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탈옥

법정의 판결문은 매우 짧았다.

"사형. 72시간 내 집행."

카인은 판사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대신 법정 뒤쪽 방청석을 훑었다. 박준호 참모총장은 없었다. 리나 송도 없었다. 있는 것은 언론과 호기심 많은 군부 관계자들뿐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놀라움이 아니라 안도감으로 가득했다. 마치 불편한 변수가 제거되는 것을 목격하는 만족감.

증거는 명확했다. 알파 기지 폭탄의 설계 원리가 카인의 전술 서명과 일치했다. 최대 효율, 최소 인명 손실, 다층 백업 시스템—그의 모든 특징이 담겨 있었다. 법정은 3시간 만에 판결했다. 정상적인 군사 재판이라면 최소 3주는 걸렸을 것이다.

"당신이 설계한 폭탄으로 387명이 죽었습니다."

판사의 음성은 기계적이었다. 카인은 여전히 판사를 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을 봤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손이 설계한 폭탄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그 차이를 알겠는가?

감옥은 군부 내부 시설이었다. 알파 기지의 지하 3층, 보안이 삼중으로 겹쳐진 곳. 카인은 독방에 갇혔다. 그곳에서 72시간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72시간 후 그는 사라진다. 역사에서, 기억에서, 모든 것에서.

판결 후 36시간이 지났을 때 의료실 호출이 떨어졌다. 정기 검진이라는 명목이었다. 카인은 간수 두 명과 함께 복도를 걸었다. 의료실까지의 거리는 47미터. 보안 카메라는 복도에 3개, 교차로에 2개가 배치되어 있었다. 간수 교대는 14분마다 이루어졌고, 의료실 입구의 전자잠금장치는 2019년형이었다.

카인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가 떠졌다.

그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보안 카메라의 사각지대가 보였다. 복도의 형광등 아래 약 2.3미터 구간이 카메라의 렌즈에서 벗어나 있었다. 간수들의 이동 경로가 보였다. 앞의 간수는 8.4초마다 뒤를 돌아보고, 뒤의 간수는 정면만 봤다. 잠금장치의 약점이 보였다. 2019년형은 전원 공급 라인이 노출되어 있었고, 비상 수동 잠금 해제 버튼이 카메라 각도에서 미묘하게 벗어나 있었다.

패턴이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카인의 뇌가 모든 변수를 동시에 처리했다.

관자놀이에서 피가 맺혔다. 코에서도 피가 흘렀다. 신경계가 타들어가는 극통이 뇌를 관통했다. 그는 한 발 비틀거렸다. 뒤의 간수가 손을 뻗었다.

"괜찮으신가요?"

카인은 손을 들어 올렸다. 떨림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손목을 꽉 잡았다. 피는 계속 흘렀지만, 입은 다물어졌다.

"괜찮다. 진행하자."

의료실은 1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카인은 복도의 형광등 아래를 지나갔다. 2.3미터 구간에 진입했을 때 그는 앞의 간수의 목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팔꿈치로 뒤의 간수의 얼굴을 친 후 그의 기관총을 빼앗았다.

카메라는 그 과정을 포착하지 못했다.

앞의 간수가 돌아섰을 때 카인은 이미 의료실 입구에 있었다. 기관총의 총구는 앞의 간수를 향했다. 간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무선 통신기에 손을 뻗으려 했지만, 카인의 총알이 먼저 그것을 파괴했다.

"전원 차단. 지금."

카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간수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벨트의 응급 전원 차단 키를 눌렀다. 의료실의 잠금장치가 사라졌다. 카인은 문을 밀어 열었다. 의료 담당관은 침대 아래로 숨어들었다.

카인은 간수 둘을 의료실 안으로 끌어 넣었다. 그들의 입을 묶었고, 팔다리를 고정했다. 의료복을 벗겨 입었다. 시간은 의미 없었다. 오직 패턴만이 있었다. 그 사이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전원 차단으로 인해 보안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이었다. 재부팅까지는 약 90초가 남아 있었다.

카인은 계단으로 향했다. 지하 3층에서 지하 1층까지 가는 경로는 2가지였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엘리베이터는 이미 차단되었을 것이다. 계단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하 1층의 동쪽 비상 계단은 외부 감지기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카인은 그곳으로 향했다.

계단실에 도착했을 때 경보음이 울렸다. 보안 시스템이 재부팅된 것이었다. 카인은 계단을 내려갔다. 한 발에 3칸씩. 신경계의 통증은 여전했지만, 그것은 이미 익숙한 것이었다. 더 이상 신경 쓸 것이 아니었다.

