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강남 체육관 지하 코트

천장 높이 3미터도 안 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이준호는 공을 튕겼다.

탁. 탁. 탁.

2년을 이 리듬으로 살아왔다. 노란 불빛, 끈기 있는 바닥, 땀과 라면 냄새. 이곳은 경기장이 아니었다. 일터였다.

"이번 판도 가자. 이준호가 이기면 오백, 지면 삼백."

상대는 서른 중반의 회사원이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 여섯 시면 나타나는 단골이었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했다.

삼점선 밖으로 물러섰다. 거리는 약 7미터. 각도는 정면. 쉬운 슈팅이었다. 손목이 돌았다. 공이 포물선을 그렸다. 스위시.

"한 판 더."

다섯 판을 더 했다. 준호는 다섯 판을 모두 이겼다. 상대는 지갑을 열었고, 준호는 돈을 챙겼다.

오후 여덟 시가 넘었을 때 또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

"이준호, 한 판 할래?"

중년 남자 셋이 각각 돈을 내놨다. 이번엔 연속 슈팅이었다. 거리 8미터에서 시작해, 매판마다 0.5미터씩 멀어진다. 거리 8, 8.5, 9, 9.5, 10미터. 다섯 판 중 네 판을 맞춰야 했다. 상금은 만 오천 원.

준호는 처음 네 판을 연달아 성공했다. 마지막 슈팅이 남았다.

거리 10미터. NBA 삼점선 거리였다.

하지만 각도가 문제였다.

체육관의 기둥이 코트 중앙 오른쪽에 있었다. 마지막 슈팅은 그 기둥 뒤쪽에서 시도해야 했다. 정면 대비 약 35도 측각. 기둥의 폭은 약 30센티미터. 그 사이로 공을 통과시켜야 했다. 착지점까지 계산하면, 공의 궤적은 기둥과 최소 20센티미터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슈팅이었다.

준호가 공을 들었다. 손 위에 얹혀 있는 공의 무게를 재었다. 2년 전 프로 경기를 떠난 이후, 준호는 이 무게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상대들이 웃었다.

"자신감 좋네. 그럼 그렇게 하자."

준호의 숨이 길어졌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

2년간 이 지하 코트에서 반복된 생각이었다. 매번 슈팅을 던질 때마다—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프로에 돌아갈 마지막 기회. 이 생활을 끝낼 마지막 기회.

그 절박함이 몸을 타고 흘렀다.

준호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뭔가 일어났다.

시각이 변했다. 기둥의 위치가 명확하게 보였다. 공이 통과할 궤적이 눈에 그려졌다. 링의 각도, 공기 저항까지. 모든 변수가 한 점으로 수렴했다.

손목을 튕겼다.

공이 떠올랐다. 회전하면서 기둥을 향해 날아갔다. 준호의 눈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은 기둥 옆으로 5센티미터 차이로 통과했다. 더 이상의 변수는 없었다. 공은 링에 닿았고, 백보드를 타고 떨어졌고, 링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시.

완벽한 음성이었다.

"어?! 들어왔네!"

상대들이 소리를 질렀다. 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목에서부터 팔뚝으로, 어깨를 타고 가슴까지 흐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따뜻함이 아니었다. 전기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어어어!"

준호가 비명을 질렀다.

왼쪽 무릎에서 번개가 터졌다. 뼈 안쪽을 누군가 손톱으로 긁어내는 느낌. 준호의 다리가 꺾였다. 한 발 물러났다. 또 한 발. 무릎이 바닥에 닿을 것 같았다.

"이준호? 괜찮아?"

상대들이 다가왔다. 준호는 손을 들어 막았다.

"괜찮다. 그냥... 경기가 끝나니까 통증이 올라오는 거야."

거짓이었다. 2년간의 부상 중에도, 이렇게 갑자기 터지는 통증은 없었다.

준호가 천천히 일어섰다. 무릎에 힘을 줄 수 없었다.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상대들이 준호를 바라봤다.

"진짜 괜찮아? 병원 다녀봤어?"

"응. 진찰받았어. 의사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했어."

또 거짓이었다. 의료팀 담당자 이은정은 준호에게 "더 이상 심한 운동은 금지"라고 했다. 하지만 골목 3점 내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이것만이 준호의 돈벌이였으니까.

준호가 상금을 받았다. 만 오천 원.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은 통증 때문이 아니었다.

*그 슈팅. 그 느낌.*

불가능한 각도에서 완벽하게 들어간 공. 시각이 변했던 순간. 그리고 그 직후의 전기 같은 통증.

뭔가가 깨어났다.

---

## 옥탑방

기숙사는 도봉구의 옥탑방이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왼쪽 무릎이 욱신거렸다. 한 발씩. 천천히. 손잡이를 잡고. 무릎에 힘을 주지 말고.

옥탑방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밤 열 시였다. 이미 땀이 흘렀다.

