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 회차는 아직 그래픽 노블 장면이 제작되지 않아 일반 노블로 보여드려요.

이틀을 앓았다.

의원 움막의 삿자리 위에서 채유선은 몇 번이고 같은 목소리에 붙들려 눈을 떴다. 무쇠 등급이야 장부대로였지. 사고는 저 서얼 손끝의 죄요. 부드럽고 여유로운, 승리한 자의 목소리. 그때마다 성한 오른손이 가슴팍을 더듬었다. 손끝에 딱딱한 것이 걸렸다. 갈라진 실린더 조각이었다. 홍만춘이 억지로 빼앗으려 했을 때도 놓지 않아, 결국 삿자리 머리맡에 그대로 둔 것이었다.

"열이 안 내렸소." 홍만춘이 젖은 무명을 그의 이마에 얹었다. "왼손등은 진물이 마르는데 오른손 손바닥이 더 험하오. 뜨거운 걸 안 놓았으니."

"이 조각을……" 목이 갈라졌다. "놓으면 안 됐소."

사흘째 아침, 열이 잦아들자 채유선은 삿자리를 밀고 일어났다. 홍만춘이 붙잡았으나 그는 화상 입은 손으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움막 문을 밀치니 봄볕이 쏟아졌다. 눈이 시렸다.

그는 볕 아래 조각을 세웠다. 파단면을 위로.

이것부터 봐야 했다. 왜 터졌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터졌는지를.

파단면은 매끄럽지 않았다. 조밀하게 은빛으로 빛나야 할 상급 무쇠의 단면이 아니었다. 결이 굵고 성글었다. 군데군데 검은 알갱이가 박혀 있고, 그 알갱이 둘레로 잿빛 그늘이 번졌다. 채유선이 그것을 응시하자, 눈 속에서 낯익은 감각이 살아났다. 완성된 결과에서 공정을 거꾸로 읽는 감각.

파단면이 심상 속에서 풀려나갔다.

속을 덜 뺀 무쇠였다. 광석을 정련할 때 찌꺼기를 충분히 걷어내지 못한 쇳물. 검은 알갱이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슬래그였다. 그 알갱이들이 무쇠 속에서 응력을 모으는 씨앗이 되었고, 압을 올리자 알갱이 사이로 금이 번지며 통이 갈라진 것이다. 채유선의 설계 탓이 아니었다. 이음새가 무른 것도 아니었다. 무쇠 그 자체가 처음부터 상급이 아니었다.

손이 떨렸다. 화상 때문이 아니었다.

"화원." 홍만춘이 곁에 섰다. "무얼 보시오."

"이 검은 알갱이." 채유선이 손톱 끝으로 파단면을 짚었다. "정련이 덜 된 겁니다. 광석 찌끼가 이만큼 남았으면 근당 값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하급이오. 겉만 두드려 매끈하게 만들어 상급으로 둔갑시킨 겁니다."

홍만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조각을 받아 파단면에 코를 대다시피 들여다보았다. 서른 해 대장간을 지킨 눈이었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맞소. 내가 이걸 왜 못 봤나." 그가 조각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쇳물 색이 이상하다 싶었소. 그날. 근데 감영 인장이 상급이라 찍혀 있으니, 내 눈보다 인장을 믿었지. 화원 눈보다 내 귀를 믿었듯이."

"인장은 종이에 찍는 겁니다." 채유선이 조각을 도로 받아 들었다. "무쇠에는 못 찍지요. 무쇠는 거짓말을 못 합니다."

바로 그때, 골짜기 아래에서 사람이 올라왔다. 도포 자락을 걷어 올린 유득경이었다. 그는 채유선이 일어나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재촉하다, 오른손 손바닥의 붕대를 보고 낯빛이 굳었다.

"일어나면 안 되네." 유득경이 다급히 다가섰다. "감사관이 계를 이미 써 올렸어. 김치복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네. '서얼 잡직의 사사로운 주물이 사람을 상하게 하였다.' 자네가 폭발의 원인이라 못 박았어. 좌상 대감께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야."

