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벽 3시 47분

강북 을지로 뒷골목, 폐건물 5층.

이준호는 여자의 손목을 잡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접촉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자는 서서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걸음이 일정했다. 마치 누군가 손을 잡고 안내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이준호의 눈빛만 있었다.

"뛰어내려."

그의 음성은 명령이 아니었다. 제안이었다. 권유였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가장 깊은 욕망인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여자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해방의 미소였다.

바람이 불었다. 폐건물을 통과한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이준호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의 동공은 검은 원판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여자가 창틀에 한 발을 올렸다.

그 순간, 이준호의 이마에 맺힌 땀이 한 줄 흘러내렸다. 눈썹 위를 지나 눈 옆으로.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능력은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흔들림 하나가 대상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니 5층 아래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보였을 것이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반사된 그 면. 여자의 시선이 거기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두려움은 이미 이준호가 빨아들였다.

"가."

한 음절.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자의 몸이 공중으로 뛰어나갔다. 팔을 휘젓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결정인 것처럼, 자신의 선택인 것처럼 몸을 맡겼다. 떨어지는 도중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그 미소가 남아있었을 것이다.

바닥에 닿는 소리. 이준호는 듣지 않았다. 5층에서는 그 소리가 도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뼈가 부서지는 음향학적 주파수까지도.

그는 창문에서 몸을 돌렸다. 폐건물의 내부는 여전히 어두웠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보았다. 발 아래 깨진 유리, 벽에 붙은 낡은 포스터, 모서리에 자리 잡은 거미줄. 모든 것이 그의 눈에는 명확했다.

그리고 증거는 없었다. 그럴 리 없었다.

이준호는 계단을 내려갔다. 한 발씩, 천천히.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5층에서 1층까지 10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죄책감도, 쾌락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기계적인 동작만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폐건물을 나와 골목을 통과했다. 새벽의 서울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가로등만이 그의 발걸음을 따라다녔다. 주차해둔 검은색 벤츠까지는 300미터. 그의 호흡은 정상이었다. 맥박도 정상이었다. 신체는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이 조용했다. 좋은 차는 그렇게 조용하다. 그것도 하나의 우월함이다.

강남으로 향하는 길. 한강을 건넜다. 새벽빛이 물 위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준호는 라디오를 켰다. 고전음악이 흘러나왔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8번. 그는 고개를 약간 젖혔다.

차창 너머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보였다. 낮과 밤을 나누는 지평선. 그의 세계도 이렇게 나뉘어 있었다. 낮의 서울, 밤의 서울. 의사로서의 자신, 사냥꾼으로서의 자신.

그런데.

차 안의 거울에 비친 얼굴. 그의 얼굴.

이준호는 한 손을 들어 뺨을 만져보았다. 어제는 이렇지 않았는데.

피해자의 얼굴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박영미. 서른두 살. 독신. 우울증 병력 3년. 그런데.

머리 색깔이 이상했다.

기억 속에서 그녀는 검은 머리였다. 길게 내린 검은 머리. 하지만 폐건물에서 본 그녀의 머리는 갈색이었다. 밝은 갈색. 어제 그녀를 만났을 때는 분명 검은 머리였다. 그리 길지 않은.

이준호의 손가락이 스티어링 휠을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그것은 그의 습관이 아니었다. 그는 불안을 신체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입었던 옷도 기억이 흔들렸다. 회색 후드티였나? 검은색 재킷이었나?

이준호의 눈이 좁혀졌다. 대뇌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었다. 그는 기억을 다시 재생하려고 시도했다. 능력을 사용할 때처럼, 정밀하게, 층층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어긋났다. 마치 영상이 겹쳐지는 것처럼. 두 개의 기억이 동시에 재생되는 것처럼.

이준호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뉴스 앱을 켰다. 손가락이 떨렸다.

'강북 폐건물 추락사 발생'

기사는 이미 올라와 있었다. 새벽 4시경, 강북 을지로 폐건물에서 여성이 추락했다는 내용. 박영미, 서른두 살. 현장 사망. 자살로 추정.

기사에 첨부된 사진을 확대했다. 박영미의 얼굴. 그리고 그녀의 옷.

화면 속 박영미는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폐건물의 그녀와는 다른 옷이었다.

그리고 머리는?

사진 속 그녀의 머리는 검은색이었다. 길게 내린 검은 머리. 폐건물에서 본 그녀가 아니었다.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휴대폰을 놓고 다시 거울을 봤다. 차 안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눈동자가 검은색이 아니었다. 갈색이었다. 밝은 갈색.

그는 자신의 눈을 자세히 관찰했다. 동공의 크기, 홍채의 패턴, 눈 주변의 피부. 모두 낯설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눈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강남 클리닉에 도착한 것은 오전 6시 45분이었다. 이준호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 번 더 거울을 봤다. 피로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을 설득했다. 어제 밤 4시간의 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충분해야 했다.

