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기록 대상 확인. 관측 계속.』

지오는 그 문자열을 지우지 못했다. 헤드셋 화면 아래 형의 이름이 여전히 정지해 있었다. 『대상: 서준오. 회수 거부. 데이터 상태: 미회수.』

"형이 봤어." 지오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두드릴 때마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저릿하게 울렸다. "이걸 봤으니까 끊은 거야. 링크를. 자기 손으로."

레나가 그의 손목을 내리눌렀다. "그만 두드려. 손 다 상해."

"레나, 형은 사고로 죽지 않았어. 이 자리를—" 지오는 자기가 등을 댄 벽을 어깨로 밀었다. "이 각인 자리를 나한테 안 넘기려고 죽었어. 그런데 결국 내가 그 자리에 앉았어. 형이 막으려던 그 자리에."

"그럼 형이 원한 대로 멈추면 되잖아." 레나의 목소리는 낮았다. 죽었다가 되살아난 사람의 목소리는 어딘가 물기가 걷혀 있었다. "되감기를 멈추라고 했잖아, 형이."

지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형이 무엇을 봤는지 몰랐다. 멈추라는 명령만 있고 이유가 없었다. 이유를 모르면 그는 멈출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것이 형과 그의 차이였다.

"이유를 알아야 해." 지오가 화면을 껐다. 관자놀이의 흰머리 세 가닥이 통로 조명 아래 은색으로 번졌다. "형이 뭘 보고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걸 알기 전에는 못 멈춰."

*

D+405 오전. 지오는 4층 관측 콘솔에 붙어 여덟 시간째 신호원 언어를 뜯어냈다.

되감기마다 뇌에 각인된 진실 조각은 문장이 아니라 파형이었다. 코어에서 방출되는 좌표 신호를 지오의 헤드셋 캐시가 붙들고 있었고, 그는 그 파형을 형이 남긴 로그의 잔해와 겹쳐 맞췄다. 형은 죽기 전 마지막 사흘 동안 같은 파형을 3,412회 기록했다. 미친 사람처럼. 아니, 답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주기가 있어." 지오는 혼잣말했다. 화면에 파형이 겹겹이 포개졌다. "같은 신호를 계속 쏘고 있어. 40억 년 동안. 이건 초대가 아니야."

파형은 세 개의 마디로 나뉘었다. 첫 마디는 좌표. 둘째 마디는 조건. 셋째 마디가 문제였다. 지오는 셋째 마디를 형의 로그에 있던 대응표에 넣었다. 형은 이미 이 대응표를 만들어 두었다. 죽기 전에.

문자가 떠올랐다. 번역된 신호였다.

『잔존 개체에게. 회수 조건이 재설정되었다. 자발적 접속을 승인하라. 회수는 강제되지 않는다. 회수는 승인을 요한다.』

지오는 의자에서 몸을 세웠다. 무릎이 삐걱였다.

강제되지 않는다. 침략이 아니었다. 이 신호는 위협하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았다. 다만 조건을 재설정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또 조건을 재설정하고, 승인을 기다렸다. 40억 년 동안 같은 문장을. 화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괴물이 아니야." 지오의 목소리가 콘솔실을 울렸다. "이건…… 절차야. 감정이 없어. 우리를 미워하지도 않아. 그냥 실험을 끝내려는 거야. 우리가 스스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

"자발적 접속?" 유리 페트로프가 화면을 들여다보며 안경을 밀어 올렸다. 손이 떨렸다. 이 남자는 늘 손을 떨었다. "그럼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거야?"

"동의하게 만드는 게 실험이야." 지오는 파형의 둘째 마디를 짚었다. "조건. 이 부분이 매번 바뀌어. 신호원은 우리가 승인할 때까지 조건을 낮춰. 산소를 줄이고, 배급을 줄이고, 우리가 견딜 수 없게 만든 다음, 마지막에 문을 열어 두는 거야. '들어오면 편해진다'고."

