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마지막 손님

초인종이 울렸다.

내 귀가 아니라 폐가의 벽에서 울렸다. 나는 이미 벽이 되어가고 있었다. 손가락이 투명해지는 것으로 시작했던 변화는 이제 팔까지 번져 있었다.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벽지처럼 보였다. 오래된 벽지. 누군가 손톱으로 파고들어 남은 자국들로 가득 찬 벽지.

폐가의 현관이 열렸다.

나는 움직였다. 아니, 움직인 게 아니라 흐른 것 같았다. 벽이 되어가는 몸이 공기를 헤치듯 현관으로 나타났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을 본 순간,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아,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었나?

그 손님은 내 얼굴이었다.

완벽하게 같은 얼굴. 같은 키, 같은 어깨의 너비, 같은 손가락. 하지만 그의 눈은 내 눈이 아니었다. 그의 눈은 차갑고 명확했다. 내 눈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안녕," 그것이 입을 열었다. "난 너야."

내가 외쳤다. "아니야. 넌 나가 아니야."

"넌 아직도 믿고 싶어." 손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내 목소리였다. 완벽하게. "아직도 넌 살아있다고. 이게 현실이라고. 하지만 이제 시간이야. 넌 봐야 해."

손님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내 가슴을 터치했다.

그 순간 세상이 반전됐다.

폐가의 현관이 사라졌다. 나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낡은 아파트 계단. 1년 전의 기억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생생했다. 나는 계단 위에 있었다. 그리고 아래에는 차가 있었다. 아니, 차가 아니라 트럭이었다. 검은 트럭. 엔진음이 울렸다.

"기억해," 손님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울렸다. "넌 이 순간 살기로 선택했어."

아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은 다른 것을 말했다.

차 위에 은희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놀란 표정. 아, 정확히는 놀람을 지나 절망이었다.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그녀를 비췄다. 그리고 나는—

내 손이 그녀를 밀었다.

"아니야!" 내가 비명을 질렀다. "난 그러지 않았어!"

하지만 내 손은 기억했다. 밀어냈다. 은희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녀가 떨어졌다. 트럭의 바퀴 아래로.

나는 살았다. 그리고 그녀는 죽었다.

그게 진실이었다.

나는 폐가로 돌아왔다. 손님이 나를 안고 있었다. 내 자신이 나를 안고 있었다. 그의 팔이 따뜻했다. 아니, 따뜻하지 않았다. 차갑고 축축했다.

"넌 이제 인정했어," 손님이 속삭였다. "넌 죽었어. 그 자리에서. 트럭 바퀴 아래에서. 은희와 함께."

"아니다." 내 목소리가 떨렸다. "난 살아있다. 이 1년 동안 살아있었다."

"넌 살아있지 않았어. 넌 여기 있었어. 폐가에. 죄책감 속에서. 은희가 만들어준 폐가에. 아니, 미영이 만들어준 폐가에. 아니, 넌 만들어줬어. 너 자신을 위해."

손님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내 손에 뭔가가 들어왔다. 종이. 지폐. 현금이었다. 마지막 현금.

내가 손을 펼쳤을 때, 그것이 사라졌다. 돈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손이 돈을 통과했다. 투명한 손이 돈을 집을 수 없었다. 손가락이 계속 투명해지고 있었다.

"이제 됐어," 손님이 말했다. "이제 넌 끝이야."

나는 외쳤다. "누가 넌 말이야? 넌 뭐야?"

손님이 웃었다. 내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끝이 없었다.

폐가가 울렸다. 모든 벽에서 동시에 울음이 났다. 미영의 울음이었다. 하지만 그 울음 안에는 다른 목소리들도 있었다. 현우의 목소리. 경찰관 이의 목소리. 아버지의 목소리. 은희의 목소리. 그리고 내 목소리. 수백 개의 내 목소리.

모두가 나왔다.