지하 1층의 비상구는 외부로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알파 기지의 남쪽 담장 너머, 300미터 떨어진 숲. 그곳까지 가면 된다. 카인은 비상구를 밀었다. 야외 센서가 울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뛰었다.

군부 추격대가 출동하기까지는 4분 30초가 필요했다. 카인은 그동안 400미터를 달렸다. 숲 속으로 사라졌을 때 첫 번째 추격 차량이 기지를 나왔다.

---

탈옥 후 4시간.

카인은 알파 기지에 돌아왔다. 같은 기지로. 이것은 미친 짓이었지만, 동시에 필수적인 짓이었다. 폭탄 현장을 다시 봐야 했다. 그의 눈으로, 그의 패턴 인식으로.

알파 기지의 폭탄 현장은 이미 정화 완료 단계에 있었다. 테러 현장은 봉인되었고, 증거물은 모두 군부 보관소로 옮겨졌다. 하지만 카인은 현장을 알고 있었다. 10년간 이 기지의 모든 보안 시스템을 설계했으니까.

그는 하수구를 통해 침투했다. 폭탄 현장은 건물의 동쪽 날개였다. 전술 사령부의 핵심 데이터 센터였다. 387명이 그곳에서 죽었다. 대부분 전술 분석가들이었다. 카인의 팀원들이었다.

현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잔해 속에서 카인은 폭탄의 구조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금속 조각들을 만졌다. 회로, 타이머, 신관. 모든 부품이 이야기했다.

이것은 내 설계가 아니다.

타이머 메커니즘은 구식이었다. 2010년대의 기술이었다. 카인은 절대 그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전자식 타이머만 사용했다. 구식 메커니즘은 너무 불안정했고, 너무 예측 가능했다. 그것은 그의 전술 서명과 완전히 맞지 않았다.

폭발 반경도 그랬다. 카인이 설계한 폭탄이라면 최대 50미터 반경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65미터였다. 인명 손실이 30% 더 많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절대 그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설치 위치도 그랬다. 핵심 데이터 센터의 북쪽 벽. 카인이 설계했다면 남쪽 지지대에 설치했을 것이다. 그곳을 폭발시키면 건물 전체가 붕괴되지 않고, 데이터 센터만 격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폭탄은 그렇지 않았다. 건물 전체가 붕괴되었다.

카인의 손가락이 타이머를 집어 들었다. 금속 조각들이 손에서 떨어졌다. 신경계의 통증이 다시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종류의 통증이었다.

누군가 내 서명을 모방했다.

그리고 그 모방은 완벽하지 않았다.

카인은 잔해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여전히 뜨거운 현장을 바라봤다. 387명. 모두 그의 팀원들이었다. 리나를 제외하고.

리나가 그날 출근하지 않았다. 왜?

카인의 뇌가 패턴 인식을 시작했다. 리나는 10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휴가는 한 번도 없었다. 병가도 없었다. 그런 리나가 그날 출근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판결 하루 전, 리나는 면회실에 왔었다. 카인은 그것을 기억했다. 그녀는 무엇을 말했는가?

"당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말은 무엇을 의미했는가? 리나가 폭탄 현장에 없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녀를 피하게 했다는 뜻이었다. 누군가가 그녀를 알고 있었고, 그녀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카인의 신뢰 대상을 보호하려고.

카인은 현장을 떠났다. 하수구를 통해 기지 외부로 나왔을 때, 그의 무선 통신기가 울렸다. 제임스 코트 정보국장의 목소리였다. 코드명으로.

"고스트, 12시간 뒤 베타 기지 남쪽 입구. 혼자 와."

신호는 끝났다.

카인은 숲 속에 앉았다. 신경계는 여전히 타들어갔지만, 그의 뇌는 빠르게 작동했다. 리나가 그날 출근하지 않은 이유. 박준호가 너무 빨리 판결한 이유. 폭탄이 그의 서명을 모방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이유. 코트가 자신을 부르는 이유.

각각의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성된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더욱 어두웠다. 카인은 자신이 누명을 써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자신의 죽음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계획했다. 법정, 판결, 탈옥. 모든 것이.

카인의 눈이 감겼다가 떠졌다. 관자놀이에서 피가 다시 흘렀다. 신경계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는 일어섰다.

12시간 뒤. 베타 기지에서 코트가 보여줄 것은 무엇인가?

