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로운 속죄의 길

새벽빛이 영월계곡을 물들이던 순간, 모든 울음이 멈췄다.

야차의 절규는 사라졌고, 마을을 짓누르던 150년의 무게도 흩어졌다. 소연은 무릎을 꿇은 채 손을 펼쳐 보았다. 손가락 끝의 투명함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팔목에서 멈춘 투명함도, 목과 얼굴에 번져가던 그것도—모두 제자리에서 멈춰 있었다.

심장이 뛰었다. 가느다란 맥박이 손가락 끝까지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응혼이 소연의 손에서 빛을 잃었다. 검은 더 이상 검이 아니었다. 검은 색 목걸이로 변해 있었고, 그 안에서 미세한 온기만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숨결을 담은 것처럼.

소연이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투명하지만 움직인다. 피가 흐른다. 살아있다.

"87일이 남았던 시간이..."

중얼거린 소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는다. 시간이 멈췄다. 아니, 돌아왔다. 죽음으로 향하던 시간이 역류했다.

유진이 제단 뒤에서 나타났다. 그의 얼굴도 눈물로 젖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뒤따랐다. 진희를 부르던 목소리가 울음에서 기도로 변했고, 그 기도가 마을 전체를 감싸면서 150년의 저주는 완전히 풀렸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이장 이준호는 가지 않았다. 그는 회관 앞에 서서 손을 부르던 사람들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록장이 타올랐을 때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두운 무언가가 그의 눈동자에 자리 잡았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할 말이 있을 것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덕순 할머니가 소연의 손을 잡았다.

"이제 너는 죄책감이 아닌 희망으로 살 수 있다."

할머니의 손은 따뜻했다. 아주 따뜻했다. 소연이 손을 쓸어올렸을 때, 손가락 끝의 반투명함은 여전했지만, 그것은 더 이상 죽음의 신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진희를 기억하고,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마을의 150년을 기억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의 무게였다.

"할머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소연의 목소리가 작았다. 처음으로 질문했다.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짓누르는 대신, 누군가에게 물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슬픔을 나누고, 그들의 희망을 함께 만들며. 무녀로서가 아니라 이웃으로서."

할머니가 소연의 투명한 손가락을 쓸어 올렸다.

"이 손가락들은 진희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죽음이 아닌 기억으로."

당 제단이 아직 어두웠다. 소연은 그곳으로 다시 내려갔다. 응혼의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목걸이 안에서 여전히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진희의 울음이 아닌, 진희의 숨결처럼.

소연이 어린 시절에 죽인 마을 사람, 홍택을 추도하는 의식을 시작했다. 그것은 응혼의 검으로 야차를 베는 의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죽음 위에서 살아가기로 다짐하는 의식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제단 앞으로 모여들었다. 밤새 깨어있던 사람들도, 처음으로 깊은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도 모두. 이장 이준호를 제외한 모두가.

"우리는 그를 죽였습니다. 우리의 무심함으로, 우리의 방치로, 우리의 침묵으로."

소연이 말했다. 자신이 아닌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서.

"그리고 우리는 그 죽음을 외면했습니다. 150년을 외면했습니다. 원한을 원한으로 더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울었다. 이제는 저주의 울음이 아니었다. 속죄의 울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것을 기억합니다. 홍택을, 진희를, 그리고 모든 죽은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그 기억 위에서 살아가겠습니다."

소연이 절을 했다. 처음으로 죄책감이 아닌 책임으로.

마을은 변했다. 아침이 밝아올 때, 마을 경계의 돌 제단은 더 이상 검게 물들어 있지 않았다. 대신 그 위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언제 심어진 것도 아닌 꽃이. 150년 동안 피지 않던 꽃이.

유진이 소연을 안았다. 말없이. 소연도 말없이 그를 안았다.

"너는 죽지 않았다."

유진이 소연의 귀에 속삭였다.

"응. 나는 살았어."

소연이 대답했다. 죄책감으로가 아니라, 희망으로.

민준이가 제단 앞으로 뛰어왔다. 아버지는 여전히 술병을 들고 있었지만, 아이는 더 이상 그것을 보지 않는 듯했다. 아이는 소연을 보고 있었다.

"누나가 살아있어서 고마워요."

순진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마을 전체를 울렸다.

"고마운 건 나다, 민준이."

소연이 아이의 머리를 쓸어 올렸다. 손가락 끝의 반투명함이 아이의 검은 머리에 닿았다. 그것은 저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이장 이준호가 마을을 떠났다.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기록장을 태운 사람이, 마을의 진실을 숨기려던 사람이 떠나는 것을. 그는 마을을 떠나면서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덕순 할머니가 소연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제 너는 무녀로서 마을을 지킬 것이다. 응혼으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할머니, 응혼은 어떻게 되나요?"

소연이 목걸이를 만졌다. 안에서 여전히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진희다. 그리고 모든 죽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더 이상 원한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기억으로. 마을의 수호신으로."

할머니가 당 제단을 가리켰다.

"저곳에 봉안해라. 응혼은 이제 검이 아니다. 그것은 마을의 신기다."

