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정의 붕괴
거울이 깨졌다.
거울 속에서 나온 것은 이준호였다. 정신병원의 환자복을 입은, 손목에 자해의 흔적이 선명한 이준호.
그가 웃었다. 입 모서리가 떨리는 웃음이었다.
"안녕. 나는 이준호야."
주인공 이준호는 몸을 날려 벽에 등을 붙였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려 했다. 이것은 환각이다. 또 다른 이미지의 왜곡이다. 그렇게 말해야 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은 숨소리뿐이었다.
"너는 내가 만든 환상이야."
거울에서 나온 이준호는 한 발 한 발 천천히 다가왔다. 병원 환자복의 끈이 헐거워 가슴이 드러났다. 왼쪽 가슴에는 점 같은 흉터들이 가득했다. 약 주입 흔적이었다.
"넌 내가 만든 또 다른 정체성이야."
"아니다."
주인공 이준호의 목에서 나온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신음이었다.
"아니야. 그럼 안 돼."
거울 이준호는 주인공의 앞에 섰다. 둘의 얼굴은 완벽했다. 왼쪽 눈의 미세한 떨림까지. 하지만 주인공의 눈에는 절망이 있었고, 거울 이준호의 눈에는 깨달음이 있었다.
"나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었어."
거울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는 주인공과 정확히 같았다. 하지만 톤이 달랐다. 착각이 아니었다. 이것은 같은 목구멍에서 나오는 다른 음성이었다.
"나는 정신병원의 환자였어. 12년 동안."
주인공은 벽을 따라 옆으로 미끄러졌다. 병실의 문을 향해. 하지만 문은 없었다. 흰 벽 너머로 회색이 보였다.
"내가 만든 거 알아? 너를. 강남의 클리닉을. 환자들을. 모든 걸."
거울 이준호의 손이 주인공의 팔을 잡았다. 피부는 차가웠다. 죽은 것처럼.
"나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너를 만들었어. 너는 성공한 의사였어. 완벽한 이중생활을 하는. 초능력까지 있는."
주인공은 손을 밀어냈다. 하지만 거울 이준호의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팔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나는 너를 고문했어."
거울 이준호가 웃었다. 이번에는 입 전체가 벌어진 웃음이었다.
"너를 실패하게 만들었어. 너를 의심하게 만들었어. 너를 미쳤게 만들었어. 왜냐하면 너는 내 환상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대로 만들고 부술 수 있는."
"아니다. 아니다."
주인공의 목에서 반복이 나왔다.
"이재훈은? 김수진은?"
"내 망상 속 인물들이지."
거울 이준호가 대답했다.
"이재훈? 그건 내가 만든 또 다른 자아야. 너를 괴롭히는 역할을 주었어. 그는 너의 기억을 조종했지? 실은 내가 너의 기억을 조종하고 있었어. 내 자신을 통해서."
주인공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박민재도? 한지은도?"
"병실 옆의 환자들이야. 내가 그들을 관찰하다가 너의 세계에 집어넣었어. 이상호 의사? 그것도 내 의사야. 내 진짜 의사."
거울 이준호가 주인공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부모가 자식을 다루듯이.
"그리고 윤영호."
거울 이준호의 음성이 변했다.
"윤영호는 내 정신과 의사야. 내가 12년 동안 본 의사. 내가 나약하고 절망적이라고 느낄 때마다 그를 너의 세계에 넣었어. 그를 통해 너를 통제하려고."
주인공은 바닥에 엎드렸다.
"그럼 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너? 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야. 내가 될 수 없는 모습이야. 그래서 더 완벽하게 만들었어. 더 강하게. 더 자유롭게. 그리고 더 잔인하게."
거울 이준호가 주인공을 들어올렸다.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너는 12년 동안 내 머리 속에서 사람들을 죽여왔어. 그리고 나는 이 병실에서 그것을 상상했어. 매일 매일."
창문을 통해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있었다. 강남의 고층 건물들. 한강. 강북의 어두운 주택가. 모두가 보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깜빡였다. 마치 컴퓨터 화면처럼. 프레임이 떨어지듯이.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건가?"
