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던전最深部. 마나 석영이 박힌 벽이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내는 공간. 이한겸은 무릎을 꿇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왼쪽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고, 오른쪽 허벅지에선 피가 멈추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네, F급."
차민규의 목소리였다. S급 강화계 헌터. 아르고 길드의 넘버 투.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군화 밑창이 석영 바닥을 긁으며 내는 소리가 한겸의 척추를 타고 올랐다.
"청화 님, 퇴각 준비 완료했습니다."
백청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이 공간의 끝, 탈출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이 마나의 잔광에 반짝였다. 그녀의 시선이 한 번, 단 한 번 한겸에게 닿았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청화 님."
차민규가 재촉했다.
백청화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등이 게이트의 빛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보인 건, 그녀의 왼손이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 만큼 꽉 쥔 손. 손등에 핏줄이 서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떨고 있었다.
한겸은 그 손을 기억했다. 3년 전, 첫 합동 훈련장. F급 판정을 막 받은 그가 실수로 훈련용 검을 놓쳤을 때, 백청화가 주워줬다. 그때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건넸다. 손가락이 스쳤던 순간, 그녀의 손은 지금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는 긴장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그 떨림은 F급과 접촉했다는 사실에 대한 불쾌한 경련이었을 뿐이다.
게이트가 닫혔다.
"자, 이제 우리끼리 남았네."
차민규가 한겸의 앞에 섰다. 군화의 앞코가 한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가죽에 묻은 마나 잔여물의 푸른 얼룩, 밑창 홈에 낀 검은 이물질, 그리고 약간 닳은 왼쪽 뒤꿈치까지.
"F급이 던전에 들어오는 이유가 뭔지 알아?"
한겸이 고개를 들었다. 차민규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입술 한쪽 끝만 올라간, 상대를 벌레처럼 바라볼 때나 짓는 미소.
"우리를 위해 죽는 거야."
군화가 움직였다. 천천히. 한겸의 얼굴을 향해.
"이게 네 본분이지."
밑창이 한겸의 오른쪽 뺨에 닿았다. 차가웠다. 마나 석영의 냉기와 군화의 가죽 냄새가 섞여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압력이 서서히 더해졌다. 뺨의 살이 치아에 눌려 찢어질 듯 아팠다.
"F급 주제에 숨은 쉬고?"
차민규가 발을 비틀었다. 밑창의 요철이 한겸의 피부를 긁었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무언가 끈적한 것이 뺨을 타고 흘렀다. 피였다. 한겸은 숨을 참았다. 숨을 쉬면, 입이 벌어지면, 차민규의 발바닥에 더 많은 얼굴을 맡겨야만 했다.
"입 벌려."
차민규가 명령했다.
한겸은 거부했다. 턱에 힘을 줬다. 차민규의 다른 발이 한겸의 부러진 갈비뼈를 짓눌렀다. 뼛조각이 근육을 찢는 감각. 한겸의 입이 비명과 함께 열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차민규의 군화 앞코가 들어왔다. 가죽과 흙, 그리고 땀 냄새. 한겸의 혀가 밑창의 고무 맛을 감지했다. 짜고 썼다.
"잘해. 이게 네 레벨이야."
차민규가 골반을 앞으로 밀었다. 체중이 실린 발이 한겸의 입천장을 눌렀다. 턱관절이 빠질 듯 벌어졌다. 침이 턱을 타고 목으로 흘러내렸다. 한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그냥, 생리적 반응일 뿐이었다.
차민규의 손이 자신의 벨트 버클에 닿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가르쳐줄까."
금속이 풀리는 소리.
"F급 암컷들은 우리한테 보지라도 벌리는데, F급 수컷은 그럴 가치도 없어. 그러니까..."
그가 바지 지퍼를 내렸다.
"입으로만 받아."