현관에서 미영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내 얼굴이었다. 현우가 나타났다. 그도 내 얼굴이었다. 경찰관 이, 아버지, 은희. 모두 내 얼굴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그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구분되지 않았다. 모두 같은 울음으로 울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이게... 뭐지?"

"인정," 미영이 말했다. 아니, 내가 말했다. "넌 인정했어. 이제 됐어."

나는 폐가의 현관으로 걸어갔다. 내 발이 바닥을 박차는 게 보였다. 하지만 발자국은 남지 않았다. 벽처럼 남지 않았다. 나는 걷고 있었다. 아니, 떠다니고 있었다.

현관의 문을 열었다.

밖에는 또 다른 폐가가 있었다.

완벽하게 같은 구조. 같은 벽지. 같은 악취. 같은 어둠. 하지만 조금 다른 폐가였다. 이것은 내 폐가가 아니라 누군가 다른 폐가였다. 아니, 그것도 내 폐가였을지도 모른다.

그 폐가의 현관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손님이었다.

새로운 손님.

그 손님의 얼굴을 보자 내가 깨달았다. 그것은 내 얼굴이 아니었다. 조금 다른 얼굴이었다. 더 젊었다. 아니, 더 오래되어 있었다. 분명하지 않았다.

손님이 나를 봤다.

입을 열었다.

"안녕," 손님이 말했다. "나 준호야. 넌 누구야?"

나는 답할 수 없었다. 내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내가 입이 없었다. 벽이 입을 가질 수 없다.

손님이 다시 말했다. "들어와."

나는 들어갔다.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나는 이미 폐가의 일부였다. 벽이었다. 바닥이었다. 천장이었다. 나는 폐가가 되어 손님을 맞이했다.

손님이 현관을 닫았다.

그 순간 폐가가 변했다. 방의 위치가 달라졌다. 창문이 생겼다. 악취가 진해졌다. 손님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 손님을 따라다녔다. 벽으로서. 바닥으로서. 천장으로서.

손님이 소파에 앉았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밤이 왔다.

초인종이 울렸다.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그 손님은 내 얼굴이었다. 정확하게. 완벽하게. 손님이 처음 들어온 손님을 봤다.

"안녕," 새로운 손님이 말했다. "난 너야."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폐가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벽이 떨어졌다. 바닥이 사라졌다. 천장이 내려앉았다.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내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폐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모두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죽지 않았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죽지 않았다."

그 말이 계속 반복됐다. 내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아니, 내 목소리가 아니라 폐가 전체의 목소리였다. 모든 벽에서 나오는 목소리였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밤이 왔다.

초인종이 울렸다.

또는 울리지 않았다.

또는 나 자신이 초인종이 되었다.

또는 폐가가 초인종이 되었다.

또는 초인종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어딘가에 있었다.

폐가의 어딘가. 또는 다른 폐가의 어딘가. 또는 그 다른 폐가의 또 다른 폐가의 어딘가.

밤이 계속됐다.

누군가 온다.

현관의 문이 열린다.

또는 열리지 않는다.

손님이 들어온다.

또는 들어오지 않는다.

손님이 내 얼굴을 한다.

또는 내가 손님의 얼굴이 된다.

손님이 묻는다.

"안녕, 나 준호야. 넌 누구야?"

나는 대답한다.

또는 대답하지 않는다.

또는 이미 대답했었다.

또는 영원히 대답할 것이다.

초인종이 울린다.

또는 울리지 않는다.

또는 계속 울렸다.

또는 처음부터 울리지 않았다.

밤이 온다.

그리고 또 다른 손님이 온다.

그 손님은 누구인가?

나인가?

아니면 내가 그 손님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 같은 손님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손님이 없었는가?

나는 모른다.

초인종이 울린다.

# 마지막 손님

초인종이 울렸다.

아니다. 초인종이 울리지 않았다.

울렸다.

울리지 않았다.