주인공이 물었다.
"현실? 뭐가 현실이야?"
거울 이준호가 웃었다.
"넌 현실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 넌 처음부터 내 망상이야. 내가 12년 동안 이 병실에서 만든 환상이야. 넌 강남에서 본 적이 없어. 넌 폐공장에 간 적이 없어. 넌 아무데도 가본 적이 없어. 왜냐하면 넌 여기 밖에서 존재할 수 없거든."
주인공은 거울 이준호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럼 내가..."
"사라져."
거울 이준호가 손가락을 튕겼다.
주인공의 손가락이 먼저 투명해졌다. 그 다음 손. 팔. 신체가 천천히 흐릿해졌다. 마치 물에 녹는 것처럼.
"아니야! 아니야!"
주인공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졌다.
"내가... 내가 존재한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나는..."
하지만 말을 마칠 수 없었다. 단어들이 공기 중에서 흩어졌다.
거울 이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정신병원의 환자복을 입은 채로. 손목의 자해 흔적은 여전했다. 창문을 통해 서울의 야경이 계속 깜빡였다.
그는 거울을 봤다. 아니, 거울이 있던 자리를 봤다. 거울은 깨져 있었다.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거울이 없어도 반사가 있었다. 창문에. 침대의 금속 가장자리에. 심지어 공기 자체에.
그리고 모든 반사 속에서 또 다른 이준호가 보였다.
각각의 반사 속 이준호는 거울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입이 움직였다. 마치 합창처럼.
"안녕. 나는 진짜 이준호야."
그들이 모두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넌 내가 만든 환상이야."
거울 이준호는 손을 들었다. 창문에 비친 다른 이준호도 손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창문을 두드렸다. 탁탁탁.
거울 이준호도 손을 들어 반사 속 이준호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모든 반사가 동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거울 이준호도 사라졌다.
병실은 비어 있었다. 침대만 있었다. 하얀 침대. 하얀 벽. 하얀 바닥.
그리고 또 다른 침대가 있었다.
그 침대에는 누군가 누워 있었다. 환자복을 입은. 손목에 자해 흔적이 있는.
그가 깨어났다. 눈을 떴다. 천장을 봤다.
천장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그는 일어났다. 침대에서 내려왔다. 거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이 미소 지었다.
"안녕. 나는 이준호야."
거울 속의 이준호가 말했다.
"넌 내가 만든 환상이야."
현실의 이준호는 거울을 봤다. 그 거울 속에도 또 다른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 속에도 이준호가 있었다.
그 거울 속에도 또 다른 거울이 있었다.
무한.
반복.
창문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강남의 클리닉. 강북의 폐공장. 한강. 모든 것이.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깜빡였다. 프레임이 떨어지듯이. 픽셀이 끊기듯이.
마치 컴퓨터 화면처럼.
거울들 속의 이준호가 모두 손을 들었다. 창문을 두드렸다. 탁탁탁.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탁탁탁탁탁탁.
마치 누군가가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처럼.
아니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텍스트가 나타났다.
'YOU ARE WATCHING A DREAM.'
'WHOSE DREAM IS THIS?'
'WHOSE NIGHTMARE?'
'WAKE UP.'
'PLEASE.'
'WAKE UP.'
마지막 문장이 반복되었다. 화면이 깜빡일 때마다.
'WAKE UP. WAKE UP. WAKE UP.'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문장:
'WHICH MIRROR ARE YOU IN?'
# 절정의 붕괴
거울이 완전히 깨졌다.
파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칭칭칭. 하지만 그 소리도 점차 희미해졌다. 마치 수심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것처럼. 이준호는 손을 들어보려 했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였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해 보였다. 마치 누군가 다른 손을 자신의 팔에 끼워 넣고 조종하는 것처럼.
"누구세요?"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도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좀 더 젊은 목소리. 좀 더 약한 목소리.
"나는... 나는..."