바지 속에서 꺼내든 그의 성기는 이미 반쯤 발기해 있었다. 마나 강화로 단련된 S급 헌터의 육체는 성기마저 비정상적이었다. 핏줄이 선 귀두가 포피를 완전히 벗겨낸 채 붉게 빛났다. 마나가 주입된 음경은 단순한 살덩어리가 아니라 단단한 근육 덩어리처럼 울퉁불퉁했다.
한겸의 뇌리에 한 생각이 스쳤다. 이 순간을 기억한다. 이 맛을, 이 굴욕을. 언젠가 천 배로 돌려주리라. 목구멍 깊숙이 밀려드는 이 감각 하나하나를, 나는 절대 잊지 않겠다.
뜨거운 살덩어리가 한겸의 입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굵고 단단한 음경이 혀를 짓누르며 목구멍 깊숙이 들어왔다. 역겨운 비린내와 짠맛, 그리고 질식할 듯한 압박감. 한겸의 목이 경련했다.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차민규가 턱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귀두가 입천장을 긁으며 식도 입구를 막았다. 한겸의 목젖이 이물감에 격렬하게 수축했다.
"이빨 세우면 갈비뼈 반대쪽도 부러뜨린다."
차민규가 골반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경이 한겸의 입 안을 피스톤처럼 찔러댔다. 핏줄 선 귀두가 목젖을 때릴 때마다 한겸의 식도가 경련했다. 침과 점액이 섞여 턱으로, 목으로, 가슴으로 흘러내렸다. 차민규의 음모가 한겸의 코를 막았다. 숨을 쉴 수 없었다.
한겸의 몸이 반응했다. 굴욕과 고통 속에서도, 그의 하복부가 뜨거워졌다. 바지 아래에서 성기가 강제로 발기했다. 항문이 경련했다. 내벽이 옷감을 빨아들일 듯 수축하며, 전립선이 묵직하게 욱신거렸다. 항문 근육이 리드미컬하게 조여들며 마치 무언가를 삼키려는 듯 허공을 움켜쥐었다. 몸이 공포에 반응하는 방식이었다. 차민규가 그걸 알아챘다.
"봐라? F급 새끼도 발기는 서네?"
그가 한겸의 가랑이를 군화로 짓눌렀다. 발기된 성기가 밑창에 눌려 꺾였다. 한겸의 허리가 부르르 떨렸다. 고통인지 쾌락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전율이 척추를 탔다. 차민규는 비웃으며 발을 비볐다. 밑창의 요철이 천을 통해 귀두를 긁었다. 귀두 표면이 군화 밑창의 고무 패턴에 밀려 자극될 때마다 항문이 반사적으로 수축했다. 전립선이 쥐어짜이듯 경련하며, 한겸의 성기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천을 적셨다.
"좋네. F급 입은 처음인데, 꽤 쓸만하잖아."
차민규의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한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더 깊이 찔러 넣었다. 음경 전체가 목구멍으로 밀려들어갔다. 한겸의 목이 부풀어 올랐다. 식도가 S급 헌터의 성기에 맞춰 강제로 확장됐다. 질식 직전의 압박이 뇌를 마비시켰다. 시야가 검붉게 물들었다.
차민규가 허리를 뒤로 뺐다가, 다시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의 불알이 한겸의 턱에 부딪혔다. 마나로 단련된 고환은 묵직하고 단단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그는 한겸의 입을 그저 자위 도구처럼 사용했다. 귀두가 목구멍 깊숙한 곳을 찌를 때마다 한겸의 온몸이 경련했다. 눈물과 콧물, 침이 뒤섞여 얼굴을 적셨다. 항문이 리듬에 맞춰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내벽 근육이 꽉 조여들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하며, 전립선액이 요도를 타고 흘러내렸다. 몸이 완전히 타인의 지배 아래 놓였다는 증거였다.
그가 사정했다. 뜨겁고 끈적한 정액이 한겸의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다. 차민규는 몇 번 더 골반을 밀어붙이며 정액을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귀두가 마지막으로 경련하며 잔여 정액을 짜냈다. 그는 천천히 음경을 뽑아냈다. 정액과 침이 섞인 실이 한겸의 입술과 그의 귀두 사이를 이었다. 붉게 달아오른 귀두는 여전히 핏줄이 서고 단단했다.