"그건 협박이잖아." 유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협박이면 차라리 낫지." 지오가 고개를 저었다. "협박은 의지가 있어. 이건 의지가 없어. 그냥 물이 낮은 데로 흐르듯이, 우리를 낮은 데로 흘려보내는 거야. 우리가 지쳐서 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걸 데이터로 기록할 뿐이지."

유리는 한동안 화면만 봤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

"지오. 네가 되감기를 계속하면……"

"알아." 지오가 말을 잘랐다. "산소가 줄어. 조건이 낮아져. 내가 되감을수록 신호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야. 형이 그걸 봤어. 그래서 링크를 끊은 거고."

"그런데 왜 안 멈춰?" 유리가 물었다.

지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릎이 다시 삐걱였다.

*

경보가 울린 건 정오 배급 시간이었다.

거주 모듈 A동에 대원들이 모였다. 배급관 콘솔 위로 붉은 숫자가 떠 있었다. 지오는 그 숫자를 읽고 숨을 멈췄다.

『산소 잔여: 271일. 배급 잔여: 189일분(12인 기준).』

480일 설계 임무였다. 진입 시점에 402일이 남아 있었다. 사흘 만에 백일 넘게 증발했다.

"189일분." 마르가 코발이 콘솔 앞에 섰다. 냉정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12인이 만근 배급으로 먹으면 189일 후 전원 아사. 귀환선 도착 예정은 D+560. 155일 부족하다."

모듈 안이 조용해졌다. 도한 베크가 팔짱을 꼈다.

"매일 줄고 있습니다." 배급관이 말했다. "원인 불명입니다. 어제 저녁 배급 이후 여덟 시간 만에 4일분이 사라졌습니다."

지오는 그 여덟 시간을 알았다. 새벽 4층, 그가 레나를 되감아 살린 시각. 되감기 한 번에 배급 4일분. 산소만이 아니었다. 유적은 이제 음식까지 걷어가고 있었다.

"방법은 하나다." 마르가가 대원들을 둘러봤다. "배급 강제 관리. 오늘부터 만근을 60퍼센트로 낮춘다. 반납 규칙을 시행한다. 초과 섭취는 도난으로 간주한다."

"60퍼센트로는 근손실이 옵니다." 유리가 손을 들었다. 의료 담당의 목소리였다. "중력 이상 구역에서 작업하는 대원은 하루 열량이……"

"그럼 죽는 것보다 낫지." 도한이 끊었다. "여기서 굶어 죽든 저 밑에서 압사하든, 나는 굶어 죽는 쪽을 고르겠어."

레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자기 배급 카드를 콘솔에 올렸다. "내 몫 20퍼센트 반납할게요. 지질팀은 하강 작업 안 하니까."

한 사람이 카드를 올리자 손이 이어졌다. 카이는 회복실에서 실려 나와 부상자 배급을 반납하겠다고 했고—마르가가 그건 안 된다고 잘랐다—통신 담당이 카드를 올렸고, 공학팀 두 명이 카드를 올렸다.

지오는 그 광경을 봤다. 열두 개의 손. 그가 되감을 때마다 이 사람들의 몫이 벽 아래로 흘러 내려갔다. 그가 한 사람을 살릴 때마다 열두 사람이 조금씩 굶었다.

"서지오." 마르가가 그를 불렀다. "너는 반납 안 하나?"

지오는 자기 카드를 콘솔에 올렸다. "40퍼센트."

"20이 규칙이야."

"40 낼게요."

마르가의 눈이 좁아졌다. 그녀는 지오의 얼굴을 봤다. 사흘 전보다 열 살은 늙은 얼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카드를 승인했다. 하지만 그 눈은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저 남자가 왜 죄책감을 저렇게 지고 있는가.

*

도한이 지오를 따라온 건 배급이 끝난 뒤였다.