카인은 숲 속으로 사라졌다. 추격대의 조명이 멀리서 깜박였지만, 그는 이미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의 패턴 인식은 이미 다음 이동 경로를 계산했다. 서쪽으로 12킬로미터, 그 다음 남쪽으로 18킬로미터. 마크 윌슨의 추격대가 도착하기 전에 충분한 거리였다.

야간 숲은 조용했다. 카인은 뛰었다. 신경계의 통증을 무시하며. 그의 손가락에는 여전히 폭탄의 금속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내 폭탄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폭탄인가?

그리고 왜 나에게 뒤집어씌웠는가?

---

**9시간 22분 후**

베타 기지로 향하는 지하 터널 입구. 카인의 옷은 흙으로 범벅되었고, 왼쪽 어깨에는 추격 중 입은 상처가 있었다. 혈액이 옷을 검게 적시고 있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통증은 신경계의 만성화된 비명 속에 묻혀 있었다.

그는 입구 부근의 암석 뒤에 웅크렸다. 베타 기지는 알파 기지의 절반 규모였지만, 방어 체계는 더 강했다. 정보국이 주둔하는 곳이었으니까. 코트의 명령이 없었다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카인의 귀가 움직였다. 지하 터널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였다. 그것도 통제된 리듬으로.

정화 조직.

카인의 몸이 긴장했다. 패턴 인식이 발동했다. 발소리의 간격, 호흡의 리듬, 움직임의 배치—정확히 5명. 그들은 좌측 터널에서 우측 터널로 이동 중이었다. 카인이 숨어 있는 암석에서 30미터 떨어진 지점.

그의 손이 주머니 속의 폭발 장치를 집었다. 탈옥 과정에서 보안실에서 탈취한 것이었다. 구식이지만 여전히 작동했다. 만약 그들이 카인을 발견한다면, 이것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발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카인은 숨을 죽였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 열려 있었고, 모든 신경이 움직임에 집중했다. 추격대의 리더가 명령했다. 무전기를 통해.

"목표물은 여전히 진입하지 않았습니다. 입구에 세 명을 배치하고, 우리는 내부로 진입합니다."

마크 윌슨의 목소리였다.

카인의 손가락이 폭발 장치의 버튼에 올라갔다. 하지만 손가락은 누르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기다렸다. 발소리가 지나갈 때까지.

5명은 카인의 위치를 지나쳤다. 그들은 여전히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어둠과 암석의 위치가 완벽했으니까. 카인의 패턴 인식은 이미 그들의 동선을 계산했고, 그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베타 기지 내부로.

그리고 그곳에서 코트를 찾을 것이다.

카인은 암석 뒤에서 나왔다. 그의 움직임은 완벽하게 침묵했다. 추격대가 지나간 지 정확히 7초 후, 그는 반대 방향으로 터널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기 환기 시스템을 통한 우회 경로. 10년 전 알파 기지에서 배운 기지 구조 지식이 베타 기지에도 적용되었다. 설계 원칙이 동일했으니까.

3분 22초. 그것이 카인이 베타 기지의 정보국 부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정보국 사무실의 뒷문은 잠겨 있었다. 생체 인식 시스템. 카인의 ID는 이미 삭제되었다. 하지만 카인은 이미 대안을 준비했다. 탈옥 과정에서 알파 기지의 보안 카드를 탈취했고, 그것을 조작했다. 구식이지만, 여전히 작동했다.

카드를 판독기에 넣은 순간, 잠금장치가 풀렸다.

사무실은 어두웠다. 달빛만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그 속에서 카인은 제임스 코트를 찾았다.

코트는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은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그의 얼굴은 그림자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분명했다. 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었군."

코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3분 22초는 내 예상보다 빨랐다. 당신의 기억력은 여전히 정확한 모양이다."

카인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사무실 내부를 재빨리 스캔했다. 다른 인물은 없었다. 창문도 모두 잠겨 있었다. 유일한 출입구는 카인이 들어온 뒷문뿐이었다.

"박준호가 당신을 죽이길 원한다."

코트가 말을 시작했다.

"그것은 알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코트는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책상 위에는 파일 하나가 있었다. 두께가 5센티미터 이상이었다.

"그 파일에는 알파 기지 폭탄 현장의 모든 증거가 들어 있다. 공식 기록으로는 삭제된 것들이다. 당신이 폭탄을 설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

카인의 눈이 좁혀졌다.

"당신은 왜 이것을 가지고 있는가?"

"내 일이다."

코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정보국장의 일은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것도, 비공식적인 것도. 내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은 당신을 돕고 있다."

카인은 파일에 접근했다. 그의 손이 파일의 모서리를 집었을 때, 코트가 다시 말했다.

