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눈을 떴다. 폐부를 찢는 마력의 잔향. 손바닥 아래 푸른 결정의 차가운 감촉.

본능이 머리보다 빨랐다. 몸을 일으키자 거대한 크레이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사방 수백 미터가 패인 땅, 숨 쉬듯 깜빡이는 마력 결정들. 그 푸른 빛 사이로 여자의 얼굴이 스쳤다. 눈 감은 옆모습. 손을 뻗자 결정은 평범한 돌처럼 빛을 잃었다.

가죽 갑옷은 찢겼고, 오른손엔 전생의 피가 검게 굳어 있었다. 용병왕 카이드 발렌하르트. 대륙 최강이라 불리던 남자는 이렇게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 비명. 말발굽. 타는 냄새.

전장이었다.

낮게 웃었다. 크레이터 경사면을 달려 올랐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황은 명확했다. 북쪽의 은색 갑옷 중장보병, 검은 바탕 은빛 독수리 깃발——제국군. 남쪽은 푸른 경장비의 연합국 잔병들이 흩어져 도망치고 있었다. 기병대가 측면을 파고드는 전형적인 섬멸전.

하지만 내 시선은 그런 전술 따위에 머물지 않았다.

은빛이 흘렀다.

선두의 여성. 은색 플레이트 아머, 백금발을 투구 없이 휘날리며 말을 몰고 있었다. 그녀의 롱소드가 허공을 그을 때마다 세 개의 은빛 궤적이 동시에 번쩍였다. 삼중섬. 검기가 한 번에 세 갈래로 갈라진다. 휘두를 때마다 도망치는 병사 셋이 동시에 쓰러졌다. 목, 옆구리, 허벅지——급소만 정확히 베는 절제된 살육.

실전에서 저 정도 검술을 구사하는 자는 전생에도 열 명이 안 됐다.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말을 돌렸다. 크레이터의 푸른 마력 잔광을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세상이 변했다.

얼음처럼 푸른 눈동자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내 시야에만 보이는 은빛 안개가 그녀의 몸에서 피어오르더니 굵은 사슬의 형태를 취했다. 목, 손목, 발목을 칭칭 감은 은빛 사슬. 그녀를 옭아매고 있지만, 동시에 그녀 자신이 그 사슬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해했다. 그녀가 평생 숨겨온 욕망이 무엇인지, 누군가 내 귀에 속삭여준 것처럼 명확하게.

“복종……”

내 입술이 무심코 흘린 말에 그녀의 눈썹이 움찔했다.

“네가…… 뭘 안다고.”

차가운 목소리. 하지만 그 아래 깔린 떨림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말에서 내렸다. 찰랑이는 갑옷 소리. 단단한 근육의 선. 검을 내 쪽으로 겨누며 걸어왔다.

“제국 백은 기사단장, 알리시아 폰 로젠베르크다. 너는…… 저주받은 유적에서 나온 전이자인가?”

“카이드다.”

“계급은?”

“용병.”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용병치고는 눈빛이 맑군. 보통 이 전장을 보면 도망치거나, 무릎 꿇거나, 아니면 죽기 살기로 덤비는 게 정상인데…… 너는 측정하고 있군. 나를.”

정확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 움직임, 호흡, 발의 각도, 그리고 그녀를 휘감은 은빛 사슬의 떨림을 읽고 있었다.

“싸울 생각이면 받아주마.”

발밑에 떨어진 연합국 병사의 롱소드를 발끝으로 차 올려 손에 쥐었다. 평범한 강철 검. 날도 이가 나갔다. 하지만 충분했다.

“그 검으로 나를 상대하겠다고?”

“검은 도구일 뿐이다.”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짜증인가, 흥미인가. 그녀가 움직이기 전에 나는 이미 궤적을 읽고 있었다. 은빛 사슬이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잡아당겼다.

챙——!

첫 번째 베기가 세 궤적으로 갈라졌다. 목, 오른쪽 옆구리, 왼쪽 무릎. 동시에 들어오는 세 번의 공격.

나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챙, 챙, 챙.

세 번의 짧은 금속음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 세 궤적 모두를 내 검 끝으로 쳐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네 검은 정직하군.”

반보 앞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물러서려는 순간, 검을 타고 미끄러지듯 파고들어 검자루로 손목을 쳤다.

“윽!”

검이 떨어질 뻔했지만 그녀는 놓지 않았다. 몸을 비틀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 나는 허락하지 않았다.

“도망치려는 건가, 알리시아.”

“누가 도망쳐!”