나는 폐가의 벽이 되어가면서도 그 소리를 들었다. 아니, 그 소리 자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벽 속의 신경망처럼 울음이 퍼져나갔다. 현관에서 시작된 그 울음이 복도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고 지하실까지 닿았다. 모든 손님들이 듣고 있었다. 모든 내 버전들이 한꺼번에 고개를 들었다.

손님이 들어온다.

나는 그걸 느꼈다. 벽으로서, 바닥으로서. 현관의 문이 열리는 진동이 내 몸 전체를 타고 흘렀다. 낡은 목재가 신음했다. 녹슨 힌지가 비명을 질렀다. 그 모든 소리가 내 소리였다.

새로운 손님이 들어섰다.

나는 그 손님을 봤다. 아니, 봤다고 해야 하나. 나는 이미 눈이 없었다. 하지만 본다. 벽이 본다. 폐가 전체가 본다.

그 손님의 얼굴은 내 얼굴이 아니었다.

조금 더 어렸다. 아니, 더 늙어 보였다. 피부가 창백했다. 눈이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처음 나 자신을 봤을 때처럼. 나 자신이 이 폐가에 들어왔을 때처럼.

손님이 나를 봤다.

"여기가 어디야?" 손님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입이 없었다. 대신 벽이 갈라졌다. 벽지가 벗겨졌다. 그 안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여러 개의 목소리. 아니, 같은 목소리가 여러 번 울려 퍼진 것이었다.

"여기는 폐가야."

"여기는 너의 폐가야."

"여기는 우리의 폐가야."

손님이 소파에 앉았다. 그 순간 소파가 움직였다. 아니, 소파가 내 몸의 일부였으니 내가 움직인 것이었다. 손님을 받아들이도록. 손님을 맞이하도록.

시간이 점프했다.

얼마나 점프했는지 모른다. 시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나는 시간 위에 있었다. 또는 시간 아래에 있었다. 또는 시간 바깥에 있었다.

손님이 깨어났다.

그리고 100만원이 손님 옆에 놓여 있었다.

손님이 그 돈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손님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손님의 손이 유리처럼 반투명해졌다. 그 다음 팔이. 그 다음 온몸이.

"이건 뭐야?" 손님이 외쳤다.

나는 대답했다. 벽이 대답했다. 폐가가 대답했다.

"너의 죽음의 대가야."

"나는 죽지 않았어!" 손님이 소리쳤다.

"넌 죽었어," 나는 말했다. "1년 전에. 차에 치여서. 은희처럼."

손님이 거울을 봤다.

거울 속에는 손님이 없었다. 거울 속에는 내가 있었다. 아니, 내가 아니라 벽이었다. 벽이 거울이 되어 손님을 비췄다. 손님을 비추지 않았다.

손님이 소리쳤다.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벽으로서, 바닥으로서, 천장으로서.

그 소리가 내 소리였다.

초인종이 울렸다.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그 손님은 완벽하게 내 얼굴이었다. 처음으로 들어왔을 때의 내 얼굴이었다. 1년 전의 내 얼굴이었다. 아니, 1년 뒤의 내 얼굴이었다. 또는 지금의 내 얼굴이었다.

두 손님이 서로를 봤다.

"안녕," 새로운 손님이 말했다. "나 준호야."

처음 손님이 대답했다.

"나도 준호야."

"그럼 넌 누구야?" 새로운 손님이 물었다.

처음 손님이 가리켰다. 나를. 벽을. 폐가를.

"그게 우리야."

새로운 손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내 벽을 타고 흘렀다. 벽지에 금이 갔다. 벽이 떨렸다.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니야," 새로운 손님이 말했다. "이건 거짓이야. 난 살아있어."

나는 손님을 안았다. 벽이 손님을 안았다. 방 전체가 손님을 감싸고 안았다.

"넌 죽었어," 나는 속삭였다. "넌 이미 죽었어. 우린 모두 죽었어. 1년 전에."