"그 파일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카인의 손이 멈췄다.

코트는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이제는 무언가 다른 것이 흘러나왔다. 피로. 오래된 피로.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은 폭탄이 아니다."

카인은 코트를 바라봤다. 그의 침묵이 길어졌다.

"알파 기지의 폭탄은 단순한 테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살인이었다. 387명의 살인. 그리고 당신의 누명은 그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였다."

"누가 그렇게 했는가?"

"박준호와 그 위의 누군가. 나는 정확히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이 죽기를 원했다. 그리고 당신의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기를 원했다."

"무엇을?"

코트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또 다른 파일이 나왔다. 이것은 더 얇았고, 더 오래되어 보였다.

"당신의 전술 기록이다. 10년간의 기록. 그리고 그 기록에는 패턴이 있다."

"어떤 패턴인가?"

"당신의 전술이 항상 이겼다는 패턴. 모든 전술이. 예외 없이."

카인의 눈이 움직였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의 전술은 항상 이겼다. 우주전쟁의 모든 주요 전투에서.

"당신은 너무 유능했다."

코트가 말했다.

"그래서 위험했다."

---

카인의 뇌가 계산하기 시작했다.

파일들의 데이터. 박준호의 판결. 리나의 부재. 폭탄의 설계 오류. 코트의 도움. 마크 윌슨의 추격.

각 조각이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 카인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카인이 아니라, 죽은 카인이.

죽은 카인이라면, 그의 전술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죽은 카인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카인에게 뒤집어씌워질 수 있었다.

관자놀이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신경계의 비명. 하지만 카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당신은 왜 나를 도우시는가?"

카인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가 갈라지고 있었다.

"나도 위험했으니까."

코트의 대답은 간단했다.

"박준호는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보국장이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그래서 나를 제거하려고 했다. 정화 조직의 명령으로."

"그렇다면 당신도 탈출해야 한다."

"이미 준비했다."

코트는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다. 마치 오랫동안 이 책상에 앉아 있었다는 듯이.

"당신은 이 파일들을 가지고 감마 기지로 가야 한다. 거기에는 당신을 도울 사람이 있다. 에바 크로스. 과학자다. 그녀는 폭탄의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있다."

"감마 기지로 가는 경로는?"

"지하 터널을 통해 남쪽으로. 3킬로미터. 그곳에는 탈출용 차량이 있다. 키는 파일 안에 있다."

카인의 손이 파일을 집었다.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것의 무게는 엄청났다.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은 폭탄이 아니다. 당신이 찾아야 하는 것은 이 폭탄을 설계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당신의 전술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다."

카인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폭탄의 설계 오류가 그것을 증명했다.

누군가 카인의 천재성을 모방하려고 했고,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가 카인의 유일한 단서였다.

---

**지하 터널을 나갈 때, 카인의 무선 통신기가 다시 울렸다.**

마크 윌슨의 목소리였다.

"고스트, 당신의 위치를 추적했다. 베타 기지 정보국 부서. 5분 내에 당신을 포위할 것이다."

카인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계산했다. 그가 필요한 시간을 정확히.

그는 차량에 도달했다. 검은색 레커스 기지. 엔진은 이미 예열되어 있었다. 코트가 준비한 것이었다.

카인은 차량에 올라탔다. 엔진음은 조용했다. 정화 조직의 추격 음성이 뒤에서 울렸다.

"목표물 포착. 차량 이동 중. 추격 시작."

카인은 악셀을 밟았다. 차량이 터널을 빠져나갔다. 뒤에서 발사음이 울렸다. 총알이 차량의 뒤쪽 창을 관통했다. 카인은 핸들을 꺾었다. 차량이 흔들렸지만,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지표면에 도달했을 때 추격 차량이 터널을 빠져나왔다. 두 대였다. 카인은 차량을 가속했다. 야간 도로는 텅 비어 있었다. 그 위에서 두 대의 추격 차량이 카인을 쫓았다.

파일이 조수석에 놓여 있었다. 카인은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며, 다른 손으로 파일을 폈다.

첫 번째 문서. 폭탄의 기술 분석. 폭발 반경. 타이머 메커니즘. 설치 위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카인의 서명과 맞지 않았다.

두 번째 문서. 현장 증거. 자동 분석 결과. 폭탄의 제조자 정보. 하지만 이것은 공식 기록에서 삭제되었다.

세 번째 문서. 카인의 전술 기록. 지난 10년간의 모든 전술. 모두 성공했다. 예외 없이.

그리고 그 패턴의 의미는?