이를 악물었다. 은빛 사슬이 거칠게 떨렸다. 분노인가, 흥분인가. 아니다.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건——기대였다.

이 여자는 나에게 지고 싶어 하고 있다.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패배하는 순간을, 자신이 세운 모든 벽이 무너지는 순간을 갈망하고 있다.

“그럼 계속해라.”

거리를 주었다. 그녀가 숨을 고르는 동안, 나는 패턴을 완전히 분석했다. 삼중섬이 그려지는 순간, 왼발이 살짝 앞으로 나오고 오른쪽 어깨가 미세하게 내려간다. 그 찰나가 빈틈이다.

“이걸로 끝이다.”

그녀가 마력을 검에 불어넣었다. 검신 전체가 은빛으로 빛나며 공기를 갈랐다. 최대 위력, 최고 속도의 공격이 올 것이다.

그녀가 발을 굴렸다. 세 궤적——직전보다 훨씬 빠르고 날카롭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그녀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검의 궤적이 그려지기 전, 왼발이 앞으로 나오는 그 찰나. 왼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뭐——!”

손목을 비틀자 검이 허공으로 빗나갔다. 오른발로 그녀의 왼발을 걸어 넘겼다. 중심을 잃은 몸이 뒤로 넘어갔다. 나는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내 오른손의 검이 그녀의 목에 닿았다.

숨이 멎은 듯한 침묵.

주변에서 제국 병사들이 경악한 얼굴로 달려오려 했지만, 알리시아가 손을 들어 막았다.

“오지 마라……”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공포가 아니었다. 그녀의 눈이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에 깃든 건 패배의 굴욕이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려온 무언가가 마침내 찾아왔다는 안도였다.

“너는…… 대체……”

“네가 원하는 걸 아는 남자다.”

낮게 속삭이자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은빛 사슬이 지금, 내 손에 쥐여 있었다. 그녀의 욕망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인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떨리는 입술, 거칠어진 호흡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래. 여기서다. 전장 한복판. 패배한 그녀를, 제국 최강의 검성을, 나는 지금 당장 정복할 것이다.

검을 거두었다. 대신 그녀의 갑옷 끈을 풀기 시작했다.

가슴받이의 가죽 끈이 내 손가락 아래서 뻣뻣하게 저항했다. 전투 직후의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흐르고, 손끝의 감각이 예민하게 살아 있었다. 첫 번째 끈이 풀리자 어깨 보호대가 덜컹이며 느슨해졌다. 두 번째. 세 번째. 하나씩 풀릴 때마다 금속음이 침묵 속에 크게 울렸다.

제국 병사들은 물러서 있었다. 누구도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들의 지휘관이, 제국 최강의 검성이, 정체 모를 전이자에게 제압당한 채 갑옷을 벗기는 모습을.

가슴받이를 들어내자 검은 전투복이 드러났다. 가슴께가 땀에 젖어 살갗에 달라붙어 있었다. 전투복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쇄골이 드러나고, 이내 가슴의 윗부분——새하얀 피부와 그 위로 솟아오른 유두의 윤곽이 천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보아라.”

내가 명령했다. 그녀가 숨을 삼켰다.

“네가 원한 거다. 진정한 강자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을. 지금 이 전장에서, 네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네가 직접 보여라.”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수치심과 흥분이 뒤섞인 표정.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항복하듯, 아니——자신의 전부를 내어주듯.

전투복을 어깨 아래로 끌어내렸다. 가슴이 완전히 드러났다. 탄탄한 근육 위에 솟아오른 유방은 생각보다 컸고, 유두는 공기에 닿자 단단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땀으로 반짝이는 피부 사이로 희미한 은빛——욕망의 사슬이 그녀의 몸을 더욱 조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유방을 움켜쥐었다. 손바닥 안에서 살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전투 중에도 이토록 뜨거운가. 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려왔기에 이토록 뜨거운 것인가.

“아……!”

첫 신음이 터졌다. 엄지가 유두를 비비자 그녀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유두를 손끝으로 집어 비틀었다. 살짝 힘을 주자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렸다.

“더…… 원하는가.”

“원해…….”

이미 검성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굴복을 갈망하는 여자의 목소리.

하반신 갑옷을 풀었다. 허리 보호대와 레깅스가 차례로 벗겨졌다. 전투복 바지까지 벗기자 길고 단단한 허벅지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사이——천으로 된 속옷이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애액이 천 너머로 스며 나와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미 젖었군.”

