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강다인의 손에 들린 태블릿 화면 속, 이준의 얼굴이 블랙 소사이어티 조직도의 중앙에 박혀 있었다. 연우의 시야가 일그러졌다. 금단 증상으로 온몸이 저릿저릿한 와중에도, 그녀는 태블릿을 낚아채 복도 벽에 내리꽂았다. 액정이 깨지는 소리보다 그녀의 심장이 먼저 산산조각났다.

“봐버렸구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연우가 돌아섰다. 이준이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완벽하게 재단된 셔츠, 흐트러짐 없는 자세. 그 완벽함이 이 순간에는 칼날처럼 그녀의 목을 그었다.

“이 개새끼!”

연우가 달려들었다. 손바닥이 이준의 뺨을 향해 날아갔다. 손이 피부에 닿기 직전, 그녀의 손끝이 먼저 그의 체온을 감지했다. 섭씨 36.5도. 살아있는 인간의 온기.

그리고 공감각이 폭발했다.

연우의 몸이 휘청였다. 손바닥이 이준의 뺨을 때리는 대신, 그의 셔츠 깃을 움켜잡았다. 손가락이 그의 목덜미에 닿자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끓는 기름에 물을 들이붓듯, 감각의 폭음이 그녀의 신경을 타고 흘렀다.

7년 전의 밤. 블랙 소사이어티의 실험실. 흰 타일 바닥에 비친 형광등 불빛. 셰프 드 팔레의 목소리. “서연우의 미각을 차단해. 그녀가 이준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도록.” 이준의 비명. “안 돼! 그녀를 내버려둬!” 강제로 주입되는 약물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팔다리. 이준의 몸속으로 스며드는 수백 가지 감각의 파편들. 그리고 그가 선택한 도주. 연우를 살리기 위해, 그녀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

연우의 무릎이 바닥에 꺾였다. 위액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가 토악질을 했다. 맑은 액체뿐이었다. 몸은 텅 비어 있었다. 그를 먹지 못한 지 18시간째. 금단 증상이 내장을 비틀고 있었다.

“연우야.”

이준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등을 받쳤다. 그 접촉으로 또 한 번의 기억이 흘러들었다. 네스트의 밀실. 그가 밤마다 침대에 누워 자신의 팔뚝에 주사바늘을 찔러 넣던 모습. 피가 튜브를 타고 채혈병에 한 방울씩 떨어졌다. 그녀에게 먹일 ‘재료’를 준비하며, 자신의 감각이 조금씩 무너져가는 것을 느끼던 고통.

“내가 널... 내가 네 미각을...”

연우가 이를 악물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그의 셔츠에 떨어졌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 눈물의 짠맛을. 이것은 배신의 눈물이 아니었다. 7년 동안 그를 원망하며 살아온 시간, 그녀가 상실한 미각의 무게, 그리고 그가 홀로 짊어진 죄책감의 농도. 모든 것이 이 한 방울에 녹아 있었다.

“왜... 왜 말하지 않았어...”

“네가 나를 증오하는 한, 너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어. 드 팔레는 네가 나에게 집착할 때만 너를 위험하게 여길 테니까.”

이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완벽한 가면이 금이 갔다. 그녀는 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춤추는 공포를. 버려진 아이의 짠맛. 그가 평생 느껴온 그 맛은, 바로 그가 그녀를 떠나야 했던 그날 밤의 절망이었다.

경보음이 울렸다.

네스트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준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에서 모든 감정이 지워졌다.

“그들이 왔어.”

유리벽이 산산조각났다. 헬리콥터의 서치라이트가 거실을 휩쓸었다. 검은 전투복을 입은 인원들이 로프를 타고 쏟아져 들어왔다. 동작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프로그래밍된 기계처럼 정확하고, 감정이 없었다.

“셰프 드 팔레가 보낸 수확자들이야.”

