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폐가의 손님

손님의 죽음을 목격한 후 깨어나니 7시간이 사라졌다.

저녁 9시에 그가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도로 위에서 비명이 들렸다. 차가 울었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나는 창문을 통해 봤다. 도로 위의 형체를 유지하지 못한 뭔가. 머리가 먼저 포장도로에 부딪혔다. 축축한 음향. 뭔가가 터지는 소리.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손님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멀쩡했다. 피 한 방울 없이.

시계를 봤을 때 새벽 4시 17분이었다. 7시간이 사라졌다. 손님의 죽음을 본 후 지금까지의 시간이 기억에 없었다.

"뭐 하고 있어?"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책망하는 톤. 언제나 그 톤이었다. 나는 빠르게 거실을 빠져나갔다.

천장은 벗겨진 석고 조각으로 가득했다. 손가락이 균열을 따라 움직였다. 딱딱한 표면을 쓸고 지나갈 때마다 미세한 가루가 얼굴에 내렸다.

벽에 손가락 자국이 있었다. 여러 개. 누군가 벽을 쓰다듬거나 잡으며 지나간 흔적들. 나는 내 손을 벽에 맞춰봤다. 손가락 자국 중 하나와 정확히 겹쳤다. 손톱까지. 피부의 질감이 일치했다. 나는 이 자국을 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벽은 기억하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이곳에서 얼마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의 의미는 폐가의 벽처럼 낡아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스프링이 삐걱거렸다. 창문은 없었다. 이 방에는 처음부터 없었다.

냉수도 없었다. 수도꼭지를 틀면 녹빛이 도는 물이 나왔다. 거울은 깨져 있었다. 조각 하나가 세면대 옆에 놓여 있었고, 그 조각에 비친 내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왼쪽 눈만 크게 보였다. 한 쪽 코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조각을 다시 뒤집어놓았다.

복도를 걸었다. 벽에는 내 이름이 쓰여 있었다. 검은 펜으로. 또는 다른 것으로. 글씨는 흔들렸다. 손톱으로 긁어 쓴 것 같았다.

"준호."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 목소리였다. 아니면 내 목소리를 닮은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거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소파가 있었다. 먼지가 소파를 덮고 있었다. 창문이 있었다. 이 방에는 창문이 있었다. 하지만 커튼이 완전히 닫혀 있어서 밖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커튼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커튼 너머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둘 다 무서웠다.

벽에 붙은 달력을 봤다. 6월 12일에서 6월 18일로 점프했다. 그 사이의 나흘이 없었다.

배고픔은 없었다. 냉장고는 비어 있었다. 냉동실도. 주방 찬장도. 나는 그것을 확인한 기억이 있었다. 또는 확인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음식은 없었다.

저녁이 되자 손님이 도착했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톡톡톡. 규칙적인 음향. 마치 약속된 것처럼. 나는 문을 열었다.

손님은 나를 닮았다. 같은 눈. 같은 코의 모양. 입은 옆으로 찢어진 것처럼 벌어져 있었다. 웃고 있었다.

"안녕, 준호."

나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들어가도 돼?"

그는 이미 들어가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왔다. 소파에 앉았다. 먼지가 일어났다. 그는 나를 봤다.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봤다.

"뭐 그런 얼굴을 해. 처음이 아니잖아."

"어제도 만났잖아."

"어제?"

"그전날도. 그전전날도."

나는 어제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 사람을 어제 만났다는 기억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어제는 천장을 보고 있던 내 모습뿐이었다. 시간의 연속성이 끊겨 있었다. 마치 영화처럼. 장면이 뛰어넘긴다.

"당신이 뭐 하는 거예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손님을 거부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약한 질문만 흘러나왔다.

"시작할까?"

손님이 일어났다.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커튼을 열었다. 밖은 어두웠다. 벌써 밤이 되어 있었다. 창문 밖은 텅 빈 거리였다. 도로가 보였다. 멀리 빌딩이 보였다. 폐가가 도시 한복판에 있었구나.

손님은 창문을 통해 밖을 봤다. 그의 얼굴이 창에 비쳤다. 그 반사된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보는 것처럼. 그는 몸을 굽혔다. 창문으로부터 몸을 날렸다.

떨어졌다.