낮게 읊조리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다리를 오므리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벌렸다. 그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오랫동안 이 순간을 갈망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속옷을 찢어 내렸다. 음부가 완전히 드러났다. 금발의 음모가 촘촘하게 자라 있었고, 그 아래로 붉게 충혈된 대음순 사이로 진한 애액이 반짝이고 있었다. 음핵은 이미 부풀어 올라 대음순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고, 질 입구는 기대에 차서 미세하게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보아라. 네 병사들에게 보여라.”

무릎을 잡아 더 크게 벌렸다. 그녀의 음부가 전장의 차가운 공기에 완전히 노출되었다. 뒤에서 병사들의 숨막히는 듯한 침묵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네가 진정으로 원하던 거다. 검술도, 명예도, 기사도도 아니다. 강자 앞에 무릎 꿇고, 네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 그게 너의 진짜 욕망이다.”

“그래……”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맞아요…… 나는…… 나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내 어깨에 걸치고, 음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짭짤하고 비릿한 애액 냄새와 그녀 고유의 체취가 후각을 자극했다.

혀를 내밀어 대음순을 핥았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졌다. 혀가 음핵에 닿자 허리가 크게 휘었다. 음핵을 혀 끝으로 감싸고, 빨아들이고, 살짝 깨물었다. 그때마다 질에서 애액이 뿜어져 나와 내 턱을 적셨다.

“아, 아아……! 제발……!”

“무엇을?”

“안에…… 안에 넣어줘요……!”

“명령해라.”

고개를 들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는 완전히 풀려 있었다. 이성은 사라지고, 오직 욕망만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에게 명령해라, 알리시아. 네가 원하는 걸 말로 해라.”

“나를…… 정복해줘요……”

떨리는 목소리.

“내 안에 당신의 것을 넣어줘요. 나를……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줘요…….”

바지를 풀었다. 전투 내내 억눌려 있던 성기가 단단하게 발기되어 튀어나왔다. 귀두는 이미 투명한 점액으로 젖어 있었다. 그녀의 질 입구에 귀두를 갖다댔다. 음순이 내 성기를 감싸듯 열렸다.

“기억해라. 이 순간 이후로 너는 내 것이다.”

“네……”

“어떤 명령에도 복종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네 검은 나를 위해 휘두르고, 네 육체는 나를 위해 벌어진다. 맹세해라.”

“맹세해요…… 나는…… 오늘부터…… 당신의 것입니다……”

천천히, 하지만 거침없이 그녀의 질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질벽이 내 성기를 촘촘하게 조여왔다. 아직 충분히 풀리지 않은 근육이 저항했지만, 애액이 넘칠 정도로 젖어 있어 삽입은 막히지 않았다. 한 번에 끝까지 밀어 넣었다.

“으아아——!”

비명이 전장의 하늘로 울려 퍼졌다. 질 깊숙한 곳까지 내 성기가 도달하자, 내부 근육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질벽이 내 성기를 꽉 물어뜯는 듯한 감각. 뜨겁고, 젖어 있고, 좁았다.

“움직인다.”

허리를 잡고 천천히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성기를 빼낼 때마다 질벽이 놓지 않으려 달라붙었고, 다시 밀어 넣을 때마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쿡쿡 찔렀다. 그때마다 몸이 휘청였고,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 좋아……! 더…… 더 깊이……!”

“이렇게 말이다.”

속도를 높였다. 허리를 더 단단히 잡고, 거칠게 찔러 올렸다. 고환과 엉덩이가 부딪칠 때마다 젖은 살갗이 내는 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퍽, 퍽, 질퍽——그 소리가 리듬을 이루며 점점 빨라졌다.

질 내부가 성기를 압박해왔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성기의 핏줄을 타고 미끄러지는 감각이 너무나 선명했다. 그녀의 체온이 성기를 통해 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녹인 쇳물을 그대로 쑤셔 박은 것처럼 아랫배까지 달아올랐다.

그때, 관자놀이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시야 가장자리가 흐릿해지고, 전술 계산이 한 박자 늦어지는 느낌. 머릿속 지도가 조금씩 지워지는 감각. 전장 주변——병사들의 위치, 무기 배치, 탈출 경로——그 모든 경계가 한순간 느슨해졌다. 마치 내 이성의 벽에 금이 가는 듯했다. 이게 능력의 대가인가. 전투 이성의 잠식.

하지만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칠게 찔러 올렸다.

“당신은…… 대체……!”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으려 했지만, 내가 찌를 때마다 말이 끊겼다.

“대체…… 누구…… 아, 아악!”