"검서관." 채유선이 조각을 내밀었다. "이걸 보십시오."

유득경은 파단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자네 눈이 아닐세. 검은 게 박혀 있는 건 보이나, 이게 하급인지 상급인지는 몰라. 나는 책으로 무쇠를 배웠지, 무쇠를 두드려본 적이 없어."

"그럼 두드려본 사람이 증언하면 됩니다." 채유선이 홍만춘을 돌아보았다. "대장 홍만춘. 서른 해 화성 대장간을 총괄한 장인입니다. 이 파단면이 하급 무쇠임을 그가 증언할 수 있소. 나 혼자면 눈에만 보이는 헛것이지만, 대장이 함께 말하면 관도 함부로 물리지 못합니다."

유득경의 눈이 번뜩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제 무릎을 두드렸다.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셈하는 버릇이었다.

"증언만으로는 부족해. 김치복이 뭐라 할지 아나? '터진 뒤에 무른 무쇠라 우기는 게지. 성한 무쇠라도 서얼이 잘못 다루면 터진다'라고 할 걸세. 파단면 하나로는 저자의 세 치 혀를 못 이겨." 그가 채유선을 정면으로 보았다. "저자가 무른 무쇠를 대고 이문을 챙겼다면, 그 이문이 어딘가에 적혀 있을 걸세. 감영 장부는 인장이 찍혀 상급이라 하지. 하지만 저자가 실제로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는지는 따로 적어두었을 거야. 상인은 제 이문을 잊지 않으니까."

"이중 장부." 채유선의 눈이 커졌다.

"자재 창고 서기가 있네." 유득경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김치복 밑에서 근을 재고 값을 적는 자. 봉인 소동 때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자를 기억해. 겁이 많아. 저런 자는 제 목이 걸리면 주인을 판다네."

세 사람이 골짜기를 내려갔다. 채유선은 걸음마다 오른손이 욱신거렸으나 조각을 품에서 놓지 않았다.

자재 창고 뒤편, 서기의 움막은 좁고 어두웠다. 유득경이 앞장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마르고 눈이 큰 사내가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사내는 채유선의 붕대 감은 손과 그 뒤의 홍만춘을 보고 문을 닫으려 했다.

유득경이 문틈에 발을 밀어 넣었다.

"규장각 검서관 유득경일세."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폭발 사고로 부역꾼 둘이 크게 다쳤네. 사람이 죽으면 그 무쇠를 잰 자도 죄를 면치 못해. 자네 손으로 근을 재고 값을 적었지? 상급 값을 적고 하급을 들인 그 장부, 자네 인장이 찍혀 있겠군."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5화 봉인 소동 때와 똑같은 얼굴이었다.

"저, 저는 시키는 대로만……"

"시킨 자와 잰 자, 관은 둘을 함께 다스리네." 유득경이 한 걸음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잰 자가 먼저 실토하면 사정이 다르지. 자네 죄를 덜고 싶은가, 김치복과 함께 국문을 받고 싶은가."

사내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방 안을 돌아보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그가 벽 뒤 궤짝을 뒤져 기름 먹인 종이 뭉치를 꺼냈다.

"이겁니다." 사내의 손이 떨렸다. "감영 올리는 장부 말고, 나리께서 따로 적으라 하신 겁니다. 들인 값이랑, 판 값이랑……. 무쇠 등급도 여기엔 하급이라 적혀 있습니다. 근당 차액이……."

채유선이 종이를 받아 펼쳤다. 유득경이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며 손가락으로 줄을 짚어 내려갔다. 감영 장부에는 상급, 근당 얼마. 이 원장부에는 하급, 근당 절반. 그 차액이 열 근, 백 근, 천 근으로 쌓여 있었다. 김치복이 자재 장부의 무쇠 등급을 슬쩍 낮춰 사들이고, 감영에는 상급으로 올려 그 차액을 통째로 삼킨 것이다. 4화에서 채유선이 붉은 실선으로 간파했던 바로 그 비리가, 이제 먹으로 적혀 손안에 있었다.