말이 끊겼다. 혀가 무거워졌다. 마치 혀에 모래가 가득 찬 것처럼. 이준호는 거울의 파편을 보려고 고개를 숙였다. 거울이 없었다.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 또 다른 것이 있었다.
사람.
거울 이준호가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였다. 정신병원의 환자복을 입은. 손목에는 자해의 흔적이 선명했다. 어두운 자국. 여러 줄. 마치 악보처럼 규칙적으로 그어져 있었다.
그 사람이 일어섰다.
"안녕."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차분한. 그런데 그 목소리가 너무 익숙했다. 이준호 자신의 목소리처럼. 아니, 정확히는 이준호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른 것들이 섞여 있었다. 더 깊은 고통. 더 오래된 외로움.
"넌 누구야?"
이준호가 물었다. 하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이준호야."
그가 말했다.
"넌 내가 만든 환상이야."
이준호의 눈이 떨렸다. 안구가 경련하듯이. 마치 누군가 그의 뇌를 직접 건드리고 있는 것처럼.
"아니야. 내가... 내가 의사야. 나는 강남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치료했어.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기억이 흔들렸다. 강남 클리닉. 정말 거기 있었나? 있었다. 분명했다. 아니, 확실하지 않았다. 기억이 마치 흐릿한 영상처럼 계속 초점을 잃었다.
환자복을 입은 이준호가 다가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마치 시간이 늘어져 있는 것처럼.
"넌 의사가 아니었어. 넌 환자였어. 아니, 넌 환자도 아니었어. 넌 내가 만든 거야. 내가 이 병실에서 혼자 누워 있으면서 만든 또 다른 정체성이야."
이준호는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벽이 있었다.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 사실은 거울이었다. 거울이 아니었다. 파편이었다. 수백 개의 파편이 모여서 마치 벽처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왜... 왜 그런 짓을..."
"왜냐하면 난 외로웠으니까."
환자복의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에 감정이 없었다. 마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앵커의 음성처럼.
"난 이 병실에만 있었어. 5년. 아니, 10년. 시간을 모르겠어. 하지만 너무 오래였어.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다른 나를 만들면 어떨까? 강한 나를. 성공한 나를. 아무도 날 조종할 수 없는 나를."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아니, 떨린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손이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처럼 보였다. 마치 누군가 그의 손 위에 또 다른 손을 올려놓고 움직이는 것처럼.
"너는 내가 만든 모든 것이야. 너의 능력도. 너의 환자들도. 너의 범행도. 모두 내 머릿속에만 있었던 거야."
"아니야!"
이준호가 외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도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박영미는? 신청은? 내가 조종했던 모든 사람들은?"
"다 없어. 다 내 상상이야. 너처럼."
환자복의 이준호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이준호의 팔을 만졌다. 접촉하는 순간, 이준호의 팔이 투명해졌다. 마치 유리가 되는 것처럼. 아니,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니야! 아니야! 난 존재해! 난..."
이준호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마치 멀어지는 기차 소리처럼.
"난 존재한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나는 여기 있어. 이 순간에. 너와 같은 공간에."
"그게 증거가 되나?"
환자복의 이준호가 미소 지었다. 그것도 비정상적인 미소였다. 마치 얼굴에 그려진 것처럼.
"우리는 지금 같은 뇌 안에 있어. 같은 신경 네트워크 안에. 우리는 공존할 수 없어. 하나가 남으려면 다른 하나는 사라져야 해."
이준호의 신체가 점점 흐릿해졌다. 손부터 시작됐다. 손가락이 먼저 투명해졌다. 그 다음 손. 팔. 신체가 천천히 흐릿해졌다. 마치 물에 녹는 것처럼.
"아니야! 아니야!"
주인공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졌다.
"내가... 내가 존재한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나는..."
하지만 말을 마칠 수 없었다. 단어들이 공기 중에서 흩어졌다. 마치 연기처럼.
환자복의 이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병실 안에. 하얀 벽. 하얀 바닥. 하얀 침대. 모든 것이 희고 비어 있었다. 마치 뇌를 들여다본 것처럼. 아니, 정확히는 뇌를 들여다본 것이었다.