“네 주인이다.”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백금빛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머리를 뒤로 젖히며 허리를 더 깊숙이 찔러 넣었다. 목이 길게 늘어지고, 쇄골 위로 땀방울이 굴러떨어졌다.

“이 목숨…… 네가 스스로 지키려 했던 모든 것…… 이제 내 것이다.”

손이 그녀의 목을 감쌌다. 살짝 힘을 주어 기도를 압박하자, 질이 더욱 강하게 수축했다. 눈이 뒤집혔다. 숨이 막히는 고통 속에서도 질은 내 성기를 더 깊이, 더 간절하게 빨아들였다.

“좋아…… 죽어도…… 좋아……!”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목에서 손을 풀고, 대신 상체를 잡아당겨 일으켰다. 그녀가 내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입술은 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혀가 내 혀를 찾아 얽혀왔다. 키스하는 동안에도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질을 깊고 빠르게 찔러댔다.

“이젠…… 내 안에서……!”

입술을 놓으며 속삭였다.

“터져도 돼요……?”

“명령을 기다리는 건가.”

“네…… 주인의 명령을…….”

“좋아. 허락한다. 나와 함께 가라, 알리시아.”

질이 크게 수축했다. 오르가즘이 그녀를 덮친 순간, 질벽이 내 성기를 미친 듯이 조여왔다. 그 압박에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자궁 입구에 귀두를 밀착시키고, 뜨거운 정액을 그녀 안에 쏟아부었다. 첫 번째 사정, 두 번째——질 깊숙한 곳을 내 정액으로 가득 채웠다.

“아…… 아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녀가 내 품에 완전히 쓰러졌다. 나는 그녀를 안은 채로 잠시 숨을 골랐다. 성기가 아직 질 안에 박혀 있었고, 질벽이 미세하게 떨리며 내 정액을 짜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끝내지 않았다. 몸을 뒤집었다. 엎드린 그녀의 엉덩이가 올려졌다. 질 입구에서는 방금 사정한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아래로 또 다른 구멍이——좁고 단단한 후정이 드러났다.

“이곳은…… 아직이지.”

손가락으로 항문 주름을 문지르자, 몸이 움찔 떨렸다.

“그, 곳은…….”

“싫은가.”

“……아니요.”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거절은 없었다.

“주인이 원하신다면…… 어디든…….”

질에서 흘러나온 정액과 애액을 손가락에 묻혀 항문에 발랐다. 윤활제 삼아 천천히 손가락을 밀어 넣자,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그곳은 상상 이상으로 좁고 뜨거웠다. 그녀가 숨을 삼키며 항문 근육을 조여왔다.

“긴장 풀어라.”

“네…… 네…….”

손가락이 두 개로 늘어나자, 항문이 벌어지며 붉은 내벽이 살짝 드러났다. 손가락을 빼고, 다시 단단해진 성기를 항문 입구에 갖다댔다.

“숨 들이쉬어라.”

숨을 들이쉬는 순간, 천천히 밀고 들어갔다. 귀두가 좁은 괄약근을 뚫고 들어가자, 등이 활처럼 휘었다.

“아아아……! 부서져…… 부서질 것 같아……!”

“견뎌라. 네가 내 것임을 증명해라.”

한 번에 끝까지 밀어 넣었다. 질과는 전혀 다른 감각——더욱 강력한 압박과 열기가 성기를 조여왔다. 항문이 거부하듯 수축했지만, 나는 거칠게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깊고 빠르게 찔러댔다.

“아, 아, 아……! 주인……! 주인님……!”

엉덩이를 내게 더 밀착시키며 신음했다.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목소리. 나는 항문 안에서 정액을 터뜨렸다. 두 번째 사정은 첫 번째보다 더 뜨겁고 진했다. 직장 깊숙한 곳까지 내 정액이 스며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몸을 휘감고 있던 은빛 사슬이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산산조각나며 흩어졌다. 파편들은 빛의 입자가 되어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피부 위로 은빛 문신이 번지듯 퍼져나갔다. 목에서 시작해 쇄골을 타고, 가슴 아래까지——그녀가 완전히 내 것임을 증명하는 낙인이 새겨졌다.

동시에 내 머릿속 균열이 더 크게 벌어졌다. 그녀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관자놀이의 통증이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전장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누군가 다가와도 눈치채지 못할——그런 위험한 틈.

성기를 빼내자, 항문은 아직 벌어진 채로 있었고, 그 안에서 정액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완전히 탈진한 채 엎드려 있었다.

머리를 잡아 내 성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아직 정액과 애액에 젖은 성기가 입술 앞에 닿았다.