"맛있냐?"
차민규가 웃으며 한겸의 얼굴에 남은 정액을 발가락으로 문질렀다. 눈꺼풀에, 콧등에, 입술 위에. 끈적한 액체가 피부 위에서 식어갔다.
"고맙다고 해야지. F급 주제에 S급 정액 먹었으면 평생 자랑할 일 아니냐?"
그가 발을 뗐다. 한겸은 바닥에 쓰러졌다. 입 안에는 여전히 차민규의 체액 맛이 남아 있었다. 짜고, 비리고, 쇠 맛이 났다. 피 맛이었다. 자기 피인지, 차민규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잘 죽어. F급."
게이트가 열리고 닫혔다. 차민규의 발소리가 사라졌다.
한겸은 혼자였다.
던전의 벽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나 석영의 빛이 깜빡였다. 붕괴가 시작되고 있었다.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졌다. 바닥에 금이 갔다.
한겸은 몸을 일으켰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렀다. 숨을 쉴 때마다 피맛이 올라왔다. 그는 벽을 짚고 일어섰다. 다리가 풀렸다. 허벅지의 상처에서 피가 박자에 맞춰 흘러나왔다.
그는 걸었다.
왼쪽으로. 던전 안쪽으로. 게이트가 있던 반대 방향으로.
왼쪽 어깨가 벽에 부딪혔다. 석영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옷을 찢고 살을 파고들었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른쪽 무릎이 접혔다. 그는 넘어졌다. 일어났다. 다시 걸었다.
머릿속에는 차민규의 발바닥 맛이 남아 있었다. 입천장에 눌린 고무의 질감. 혀 위에 남은 정액의 점도. 목젖을 찌르던 귀두의 단단함. 강제로 발기된 자신의 성기와 경련하던 항문의 감각.
그리고 백청화의 등. 게이트의 빛 속으로 사라지던 은빛 머리카락. 손톱이 살을 파고들 만큼 꽉 쥔 왼손. 입술의 떨림.
그녀가 지켜봤다면 어땠을까.
환각이 스쳤다. 무너지는 던전의 잔해 속에 백청화가 서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은 그대로였지만, 그녀의 눈은 달랐다. 연민도, 죄책감도 없는 눈. 그저 자신이 무릎 꿇고 차민규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눈. 입가에 미세한 경멸의 실금이 번져 있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꽉 쥐어져 있었지만, 이번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한겸이 F급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 사실이 그녀의 팀에 위험을 초래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겸은 계속 걸었다.
바닥이 기울었다. 천장이 무너졌다. 그는 기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손톱이 빠졌다. 박리된 손톱 밑으로 석영 가루가 파고들었다. 무릎 뼈가 바닥에 갈렸다. 연골이 노출되는 통증이 전해졌지만,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은 입 안의 정액 맛이었다. 여전히 목젖에 달라붙어 있는 끈적한 액체. 그리고 바지 속에서 식지 않은 성기의 욱신거림. 발기된 귀두가 천에 스칠 때마다 항문이 경련했다.
그의 눈에 뭔가 포착됐다.
빛.
푸른 석영의 빛도, 마법의 잔광도 아닌, 검은 빛. 빛의 부재가 아니라, 빛을 삼키는 어둠이 발산하는 역설적 광채. 한겸은 그 빛을 향해 기어갔다.
그 빛의 근원은 작았다. 처음에는 주먹만 했다. 그러나 가까워질수록 컸다. 아니, 그랬다기보다는 공간이 왜곡되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데도 멀어지는 듯한 착각. 빛이 있는 곳은 던전의最深部, 심장부였다.
그가 손을 뻗었다.