이준이 연우를 등 뒤로 밀었다. 그의 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체취가 갑자기 짙어졌다. 땀샘이 과도하게 작동하고,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그가 자신의 감각을 과부하시키고 있었다.

“뛰어.”

“안 돼!”

“내 감각은 이미 망가졌어. 몇 분만 버티면...”

이준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오른발이 바닥을 박차며 몸을 낮췄다. 첫 번째 침입자의 목을 향해 손이 뻗어나갔다. 손가락이 기도를 감싸쥐는 순간, 연우는 보았다. 이준의 손바닥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같은 것을. 그의 망가진 감각이 물리적 형태로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침입자의 몸이 경직되더니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준은 멈추지 않았다. 왼쪽에서 달려드는 두 번째 적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 세 번째 적이 그의 뒤를 잡았다. 이준이 몸을 비틀며 상대의 팔을 꺾었다. 관절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침입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움직임은 정확했지만, 매 동작마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감각을 소모할 때마다 신경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그를 관통했다. 콧구멍에서 피 냄새가 올라왔다. 시야가 흔들렸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네 번째 침입자에게 다가갔을 때, 이준의 무릎이 꺾였다. 코피가 쏟아졌다. 붉은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며 튀었다. 그의 감각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다리 근육이 풀렸다. 그래도 그는 일어서려고 무릎을 짚었다.

“잡아라.”

목소리가 들렸다. 침입자들 뒤에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백발의 노인이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스무 살 청년처럼 반짝였다. 셰프 드 팔레. 그가 천천히 걸어왔다. 구두 소리가 유리 파편을 밟으며 경쾌한 리듬을 만들었다.

“내 가장 위대한 작품이 이렇게 망가지다니.”

드 팔레의 손이 이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연우가 비명을 질렀다. 달려가려 했지만, 두 명의 침입자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들의 손길에는 아무런 체온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놔!”

연우가 몸부림쳤다. 시선이 이준과 마주쳤다. 코피가 흐르는 그의 얼굴. 그런데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우야... 네가 살아서...”

드 팔레가 이준의 머리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유리 파편이 그의 볼을 스쳤다. 피가 흘렀다. 그 피 냄새가 연우의 코를 찔렀다. 공감각이 강제로 발동했다. 이준의 피에서는 더 이상 버려진 짠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안도감.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순수한 안도감. 그것은 달콤했다. 그 어떤 위스키보다, 그 어떤 미식보다.

“서연우 씨.”

드 팔레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그녀의 턱을 잡았다. 손가락은 차가웠다.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남자는 더 이상 인간의 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거래를 하시죠.”

그가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 안에는 호박색 액체가 담겨 있었다. 연우는 알 수 있었다. 이준의 타액. 그것은 그가 7년 동안 채취해온 샘플이었다.

“이 한 병이면 당신은 평생 미각을 잃지 않아요. 그의 체액을 정제해 복제하는 기술을 우리는 이미 완성했습니다. 당신은 그를 먹을 필요가 없어져요. 그를 포식하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거예요.”

드 팔레의 목소리는 감미로웠다. 마치 잘 숙성된 와인처럼 부드럽게 그녀의 귀에 스며들었다.

“그 대가로 당신의 능력을 연구하게 해주세요. 당신과 이준의 연결. 그 공감각적 포식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재현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인류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누구도 맛을 잃지 않는 세상. 당신이 그 문을 열어주세요.”

그가 유리병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코르크 마개가 열렸다. 이준의 타액 냄새가 그녀의 후각을 강타했다. 혀가 저절로 움직였다. 침이 고였다. 질이 수축했다. 애액이 속옷을 적셨다. 그녀의 몸은 이미 중독되어 있었다. 이 냄새만으로도 전신이 반응하고 있었다.

“영원한 미각. 그리고 영원한 쾌락. 그를 먹지 않아도, 당신은 매일 이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연우의 시선이 이준에게로 향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읽을 수 있었다.

“괜찮아.”

그가 말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감각이 망가지고, 몸이 포박당한 이 순간에도. 그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려 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남자.