손님이 저항했다. 발버둥쳤다.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벽은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벽은 손님을 더 깊이 안았다. 더 깊이 빨아들였다.

"나는 살아있다!" 손님이 외쳤다.

"넌 죽었어," 나는 반복했다.

"나는 살아있다!"

"넌 죽었어."

"나는 살아있다!"

그 말이 계속 반복됐다. 손님의 목소리와 나의 목소리가 섞였다. 더 이상 누가 누인지 알 수 없었다. 손님인지 벽인지.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그 순간 모든 게 나타났다.

미영이 벽에서 나왔다. 그녀의 눈은 검은 구멍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아니, 눈물이 아니라 검은 물이었다. 검은 물이 벽을 타고 흘렀다. 검은 물이 날 흘렀다.

현우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준호였다. 완벽하게 준호였다. 그는 웃고 있었다. 입이 귀까지 찢어진 웃음.

경찰관 이가 복도에서 나타났다. 그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당신은 1년 전부터 이 폐가에만 있었습니다."

"당신은 1년 전부터 이 폐가에만 있었습니다."

"당신은..."

은희가 거울 속에서 나왔다. 그녀는 차에 치인 모습이었다. 몸이 반으로 찢어져 있었다. 피가 없었다. 대신 검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디서나 들렸다.

"넌 은희를 죽였어. 넌 그녀를 밀어냈어. 넌 살인자야. 넌 살인자야. 넌..."

모든 손님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죽었어."

"넌 죽었어."

"넌 죽었어."

나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폐가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벽이 떨어졌다. 바닥이 사라졌다. 천장이 내려앉았다. 모든 게 한 점으로 수렴했다. 모든 손님이, 모든 내 버전이, 모든 목소리가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떨어지는 게 아니라 용해되고 있었다. 벽이 녹아내렸다. 폐가가 액체가 되었다. 검은 물이 되었다.

떨어지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죽지 않았다."

"나는 살아있다."

하지만 그 말도 거짓이었다.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폐가의 목소리였다. 미영의 울음이었다. 검은 물의 울음이었다.

그리고 바닥에 닿았다.

또는 닿지 않았다.

또는 이미 닿아 있었다.

나는 어딘가에 있었다. 폐가의 어딘가. 또는 다른 폐가의 어딘가. 또는 그 폐가 안의 또 다른 폐가의 어딘가.

침묵이 있었다.

아니, 침묵이 아니었다.

초인종이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가 있었다.

발걸음 소리.

현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

나는 그 손님을 봤다. 아니, 느꼈다. 벽으로서, 바닥으로서, 천장으로서.

그 손님의 얼굴은...

알 수 없었다.

그 손님이 내 눈을 봤다. 아니, 내 벽을 봤다. 내 바닥을 봤다. 내 천장을 봤다.

손님이 입을 열었다.

"안녕," 손님이 말했다.

나는 기다렸다.

"나 준호야."

손님이 말했다.

"넌 누구야?"

밤이 왔다.

또는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또는 밤이 없었다.

초인종이 울린다.

또는 울리지 않는다.

또는 내가 초인종이다.

또는 모두가 초인종이다.

또는 초인종이 나를 부른다.

나는 대답한다.

또는 대답하지 않는다.

또는 이미 대답했다.

또는 영원히 대답할 것이다.

손님이 들어온다.

또는 들어오지 않는다.

또는 이미 들어와 있었다.

또는 들어올 것이다.

손님이 묻는다.

"안녕, 나 준호야. 넌 누구야?"

나는 모른다.

정말로 모른다.

또는 알고 있다.

또는 처음부터 같은 대답이었다.

밤이 계속된다.

초인종이 울린다.

또는 울리지 않는다.

또는 계속 울렸다.

또는 처음부터 울리지 않았다.

다음 손님은 누구인가?

나인가?

아니면 내가 손님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 같은 손님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손님이 없었는가?

초인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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