거리에서 비명이 들렸다. 차가 울었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나는 창문을 통해 봤다. 도로 위의 형체를 유지하지 못한 뭔가. 그것이 그였다. 머리가 먼저 포장도로에 부딪혔다. 그 소리까지 들렸다. 축축한 음향. 뭔가가 터지는 소리.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손님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멀쩡했다. 피 한 방울 없이. 옷도 깨끗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제 됐지?"

입이 마른 상태로 열렸다.

"돈."

그가 말했다. 나 대신.

"돈이 필요하지?"

내 주머니에 뭔가가 들어 있었다. 종이. 지폐. 한 묶음이었다. 손이 떨렸다.

"내일도 올 거야. 또 다른 누가. 같은 거 반복할 거고. 너는 계속 봐야 해. 우리의 죽음을 본 후 돈을 받는 거지."

그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었다. 돌아봤다.

"너도 알겠지? 이건 거래야. 간단하지. 우리가 죽으면 넌 산다. 우리가 죽을 때마다 넌 돈을 번다."

"잠깐. 누구세요? 이게 뭐 하는 거예요?"

"나? 나는 너야. 정확히는 너였던 사람. 또는 너일 사람. 아직 결정되지 않은 거지. 넌 언제쯤 깨달을까?"

문이 닫혔다. 나는 주머니의 돈을 다시 확인했다. 100만원이었다. 지폐가 너무 새것이었다. 마치 인쇄된 지 몇 분 안 된 것처럼.

시계를 봤다.

새벽 4시 17분이었다.

저녁 9시에 손님이 도착했는데 새벽 4시가 되어 있었다. 7시간이 사라졌다. 손님의 죽음을 본 후 지금까지의 시간이 기억에 없었다.

거실을 둘러봤다.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소파의 먼지가 없어졌다. 책장에 책들이 꽂혀 있었다. 침실 탁자의 물컵이 새로워졌다. 벽에 손가락 자국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새로운 자국들. 그 자국들 주변에는 검은 자국도 있었다. 손톱이 벽을 할퀴며 남긴 흔적. 피인가. 아니면 먼지인가.

그 중 하나의 자국에 내 손가락을 맞춰봤다.

정확히 들어맞았다. 손톱까지. 나는 이 자국이 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국을 낸 기억이 없었다. 손가락 끝이 따끔거렸다. 상처가 있었다. 언제 난 상처인지 알 수 없었다.

벽이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폐가의 벽들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그 느낌. 나는 거실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복도로 나왔다. 오른쪽으로 향했다. 왜 그 길이 맞는 것 같은지는 알 수 없었다. 기억이 아니라 본능 같은 것. 또는 누군가 내게 이 길을 알려준 적이 있는 건가.

복도의 벽은 더 낡아 있었다. 벽지가 말려 올라가고 있었고, 물이 스며든 흔적이 있었다. 천장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창문이 없는 복도인데 바람이 불었다. 어디서 들어오는 바람일까. 그 바람에서 무언가 썩은 냄새가 났다.

끝에 문이 있었다. 침실이었다. 침대가 놓여 있었다. 베개에는 머리 모양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침대 옆 탁자에 물컵이 있었다. 물은 녹색이었다. 그 옆에는 종이가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집었다.

글씨가 있었다. 필체는 내 것 같았다. 또는 내 것처럼 보였다. 내 필체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이 글씨가 낯설지 않았다.

'오늘도 왔다. 같은 거. 또 다른 버전. 돈을 받았다. 얼마나 받았는지는 세지 않았다. 세면 끝날 것 같아서. 그놈이 말했다. 넌 언제쯤 깨달을까라고. 뭘 깨달아야 하는 거지. 이게 뭐지. 이건 뭐 하는 거야.'

글은 거기서 끝났다. 끝이 흐릿했다. 마치 손이 떨려서 마지막 글자를 완성하지 못한 것처럼. 날짜가 있었다. 어제 날짜였다. 손님이 어제도 왔었다는 뜻인가. 그런데 나는 어제를 기억하지 못했다.

손이 떨렸다.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더 깊은 무언가 때문이었다. 내가 잃어버린 시간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행동들. 벽에 새겨진 손가락 자국들.