카인의 눈이 도로에 고정되었다. 밤하늘은 검었다. 별들은 멀었다. 그리고 그 별 뒤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인류의 적이라고 불리는 것. 외계 연합.

카인의 뇌가 패턴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10년간의 전술. 모두 이겼다. 예외 없이. 그렇다면 그것은 전술이 완벽했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인가?

만약 모든 전술이 이겼다면, 그것은 상대방이 패배하기를 원했다는 뜻은 아닐까?

관자놀이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뒤의 추격 차량이 더 가까워졌다. 총알이 다시 울렸다. 카인은 차량을 급회전시켰다. 추격 차량 중 하나가 도로를 이탈했다. 충돌음. 폭발음.

하나가 남았다.

카인은 차량을 가속했다. 감마 기지까지의 거리는 1200킬로미터였다. 시간은 12시간. 충분했다.

하지만 충분한 것은 시간만이 아니었다. 질문도 충분했다.

너무도 많은 질문.

그리고 그 질문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추격 차량이 다시 가까워졌다. 카인은 차량의 속도를 높였다. 도로 위에서 두 대의 차량이 밤을 가르며 달렸다. 카인의 손은 여전히 파일을 쥐고 있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뇌는 여전히 계산하고 있었다.

---

**감마 기지, 12시간 후**

에바 크로스는 카인을 기지의 지하실에서 만났다. 조명은 어두웠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녀의 손에는 무기가 없었지만, 그녀의 눈은 경계하고 있었다.

"당신이 카인인가?"

카인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무장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하지만 에바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코트가 당신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에바는 한 발 물러섰다. 그녀의 뒤에는 벽이 있었고, 그 벽 옆에는 또 다른 출입구가 있었다. 탈출 경로.

"당신이 정말 카인인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카인은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팔을 걷어 올렸다. 팔뚝에는 일련의 숫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군부 신원 코드.

에바는 그것을 확인했다. 그녀의 경계는 조금 풀렸지만, 여전히 완전하지는 않았다.

"파일이 있는가?"

"있다."

카인이 파일을 제시했다. 에바는 그것을 집어 들었지만, 아직 열지는 않았다.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가?"

"아직 아니다."

에바는 또 다른 파일을 들어 올렸다. 이것은 더 얇았고, 더 낡아 보였다.

"이것은 무엇인가?"

카인이 물었다.

"증거다."

에바의 목소리는 떨렸다.

"폭탄의 구성 요소 분석. 그리고... 그리고 다른 것."

"다른 것이 무엇인가?"

"외계 연합과의 협약 기록이다."

카인의 움직임이 멈췄다.

에바는 계속했다.

"3년 전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공식 기록이 아니라, 숨겨진 서버에서. 박준호는 나를 협박했다. 침묵하지 않으면 죽인다고. 그래서 나는 침묵했다. 하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협약의 내용은?"

"인류 통제 프로젝트다. 전쟁을 영구화시키기 위한. 외계 연합과 연합군 지도부가 함께 설계한."

카인의 뇌가 마지막 패턴을 포착했다.

10년간의 전술. 모두 이겼다. 그것은 상대방이 패배하기를 원했다는 뜻이었다.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상대방은.

모든 것이 연기였다. 전쟁도 패배도 승리도. 모두.

관자놀이에서 피가 흘렀다.

카인의 손이 에바의 파일을 집었다.

"박준호가 나를 죽이려고 했던 이유는?"

"당신의 패턴 인식 능력이 이 협약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당신은 너무 유능했다."

에바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위험했다."

카인은 파일을 열었다. 협약의 내용이 눈앞에 펼쳐졌다. 외계 연합의 공격 패턴 분석도. 인류 통제 프로젝트의 상세 계획. 그리고 박준호의 서명.

그 순간, 카인의 관자놀이에서 피가 흘렀다. 신경계가 마지막 비명을 질렀다.

밖에서 알람이 울렸다.

정화 조직이 감마 기지를 포위했다.

마크 윌슨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카인, 항복하라. 당신은 도망칠 수 없다."

카인은 파일을 들었다. 에바는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죽는 건가?"

에바가 물었다.

카인은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협약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마지막 패턴이 완성되기 위해.

그리고 그 패턴이 완성되는 순간, 카인은 알았다.

자신이 구해야 하는 것은 인류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폭로해야 하는 것은 협약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해야 하는 선택이, 모든 선택지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것을.

---

관자놀이에서 마지막 피가 흘렀다. 신경계가 최후의 비명을 질렀다.

카인의 눈이 감겼다가 떠졌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한 단어만.

"시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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