태평성대입니다."
부하의 아첨 섞인 헛소리.
태평성대? 개소리.
그가 원한 것은 정복의 순간, 저항하던 적의 눈빛이 꺾이는 찰나, 검끝에서 전해지는 생사일발의 전율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모두가 굽신거리고, 모두가 두려워하고, 모두가 똑같은 얼굴로 웃는다.
독고절은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옥잔 바닥이 대리석에 부딪히며 내는 경쾌한 소리가 연회장의 소음 속에 묻혔다.
권력의 정점은 권태의 심연이었다.
그날 밤, 독고절은 흑금으로 수놓은 교주 예복을 벗어 의자에 걸쳐두고, 혈영단의 어떤 부하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마교의 비밀 통로를 통해 사라졌다. 손에는 오래된 장검 한 자루, 허리춤에는 술병 하나. 삼 년 전 그가 마교주로 군림하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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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산길을 쓸었다.
독고절은 일부러 인적 없는 심산유곡을 택했다. 강호의 소식이 닿지 않는 깊은 산중. 권력의 무게를 벗어던진 육신은 가벼웠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 새로운 갈증이 싹트고 있었다.
사흘째 산길을 헤매던 중이었다.
낡은 절터의 흔적이 바위틈에 숨어 있었다. 불상은 깨지고 법당은 무너졌지만, 그 잔해 뒤편으로 인공적으로 다듬은 돌문이 보였다. 독고절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교주로 십 년을 군림하며 강호의 모든 비밀을 파헤쳤던 그에게 이런 은밀한 유적은 낯익은 사냥감이었다.
검끝으로 덩굴을 걷어내자 돌문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환희의 문, 쾌락의 도, 진심이 없으면 독이 된다."
경고였다. 무공 비급을 숨긴 자들이 흔히 남기는, 힘을 탐하는 자를 향한 협박. 그러나 독고절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권태가 그를 죽이고 있었기에, 어떤 위험도 그에겐 자극이었다.
돌문 안은 예상보다 깊었다.
동굴 벽면을 따라 푸른 이끼가 빛을 내며 길을 밝혔다. 그 희미한 빛 아래 벽화가 펼쳐져 있었다. 남녀가 얽힌 자세들, 단순한 춘화가 아니었다. 내공의 경락을 따라 기운이 흐르는 방향, 손가락이 혈도를 짚는 각도, 쾌락의 절정에서 내뿜는 진기의 흐름이 도표처럼 그려져 있었다.
"환희탈백수……."
그의 입술 사이로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벽화의 중앙에는 두 권의 비급이 청동 함에 담겨 있었다.
첫째 권은 「환희탈백수」. 내공을 실은 열 손가락으로 상대의 경락과 혈도를 자극하되, 고통 대신 극한의 쾌락을 강제하는 금나수법이었다. 피부 표면의 혈도를 열고, 그 아래 깊은 경락을 타고 흐르는 내공을 쾌락의 기운으로 바꾸는 법문이 적혀 있었다.
둘째 권은 「쾌락흡성대법」. 상대가 절정에 이르러 스스로 내뿜는 진기를 감정과 함께 흡수하여 자신의 무공을 정제하는 법문. 단, 그 진기는 '진심'이 담겼을 때만 효험이 있고, 거짓된 욕망은 독기로 역류한다는 경고가 붉은 글씨로 덧붙여져 있었다.
독고절은 벽화의 경고문을 한 번 더 읽었다.
"진심이 없으면 독이 된다……."
권력의 세계에서 진심은 가장 쓸모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동굴의 주인은 쾌락의 정점에 진심을 요구했다. 이율배반적인 조건이 오히려 독고절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동굴 바닥에 가부좌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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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련은 낯선 전율로 시작되었다.
독고절은 「환희탈백수」 첫째 초식, '파정식'의 법문을 따라 내공을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집중시켰다. 패왕검법의 살기 어린 내공이 손끝으로 흘러들자, 평소라면 상대의 급소를 꿰뚫었을 기운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했다.
날카롭던 내공이 손가락을 타고 흐르며 둥글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칼날이 깃털로 바뀌는 듯한 감각. 내공의 성질 자체가 변하고 있었다. 살기와 패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따뜻하고 진동하는 기운이 채웠다.
손가락 끝이 저릿했다.
그 저림은 손목을 타고 팔뚝으로, 팔뚝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척추를 따라 전신으로 번졌다. 내공의 흐름이 바뀌면서 육신의 감각 자체가 극도로 예민해졌다. 동굴 안의 습기 찬 냄새가 코를 찔렀고, 이끼의 푸른 빛이 눈에 과하게 선명하게 박혔다. 옷깃이 목덜미에 닿는 감촉조차 성적 자극처럼 느껴졌다.
