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여섯 시. 알람 소리가 울렸다. 나는 눈을 떴다. 천장이 보였다. 흰 천장. 같은 천장.
침대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간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어제 얼굴과 똑같다. 9년을 이렇게 살았다. 29살이 되는 동안 얼굴은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 가는 길. 버스에 올라탄다. 같은 자리에 앉는다. 왼쪽 창가, 세 번째 좌석. 버스 기사는 나를 본 적이 없다. 나를 기억한 적도 없다. 그래서 좋다.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유로웠다.
사무실 책상도 같다. 왼쪽에 모니터, 오른쪽에 서류함. 마우스 패드는 연회색. 의자의 등받이는 살짝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나는 그 기울기에 맞춰 앉는다.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직장 동료들은 나를 '조용한 아이'라고 부른다. 가끔. 대부분은 나를 부르지 않는다. 필요 없으니까. 나는 필요 없는 사람들 옆에 앉아 있다. 그들이 웃을 때 나도 웃는다. 그들이 한숨을 쉴 때 나도 한숨을 쉰다. 하지만 내 웃음과 한숨은 소리가 작다.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저녁 여섯 시. 퇴근한다. 편의점에 들어간다. 도시락 코너. 항상 같은 종류를 집어든다. 계란말이와 나물이 들어 있는 도시락. 가격은 3,900원.
집에 도착해 밥을 먹는다. 앉는 자리도 같다. 작은 식탁의 북쪽. 창문이 보이는 쪽. 하지만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은 맞은편 아파트 벽뿐이다. 회색 벽. 먼지가 앉아 있는 벽. 그 벽과 나의 차이가 뭔지 생각해본다. 벽은 움직이지 않는다. 나도 움직이지 않는다.
밤 열한 시. 잠이 온다. 같은 꿈을 꾼다. 계단을 올라가는 꿈. 끝없이 올라가는 꿈. 계단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그냥 발이 움직인다. 그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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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다섯 시.
사무실은 이미 반쯤 비어 있었다. 나는 여전히 책상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 앞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보고서 작성. 이미 정해진 틀에 숫자를 넣는 작업. 의미 따위는 없다.
여섯 시 정각. 나는 일어섰다.
퇴근길은 항상 같다. 엘리베이터 타기. 로비 통과. 정문 나가기.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옆 건물로 향하는 복도에 낯선 문이 눈에 띄었다. 회사 건물의 옥상으로 가는 문. 빨간 페인트가 벗겨진 문.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하지만 내 눈은 여전히 그 빨간 문을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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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어제 본 그 빨간 문이 자꾸만 떠올랐다. 옥상. 그곳에 무엇이 있을까. 내가 왜 그렇게 끌렸을까.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평범한 손.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았다. 손가락 끝에서 따뜻함이 흘러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는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일요일. 하루 종일 그 문이 생각났다. 옥상으로 가는 문. 그곳에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주말이었다. 회사 건물은 폐쇄되어 있을 것이다. 월요일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손이 자꾸만 떨렸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월요일 오후 다섯 시 반.
나는 회사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한 계단씩, 한 계단씩.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 손이 뭔가를 하려고 한다는 느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옥상의 문이 열렸다.
그곳이 있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정원이.
황폐함이 나를 맞이했다. 부서진 화분들이 흩어져 있었고, 검은 흙이 바닥에 흘러내려 있었다. 그 위에 죽어가는 식물들이 누워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 그 나무의 가지는 회색이었다. 살이 빠져 뼈만 남은 것처럼. 잎은 거의 없었고, 남아 있는 잎들도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 나무를 바라봤다. 오래 바라봤다.
내가 그 나무를 본 것인지, 나를 본 것인지 구분이 안 갔다. 9년을 같은 자리에서 반복한 내 모습이 거기 있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채, 천천히 색이 바래가고,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나는 움직였다.
옥상의 한구석에 있던 수도꼭지를 찾아 호스를 연결했다. 손이 알고 있었다. 버킷을 집어 들었다. 물을 받았다. 호스에서 나오는 물이 버킷을 채웠다. 찰랑찰랑.
나는 그 물을 가지고 나무 앞으로 갔다.
"누군가는 이것을 봐야 한다."
내가 말했다.
물을 부었다. 흙이 물을 마시듯 빨아들였다. 나무가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으로 숨을 쉬는 듯한 소리.
그 다음부터는 자동이었다. 다른 화분들을 줍고, 흙을 담고, 물을 줬다. 손이 알고 있었다. 어떤 화분이 어떤 흙을 필요로 하는지, 어느 정도의 물이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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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전.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몸이 경직됐다. 마우스를 잡는 손이 떨렸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도 떨렸다. 아무도 모르는 떨림.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손이 뭔가를 했다는 것을.
오후 세 시쯤, 나는 화장실 거울 앞에서 손을 펼쳤다. 평범한 손. 손가락 끝이 살짝 붉었다. 아니, 따뜻했다. 손을 펼친 채로 있자니 손가락 끝에서 미세한 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내가 아는 건 다르다. 이 손이 닿는 것들이 살아난다.