소연이 응혼의 목걸이를 풀었다. 목걸이가 제단 위에 놓여졌을 때, 그것은 부드러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죽음의 빛이 아닌, 평온한 빛이었다.

새벽이 완전히 밝아왔다.

마을은 더 이상 공포의 그늘 아래 있지 않았다. 150년 동안 계속된 저주가 풀렸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진희의 울음도, 응혼의 비명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새벽이었다.

소연은 당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 끝이 반투명한 손을 모았다.

"홍택을 위해. 진희를 위해. 그리고 모든 죽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처음으로 죄책감으로가 아니라, 기억으로.

유진, 민준이, 덕순 할머니가 소연 뒤에 섰다.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제는 야차의 저주에 떠는 울음이 아니었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침묵이었다.

소연이 고개를 들었을 때, 당 제단 위의 응혼은 더 이상 검이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신기였다. 마을을 지키는 신기였다. 그리고 소연은 그 신기 아래에서 새로운 무녀가 되어 있었다.

죄책감으로가 아닌, 희망으로.

책임으로가 아닌, 사랑으로.

"이제 우리는 새로운 속죄의 길을 걷는다."

소연이 말했다.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함께."

그 말이 떨어질 때, 마을의 새벽은 완전히 밝아왔다.

# 새로운 속죄의 길

소연의 손을 보는 순간, 세상이 멈췄다.

손가락 끝의 반투명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제까지 팔목까지 진행되던 투명화가 역으로 물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소연은 손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등을 햇빛에 비춰봤다. 피부가 다시 색을 띠고 있었다. 붉은 색. 살아있는 색.

"소연."

유진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소연은 답하지 않았다. 시간을 세고 있었다. 응혼을 손에서 놓은 이후로 몇 시간이 지났는가. 87일의 카운트다운이 여전히 진행 중인가. 소연은 가슴 깊숙한 곳에 손을 얹었다.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감각을 찾으려 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아니라, 다르게 느껴졌다.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처럼. 마치 누군가 뺏아간 것을 되돌려받는 듯한 따뜻함이 가슴 속을 채우고 있었다.

"죽음이... 멈췄다."

소연이 중얼거렸다.

"응혼이 손에서 빛을 잃으면서?"

유진이 제단을 바라봤다. 목걸이로 변한 응혼은 더 이상 검의 형태가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 무언가 살아있는 것처럼 은은한 검은빛을 내고 있었다. 그 빛은 죽음의 빛이 아니었다. 평온한 빛이었다. 기억의 빛이었다.

"소연, 너는..."

"살았어. 유진."

소연이 손을 펴 보였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눈에 띄었다. 손가락 끝이 여전히 미약하게 반투명했지만, 그것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투명함이 멈춘 것이다. 저주가 멈춘 것이다.

유진이 소연을 안았다. 말없이. 소연도 말없이 그를 안았다.

"너는 죽지 않았다."

유진이 소연의 귀에 속삭였다.

"응. 나는 살았어."

소연이 대답했다. 죄책감으로가 아니라, 희망으로.

마을의 변화는 신체적이었다. 제단 위에 놓인 응혼이 더욱 밝아지자, 마을 곳곳의 그림자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150년 동안 마을 위에 드리워진 검은 안개 같은 것이 말 그대로 증발하듯 사라졌다. 하늘이 더 가까워졌다. 햇빛이 더 따뜻해졌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들의 얼굴에서 공포의 주름이 펴지면서 평온함이 드러났다. 초하루가 오기를 두려워하던 표정이 사라졌다. 누군가는 울면서 잠들었고, 누군가는 웃으면서 눈을 감았다. 150년 동안 지속된 악몽이 끝난 것이다.

민준이가 제단 앞으로 뛰어왔다. 발걸음이 가볍다. 아버지는 여전히 집 안에서 술병을 들고 있었지만, 아이는 더 이상 그것을 보지 않는 듯했다. 아이는 오직 소연을 보고 있었다. 살아있는 소연을.

"누나가 살아있어서 고마워요."

순진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마을 전체를 흔들었다. 덕순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유진의 어깨가 한번 움찔했다. 소연은 아이의 머리를 쓸어 올렸다. 손가락 끝의 반투명함이 아이의 검은 머리에 닿았다.

"고마운 건 나다, 민준이."

소연이 아이를 안았다. 그 순간, 응혼의 목걸이가 제단 위에서 더욱 밝아졌다. 응혼 안에 갇혀 있던 것들—진희의 울음, 150년의 원한, 마을 사람들의 죄책감—이 모두 순수한 빛으로 변환되고 있었다.

그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은 덕순 할머니였다.

"응혼이... 완전해지고 있다."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마치 오래된 기도가 마침내 응해지는 것을 보는 듯한 목소리였다.

"할머니, 응혼은?"

소연이 아이에게서 떨어져 할머니에게 물었다.

"그것은 더 이상 저주가 아니다. 검도, 속박도 아니다. 그것은 기억이 된다. 마을의 기억이."