독고절은 심호흡을 가다듬고 수련을 이어갔다.
둘째 초식, '난경식'. 열 손가락을 동시에 사용하여 상대의 전신 경락을 자극하는 수법이었다. 손가락을 허공에 휘두르자, 손끝에서 뻗어나간 기운이 보이지 않는 실처럼 공기를 진동시켰다. 이 기운이 실제 피부에 닿으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상상만으로도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셋째 초식, '탐혈식'. 경락을 넘어 상대의 단전 깊숙이 내공을 침투시켜 쾌락의 기운을 직접 주입하는 법문. 이 초식을 익히는 순간, 독고절의 하복부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솟았다. 내공이 쾌락의 속성으로 완전히 전환되는 느낌. 단전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고, 그 열기가 하체로 흘러내리며 성기를 팽창시켰다.
바지 앞섭이 불편할 정도로 단단해진 자신의 신체를 내려다보며 독고절은 쓴웃음을 지었다. 패왕검법을 익힐 때도 이런 생리적 반응은 없었다. 이 비급은 단순한 무공이 아니었다. 무인의 육신 자체를 쾌락의 무기로 바꾸는 법문이었다.
그때, 동굴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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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 이 동굴 안에 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내의 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여러 발자국 소리. 산적단이었다. 독고절은 비급을 품에 넣고 동굴 입구로 걸어나갔다. 달빛 아래, 대충 스무 명쯤 되는 산적들이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선두에는 칼집에서 대도를 뽑은 사내. 산적 두목일 터였다.
"네놈은 누구냐? 여기서 뭘 했지?"
대답 대신 독고절은 손가락을 가볍게 폈다. 검을 뽑지 않았다. 이 녀석들은 검을 뽑을 가치도 없었다. 다만, 새로 익힌 초식의 실전 효용을 확인하기에는 적당한 상대였다.
"두목, 저 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닥쳐라! 스무 명이 하나를 못 당할까!"
산적 두목의 명령에 부하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독고절은 움직이지 않았다. 첫 번째 산적의 칼이 그의 어깨를 향해 내리쳐지는 순간,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번개처럼 뻗어나갔다.
파정식.
손가락이 산적의 손목 혈도에 닿자, 내공이 실린 쾌락의 기운이 순식간에 경락을 타고 흘러들었다. 산적의 눈이 커졌다. 칼을 쥔 손이 풀리고, 무릎이 꺾였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대신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것은 신음이었다.
"으… 으으… 뭐, 뭐야 이거……."
독고절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산적이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그들은 칼을 놓치고 바닥에 쓰러졌다. 전투 불능.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고통 대신 붉은 홍조가 번졌고, 바지 앞섭은 하나같이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산적 두목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 대체 무슨 마공을……!"
"마공이라. 그럴지도 모르겠군."
독고절은 산적 두목을 지나쳐 그의 뒤에 숨어 있는 그림자를 향해 걸어갔다. 횃불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 비단옷을 걸친 여인이 떨고 있었다. 산적 두목의 애첩인 듯했다. 그녀의 손목에는 매였던 밧줄 자국이 선명했다.
"네가 여기서 자유롭게 있는 건 아닌 모양이군."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눈빛이 독고절의 손을 쫓았다. 방금 전까지 산적들을 바닥에 쓰러뜨린 그 손가락을.
두목이 소리쳤다.
"건드리지 마라! 그 계집은 내가 금을 주고 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독고절의 손가락이 허공을 갈랐다. 탄지신통의 변형. 내공을 머금은 지풍이 두목의 이마를 정확히 가격했다. 그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주변은 고요해졌다. 스무 명의 산적이 모두 의식을 잃거나 신음하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오직 독고절과, 떨고 있는 여인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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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이름은 매화였다.
산적 두목에게 붙잡혀 삼 년째 첩 노릇을 하며, 도망칠 때마다 붙잡혀 발목에 밧줄이 매였다. 그녀가 품에서 꺼낸 작은 비수는 자결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제 필요 없소."
독고절은 그녀의 손에서 비수를 빼앗아 던져버렸다. 달빛 아래, 매화의 얼굴은 예상보다 젊었다. 스물다섯쯤. 두려움에 젖은 눈동자였지만, 그 아래에는 꺼지지 않은 어떤 불씨가 숨어 있었다.