그 깨달음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비밀이 생겼다. 9년을 투명하게 살아온 나에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 될 무언가가 생겼다.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손이 떨렸다.
수요일. 아침부터 불안했다. 옥상에 올라간 내 발자국이 누군가에게 발견될까봐. 내가 만진 화분들이 누군가의 눈에 띨까봐. 회사에서 일하는 내내 시야가 흔들렸다. 화면이 또렷하지 않았다. 목이 경직되어 있었다. 누군가 날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 내 손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목요일. 더 심해졌다. 호흡이 얕아졌다. 숨을 깊게 들이마셔도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 기분. 옥상의 나무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새싹들이 자라고 있을까. 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누군가 내 비밀을 발견하면 어쩌지. 손가락이 자꾸만 떨렸다.
금요일 오후 다섯 시 반.
나는 다시 옥상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며 호흡을 고르려 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번엔 다른 떨림이었다. 기대와 공포가 섞인 떨림.
옥상 문을 열었다.
나무를 보는 순간, 내 호흡이 멈췄다.
가지 끝에 초록색이 피어나고 있었다. 손톱만 한 크기의 새싹. 사흘 만에. 사흘 만에 그 죽어가던 나무에서 새싹이 났다.
나는 그 새싹에 손을 가져갔다.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 멈췄다. 호흡을 참았다.
그 순간, 뭔가 흐르는 걸 느꼈다. 손가락 끝에서. 미세한 열. 따뜻함. 그리고 그것이 새싹으로 전해지는 느낌. 새싹이 그 따뜻함을 받아들이고 조금 더 크게 펼쳐지는 것 같았다.
나는 손을 거두었다.
손 전체가 떨렸다. 이번엔 숨기지 않는 떨림이었다. 손가락 끝에서 팔뚝까지 떨렸다. 내 손에 뭔가가 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뭔가가 있다. 그것이 확실해졌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무언가가 가슴에서 터져 나오려고 했다. 희망? 두려움? 둘 다? 아니면 처음으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욕망? 모든 감정이 한 점으로 모여 손가락 끝에서 빛나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옥상 문이 다시 열렸다.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 숨소리. 그리고 놀라는 목소리.
"어... 여기가?"
여자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검은색 카메라를 든 여자가 서 있었다. 나와 같은 또는 비슷한 나이.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녀의 눈이 옥상 정원을 훑으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내게로 향했다.
"당신이... 이걸?"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한 발 더 들어왔다.
내 몸이 본능적으로 경직됐다. 타인이 옥상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오래간만이었다. 이 공간이 내 것이 된 지 사흘밖에 안 되었는데도, 이미 다른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이 낯설었다. 더 정확히는,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노출된다는 게 두려웠다.
"이곳이... 정말 아름답네요."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카메라를 내리고, 눈을 빛냈다. 그 눈이 옥상 곳곳을 흝고 다닌다. 내가 물을 준 화분들. 새싹이 난 나무. 정렬되지 않은 채 흙이 담긴 그릇들.
"제가... 실례되겠지만 여기 자주 와도 될까요?"
질문이었지만, 선언에 가까웠다. 그녀는 이미 여기가 특별한 곳이라는 걸 안다는 표정이었다. 카메라를 들었다. 셔터를 눌렀다. 클릭. 그 소리가 내게는 침투처럼 느껴졌다. 내 비밀이 누군가의 렌즈에 갇혔다.
"저는 박소영이에요. 이 아파트 3층에 사는."
자기소개였다. 나는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9년을 같은 직장에서 보냈어도, 직장 사람들의 이름을 절반도 모른다. 그런데 낯선 여자가 자신을 소개하며 내 영역에 들어와 있었다.
"당신은... 이름이?"
박소영이 다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뭔가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유진."
한 음절씩 끊어서 대답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이렇게 어색한 건 언제 이래?
"이유진 씨. 혹시... 이 정원을 가꾸신 분?"
'가꾸신'이라는 표현이 어색했다. 나는 물을 줬을 뿐이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이 옥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내 손에서 시작됐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소영이 웃음을 흘렸다. 기쁨의 웃음이었다. 또는 안도의 웃음. 무엇이든 그것은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내 공간을 침범했을 때의 그 불편함.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가 내가 한 일을 인정해줄 때의 그 희미한 설렘도 함께였다.
"정말 신기해요. 제가 이 아파트에 산 지 2년인데, 옥상이 이렇게 변했다니. 제가 자주 왔었거든요. 그때는 정말 황폐했어요. 마치..."
그녀가 멈췄다. 말을 고르는 것 같았다.
"마치 뭔가요?"
내가 먼저 물었다. 이상했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먼저 건네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순간, 박소영의 표현이 궁금했다.
"마치... 누군가의 마음 같았어요.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천천히 죽어가는 그런."
내가 숨을 들이마셨다. 정확했다. 너무 정확했다. 이 여자는 뭔가를 본 것 같았다. 내가 본 것을 그대로 본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두려웠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네. 그래서 자주 와서 봤어요. 뭔가 안타까워서. 그런데 이제 이렇게 살아났다니."
