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로운 약속

펜트하우스의 침실 문을 열고 나온 준호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새벽의 서울이 흐릿하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지은이 뒤따라 나왔을 때 그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마치 그 손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손이 떨려요."

준호가 처음으로 그렇게 말했다. 설명 없이. 변명 없이.

지은은 그의 손을 잡았다. 떨리는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온기를 전하듯이. 준호는 눈을 감았다. 이것이 현실인지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당신이 내 감정을 느낄 때, 나는 처음으로 인간이 되었습니다."

준호의 목소리가 창밖의 새벽 소리처럼 희미했다.

"누군가를 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본다는 것. 그것만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당신의 눈으로."

지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건 그의 감정이 아니었다. 그건 순전히 자신의 눈물이었다. 그 구분이 이렇게 소중한 적이 있었나.

"당신이 내 감정을 봐줄 때, 나는 처음으로 내 감정을 사랑했습니다."

지은이 말했다.

준호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지은의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 움직임이 얼마나 어색한지,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지 그는 알고 있었다. 감정 표현은 배움이었고, 배움은 고통이었고, 그 고통이 지금 자신을 산처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게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당신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지은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목소리를 낮추어, 마치 자신에게 고백하듯이.

"그런데 당신은 나를 구했어요. 내가 나 자신을 구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나는 당신의 민감함이 약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준호가 이어받았다. 손에 힘을 주었다.

"그것은 가장 큰 강점이에요.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보는 방식. 나는 당신을 통해 처음으로 그 아름다움을 봤습니다. 당신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지은이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로 젖은 얼굴에서 나온 웃음은 통통거렸다.

"그럼 나는요?"

"뭐예요?"

"나는 당신에게 뭔가요?"

준호는 한 발 물러섰다. 지은의 얼굴을 바라봤다. 펜트하우스의 차가운 조명 아래서도 그 얼굴은 따뜻했다. 누가 만든 게 아니라 자신이 보는 방식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걸 이제 알 것 같았다.

"당신은 나의 감정입니다.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

거실의 중앙에 있는 책상으로 걸어가 준호는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새 계약서. 처음 것과는 다른 종류의 서류가 아니라, 정말로 새로 쓴 종이였다.

지은이 웃음을 멈추고 일어섰다.

"또 계약이 필요한가요?"

"네."

준호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종이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첫 번째 계약서는 한 장이었다면, 이것은 여러 장이었다. 준호는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지만, 목소리는 점점 또렷해졌다.

"우리는 서로를 구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우리는 서로를 선택하기로 약속한다."

"그 선택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불완전한 이해 속에서 계속 노력하기로 약속한다."

"우리는 강남도 강북도 아닌, 우리의 세계를 함께 만들기로 약속한다."

준호가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손을 내렸다. 지은의 손을 다시 잡았다.

"서명해주실래요?"

지은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건 준호의 감정이 흘러나온 눈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눈물이었다. 그 구분이 이 모든 계약의 의미였다.

펜을 들어 계약서의 맨 아래에 사인을 했다. 지은이라고. 그 다음 준호가 서명했다. 이준호라고.

두 사람의 이름이 같은 종이 위에 나란히 놓였다.

"축하합니다. 우리는 이제 공식적으로 서로를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준호가 말했다. 그건 농담 같기도 했고, 진지한 선언 같기도 했다.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뭐 하죠?"

"이제?"

"네. 계약을 맺었으니까 이제 뭐 하죠?"

준호는 지은을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펜트하우스의 현관 벨이 울렸다.

지은과 준호가 눈을 마주쳤다. 새벽 6시. 이 시간에 올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준호가 문을 열었다. 이미영이 서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부어 있었다. 마치 밤새 울기만 한 사람처럼.

"엄마?"

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건 놀람이 아니었다. 불안이었다.

이미영은 아들의 얼굴을 보고 한걸음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멈춰 섰다. 지은을 보고.

"당신이 지은이군요."

이미영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준호는 어머니의 표정을 읽으려 애썼지만, 그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어머니의 얼굴은 자신이 가장 먼저 배운 무표정이었으니까.

"어머니. 이 시간에 왜..."

"내가 잘못했습니다."

이미영이 말을 끊었다.

준호는 정지된 상태가 되었다. 그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준호. 하지만 그 사랑을 감정으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감정적 결정이 가족을 망가뜨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감정을 버리는 법을 가르쳤어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으면서."