"왜… 왜 저를 살려주셨습니까?"
"살렸다고 생각하나?"
독고절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환희탈백수의 기운이 실린 손가락이 피부 위를 스치자, 매화의 숨소리가 변했다. 놀람과 두려움이 뒤섞인 신음이 입술 사이로 새나왔다.
"이건……."
"쾌락이다. 네가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독고절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혈도를 정확히 짚는 손끝. 어깨의 견정혈, 쇄골 아래의 기호혈을 지나 가슴 위쪽의 신장혈을 눌렀다. 각 혈도가 눌릴 때마다 매화의 몸이 작게 경련했다.
"아… 으으……."
그녀의 저항은 미약했다. 아니, 저항하려는 의지 자체가 손가락이 전하는 쾌락의 기운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독고절은 법문의 내용을 떠올렸다. 환희탈백수의 핵심은 상대의 내공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거슬러 쾌락의 기운을 주입하는 것. 매화 같은 무공이 없는 일반인은 더욱 취약했다. 그녀의 경락은 텅 비어 있었고, 독고절의 내공은 아무 저항 없이 스며들었다.
손가락이 비단 옷깃을 풀었다. 저고리가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달빛 속에 드러난 그녀의 가슴은 땀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유두는 이미 단단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보아하니 네 남편이란 자는 쾌락을 줄 줄 몰랐군."
"그… 그 자는… 그냥… 찢기만……."
말을 잇지 못했다. 독고절의 엄지가 그녀의 왼쪽 유두를 누르며 동그랗게 문질렀다. 내공을 실은 손가락의 마찰이 전기 같은 자극을 유선을 타고 전신으로 퍼뜨렸다. 유두가 더욱 팽팽하게 경직되며 붉게 부풀어 올랐다. 매화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핫… 아아앗!"
첫 절정이었다. 삽입도 없이, 단지 손가락의 애무만으로 그녀는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질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대퇴부 안쪽이 반짝일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독고절은 손가락의 감촉으로 그녀의 내부 경련을 읽었다. 쾌락흡성대법의 법문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펼쳐졌다. 지금이었다. 그녀가 절정에 이르러 내뿜는 진기를 흡수할 타이밍.
그러나 독고절은 곧바로 흡수하지 않았다. 아직이었다. 그녀의 절정은 육체적 반응일 뿐,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 비급의 경고가 떠올랐다.
'진심이 없으면 독이 된다.'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대신 매화의 몸을 바위에 기대게 하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그녀의 하체에 접근했다. 치마를 걷어내자 달빛에 젖은 음모가 드러났다. 애액으로 반짝이는 음순 사이로 음핵이 붉게 부풀어 있었다. 질 입구는 이미 벌어져 있었고, 안쪽의 선홍색 질벽이 꿈틀거렸다.
"두 번째다. 이번엔 더 깊이 간다."
독고절의 중지가 질 입구를 빙글빙글 돌다가 천천히 밀고 들어갔다. 뜨겁고 부드러운 질벽이 손가락을 조였다. 내공을 실은 손가락이 질 내부의 경락을 따라 움직이며 G스팟을 압박하자, 매화의 몸이 발작하듯 떨렸다. 질벽이 손가락을 더 깊이 빨아들이며 수축했다.
"안… 안 돼… 뭔가… 또…!"
"참지 마라. 네 몸이 원하는 대로 해."
손가락이 리드미컬하게 출입하며 질벽을 자극했다.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질 내부의 주름이 손가락 마디를 훑으며 조여왔다. 동시에 엄지가 음핵을 눌렀다. 안팎에서 동시에 가해지는 자극에 매화의 질 근육이 격렬하게 수축했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독고절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손톱이 두피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아앗!"
두 번째 절정이 첫 번째보다 강렬했다. 질벽이 손가락을 물고 늘어지며 애액이 손바닥을 적셨다. 그녀의 단전에서 뜨거운 진기가 뿜어져 나왔다. 독고절은 쾌락흡성대법을 가동했다. 손가락을 매개로 그녀의 진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눈앞에 환영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었다. 독고절의 신경계 전체에 직접 꽂히는 감각의 폭격이었다.
불타는 마을. 비명을 지르는 여인들. 산적의 칼에 베여 쓰러지는 늙은 부모. 그 광경이 시각으로만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불에 타는 살점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비명이 고막을 찢었다. 그리고 열다섯 살 매화가 산적 두목의 손에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는 순간, 그녀의 두피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그대로 독고절의 두피에 전이되었다.