준호는 침대에 누웠다. 왼쪽 무릎에 얼음팩을 올렸다. 천장을 바라봤다. 이 옥탑방에서 2년을 살았다. 2년 전 부상으로 프로 팀을 떠났을 때, 그곳은 '임시 거처'였다. 하지만 임시는 2년이 되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준호는 받았다.

"이준호?"

여자 목소리였다. 낮고 직설적인.

"네."

"나 이은정이야. 의료팀 담당자."

아, 그 의료진이었다. 준호는 지난달 한 번 만났을 뿐이었다. 부상 진단을 받으러 갔다가 "더 이상 심한 운동은 금지"라는 말을 들었다.

"뭔데요."

"너 오늘 뭐 했어?"

준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3점 내기했지? 강남 체육관에서. 거리 10미터, 각도 35도 정도 되는 슈팅 맞췄다고."

"어떻게..."

"상관없어. 너 지금 무릎 상태 어때?"

"괜찮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통증 있지?"

준호는 침묵했다.

이은정이 한숨을 쉬었다.

"72시간 동안 움직이지 마. 계단도 오르내리지 말고, 걷지도 말고, 그냥 누워있어. 다음 주에 병원 와. 검사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아."

"뭐가 문제라고..."

"너는 뭐하는 거니?"

이은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걱정이었다.

"너 부상 정도 알지? 반월판 손상에 전방십자인대 부분 파열이야. 이미 한계야. 한 번 더 심한 운동하면 끝이야."

통화가 끝났다.

준호는 천장을 계속 바라봤다. 끝이라는 말이 자꾸 맴돌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자꾸 맴도는 게 있었다.

*그 슈팅의 감각.*

시각이 변했던 순간. 완벽함. 절박함이 몸을 타고 흘렀을 때, 뭔가가 깨어난 그 순간.

준호는 손가락을 펼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

## 72시간 후

3일이 지났다.

준호는 옥탑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무릎이 너무 아팠다. 이은정이 말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내리지도 않았다. 물이 필요할 때는 밤새 모아둔 생수를 마셨다.

72시간이 지나자 통증이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무릎을 구부렸다 펼 때마다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었다. 미세한 균열음이 들렸다.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준호는 받지 않았다. 그 번호는 다시 울렸다. 그 다음 또 울렸다.

준호는 받았다.

"여보세요."

"이준호 선수님이신가요?"

남자 목소리였다. 중년의, 어딘가 따뜻한.

"네?"

"저희 팀 '다시 일어나다'의 감독 임석진이라고 합니다."

준호의 몸이 경직되었다. '다시 일어나다'. 들어본 팀이었다. 아마 농구팀이었다.

"선수님, 저희가 당신의 슈팅 영상을 봤습니다. 강남 체육관에서의 그 슈팅 말입니다."

"누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중요한 건 당신이 정말로 특별한 슈터라는 겁니다. 당신을 우리 팀에 영입하고 싶습니다. 계약금도 꽤 괜찮게 준비했고, 생활비도 책임지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준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할 시간을 드릴게요. 내일까지만 연락 주세요. 이 번호로."

통화가 끝났다.

준호는 천장을 바라봤다. 이제 천장이 아니라 다른 것이 보였다. 코트. 경기장. 프로 복귀.

*그 슈팅의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시각이 변했던 순간. 그리고 그 직후의 번개 같은 통증.

준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

## 병원 검사 결과

아침이 밝았다.

준호는 옥탑방을 나갔다. 무릎이 아직도 아팠지만, 걷는 건 가능했다. 천천히 걸어서 병원으로 향했다.

의료팀은 준호의 무릎을 다시 검사했다. 초음파, X선, MRI. 검사는 오래 걸렸다. 이은정이 검사실 밖에서 기다렸다.

30분 후, 의사가 결과지를 들었다.

"반월판 손상이 악화되었습니다. 전방십자인대 부분 파열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상태로는 고강도 운동이 불가능합니다. 수술을 권장합니다."

의사의 말이 준호를 관통했다. 악화. 진행. 불가능. 수술.

준호는 결과지를 받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은 공포였다. 절망이었다.

2년간의 재활. 2년간의 기다림. 그리고 이제 그 모든 게 끝났다는 뜻이었다.

검사실을 나오는 순간, 준호의 다리가 흔들렸다. 복도 벽에 손을 짚었다. 숨을 고르려 했지만 호흡이 제어되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 세상이 회색으로 변했다.

이은정이 준호를 바라봤다.

"다음 주에 수술 상담을 받자. 그 전까지는 절대 운동하면 안 돼."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결과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병원을 나왔다. 거리는 회색이었다. 하늘도, 건물도, 사람들도 모두 회색이었다.

준호는 강남 체육관으로 향했다.

---

## 강남 체육관 재방문

오후 두 시였다. 체육관은 한산했다. 준호는 코트에 들어섰다. 공을 집었다. 튕겼다.

탁. 탁. 탁.

손에서 공을 놨다. 포물선. 링. 스위시.

완벽했다.

또 던졌다. 또 성공했다.

준호는 계속 던졌다. 거리 8미터. 성공. 거리 9미터. 성공. 거리 10미터. 성공.