그는 차에서 내렸다. 정장으로 갈아입고 넥타이를 매었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다듬었다. 거울 앞에서 한 번 더 확인. 완벽했다. 이준호는 완벽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갔다. 클리닉의 문이 열렸다. 수간호사 최윤희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의사님, 오셨어요.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네. 환자들 준비는 어때?"

"네, 오늘 예약은 8시 첫 번째 환자부터 시작입니다. 어제 김 환자님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했어요. 치료 다음 날은 항상 그래요. 의사님의 치료를 받으신 분들은 정말 빠르게 회복하세요."

이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료실로 향했다. 책상 위에는 이미 환자 파일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각 파일에는 환자의 이름, 나이, 진단명, 이전 치료 기록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글씨로 된 메모: "치료 효과 탁월" "완치 임박" "추적 관찰 필요".

이준호는 컴퓨터를 켜고 박영미의 진료 기록을 열었다. 초진일부터 최종 기록까지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초진일: 3개월 전 진단명: 중증 우울증, 자살 위험성 높음 치료 횟수: 12회 최종 기록: "환자의 정신 상태 안정화. 회복 진행 중. 지속적 관찰 필요."

그녀의 진료 사진이 파일 옆에 붙어 있었다. 검은 머리. 긴 머리. 회색 후드티.

이준호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휴대폰의 뉴스 기사 사진을 나란히 비교했다.

진료 기록의 박영미: 검은 머리, 회색 후드티. 뉴스 기사의 박영미: 검은 머리, 검은색 재킷. 폐건물의 박영미: 갈색 머리, 검은색 재킷.

세 개의 박영미. 이준호의 뇌가 거부했다.

손가락이 마우스를 쥐었다가 놨다. 다시 쥐었다가 놨다. 호흡이 빨라졌다. 심장 박동이 증가했다. 신체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첫 번째 환자가 들어왔다. 남자, 45세, 불안장애. 이름은 윤태준.

"안녕하세요, 선생님."

"네,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이준호는 환자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처럼. 아니, 같은 사람이지만 그 내부가 투명해지는 것처럼. 이준호는 그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갔다.

환자의 숨이 천천히 깊어졌다.

"제가 정말 이렇게 따라야 하는 건가요? 왜 자꾸만 의사님을 생각하게 되나요?"

그것은 환자의 목소리였지만, 이준호가 심어놓은 의문이었다. 환자는 자신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 몰랐다. 의존이 어느 순간부터 신앙으로 변했는지 몰랐다.

이준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치료의 과정입니다. 당신의 무의식이 안전함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좋은 신호예요."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의료진으로서의 목소리.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

하지만 환자의 눈빛에 미세한 흔들림이 생겼다. 저항이었다.

"그... 그런데 의사님. 제가 가끔 기억이 안 나는 부분들이 있어요. 상담받은 내용인데도 자꾸 기억이 바뀌어 있고..."

이준호의 손가락이 책상 위에서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무작위처럼 보였지만, 정밀했다. 환자의 뇌파에 영향을 주는 움직임. 능력의 물리적 매개체.

하지만 환자의 눈빛이 다시 맑아지지 않았다. 저항이 더 강해졌다. 목소리가 떨렸다.

"의사님... 왜 제 기억을 건드리세요?"

이준호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능력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현상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지만, 눈빛에는 불안이 스쳐 지나갔다. 환자의 눈빛이 다시 흐려졌다. 저항이 아닌 안심이 채웠다. 하지만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 뭔가 깨진 것을.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담이 끝나고 환자가 나가면서 한 말.

"감사합니다, 의사님.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감사함이 아닌 갈증이 담겨 있었다. 약물 중독자가 약물을 원하는 것처럼, 그 환자는 이준호를 원했다.

이준호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손가락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리고 거울을 봤다. 진료실 벽에 달린 거울. 그곳에 비친 자신의 얼굴.

광대뼈의 각도가 어제와 달랐다. 턱선이. 이마가. 눈 아래 다크서클도 평소보다 진했다.

이준호는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오후 진료 중간, 이준호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박영미 사건의 세부 사항을 검색했다. 뉴스 기사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폐건물 추락사, 자살로 결론'

'유족 없는 서른두 살 여성의 죽음'

'정신과 치료 중 극단적 선택'

마지막 기사의 댓글 섹션을 읽다가 이준호는 멈췄다.

'강남 클리닉 의사가 치료했다던데, 책임은?'

'정신과 의사 이준호 검색해봐. 뭔가 이상한데?'