독고절은 이를 악물었다. 손가락이 매화의 질 안에서 경직되었다.
환영은 계속되었다.
강간당하던 첫날밤. 찢어지는 통증이 하복부를 관통했다. 질이 찢기고, 허벅지 안쪽에 피가 흘러내리는 감각. 숨이 막혔다. 도망쳤다 붙잡혀 발목에 밧줄이 매이던 날. 밧줄이 살을 파고드는 아픔이 발목 뼈까지 전해졌다. 자결하려고 비수를 품에 숨겼던 밤. 차가운 쇠붙이를 가슴에 품고 떨던 그 공포가 독고절의 심장을 조였다.
그리고도 살아야 했던 이유.
고향에 남겨둔 어린 여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산적 두목이 보낸 협박 편지. '네 동생을 기루에 팔아버리겠다'는 문구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편지를 읽으며 느꼈던 체념. 절망. 그리고 그 체념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동생을 구해야 한다는 집착.
그 감정들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독고절의 신경을 타고 직접 흘러들었다. 마치 자신의 기억인 것처럼 선명했다. 가슴이 죄어들었다. 숨이 막혔다. 눈앞이 흐려졌다.
독고절의 손가락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졌다.
매화는 울고 있었다. 절정의 여운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질은 아직도 경련을 일으키며 애액을 흘리고 있었고, 유두는 젖은 채로 바람에 떨리고 있었다.
"당신… 당신은… 대체……."
그녀의 눈빛에 담긴 것은 굴복이 아니었다. 두려움도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쾌락을 준 낯선 자에 대한 혼란, 그리고 그 쾌락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상처와 마주한 충격.
독고절은 그 눈빛을 낯설게 바라보았다.
권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사람들은 두려움과 증오를 감추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지금 이 여인의 눈빛은 달랐다. 그녀는 무너졌지만, 동시에 무언가로부터 해방된 표정이었다. 쾌락이 고통의 기억을 일시적으로나마 지워버린 걸까.
"네 여동생은 내가 구해주마."
독고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산적 소굴의 위치를 말해라."
매화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독고절은 이미 일어서서 옷깃을 여미고 있었다. 그의 성기는 여전히 바지 앞섭을 팽팽하게 밀어올리고 있었다. 귀두 끝에서 스며나온 투명한 액체가 천을 적셨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 근방의 산적은 내일이면 사라질 무리다. 네 여동생은 마을로 돌려보내주마."
"왜… 왜 이렇게까지……."
"네가 내게 준 것이 있으니까."
그녀의 진심이 담긴 절정의 진기. 그것은 확실히 독고절의 내공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단전의 기운이 전보다 맑고 강하게 정제되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육욕이 아닌 감정의 공명이 이 비급의 진정한 연료였다.
그러나 그 대가로 그는 그녀의 기억을 공유했다. 피할 수 없는 짐이었다. 쾌락으로 정복할수록, 정복당하는 자의 인생이 자신의 일부가 되어 들어왔다. 그녀의 고통, 두려움, 체념이 아직도 그의 신경계에 잔향처럼 남아 있었다.
독고절은 산적 두목의 허리춤에서 지도를 꺼내었다. 산적 소굴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가라. 동이 트기 전에 산을 내려가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거기서 기다려라. 사흘 안에 네 여동생을 데려다주겠다."
매화는 일어서서 옷을 여몄다. 그녀의 다리는 아직 절정의 여운으로 떨리고 있었다. 떠나기 전, 그녀가 돌아보며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독고절."
이름을 들은 그녀의 얼굴에 충격이 스쳤다.
"마교… 전 마교주……."
"전직일 뿐이다. 이제는 그냥 지나가는 낭인."
매화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의 인사도, 두려움의 비명도 아닌, 낯선 경외가 담긴 침묵의 인사였다.
그녀가 사라진 뒤, 독고절은 동굴 앞에 홀로 섰다.
달빛이 손가락에 말라붙은 애액을 비추었다. 그는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핥았다. 짜고 비릿한 맛과 함께,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녀의 진기가 혀끝에서 전율을 일으켰다.
이것이 권력과 다른 무기였다.
권력은 사람을 굴복시켰다. 그러나 이 능력은 사람을 무너뜨린 뒤, 무너진 자리에서 그들의 진심을 끄집어냈다. 그 진심이 오히려 독고절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매화의 기억을 공유한 뒤, 그의 가슴 속에는 낯선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분노인가, 연민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권태는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갈증이 목을 조였다. 매화 같은 여인은 시작일 뿐이었다. 강호에는 더 강하고, 더 자존심 높고, 더 무너뜨리기 어려운 여인들이 널려 있었다. 그녀들을 이 손가락으로 정복하고, 그 진심을 빨아들여 자신의 무공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권력 대신 그가 선택한 새로운 정복의 길이었다.