침실을 나가려 하는 순간 또 다른 문이 눈에 들어왔다. 침실 반대편 벽에. 문은 잠겨 있었다. 손잡이를 돌렸다. 움직이지 않았다. 힘을 줬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문을 밀었다. 문틀이 삐걱거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 문 뒤에 뭔가가 있었다. 뭔가가 나를 막고 있었다.

"너 뭐 하는 거야?"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 목소리였다. 침실 입구에 여자가 서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흐릿했다. 마치 초점이 맞지 않은 것처럼. 아니, 내 눈이 그 얼굴을 선명하게 보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목소리는 확실했다. 차갑고 절망적인 목소리.

"누구세요?"

"나가."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기계가 말하는 것처럼. 또는 매우 깊은 피로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방에서 뭐 하는 거예요?"

"나가. 여기 오면 안 돼. 그 문을 열면 안 돼."

"이게 누구 집이에요? 왜 날 막는 거고?"

"나가!"

여자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침실의 불이 꺼졌다. 아니, 어두워진 것 같았다. 마치 밤이 들어온 것처럼. 창문도 없는 침실에 밤이 들어왔다. 공기가 차가워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눈을 뜰 때 여자는 사라져 있었다. 침실의 불은 다시 켜져 있었다. 또는 처음부터 켜져 있었고 나만 잠시 눈을 감은 것뿐일 수도. 그 잠깐 사이에 뭔가가 일어났다. 내 손가락에서 피가 났다. 문을 밀 때 손톱이 벗겨진 것 같았다. 피가 문틀에 묻어 있었다. 내 피. 내 흔적.

시간이 점프했나. 아니면 수 초만 지난 걸까. 나는 침실을 나갔다. 빨리. 뛰지는 않았지만 서둘렀다.

거실로 돌아왔다. 손에는 여전히 1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나는 돈을 꺼냈다. 지폐들을 센다. 10만원짜리 10개. 정확히 100만원. 새 지폐들. 인쇄된 지 얼마 안 된 냄새가 났다. 진짜 돈. 진짜 현금. 이 모든 게 진짜라는 증거.

시계를 봤다. 새벽 5시 3분이었다. 또 시간이 점프했다. 50분 정도. 여자를 본 후 침실을 나가는 데 50분이 걸렸나. 그 50분 동안 내가 뭘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은 피투성이였다. 손톱은 벗겨져 있었다. 옷에는 뭔가 묻어 있었다. 먼지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폐가는 조용했다. 밤의 폐가는 다른 세계 같았다. 모든 색이 검은색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거실의 불을 껐다.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둠은 나를 받아줬다. 마치 원래 내 자리였다는 것처럼.

소파에 누웠다. 돈을 가슴 위에 놨다. 지폐들의 무게가 느껴졌다. 가볍지만 분명한 무게. 이것이 진짜라는 증거. 이 모든 게 진짜라는 증거.

하지만 그 여자는 뭐지. 그리고 내 필체로 쓰인 글은. 그리고 벽의 손가락 자국은. 그리고 사라진 시간들은. 그리고 내 손가락의 피는.

눈을 감았다. 잠이 올 리 없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뭔가를 확인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울었다. 울음 같은 소리. 아니면 바람 같은 소리. 폐가가 숨을 쉬는 소리. 눈을 뜨지 않았다. 눈을 뜨면 끝날 것 같았다.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폐가를 걷고 있었다. 걸음이 가벼웠다. 마치 폐가를 아는 사람처럼. 또는 폐가 자체처럼. 발걸음이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거실로 향하고 있었다.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뜨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발걸음이 누구의 것인지 알고 싶었다. 손님의 것인가. 여자의 것인가. 아니면—

그 발걸음이 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파 위에 누워 있는 나의 발걸음. 동시에 거실을 걷고 있는 누군가의 발걸음. 둘이 같은 발걸음. 같은 리듬. 같은 무게.

발걸음이 소파 옆에 멈췄다. 누군가가 소파 옆에 서 있었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뜨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인지 느껴지고 있었다. 내 옆에 서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나였다.

눈을 뜨는 순간, 소파 옆의 어둠 속에서 손이 나타났다. 내 손과 같은 손. 소파의 팔걸이를 잡고 있었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나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 손가락 끝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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