그는 거울을 찾았다. 남은 파편들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확실히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파편들이 여러 개의 이미지를 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파편에는 다른 이준호가 비쳐 있었다.
하나의 파편에는 의사 복장의 이준호. 다른 파편에는 환자복의 이준호. 또 다른 파편에는 아무도 아닌 것 같은 이준호.
모든 파편이 빛을 반사하며 깜빡였다. 프레임이 떨어지듯이. 컴퓨터 모니터가 고장 났을 때처럼.
창문을 봤다. 창문 너머로 서울이 보였다. 강남의 클리닉. 강북의 폐공장.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모든 것이.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깜빡였다. 깜빡이고. 또 깜빡였다.
마치 누군가 라이트 스위치를 계속 켰다 껐다 하는 것처럼. 아니, 마치 누군가 모니터의 전원을 계속 누르는 것처럼.
환자복의 이준호가 창문을 봤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창문을 두드렸다.
탁.
한 번.
탁탁.
두 번.
탁탁탁.
세 번.
음률이 있었다. 마치 신호처럼. 모스 부호처럼.
그 신호에 응답이 있었다. 창문 너머에서. 더 큰 음향으로.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마치 수십 개의 손이 동시에 창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 손들이 모두 같은 손이었다. 모두 이준호의 손이었다.
거울의 파편들이 떨어졌다. 아니, 떨어진 게 아니라 증발했다. 마치 물이 끓으면서 증기가 되는 것처럼.
병실의 벽이 흔들렸다. 천장이 내려왔다. 바닥이 올라왔다.
모든 것이 수렴했다.
한 점으로.
환자복의 이준호를 중심으로.
그리고 그 점도 사라졌다.
검은색.
완전한 어둠.
그 어둠 속에서 글자가 나타났다. 하얀 글자. 영어로.
'YOU ARE WATCHING A DREAM.'
글자가 깜빡였다.
'WHOSE DREAM IS THIS?'
또 깜빡렸다.
'WHOSE NIGHTMARE?'
다시.
'WAKE UP.'
'PLEASE.'
'WAKE UP.'
마지막 문장이 반복되었다. 화면이 깜빡일 때마다.
'WAKE UP. WAKE UP. WAKE UP.'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문장:
'WHICH MIRROR ARE YOU IN?'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눈이 떠졌다.
누군가의 눈.
그 눈이 천장을 봤다.
그 천장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아니, 거울이었다. 아니, 카메라였다. 아니,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누군가가 일어났다. 침대에서. 환자복을 입은 채로.
손목에는 자해의 흔적이 있었다.
그는 거울을 찾았다.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그 얼굴이 미소 지었다.
"안녕. 나는 이준호야."
거울 속의 이준호가 말했다.
"넌 내가 만든 환상이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현실의 이준호는 깨달았다.
이 순간도 꿈일 수 있다는 것을.
거울 속에도 또 다른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 속에도 이준호가 있었다.
그 거울 속에도 또 다른 거울이 있었다.
무한.
반복.
누가 진짜 이준호인가?
혹은 이준호가 정말 존재하는가?
창문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계속 깜빡였다. 프레임이 떨어지듯이. 픽셀이 끊기듯이.
마치 컴퓨터 화면처럼.
그리고 모든 거울 속의 이준호가 동시에 손을 들었다.
창문을 두드렸다.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마치 누군가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처럼.
아니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다시 검은색으로 변했다.
텍스트가 나타났다.
'WAKE UP.'
'PLEASE WAKE UP.'
'YOU ARE NOT IN THE MIRROR.'
'THE MIRROR IS IN YOU.'
마지막 문장이 화면 전체를 채웠다.
'WHICH ONE ARE YOU LOOKING AT RIGHT NOW?'
그리고 그 문장도 사라졌다.
오직 검은색만 남았다.
그 검은색 속에서 또 다른 숨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숨소리인지, 아니면 거울 속 누군가의 숨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