독고절은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바지 앞섭이 여전히 불편할 정도로 팽팽했다. 매화의 절정을 두 번이나 목격하고, 그녀의 진기를 흡수하는 동안 자신의 성기는 단 한 번도 해소되지 않았다. 귀두가 천에 마찰될 때마다 전류 같은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그는 허리띠를 풀었다.
바지를 내리자, 억눌려 있던 성기가 튀어 오르듯 솟아올랐다. 달빛 아래 드러난 그것은 검붉은 귀두가 완전히 노출될 정도로 단단했다. 귀두 표면은 투명한 점액으로 번들거렸고, 요도구에서는 아직도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독고절은 오른손으로 성기를 감싸쥐었다.
"크으……."
손바닥 안에서 성기가 뜨겁게 맥동했다. 그는 천천히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피가 귀두를 덮었다가 다시 벗겨질 때마다, 마찰이 신경 말단을 자극하며 쾌감을 밀어올렸다.
눈을 감자, 방금 전 매화의 모습이 떠올랐다. 손가락 안에서 경련하던 질벽의 감촉. 애액이 손바닥을 적시던 따뜻한 온기. 절정에 달해 울먹이던 그녀의 신음소리.
그리고 그 위로 청수진인의 얼굴이 겹쳐졌다.
차가운 눈빛. 빙백신검을 쥔 가느다란 손가락. 단정하게 여민 도포 아래 감춰진 육체. 그녀가 무너지는 순간, 그 눈빛은 어떻게 변할까. 냉랭하던 눈동자가 쾌락에 흐려지고, 원칙을 외치던 입술이 신음을 토해내고, 빙백신검을 쥐던 손가락이 그의 등에 매달리는 순간. 그리고 그 절정 속에서 그녀가 숨겨온 진심이, 외로움이, 상처가 내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순간.
"청수진인……."
손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성기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귀두가 더욱 팽창하며 붉게 변했다. 음낭이 수축하며 단단하게 조여들었다. 사정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율이 회음부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치달았다.
"네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 네가 감춰온 모든 것……."
숨이 거칠어졌다. 손이 더욱 빠르게 성기를 왕복했다. 귀두와 손바닥 사이에서 점액이 끈적한 소리를 냈다. 허벅지 근육이 긴장하며 떨렸다.
"내가… 가져가겠다……!"
허리가 들썩였다. 요도구가 벌어지며, 첫 번째 사정액이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흰 탁액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바위 위로 떨어졌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성기가 손 안에서 격렬하게 맥동하며 정액을 토해냈다. 사정은 오래 지속되었다. 매화의 진기를 흡수한 뒤 처음으로 해소하는 성적 욕망이었기에, 그 양은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바위 표면이 흰 액체로 얼룩졌다.
"하아…… 하아……."
독고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을 놓았다. 아직도 성기는 반쯤 발기한 채 맥동하고 있었다. 손바닥은 정액으로 끈적였다.
그는 손에 묻은 정액을 바지에 닦아내며 일어섰다. 달빛 아래, 바위에 흩뿌려진 자신의 정액이 반짝였다. 저것이 쾌락흡성대법의 첫 번째 부산물이었다. 매화의 진심이 담긴 진기를 흡수한 대가로, 그의 육체는 더욱 강력한 성적 욕망을 분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는 동굴 안으로 돌아가 비급을 품에 단단히 넣고, 떨어진 장검을 집어들었다. 산적 소굴의 지도를 확인한 뒤, 길을 나섰다.
산적들을 처리하고, 매화의 여동생을 구한 뒤, 그의 발걸음은 아미산 금정봉을 향할 것이다.
"청수진인……."
독고절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전대 마교주의 냉소가 아니라, 사냥감을 찾은 맹수의 환희에 가까웠다.
"네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가 어떤 소리일지, 이 몸이 직접 확인해주마. 그리고 그 무너진 자리에서…… 네가 감춰온 모든 것을 내가 가져가겠다."
달빛이 그의 등 뒤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그림자는 더 이상 권력에 찌든 마교주의 것이 아니었다. 쾌락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강호를 제패하려는 한 사내의, 포식자의 그림자였다.
산길에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독고절의 옷자락을 휘날리며, 머지않아 펼쳐질 쾌락의 전장으로 그를 재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