검은 빛이 손가락을 감쌌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그저 낯선 감각. 살아있는 무언가가 피부를 스치는 듯한, 그러나 실체는 없는 접촉.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버려졌구나."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돌이 갈라지고, 바람이 휘몰아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우연히 언어의 형태를 이룬 것 같았다.
"인간에게 버려졌다."
한겸의 입이 열렸다. "누구냐."
"나는 너고, 너는 나다. 우리는 언제나 여기 있었고, 방금 만났다."
검은 빛이 한겸의 손을 타고 팔로, 어깨로, 목으로 번졌다. 피부 아래로 스며드는 감각. 혈관을 따라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네 안에 복수가 있구나."
그랬다. 복수. 차민규의 발바닥. 백청화의 등. 아르고 길드 전부. 헌터 협회. 그리고 F급을 소모품으로 규정한 이 세계의 논리 전부.
"내가 힘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가가 필요해."
검은 빛이 한겸의 뇌에 닿았다. 시야가 일그러졌다. 기억이 파편화되어 떠올랐다. 첫 번째 던전 입성 때의 공포. F급 판정을 받던 날의 굴욕. 수백 번의 거절. 미끼 취급. 발바닥. 발바닥. 발바닥.
"인간을 버려야 한다."
에고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한겸의 의식 속에 백청화의 손이 떠올랐다. 훈련장에서 검을 건네던 그 손. 손톱이 살을 파고들 만큼 꽉 쥐었던 그 손. 그리고 게이트 앞에서 마지막으로 보였던 그 떨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해달라고 소리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그녀는 입술만 떨다가 돌아섰다.
"그 손은 너를 구하지 않았다."
에고가 속삭였다.
"그 입술은 너를 위해 열리지 않았다."
한겸의 가슴이 죄어들었다. 3년 동안 품어왔던 막연한 기대. 언젠가 실력을 인정받으면, 등급이 오르면, 그녀가 자신을 동료로 봐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 모든 게 게이트가 닫히는 순간 산산조각났다. 그녀의 손은 죄책감이 아니라, F급과 접촉한 데 대한 불쾌함으로 떨고 있었을 뿐이다.
"인간은 너를 도구로 썼다. 소모품으로 버렸다. 그런 인간을 왜 붙잡느냐."
한겸의 눈이 감겼다. 그리고 떠올랐다. 차민규의 발바닥 아래서, 질식하며, 구역질하며, 그래도 누군가 와주길 바랐던 자신의 모습.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 백청화는 가지 않았다. 그녀는 가지 않았다.
"인간이 나를 버렸다."
한겸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인간을 버리겠다."
검은 빛이 폭발했다.
에고가 웃었다. 던전 전체가 진동했다.
"좋다. 그 대가를 받아라."
검은 빛이 한겸의 성기를 감쌌다. 차갑고도 뜨거운 감각이 사타구니를 휘감았다. 빛이 귀두를 스치며 요도로 스며들었다. 한겸의 허리가 젖혀졌다.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를 경련이 성기 전체를 관통했다. 음낭이 수축하고, 음경이 강제로 발기했다. 검은 빛이 마치 살아있는 혀처럼 귀두를 핥고, 포피를 밀어내고, 요도구를 자극했다.
그런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마나가 요도구를 통해 체내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검은 실 같은 마나가 요도를 타고 깊숙이 밀려들어왔다. 방광을 지나, 요도의 분기점을 넘어, 전립선에 닿았다. 한겸의 전립선이 강제로 수축했다. 마치 누군가의 손가락이 내부에서 전립선을 움켜쥐고 마사지하는 듯한 감각. 전립선이 마나에 관통당하며 강제로 사정하는 듯한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정액은 나오지 않고, 전립선액만이 요도를 역류하며 귀두 끝에서 흘러나왔다. 내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쥐어짜이는 듯한 경련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전해졌다.