연우가 드 팔레를 향해 웃었다.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지어본 가장 아름다운 미소였다.

“거래하죠.”

그녀가 말했다. 드 팔레의 눈이 반짝였다.

“내 조건은 단 하나예요. 그를 제가 직접 처리하게 해주세요.”

드 팔레가 고개를 갸웃했다. 연우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그를 포식하는 것. 당신이 원하는 연구 자료를 제공하기 전에, 먼저 제 복수를 끝내게 해주세요. 7년 동안 나를 버린 그를, 내 손으로 완전히 먹어치우고 싶어요.”

드 팔레가 웃었다. “흥미롭군요. 복수와 포식의 결합이라. 좋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10분이에요. 그 후에는 우리의 실험실로...”

“충분해요.”

연우가 침입자들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가 이준에게 다가갔다. 발걸음은 느렸다. 마치 포식자가 사냥감에게 다가가듯. 그녀가 이준 앞에 섰다. 그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광기와 욕망으로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

“일어나.”

연우가 말했다. 이준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그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유리 파편이 그의 등에 박혔지만, 그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7년 동안... 너는 나에게서 도망쳤어.”

연우의 손이 이준의 셔츠를 찢었다. 단추가 바닥으로 튀었다. 손바닥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이제 도망치지 마.”

그녀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아랫입술이 찢어지며 피가 흘렀다. 철분의 맛이 혀를 타고 퍼졌다. 그녀는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키스. 하지만 그것은 애정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피를 그의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준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의 피가 그의 혀에 닿자, 연결이 뒤집혔다. 지금까지는 그녀가 그의 체액을 통해 그의 감각을 맛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의 피가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며, 그녀의 감정과 기억이 그에게 흘러들어갔다.

어린 시절의 주방. 서툰 손으로 처음 만든 오믈렛. 어머니의 차가운 표정. “이건 맛이 없어.” 완벽을 향한 굶주림. 첫사랑의 맛. 그가 그녀에게 만들어준 김치찌개. 너무 짜서 눈물이 났지만, 그녀는 웃으며 다 먹었다. 그가 사라진 후의 절망. 혀가 죽어가는 감각.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난 순간의 폭발적인 쾌락.

“이게... 나야.”

연우가 속삭였다. 그녀의 피가 그의 입술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땀이 혀에 닿았다. 짠맛.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버려진 아이의 짠맛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의 땀은 다른 맛을 내기 시작했다.

“네 감각이 망가졌다면... 내가 대신 느껴줄게.”

그녀의 손이 그의 바지를 벗겼다. 성기가 이미 발기해 있었다. 귀두에서 투명한 액체가 스며 나왔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그의 성기를 입에 넣었다. 쿠퍼액이 혀에 닿았다. 짜고 쓴맛. 하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것이 섞여 있었다. 안도감. 희망. 그리고 그녀를 향한 갈망.

“아...”

이준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성기를 목 깊숙이 받아들이며 혀를 움직였다. 귀두의 테두리를 핥고, 요도를 자극하고, 음낭까지 입술로 감쌌다. 성기에서 나는 냄새가 후각을 가득 채웠다. 짐승의 냄새. 하지만 그것은 역겨움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냄새 속에서 그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맛보았다. 그녀만을 원하는 집착. 그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

“이제... 내가 너를 먹여 살릴 거야.”

그녀가 성기를 입에서 뺐다. 타액이 실처럼 이어졌다. 그녀가 일어서서 그를 다시 벽으로 밀어붙였다. 손가락이 그의 입술을 벌렸다. 그녀의 입술에서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다.

“받아먹어.”

그녀가 다시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더 깊게. 피가 그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동시에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항문을 찾았다. 땀으로 젖은 회음부를 지나, 검지가 그의 안으로 들어갔다.

이준의 몸이 떨렸다. 항문이 손가락을 조였다. 뜨겁고, 좁고, 부드러운 감촉. 그녀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전립선을 찾았다. 동시에 다른 손이 그의 성기를 쥐었다. 그녀는 성기를 문지르며 손가락의 속도를 높였다.