“깨끗이 해라.”

망설임 없이 입을 벌렸다. 성기를 입 안에 넣고, 혀로 귀두를 감싸고,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액체를 핥아 삼켰다. 혀가 성기의 핏줄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나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성기를 깊숙이 목구멍까지 받아들이자, 머리를 잡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입 안에서 다시 단단해지기 시작한 성기가 목구멍을 찔렀다.

“읍…… 쿨럭…….”

숨을 삼키며 눈물을 흘렸지만, 입을 빼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입 안에서 마지막으로 사정했다. 목구멍에 직접 정액을 쏟아부었다. 꿀꺽꿀꺽 삼키는 소리가 텐트 안에 울렸다.

성기에서 입을 떼고 숨을 몰아쉬었다. 입술 주변으로 정액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닦아 혀로 핥았다.

“고맙습니다…… 주인…….”

“주인…….”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알리시아가 내 품에서 일어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음 같던 푸른 눈빛이 어느새 녹아 흐르는 호수처럼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녀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알리시아 폰 로젠베르크. 오늘부로 백은 기사단장의 직위를 버리고, 오직 당신의 것입니다.”

병사들의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단장님!”

“무슨 소리십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저 나를 올려다보며, 내가 명령하기를 기다렸다.

“좋다.”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네 검은 여전히 네 것이다. 하지만 그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이제부터 나다. 일어나라, 알리시아. 너는 오늘부터 나의 첫 번째 기사다.”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유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평생 그녀를 옭아매왔던 의무와 위선, 그리고 억눌린 욕망의 사슬이 풀려난 얼굴이었다.

갑옷을 집어 건넸다. 그녀는 갑옷을 받아 입으며,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내 안에 숨겨둔 나를, 찾아줘서.”

밤이 찾아왔다.

제국군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알리시아는 자신의 권위로 진압했다. 그녀의 명령으로 임시 야영지가 세워졌고, 나는 텐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잠이 들기 직전까지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야망의 속삭임'. 상대 여성의 숨겨진 욕망을 읽는 이 능력은 확실히 강력했다. 하지만 대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오늘 느낀 그 미세한 균열. 전투 중에 그녀를 생각하며 느낀 보호 본능.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눈을 감았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꿈을 꿨다.

전장이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땅은 피로 질퍽했다. 그 한가운데에 그녀가 서 있었다. 알리시아. 그녀는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칼이 박혔다.

등 뒤에서 찔러 들어온 검날이 가슴을 뚫고 나왔다. 은빛 갑옷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안 돼——!”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천천히 쓰러졌다. 그녀의 눈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 눈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당신 탓이 아니에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손이 무의식중에 검을 찾아 허우적대고 있었다. 텐트 안은 어두웠다. 옆에는 알리시아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예언인가, 경고인가, 아니면 능력의 대가가 내 무의식에 심어놓은 환영인가.

다시 잠들지 못했다. 앉아서 어둠을 응시했다. 내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전생에서 수천 번의 전투를 겪으면서도 한 번도 떨린 적 없던 내 손이, 지금 떨리고 있었다.

그때, 텐트 안에서 푸른 빛이 번쩍였다.

처음 크레이터에서 보았던 푸른 결정——신의 눈물 유적의 파편이 갑자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빛은 점점 강해지더니, 마침내 두 사람을 감싸는 푸른 돔을 형성했다. 알리시아의 몸에 새겨진 은빛 문신이 그 빛에 반응해 함께 빛났다.

그리고 멀리, 전장의 폐허 너머 어둠 속에서 누군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 로브를 두른 그림자. 그 손에는 푸른 결정과 똑같은 빛을 내는 구슬이 들려 있었다. 그림자가 낮게 웃었다.

“찾았다…… 전이자.”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할 무렵, 내가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고 옆을 돌아봤을 때——알리시아는 사라져 있었다.

그녀가 누워 있던 자리에는 양피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제국의 황금 인장이 찍힌 공식 문서였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전이자 카이드 발렌하르트에게.

화염의 마녀가 당신을 찾을 것이다.

그녀의 불길은 당신마저 태울 것이다.

——제국 황제 에드리히 3세'

그리고 그때, 천막 너머로 북쪽 하늘이 붉게 타올랐다. 아니, 불타는 게 아니었다.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화염 기둥이었다. 그 불길 속에서 사람 형상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여성이었다. 그녀의 발걸음마다 땅이 타들어갔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불꽃 자체였다.

화염의 마녀 세르피나.

그녀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분명히 나를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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