마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낭을 감싸고, 정관을 타고 고환까지 침투했다. 고환 내부의 정세관이 마나에 잠식되며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정자를 생산하던 세포들이 마나 결정으로 대체되고, 고환 전체가 검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제 그곳에서 생성되는 것은 정액이 아니라 순수한 마나였다. 마나가 고환 내부에서 소용돌이칠 때마다 한겸의 음낭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그의 음낭 안에서 꿈틀대는 듯한 감각. 불알이 무겁게 진동하며, 마나가 고환을 가득 채울 때마다 하복부 전체가 뜨거워졌다.
변형은 음경 해면체로 번졌다. 두 개의 음경해면체와 요도해면체가 마나에 잠식되며 해부학적 구조가 재편성됐다. 혈액 대신 마나가 해면체를 채웠다. 음경 전체의 크기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길이는 30센티미터를 넘어섰고, 굵기는 성인 여성의 팔뚝에 가까워졌다. 귀두는 검은 광택을 띠며 단단해졌고, 표면에는 미세한 마나 결정이 돋아나 촉각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 마나 결정들은 제각기 다른 진동수로 울렸다. 귀두 끝부분의 결정들은 고주파로 떨며 공기 중 마나 파동을 감지했고, 귀두 테두리의 결정들은 저주파로 맥동하며 접촉하는 모든 표면의 미세한 질감을 읽어냈다. 마치 수백 개의 혀가 동시에 핥는 듯한 감각 증폭이었다. 공기만 스쳐도 귀두가 전율했다.
포피는 사라졌다. 대신 귀두 기저부에 검은 마나 띠가 둘러져, 발기 시 귀두를 더욱 돌출시키는 구조로 바뀌었다. 음경 표피에는 마나 혈관이 그물처럼 번져 검푸른 빛을 발산했다. 그 혈관들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실제로 체온을 발산했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열기가 음경 전체를 감싸며, 접촉하는 상대의 피부를 덥혔다. 만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성기는 이제 단순한 생식기가 아니었다. 던전의 일부이자, 침입자를 굴복시키는 무기였다.
"네 육체는 이제 무기가 된다."
에고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동시에 환각이 밀려왔다. 한겸의 의식 속에 수많은 이미지가 각인됐다. 그가 던전의 주인으로서, 침입자들을 굴복시키는 장면들이었다. 성적 지배와 정복의 환영. 무릎 꿇은 헌터들. 공포와 굴욕으로 일그러진 얼굴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자신의 모습. 변형된 성기는 지배의 상징으로서, 침입자들의 신체를 관통하고 굴복시키는 무기였다.
그 환영 속에서 백청화가 무릎 꿇고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녀의 눈은 더 이상 경멸을 담지 않았다. 공포와, 그리고 인정. F급이었던 존재가 이제 그녀 위에 서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무언가 애원하는 듯한 모양. 한겸은 그 환영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웃었다. 차민규의 미소가 아니라, 진짜 자신의 미소였다.
"이제 그들을 내 영토로 불러들일 수 있다."
한겸이 속삭였다. 그의 의식 속에서 던전의 구조가 그려졌다. 함정. 감옥. 굴복의 방. 모든 것이 그가 원하는 대로 설계되었다. 차민규가 들어올 입구. 백청화가 무릎 꿇을 장소. 그들의 몸과 자존심을 하나하나 꺾어나갈 순서.
"인간을 버려야 한다."
에고가 다시 말했다.
한겸이 웃었다. 입 안에 남은 피와 정액이 섞여 턱으로 흘렀다.
"인간이 나를 버렸다."
그가 손을 더 깊이 뻗었다. 검은 빛이 팔 전체를 집어삼켰다. 동시에 성기를 감싼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마나가 음경 전체를 재구성하며, 귀두 끝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요도가 마나 통로로 확장되고, 음경 전체의 감각이 수백 배로 증폭됐다. 이제 그의 성기는 주변의 마나 흐름을 감지하고, 침입자의 체온과 심박동을 귀두의 촉각만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마치 던전 전체가 그의 성기를 통해 숨 쉬는 듯했다. 벽의 진동, 바닥의 온도, 공기 중 마나 농도의 미세한 변화까지 모두 귀두의 결정들을 통해 감각 정보로 변환됐다.