박소영이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새싹이 난 나무를 정조준했다. 클릭. 또 클릭. 여러 번. 마치 이 장면을 기록해야만 할 것처럼.
"이거 제 SNS에 올려도 될까요? 물론 당신을 특정할 수 있게 하지 않고요."
SNS. 그 단어를 들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내 정원이 누군가의 계정에서 소비될 생각이 싫었다. 내 손의 기적이 누군가의 '좋아요'가 될 생각이 싫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 이것을 본다면? 누군가 이것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도 들었다.
"상관없어요."
"감사합니다!"
박소영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계속해서 옥상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여기저기. 각도를 바꾸고, 광선을 확인하고, 또 찍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봤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내 공간에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여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쁜 감정은 아니었지만, 뭔가 끝나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옥상이 더 이상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느낌.
"이유진 씨, 혹시 식물을 잘 아세요?"
박소영이 갑자기 물었다. 카메라를 내리고 나를 바라봤다.
"아니... 별로."
"그런데 이 정원이 이렇게 살아났다는 게 신기해요. 보통 이렇게 죽어가던 식물들이 갑자기 되살아나진 않거든요. 흙도 뒤엎고, 거름도 주고,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데..."
그녀의 눈이 내 손으로 내려갔다. 손가락을 자세히 관찰하듯이. 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그냥... 물을 많이 줬어요."
"물만 줘서... 이렇게?"
박소영의 목소리 톤이 변했다. 호기심에서 뭔가 다른 것으로. 그녀의 눈이 내 얼굴로 올라왔다. 그리고 다시 내 손으로 내려갔다. 카메라를 들었다. 렌즈가 내 손을 향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물이 필요해 보여서."
말이 매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거짓이 아니었다. 내가 정말로 모르는 것이다. 이 손에 뭔가가 있다는 것만 알 뿐, 그것이 무엇인지, 어디서 온 건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박소영은 이미 뭔가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 의심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신기하네요."
박소영이 중얼거렸다. 셔터를 눌렀다. 또 눌렀다. 내 손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다.
"사진 찍지 말아줄래요?"
"아, 죄송해요. 습관이라서."
박소영이 카메라를 내렸다. 하지만 그 눈은 여전히 내를 관찰하고 있었다. 뭔가를 기억하려는 듯이. 뭔가를 파악하려는 듯이. 내 안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 여자가 뭔가를 알아낼 것 같았다.
"그럼 이만 내려갈게요. 자주 와도 괜찮을까요? 사진을 더 담고 싶어서."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할 수 없었다. 이미 이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박소영이 옥상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멈췄다.
"아, 그리고 이유진 씨."
돌아서서 말했다.
"이 정원, 정말 아름다워요. 당신이 해준 일이... 특별해 보여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옥상을 내려갔다. 옥상 문이 닫혔다.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한 발 물러서서 옥상 전체를 봤다. 박소영의 눈으로 본 이 공간. 그리고 내 눈으로 본 이 공간. 같은 건가, 다른 건가?
새싹이 난 나무가 바람에 살랑거렸다. 그 움직임이 내 손을 불렀다. 다시 그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내 손이 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 그것을 알아낼까봐 두려웠다.
나는 나무 앞으로 갔다.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다시 느꼈다. 그 미세한 열. 그 무언가가 손가락 끝에서 새싹으로 흘러가는 느낌. 새싹이 조금 더 커졌다.
나는 손을 거두고, 옥상에 남겨진 물 버킷을 집어 들었다. 다른 화분들에 물을 줬다. 이번엔 의식적으로. 내 손이 뭔지 알면서.
그리고 하나씩 그들이 내 손을 받아들이는 것을 느꼈다. 죽어가던 것들이 내 따뜻함을 마시며 천천히 돌아오는 것을. 각 화분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신호.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 잠들었던 세포들이 깨어나는 감각. 그것이 모두 내 손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희열과 두려움이 뒤섞여 가슴을 타고 올라왔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이것이 들통날까 하는 공포. 두 감정이 충돌하며 손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옥상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내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SNS 알림. 박소영이 내 정원의 사진을 공유했다는 알림. 사진의 썸네일에는 새싹이 난 나무가 보였다. 그 아래로는 이미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다.
'이런 숨은 명소 어디예요?'
'정말 신기한 정원이네요. 위치 알려주세요!'
내 손이 떨렸다. 이번엔 희망의 떨림이 아니었다. 내 비밀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옥상 문 아래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빠른 걸음. 서둘러 올라오는 누군가. 한 계단씩, 한 계단씩 올라오는 소리. 그리고 휴대폰 벨소리.
화면에 '관리자'라는 이름이 떴다.
옥상 문이 열리는 순간,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옥상의 어둠을 가르는 밝은 빛. 그 빛이 내 손에 닿았을 때,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손가락 끝에서 따뜻함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느꼈던 모든 따뜻함이, 모든 생명력이 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내 손의 핏줄을 거꾸로 펌프질하는 것처럼.
나는 손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