"이거다." 유득경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거면 김치복이 못 빠져나가. 무쇠는 하급이었고, 그 하급이 사람을 상하게 했어. 손끝의 죄가 아니라 무쇠의 죄야."

채유선은 원장부를 품에 넣었다. 파단면 조각과 나란히.

그날 오후, 감동관 처소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감사관이 계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전갈이 오자, 김치복이 성난 걸음으로 올라왔다. 그는 마당에 선 채유선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살아났구먼. 재주 있는 자가 제 명에 못 죽는다더니." 그가 감사관을 향해 말했다. "저 서얼이 또 무슨 억지를 부리는지 모르나, 사고는 손끝의 죄외다. 무쇠는 장부대로 상급이었소. 감영 인장이 증좌요."

"인장은 종이에 찍는 겁니다."

채유선이 조각을 들어 올렸다. 파단면을 김치복 쪽으로. 볕이 은빛 결과 검은 알갱이를 갈랐다.

"이건 터진 실린더의 단면입니다. 상급 무쇠라면 결이 조밀하고 매끈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결이 굵고, 검은 찌끼가 박혀 있소. 정련을 덜 한 하급 무쇠라는 증좌입니다. 이 찌끼가 응력을 모아 통을 갈라놨소. 제 손이 아니라 이 무쇠가 사람을 상하게 했습니다."

"터진 뒤에 무른 무쇠라 우기는 게지." 김치복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성한 무쇠라도 서얼이 잘못 다루면……."

"대장 홍만춘." 채유선이 말을 잘랐다. "이 단면이 하급인지 상급인지, 서른 해 무쇠를 두드린 눈으로 말하시오."

홍만춘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조각을 받아 감사관 앞에 들이밀었다.

"소인 홍만춘, 화성 대장간 대장이오." 그의 목소리가 굵었다. "이 무쇠, 하급이오. 확실하오. 검은 찌끼가 이만큼 박힌 건 광석 정련을 절반만 한 거요. 소인은 이런 무쇠를 근당 절반 값에 사서 써 봤소. 상급이라 인장 찍힌 건 종이지 무쇠가 아니오."

감사관의 붓끝이 멈췄다.

"그리고." 채유선이 원장부를 꺼냈다. "이건 김 감독의 원장부입니다. 감영에 올린 장부와 다른, 실제 값을 적은 것. 여기엔 무쇠가 하급이라 적혀 있고, 근당 차액이 쌓여 있소. 상급 값을 받고 하급을 들여 그 차이를 삼킨 것입니다. 서기의 인장이 찍혀 있으니 위조가 아닙니다."

김치복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가 원장부를 낚아채려 손을 뻗었으나, 유득경이 재빨리 그것을 감사관에게 넘겼다.

"이, 이건 위조요! 저 서얼이 꾸민……!"

"서기가 실토했소." 유득경의 목소리가 서늘했다. "제 인장, 제 필적. 위조라면 서기와 대질하면 될 일이지요, 김 감독."

김치복의 입이 벌어졌다 다물렸다. 손끝의 죄라는 말이 통째로 무너지는 소리였다. 그가 대던 무쇠가 하급이었고, 그 무쇠가 사람을 상하게 했으며, 그 차액을 그가 삼켰다. 세 겹의 진실이 파단면 하나에서 시작해 원장부로 닫혔다. 감사관은 계를 다시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채유선은 숨을 내쉬었다. 옳음이 처음으로, 손에 잡히는 증좌가 되어 사람들 앞에 섰다.

그러나 그 안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튿날, 파발이 화성에 닿았다. 조당에서 내려온 전갈이었다. 감동관이 그것을 펼치자, 좌의정 심환지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었다.