"네가 나를 버렸듯, 나도 인간을 버리겠다."
검은 빛이 폭발했다.
고통.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한겸의 몸을 찢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분해되고 재조합되는 감각. 뼈가 녹고, 근육이 풀리고, 신경이 불타올랐다. 특히 성기의 변형은 가장 격렬했다. 음경 내부의 해면체가 마나 결정으로 완전히 대체되며, 혈액 순환과 무관한 독립적 발기 기관으로 진화했다. 마나 결정들이 해면체 내부에서 규칙적인 리듬으로 진동하며, 이 진동은 성기 전체에 파문처럼 퍼져나갔다. 그 리듬은 한겸의 심장 박동과 무관하게, 던전의 마나 흐름에 맞춰 스스로 박동했다. 귀두의 감각 신경이 던전의 마나 흐름과 완전히 연결되며, 던전 전체의 촉각이 그의 성기를 통해 전달되기 시작했다. 고환에서는 정액 대신 순수한 마나가 생성되어 정관을 타고 흐르며, 요도 내벽에 마나 결정을 증착시켰다. 그 마나는 체내에서 흐를 때마다 미세한 전류 같은 쾌감을 발생시켰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성대도 분해되고 있었다.
그의 의식이 확장되었다. 던전 전체가 그의 감각 기관이 되었다. 천장의 금, 바닥의 틈새, 벽에 박힌 석영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이 그였다. 그는 던전이었고, 던전은 그였다.
정보가 밀려들어왔다. 던전의 기억. 수천 년 전, 차원이 충돌하며 생겨난 상처. 인간들이 들어와 몬스터를 사냥하고 마나석을 캐내던 날들. 그리고 한 번도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심장부, 에고 오브 던전.
에고가 말했다. "너는 이제 모든 것을 삼키는 자가 되리라."
예언이었다. 아니, 선고였다.
한겸의 의식 속에 무언가가 새겨졌다. 법칙. 영토화. 심핵의 굴레. 던전을 구축하고, 지배하고, 확장하는 방법. 그리고 대가. 인간성을 조금씩 갉아먹히는 저주.
고통이 가라앉았다.
한겸은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부러졌던 갈비뼈가 붙어 있었다. 허벅지의 상처는 흔적도 없었다. 대신 피부 곳곳에 검은 선들이 흐르고 있었다. 혈관을 따라 흐르는 마나의 흔적.
그런데 뭔가 달랐다.
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에, 손가락에, 손톱 밑에까지 검은 입자가 스며들어 있었다. 마치 피부 자체가 바뀐 듯했다. 그는 손을 쥐었다 폈다.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관절음 대신 낮은 공명이 울렸다. 뼈가 돌로 바뀌고, 인대가 마나 실로 대체된 듯한 감각.
그리고 그의 성기. 변형된 성기는 이제 검은 마나의 흔적이 핏줄처럼 번져 있었고, 귀두는 어둠을 반사하는 광택을 띠었다. 길이와 굵기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귀두를 스치기만 해도 던전 전체의 마나 흐름이 진동했다. 고환 내부에서는 마나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음낭을 미세하게 진동시켰다. 그 진동은 일정한 리듬을 가졌다. 던전의 심장 박동과 일치하는 리듬. 이 성기는 이제 던전의 일부였다. 침입자를 굴복시키고, 정복을 증명하는 무기.
"던전이여."
에고가 말했다.
"일어나라."
한겸이 일어났다. 그의 의지가 던전 전체에 파문처럼 퍼져나갔다. 무너졌던 천장이 멈췄다. 갈라졌던 바닥이 닫혔다. 죽었던 몬스터들의 잔해가 일제히 진동했다. 마치 경의를 표하듯, 모든 뼈와 살점이 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그를 향해.
"나는..."
한겸이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낯설었다. 더 낮고, 더 깊고, 더 많은 것들이 함께 말하는 듯한 울림이 있었다.