“너를... 내 안에 가둘 거야.”

연우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숨소리가 그의 고막을 간질였다. 손가락이 전립선을 눌렀다. 동시에 엄지가 그의 귀두를 비볐다.

“영원히.”

이준이 절정했다. 정액이 그녀의 손바닥을 적셨다. 하얗고 끈적한 액체. 그녀는 정액을 손가락으로 떠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짜고 쓴맛. 하지만 그 안에는 더 이상 버려진 아이의 슬픔이 없었다. 대신 그녀가 그에게 준 안도감이 스며 있었다.

그녀는 정액을 삼켰다. 동시에 질에서도 애액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치마 속으로 넣었다. 그의 손가락이 팬티를 찢고 질 속으로 들어왔다.

“느껴줘.”

그녀가 말했다. 질벽이 손가락을 조였다. 그녀는 그의 목을 팔로 감싸고, 손가락에 맞춰 골반을 움직였다. 클리토리스가 그의 손바닥에 문질러졌다. 쾌락이 전기처럼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이게 나야. 너를 원하는 나. 너를 미워하는 나. 너를 사랑하는 나.”

질이 수축했다. 그녀가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애액이 그의 손을 완전히 적셨다. 그녀는 그의 손을 꺼내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자신의 애액을 핥았다. 달콤하고 시큼한 맛. 그녀는 그의 입술에 다시 키스했다. 애액과 그의 타액이 섞였다.

“이게 우리야.”

그 순간, 연결이 완성되었다.

공감각이 폭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이준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각이 그에게도 전해졌다. 혀가 그녀의 혀를 통해 세상을 맛보았다. 피부가 그녀의 피부를 통해 바람을 느꼈다. 신경계가 하나로 연결되었다.

네스트의 공기 조절 시스템이 멈추었다. 페로몬이 더 이상 증폭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이기 시작했다.

드 팔레가 비명을 질렀다. “뭐 하는 거야?!”

연우가 이준의 품에서 돌아보았다.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입술에는 아직 피가 묻어 있었다.

“거래는 끝났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를 포식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그와 공유하기로 했어요.”

그들이 연결된 감각이 파동처럼 퍼져나갔다. 그것은 드 팔레의 침입자들을 덮쳤다. 그들은 감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 파동은 그들의 빈 껍질을 흔들었다. 그들이 하나둘 바닥으로 쓰러졌다.

드 팔레가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이준의 타액 샘플. 그가 그것을 입에 털어 넣으려 했다.

“안 돼!”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가 이준의 타액을 삼켰다. 몸이 경직되었다. 이준의 감각, 그가 7년 동안 축적한 고통과 절망이 드 팔레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드 팔레의 입에서 거품이 흘렀다. 감각을 모두 잃은 육체는 이 감정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그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네스트의 유리벽이 산산조각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연결된 감각이 만들어낸 파동이 유리를 진동시켰다. 벽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도시의 밤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연우는 숨을 들이쉬었다. 차갑고, 매연 섞인 공기. 하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기 속에 담긴 수천 가지의 냄새를. 길거리 타코야키의 소스 냄새.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의 비릿함. 멀리서 피어오르는 누군가의 저녁 식사 연기.

그리고 그녀의 품에 안긴 이준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들려?”

연우가 물었다.

“응.”

이준이 대답했다. 목소리는 처음으로 편안했다.

“바람 소리. 자동차 경적. 저 아래서 누군가 웃고 있어.”

연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이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그녀는 그 눈물을 핥지 않았다. 대신 입술로 살며시 닦아냈다.

“이 맛은...”

그녀가 말했다.

“그냥, 평범한 짠맛이네.”

이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그녀가 7년 동안 기억해온 어떤 표정보다도 진실했다.

“그게 진짜 맛이야.”

그가 말했다.