이미영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당신의 눈을 보니 알겠어요. 내가 당신에게 한 것이 사랑이 아니었단 걸. 두려움이었어요. 내 두려움을 당신의 어깨에 올려놓은 거였어요."

준호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엄마..."

"그리고 당신은 감정을 배우고 있군요. 이 여자를 통해서."

이미영이 지은을 바라봤다. 판단적이지 않은 눈으로.

"고마워요. 내 아들을 인간으로 돌려줘서."

지은은 목이 메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준호는 어머니를 안았다. 어색한 움직임으로. 아직도 감정 표현이 완벽하지 않은 몸으로. 하지만 그 어색함 자체가 진정성이었다.

"이제 표현하세요, 엄마. 늦지 않았습니다."

이미영은 아들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울었다. 수십 년을 억눌렀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은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이해했다. 감정 결핍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물림되는 상처였고, 그 상처를 깨뜨리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

1년이 흘렀다.

강북의 골목, '감정의 방'이라는 간판이 여전히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안에는 두 명이 일하고 있었다.

지은은 상담자로서, 준호는 감정 결핍 증후군 치유 프로그램의 총괄자로.

준호는 자신과 같은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모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감정을 배우는 방법을.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동시에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직접 보여주면서.

박준영은 회사를 떠났다. 감정을 버리지 않으려는 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 거부가 결국 그를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그것도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준호는 믿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자신의 감정과 마주해야 하니까.

이미영은 이제 주 2회 상담을 받고 있었다. 지은과 함께. 아들의 아버지가 정말로 감정적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두려움으로 왜곡된 기억일 뿐인지를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오늘 상담 마지막이군요."

지은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상담자를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고생했어요."

준호가 차를 건넸다. 따뜻한 커피. 지은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로.

"당신은?"

"나는 저쪽에서 기다릴게요."

준호가 손가락으로 창을 가리켰다. 펜트하우스에서 본 야경처럼 강남과 강북이 만나는 지점. 강남의 찬 불빛과 강북의 따뜻한 불빛이 섞이는 그곳.

지은은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바라봤다.

"우리는 이제 강남도 강북도 아니네요."

"우리는 우리입니다."

준호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한 번 더. 매일 한 번씩 하는 그 손잡음.

둘은 창밖을 함께 바라봤다.

어두워져가는 서울 위로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 하지만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그리고 준호가 지은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아직도 어색한 동작으로. 하지만 그 어색함이 진심이었다.

지은은 눈을 감았다.

첫 번째 키스였다. 계약이 아닌 선택으로 맺어지는.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강남의 야경이 희미해지고, 강북의 불빛이 부드러워진다.

두 사람의 실루엣만 남고.

검은색이 화면을 잠식한다.

자막이 떠올랐다.

*감정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사랑이 되다.*

---

(완)

# 새로운 약속

펜트하우스의 거실. 준호와 지은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다. 창밖으로는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둘 다 밖을 보고 있지 않았다. 서로를 보고 있었다.

"당신이 내 감정을 느낄 때, 나는 처음으로 인간이 되었습니다."

준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여전히 감정 표현이 서툰, 하지만 그래서 더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지은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신이 내 감정을 봐줄 때, 나는 처음으로 내 감정을 사랑했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목이 메인 상태로.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말을 계속했다.

"나는 당신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구했습니다. 내가 나를 구할 수 있도록."

준호는 지은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양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면서.

"그리고 나는 당신의 민감함이 약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것은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보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통해 처음으로 그 아름다움을 봤습니다."

지은이 그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서로 얽혔다.

"그럼 나는요? 나는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당신은 나의 감정입니다."

준호가 답했다. 천천히, 명확하게.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

지은은 준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살아 있는 증거. 감정이 있는 증거.

둘은 오랫동안 그렇게 있었다. 말이 필요 없는 시간. 침묵만으로 충분한 시간.

그리고 준호가 일어났다. 소파에서 벗어나 거실 한쪽으로 걸어갔다. 책상 서랍을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지은이 눈을 떴다.

준호가 돌아왔다.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하지만 이것은 계약서였다. 인쇄된 텍스트와 빈 서명란이 있는.

지은이 웃음을 터뜨렸다. 울음이 섞인 웃음으로.

"또 계약이 필요한가요?"

"네."

준호가 말했다. 소파에 다시 앉으면서 종이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그가 읽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를 구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지은이 숨을 참았다.

"'우리는 서로를 선택하기로 약속한다. 그 선택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준호가 종이를 내렸다. 지은을 바라봤다.