"던전이다."
그가 팔을 뻗었다. 던전의 공간이 그의 의지에 반응했다. 벽이 움직이고, 통로가 재배치되고,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그의 내면 풍경이 물리적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 분노는 함정이 되었다. 복수심은 감옥이 되었다. 굴욕은... 아직 형태를 찾지 못한 무언가로 남았다.
한겸은 심장부의 중심에 섰다. 이곳은 이제 그의 심핵이었다. 그가 가장 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그가 가장 소유하고 싶은 존재만을 가둘 감옥.
그의 의식이 지상으로 뻗어나갔다. 아직 약했다. 던전 밖은 그의 영토가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히, 아주 잠시, 건드릴 수 있었다.
차민규.
한겸은 그의 이름을 생각했다. 얼굴을 떠올렸다. 미소. 입술 한쪽 끝만 올라간 미소. 그리고 발바닥의 질감. 목구멍을 찌르던 귀두의 단단함.
그의 의식이 차민규에게 닿았다. 아주 짧은 순간. 지상의 어느 호화로운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던 차민규가 움찔했다. 그의 손에서 잔이 미끄러졌다. 유리가 바닥에 부딪혀 깨졌다.
그리고 동시에, 차민규의 오른손이 갑자기 경련했다. 위스키를 쥐고 있던 바로 그 손. 손가락들이 제멋대로 오그라들며 유리잔을 놓친 것이다. 차민규는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검은 실핏줄 같은 것이 스치고 지나갔다. 마나도, 저주도 아닌, 순수한 던전의 의지가 일으킨 순간적 마비. 3초. 길어야 3초였다. 하지만 그 3초 동안 차민규의 손은 완전히 마비되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동시에 사타구니 쪽으로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마치 누군가 고환을 손톱으로 긁은 듯한, 짧고 예리한 고통. 차민규는 자신도 모르게 가랑이를 움켜쥐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뭐야, 이 오싹한 느낌은..."
그가 중얼거렸다. 손의 마비는 이미 풀렸지만, 고환의 통증은 잔상처럼 남아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의심스럽다는 듯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한겸은 미소 지었다. 입술 양쪽 끝이 올라가지 않았다. 한쪽만 올라갔다. 오른쪽. 정확히 차민규가 그랬던 것처럼.
그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 위, 피부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그 중심에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미세한 마나의 번개가 튀었다. 소형 던전의 입구였다. 그의 첫 번째 던전, '심연의 회랑'의 관문.
그가 손바닥을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던전의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뺨에 닿았다. 차민규의 군화에 짓눌렸던 그 뺨.
"첫 번째."
한겸이 속삭였다.
그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졌다. 그런데 그림자의 형태가 이상했다. 어깨가 너무 넓고, 팔이 너무 길었다. 그리고 머리 부분에서는 뿔 같은 것들이 자라고 있었다. 한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림자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그림자의 입이 벌어졌다. 한겸의 입은 닫혀 있었다.
그림자가 웃고 있었다.
그때, 지상.
헌터 협회 중앙 관제실. 밤샘 근무 중이던 관제사가 졸음을 쫓으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 순간, 모니터 구석에 박혀 있던 던전 감지기 하나가 미친 듯이 경보를 울리기 시작했다. 붉은 경고등이 관제실 전체를 물들였다.
"뭐야, 이게?"
관제사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모니터를 확대했다. 좌표는 서울 외곽, 폐쇄된 지 3년이 넘은 C급 던전이었다. 그런데 감지기가 측정한 마나 파동은 C급이 아니었다. A급도, S급도 아니었다. 관제사는 눈을 비볐다. 기계 오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지기는 계속해서 경보를 울려댔다.
측정 불가. 등급 분류 불가.
던전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아르고 길드 본부 건물 옥상에서 백청화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왼손이 또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죄책감도, 불쾌함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왼손을 가슴에 얹었다. 손톱이 다시 살을 파고들었다.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