그들은 함께 무너진 네스트의 잔해 위에 서 있었다. 유리 파편이 별처럼 반짝였다. 도시의 불빛이 그들의 맨살을 비추었다. 연우는 이준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에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36.5도. 살아있는 인간의 온기. 더 이상 공감각의 폭발은 없었다. 그저 따뜻했다.

“배고파.”

연우가 말했다.

“나도.”

이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너를 먹지 않아도 돼.”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아끌며 무너진 벽 너머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는 멈춰 있었다. 그들은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맨발로. 유리 파편에 발이 베였지만, 그 고통마저도 그들에게는 새로웠다.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강다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구급상자와 두 벌의 외투가 들려 있었다.

“해결된 거야?”

다인이 물었다.

“응.”

연우가 대답했다.

“이제 우리는 그냥... 먹으러 가는 거야.”

그들은 함께 길거리로 나섰다. 새벽 3시의 거리에는 포장마차 하나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떡볶이와 순대, 튀김을 파는 노점이었다.

“여기요. 떡볶이 2인분이랑 순대 하나, 튀김은 오징어랑 김말이로 주세요.”

연우가 주문했다. 목소리는 셰프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저 배고픈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녀와 이준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그들의 앞에 떡볶이가 놓였다. 빨간 양념이 자작하게 끓고, 떡이 통통하게 불어 있었다. 순대에는 소금이 뿌려져 있었고, 튀김은 바삭하게 튀겨져 있었다.

연우가 젓가락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그녀는 떡볶이를 집어 입에 넣었다.

맵고, 달고, 짠맛. 밀가루 떡의 쫄깃한 식감. 양파와 대파의 아삭함. 인공적인 조미료의 화학적 뒷맛. 완벽하지 않았다. 미슐랭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이것은 망가진 감각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니었다. 이것은 진짜 음식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뇌는 과거를 소환했다. 미슐랭 주방의 백색 조명 아래, 열두 시간 동안 농축한 소스를 한 방울 떨어뜨리던 기억. 접시 위에 핀셋으로 허브를 올리며 완벽을 향해 숨을 멈추던 긴장. 그 모든 것은 지금 이 플라스틱 의자 위에서 흘러내리는 떡볶이 국물 한 방울보다 그녀를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 완벽의 굶주림은 가짜였다. 이 엉망진창인 맛이 진짜였다.

“어때?”

이준이 물었다.

“맛있어.”

연우가 대답했다. 눈물이 다시 흘렀다. 이번에는 슬픔이 아니었다. 그녀는 울면서 웃었다.

“존나 맛있어.”

그녀가 순대를 집어 소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당면의 쫀득함, 돼지피의 고소함, 소금의 짠맛. 그녀는 계속 먹었다. 튀김을 입에 넣고, 국물을 마시고, 다시 떡볶이를 집었다.

이준도 젓가락을 들었다. 그가 떡볶이를 입에 넣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도... 느낄 수 있어.”

그가 말했다.

“너의 혀를 통해. 하지만 이것은 내 감각이 아니야. 너의 감각이야.”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맛볼 수 없었다. 그녀의 미각은 그가 없으면 사라질 것이고, 그의 감각은 그녀가 없으면 텅 빈 껍질일 뿐이었다. 하지만 함께라면, 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연우가 말했다.

“진짜 맛이야.”

그녀가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이번에는 이준의 입으로 떡볶이를 가져갔다. 그가 입을 벌렸다. 그녀가 떡볶이를 그의 입에 넣었다. 그들의 혀가 같은 맛을 느꼈다.

감각의 감옥은 무너졌다. 그들은 이제 포식자와 사냥감이 아니었다. 그들은 함께 맛을 느끼는 두 인간이었다.

포장마차의 노란 전구 아래서, 그들은 계속 먹었다. 국물이 식을 때까지, 밤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그들은 그들의 첫 번째 진짜 식사를, 서로의 입을 통해, 서로의 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감각으로 맛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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