이준호는 빠르게 검색창을 닫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경찰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기사가 나간 지 3시간. 충분히 빠른 속도였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경찰청 웹사이트를 확인했다. 특별 수사팀 구성. 정신과 의료진 조사. 박영미 사건 재조사.

이준호의 눈이 좁혀졌다. 그는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자신의 해킹 능력을 사용해. 수사팀의 이름, 담당자, 조사 일정. 모든 것을 확인했다.

담당 경사: 김수진. 여성. 나이 35세. 범죄심리 전공.

오후 4시, 이준호는 다시 거울을 봤다. 진료실의 거울.

이번에는 변화가 더 뚜렷했다. 얼굴 윤곽이 다르게 보였다. 광대뼈가 더 튀어나왔다. 피부 질감도 달랐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내고 다른 얼굴을 덮어씌우는 것처럼.

이준호는 거울에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눈 색깔을 다시 확인했다. 갈색이었다. 밝은 갈색. 자신의 눈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능력을 처음 사용한 시점. 그것은 언제였나?

열여섯 살. 고등학교 2학년. 그 때 처음으로 누군가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말을 따랐다.

그 사람의 이름은 무엇이었나?

이준호는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기억이 흐릿했다. 마치 누군가 그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 것처럼.

그는 더 깊게 파고들었다. 첫 번째 피해자. 그 사람의 얼굴. 그 사람의 이름.

하지만 기억은 계속 흐릿했다. 마치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기억이 재구성되고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이준호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손이 떨렸다. 이번에는 피로가 아니었다. 공포였다.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이준호는 강남의 한적한 아파트로 향했다. 강남구 도곡동. 30층 고급 아파트. 그의 이름으로 된 집. 또 다른 그의 집.

집에 들어가자마자 욕실로 향했다. 거울이 있는 욕실로. 그는 정장을 벗고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마. 눈. 코. 입. 턱.

모든 것이 어제와 달랐다.

아니, 어제 아침과 달랐다. 어제 아침에는 자신의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얼굴이 거울 속에 있다. 자신의 얼굴 위에 살짝 겹쳐진 다른 얼굴.

이준호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만져봤다.

따뜻했다. 피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 하지만 상처는 없었다. 손가락으로 만져봐도, 눈으로 봐도 상처는 없었다.

거울을 다시 봤다.

그의 눈동자가 갈색이었다. 밝은 갈색. 자신의 눈이 갈색이었던 적이 있나? 없다. 자신의 눈은 항상 검은색이었다.

이준호가 거울에서 손을 들어 자신의 눈가를 만져봤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진동음. 전화가 오고 있었다.

이준호는 거울에서 돌아섰다. 거실로 나가 핸드폰을 집었다. 화면에는 알 수 없는 번호가 떴다. 000-0000-0000. 그런 번호는 없다.

그는 전화를 받았다.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단지 호흡음만 들렸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호흡음.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호흡음처럼 들렸다.

"누구세요?"

이준호가 물었다.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준호."

자신의 목소리였다. 정확히 자신의 목소리. 톤도, 음정도, 그 사이의 침묵까지도. 하지만 거기에 더해진 것이 있었다. 자신만 알 수 있는 표현.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부르던 별명. 그것을 그 목소리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능력을 사용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음성 패턴. 호흡 리듬. 그 모든 것이 정확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너와 같은 사람. 너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 너처럼 보이는 사람."

목소리가 웃음으로 변했다. 자신의 웃음음. 그것도 정확하게.

"기억이 흐려지고 있지, 준호? 거울 속 자신이 낯설어지고 있지? 좋아. 이제 시작이야. 진짜 게임이."

"누가... 누구야?"

이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와 같은 사람이라고 했잖아. 너처럼 보이는 사람. 너처럼 기억을 조종하는 사람. 하지만 너와 달리, 나는 자신의 기억도 조종할 수 있어."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박영미는 너의 피해자가 아니야. 나의 피해자야. 하지만 너는 그녀를 죽였어. 너의 기억으로. 너의 명령으로. 그런데 지금 넌 그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지? 그건 내가 너의 기억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야."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그리고 곧 넌 완전히 사라질 거야. 너의 얼굴도, 너의 기억도, 너의 정체성도. 모두."

전화가 끊겼다.

이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손이 심하게 떨렸다. 그것은 그의 습관이 아니었다. 그는 떨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거실의 큰 거울로 다시 나갔다. 자신의 모습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입가가 경련했다. 광대뼈가 위로 올라갔다. 근육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호흡이 가빠졌다. 뇌는 거부감으로 가득 찼지만, 몸은 계속 웃고 있었다. 입 모서리가 떨렸다. 눈가의 주름이 깊어졌다. 뺨이 경련했다.

그의 얼굴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해가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낯선 얼굴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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