그리고 그 순간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시각이 변했다. 기둥의 위치가 명확하게 보였다. 공이 통과할 궤적이 눈에 그려졌다. 모든 변수가 한 점으로 수렴했다.

손목을 튕겼다.

공이 떠올랐다. 링에 닿았다. 스위시.

그리고 직후—

무릎에서 미세한 균열음이 났다. 뼈 안쪽을 누군가 손톱으로 긁어내는 느낌. 통증이 파고들었다. 준호가 멈췄다.

공을 놓는 순간, 무릎에서 또 다른 균열음이 났다. 뭔가가 더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준호는 무릎을 만졌다. 여전히 아팠다.

그런데 그 통증 속에서 뭔가가 선명해졌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

2년 전 프로 팀을 떠났을 때도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2년간 매번 슈팅을 던질 때도.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번 통증은 돌아올 수 없는 신호였다.

그리고 그 신호 속에서, 준호는 깨달았다.

*이것이 초능력이다.*

절박함이 몸을 타고 흘렀을 때 시각이 변하고, 모든 변수가 수렴하고, 완벽한 슈팅이 나온다. 그리고 그 대가로 무릎이 부서진다. 72시간마다 누적되는 통증. 반월판이 악화되고, 인대가 진행되고, 결국 수술까지 가게 되는 대가.

이것은 일시적 감각이 아니었다. 이것은 규칙이 있는 능력이었다.

절박함 → 시각 변화 → 완벽한 슈팅 → 72시간 누적 대가.

준호는 공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번 떨림은 절박함이 아니었다. 다른 것이었다. 깨달음이었다.

휴대폰을 꺼냈다. 어제 받은 통화 번호를 찾았다.

눌렀다.

"임석진 감독님. 이준호입니다."

"오, 선수님. 빨리 연락주네요. 결정하셨나요?"

준호의 목이 말라왔다.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떨림은 절박함이 아니었다. 다른 것이었다. 선택이었다.

"네. 저... 팀에 가겠습니다."

전화 너머로 임석진의 웃음이 들렸다.

"좋은 결정입니다. 언제 올 수 있으세요?"

"가능한 빨리요."

"그럼 내일 오세요. 주소를 보내드릴게요. 운전면허 있으신가요?"

"네."

"좋아요. 내일 오셔서 의료팀 검사부터 받고, 팀 소개 받고, 숙소 정해놓겠습니다. 기대되네요."

통화가 끝났다.

준호는 코트에 서 있었다. 공은 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프로 복귀. 아마 팀이지만, 그래도 팀이었다. 다시 코트에 선다. 다시 경기를 한다.

하지만 준호가 보는 건 코트가 아니었다. 무릎이었다.

그 무릎에서 울리는 미세한 균열음. 검사 결과지의 문구들. 이은정의 목소리—'끝이야'.

그리고 이제 알게 된 것. 그 능력의 정체. 그 능력의 대가.

준호는 휴대폰을 들었다. 이은정의 번호를 찾았다.

손가락이 멈췄다.

전화를 걸 수도, 걸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 사이에서 준호는 떨리고 있었다.

결국 전화를 걸었다.

"이준호? 뭐야? 검사 결과 봤지?"

"네. 의료진님. 저 내일부터 지역 아마팀에서 뛰기로 했습니다."

"뭐라고?"

"다시 일어나다라는 팀이에요. 감독이 제 슈팅을 봤다고 해서..."

"미쳤어? 72시간 전에 통증이 왔는데? 그리고 지금 검사 결과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하는 거야?"

준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무릎이 아팠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절박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절박함이 아니었다. 선택이었다.

"준호, 들어. 너는 이미 한계야. 한 번 더 심한 운동하면 끝이야. 수술까지 해야 할 수도 있어."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이은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이은정이 한숨을 쉬었다.

"내일 병원 와. 정밀 검사를 다시 받고 결정해. 그때까지 기다려."

"죄송합니다."

통화가 끝났다.

준호는 코트에 남아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천장 불빛이 노란색으로 내려왔다.

프로 복귀.

그것을 위해 2년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 준호는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그 슈팅을 던졌을 때 느껴진 그 느낌. 시각이 변했던 순간. 무릎에서 울리는 미세한 균열음.

그것은 프로 복귀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 능력의 대가는 무릎이었다. 72시간마다 누적되는 통증. 반월판이 악화되고, 인대가 진행되고, 결국 수술까지 가게 되는 대가.

준호는 공을 들었다. 튕겼다.

탁. 탁. 탁.

2년간 반복된 리듬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리듬의 의미가 달라졌다.

내일, 새로운 리듬이 시작될 것이었다. 팀 경기장에서의 리듬. 그리고 그 리듬 속에서 그 능력을 쓸 것인지, 쓰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올 것이었다.

준호는 체육관을 나갔다. 밤거리는 차가웠다. 강남역 주변은 여전히 밝았지만, 준호의 발걸음은 어두운 곳으로 향했다.

의료팀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 능력을 따라.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도, 준호는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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