할머니가 제단을 가리켰다. 응혼의 목걸이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진희의 형상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큰 무언가가. 마을 전체의 영혼이. 모든 죽은 사람들이 하나로 묶여 순수한 신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저곳에 봉안해라, 소연. 응혼은 이제 우리 마을의 수호신이 될 것이다."

소연이 응혼의 목걸이를 들었다.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따뜻했다. 살아있는 생명처럼 따뜻했다. 소연은 목걸이를 제단의 중앙에 놓았다.

순간, 빛이 폭발했다.

하지만 그것은 파괴의 빛이 아니었다. 창조의 빛이었다. 마을 전체를 감싸는 부드러운 빛이었다. 그 빛이 사라질 때, 제단 위에는 더 이상 검이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순수한 신기만 남아있었다. 아무런 형태도 없이,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마을을 지키는 신기였다.

마을의 새벽이 완전히 밝아왔다.

처음으로 초하루 새벽이 공포가 아닌 평온으로 도래했다. 마을 사람들이 꿈속에서 나온 듯 눈을 떴다. 그들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침묵이었다. 응혼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야차의 울음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들려오는 것은 새소리였다. 150년 만에 마을에 돌아온 새소리였다.

소연은 당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 끝이 반투명한 손을 모았다.

"홍택을 위해."

소연이 말했다.

"진희를 위해."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모든 죽은 사람들을 위해. 당신들을 기억합니다. 그 기억 위에서 살아가겠습니다."

소연이 절을 했다. 처음으로 죄책감이 아닌 책임으로.

유진, 민준이, 덕순 할머니가 소연 뒤에 섰다.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제는 야차의 저주에 떠는 울음이 아니었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변하고 있었다.

이장 이준호가 마을을 떠났다.

그는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 집을 나섰다. 기록장을 태운 사람이 떠나는 것을. 마을의 진실을 숨기려던 사람이 떠나는 것을.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덕순 할머니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마을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또 하나의 죄책감이라 알았기 때문이었다.

덕순 할머니가 소연의 손을 잡았다. 반투명한 손과 주름진 손이 겹쳤다.

"이제 넌 무녀로서 마을을 지킬 것이다."

할머니가 말했다.

"응혼으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죄책감으로가 아니라, 책임으로."

"할머니..."

"모든 무녀는 검을 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진정한 무녀는 검을 내려놓는다. 넌 이제 그 무녀가 되었다, 소연."

소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해방의 눈물이었다. 150년 동안 마을이 짊어졌던 무게를 이제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지겠다는 깨달음의 눈물이었다.

유진이 소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가 함께다."

그의 목소리가 낮지만 확실했다.

"응. 우리가 함께다."

소연이 대답했다.

민준이가 소연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 반투명한 손을 감싸 안았다. 그 작은 손 안에는 미래가 있었다. 야차의 저주 없이 자랄 수 있는 미래가.

마을의 제단 위에서 응혼의 신기가 부드럽게 빛났다. 그것은 수백 년의 저주가 기억으로 변환된 증거였다. 죽음이 아닌 생명으로. 원한이 아닌 추도로.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소연이 고개를 들었다. 마을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얼굴에는 더 이상 공포가 없었다. 대신 있는 것은 새로운 시작의 빛이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속죄의 길을 걷는다."

소연이 말했다.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함께. 검이 아닌 말로써. 죄책감이 아닌 기억으로."

그 말이 떨어질 때, 마을의 새벽은 완전히 밝아왔다.

하지만 새벽이 밝아오는 순간, 소연은 무언가를 느꼈다. 손가락 끝의 반투명함이 다시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아니, 그것은 진행이 아니었다. 변환이었다. 투명함이 아닌 은빛으로. 응혼의 신기와 같은 은빛으로. 소연의 손가락이 천천히 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뭐야?"

소연이 손을 들었다. 손가락 끝의 은빛이 햇빛에 반사되었다. 그것은 저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표식이었다. 응혼과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표식이었다. 진희와 모든 죽은 사람들을 기억할 것이라는 표식이었다.

덕순 할머니가 소연의 손을 봤다.

"그것은 저주가 아니다, 소연. 그것은 축복이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조용했다.

"우리 마을의 무녀가 짊어질 책임이자, 동시에 우리 마을 전체가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소연이 할머니를 바라봤다. 할머니의 눈에는 오래된 지혜와 새로운 희망이 함께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앞으로는 무녀로서 산다. 마을을 지키고,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그것이 진정한 속죄의 길이다."

마을은 변했다. 하지만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응혼이 신기가 되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깨어나기 시작했고, 소연의 손가락 끝의 은빛은 그것의 시작일 뿐이었다. 마을의 진정한 재생은 이제부터였다.

유진이 소연의 곁에 섰다. 민준이가 소연의 손을 놓지 않았다. 덕순 할머니가 제단을 바라봤다. 마을 사람들이 새로운 날의 햇빛 속에 서 있었다.

"우리가 함께 걷자."

소연이 말했다.

"응혼과 함께. 진희와 함께.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그 말이 떨어질 때, 마을의 새벽은 더욱 밝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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