"자재 부정은 별개라 하셨네." 유득경이 전갈을 읽어 내려가다 얼굴이 굳었다. "김치복이 무쇠를 속인 죄는 별건으로 다스리라 하시고—"

"그럼 저는요." 채유선이 물었다.

유득경의 손이 멈췄다.

"좌상 대감은 무쇠 문제를 아예 빗겨 가시네." 그가 나직이 읽었다. "'무쇠가 상급이든 하급이든, 상신 없이 잡직이 사사로이 통을 걸고 김을 끓인 것 자체가 규례를 어긴 죄다. 자재의 잘잘못은 감영이 다스릴 일이나, 규례를 어긴 시행은 강상의 문란이라.' ……초점을 옮겼어. 무쇠에서 절차로."

채유선의 등이 서늘해졌다. 김치복을 눌렀다 여긴 순간, 벽 뒤에서 진짜 벽이 걸어 나온 것이다. 심환지는 4화에 이미 벼려 둔 칼을 그대로 뽑았다. 상신 없는 잡직의 사사로운 주물. 무쇠의 진실이 무엇이든, 채유선이 규례 밖에서 김을 끓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날 밤, 폐 대장간 앞이었다. 채유선은 무너진 화덕 옆에 앉아 붕대 감은 손을 무릎에 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홍만춘이 다가와 그 곁에 앉았다.

"화원." 그가 화덕의 재를 뒤적였다. "듣자니, 저 위에서 또 자네를 걸고넘어진다지."

"무쇠는 밝혔는데." 채유선의 목소리가 잠겼다. "이번엔 규례라 합니다. 제가 상신 없이 통을 걸었으니 죄라고. 무쇠가 하급이든 상급이든 상관없다고."

홍만춘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굵은 손바닥으로 채유선의 등을 툭 쳤다. 화상 자국을 피해, 성한 어깨 쪽을.

"이번 건 자네 잘못이 아니오." 그가 말했다. "지난번엔 내가 자네더러 완벽 타령한다 했지. 물건을 부순다고. 근데 이번 통이 터진 건 자네 손끝도, 자네 눈도 아니오. 저 김가가 속인 무쇠 탓이지. 자네는 터질 걸 미리 봤고, 애원했고, 저놈들이 안 들은 게요. 그러니 이번만큼은 고개 숙이지 마시오."

채유선이 홍만춘을 돌아보았다. 무뚝뚝한 얼굴에, 오래 불을 쬔 자의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다음엔 자네 눈대로 뜹시다." 홍만춘이 재를 털고 일어섰다. "내 귀 말고. 약속했잖소. 자네 이름 석 자, 아니 내 이름 석 자, 장부에 올려준다고. 그 통 하나 세우기 전엔 나 못 죽소."

채유선의 입가가 처음으로 풀렸다. 화상의 열도, 심환지의 그림자도, 잠깐 물러났다.

그러나 그 밤이 채 지나기 전, 규장각으로 또 다른 파발이 달렸다. 이번엔 화성이 아니라 도성이었다.

닷새 뒤, 조당.

좌의정 심환지가 소매에서 상소를 꺼내 어전에 올렸다. 그의 얼굴에는 화색도 노기도 없었다. 다만 오래 벼려 온 칼을 마침내 쓰는 자의 고요함만 있었다.

"전하."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화성 자재의 부정은 감영이 다스릴 일이옵니다. 허나 잡직 채유선이 상신 없이 사사로이 기관을 걸어 사람을 상하게 한 일은 강상의 문란이옵니다. 서얼의 잔재주가 규례를 넘고 사람의 목숨을 넘본 죄,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사옵니다."

상소가 펼쳐졌다. 붓끝이 가리키는 곳에, 이름 석 자가 있었다.

채유선을 강상 문란의 죄로 국문하소서.

무쇠의 진실을 밝혀낸 손끝이, 이제 어명의 국문 앞에 놓였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