"당신은?"

지은은 펜을 집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썼다. 그리고 준호에게 펜을 건넸다.

준호도 자신의 이름을 썼다. 조심스럽게. 마치 이 이름이 처음으로 의미를 갖는 것처럼.

서명을 마치고 준호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펼쳐 놓았다. 둘 사이에. 마치 이것이 그들의 관계를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인 것처럼.

"이제부터는요?"

지은이 물었다.

"이제부터는 매일 이 약속을 다시 합니다."

준호가 대답했다.

"계약서가 없이. 말로만. 매일 아침 당신을 선택하고, 당신도 나를 선택하는 거예요."

"그것이 더 무섭지 않나요?"

"네. 무섭습니다."

준호가 인정했다. 거짓 없이.

"하지만 그 두려움이 실제입니다. 그리고 실제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현관문이 열렸다.

이미영이 들어섰다. 처음으로 펜트하우스에 초대받지 않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준호에게 요청받아 오는 형태로.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리고 결연했다.

"아들."

이미영이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잘못했습니다."

준호가 일어났다. 지은도 따라 일어났다.

"내가 당신에게 가르친 것은 강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이미영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내 두려움을."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를 사랑했습니다. 그의 감정을 통해. 하지만 그 감정들이 그를 약하게 만들었고, 결국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생각했어요. 내 두려움을 당신의 어깨에 올려놓은 거였어요."

준호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엄마..."

"그리고 당신은 감정을 배우고 있군요. 이 여자를 통해서."

이미영이 지은을 바라봤다. 판단적이지 않은 눈으로.

"고마워요. 내 아들을 인간으로 돌려줘서."

지은은 목이 메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준호는 어머니를 안았다. 어색한 움직임으로. 아직도 감정 표현이 완벽하지 않은 몸으로. 하지만 그 어색함 자체가 진정성이었다.

"이제 표현하세요, 엄마. 늦지 않았습니다."

이미영은 아들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울었다. 수십 년을 억눌렀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은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이해했다. 감정 결핍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물림되는 상처였고, 그 상처를 깨뜨리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

1년이 흘렀다.

강북의 골목, '감정의 방'이라는 간판이 여전히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안에는 두 명이 일하고 있었다.

지은은 상담자로서, 준호는 감정 결핍 증후군 치유 프로그램의 총괄자로.

준호는 자신과 같은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모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감정을 배우는 방법을.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동시에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직접 보여주면서.

박준영은 회사를 떠났다. 감정을 버리지 않으려는 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 거부가 결국 그를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그것도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준호는 믿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자신의 감정과 마주해야 하니까.

이미영은 이제 주 2회 상담을 받고 있었다. 지은과 함께. 아들의 아버지가 정말로 감정적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두려움으로 왜곡된 기억일 뿐인지를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벽에 붙은 포스트잇들도 변해 있었다. 전에는 '고마워요', '다시 살 것 같아요' 같은 상담자들의 메모였다면, 이제는 '나는 나를 선택합니다', '내 감정이 나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같은 더 단단한 문장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오래된 자리에는 여전히 하나의 포스트잇만 붙어 있었다.

*나는 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것이 충분하다.*

지은이 쓴 글씨.

"오늘 상담 마지막이군요."

지은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상담자를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고생했어요."

준호가 차를 건넸다. 따뜻한 커피. 지은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로. 정확히 53도. 준호가 매번 측정해서 만드는 온도.

"당신은?"

"나는 저쪽에서 기다릴게요."

준호가 손가락으로 창을 가리켰다. 펜트하우스에서 본 야경처럼 강남과 강북이 만나는 지점. 강남의 찬 불빛과 강북의 따뜻한 불빛이 섞이는 그곳.

지은은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바라봤다.

"우리는 이제 강남도 강북도 아니네요."

"우리는 우리입니다."

준호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한 번 더. 매일 한 번씩 하는 그 손잡음.

둘은 창밖을 함께 바라봤다.

어두워져가는 서울 위로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 하지만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그리고 준호가 지은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아직도 어색한 동작으로. 하지만 그 어색함이 진심이었다.

지은은 눈을 감았다.

첫 번째 키스였다. 계약이 아닌 선택으로 맺어지는.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강남의 야경이 희미해지고, 강북의 불빛이 부드러워진다.

두 사람의 실루엣만 남고.

검은색이 화면을 잠식한다.

자막이 떠올랐다.

*감정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사랑이 되다.*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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