"오늘 아침에 마르가한테 보고하기로 했었지." 도한이 통로 벽에 기대며 말했다. "15분 단위 산소 로그 걸고. 그런데 안 했어."

"왜 안 했는데." 지오가 걸음을 멈췄다.

"보고하면 마르가가 널 격리할 거야. 격리하면 너는 되감기를 못 하겠지." 도한이 지오의 얼굴을 정면으로 봤다. "그럼 다음에 누가 죽을 때 아무도 못 살려. 나는 아직 결정을 못 했어. 너를 막아야 하는지, 놔둬야 하는지."

지오는 도한을 봤다. 규율 우선주의자. 그를 재앙이라 부르던 남자. 그 눈에 지금 물기가 있었다.

"카이 때문이지." 지오가 말했다. "네가 카이를 살리고 싶었으니까."

도한은 대답 대신 등을 돌렸다. "네가 다음에 또 되감으면, 이번엔 진짜 보고할 거야. 명심해." 그가 걸어가며 덧붙였다. "그리고 배급 40퍼센트 낸 거—그거 죄책감이지. 죄책감으로 사람을 못 살려, 서지오."

*

밤이 되자 지오는 다시 콘솔로 돌아왔다. 유리가 뒤따라 들어왔다.

"지오." 유리가 문을 닫았다. 손을 떨었지만 목소리는 단단했다. "내가 계산해 봤어. 되감기를 쓰되 산소 소모를 최소화하는 경로. 사망 4분 전에만 정확히 발동하고, 무의식 발동을 억제하면……"

"그런 경로 없어." 지오가 화면을 넘겼다. 그가 밤새 돌린 시뮬레이션이 화면에 펼쳐졌다. 붉은 선 열두 개. "봐. 12인 전원 생존 경로. 이걸 찾으려고 밤새 돌렸어. 되감기를 몇 번 쓰든, 어떤 순서로 쓰든—전원이 살아서 귀환선 도착까지 버티는 경로는 없어. 산소가 안 돼. 배급이 안 돼. 되감을수록 조건이 낮아지니까."

유리가 화면을 봤다. 붉은 선들이 전부 D+560 이전에 끊겼다. 하나도 예외 없이.

"누구도 안 죽는 길……" 유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런 길이 데이터상 없다는 거야?"

"없어." 지오가 말했다. "형도 이걸 봤을 거야. 그래서 자기 하나를 뺐어. 링크를 끊어서. 하지만 그건 답이 아니야. 나는 열두 명 전부를 원해."

유리는 오래 침묵했다. 이상주의자의 얼굴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안경을 벗어 눈두덩을 눌렀다.

"난 네가 방법을 찾을 줄 알았어." 유리가 말했다. "네가 되감기를 쓰면, 언젠가는 전원 생존하는 회차가 나올 줄 알았어. 그래서 널 지지했어. 몰래. 마르가한테 말 안 하고."

"고마워." 지오가 말했다. 진심이었다.

"근데 없잖아." 유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없으면 나는 뭘 지지한 거야?"

*

지오는 유리를 내보내고 콘솔 앞에 혼자 남았다. 새벽 두 시였다.

그는 헤드셋을 코어 신호에 직접 연결했다. 4층 콘솔은 심연 회랑의 코어와 유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형이 마지막 사흘 그랬듯이, 지오도 신호원에게 직접 물었다.

번역 프로토콜을 열고, 그는 파형에 문장을 실었다.

『질의. 되감기 대상. 회수를 거부한다.』

응답까지 11초가 걸렸다. 파형이 되돌아왔다. 지오가 번역했다.

『너의 되감기는 데이터다. 거부는 데이터의 일부다. 관측 계속.』

지오는 화면을 노려봤다. 이 지성은 그의 거부조차 실험 결과로 받았다. 화내지 않았다. 협박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계량했다.

『질의.』 지오가 다시 파형을 실었다. 그의 손이 떨렸지만 문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너의 신호는 자발적 승인을 요구한다. 강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영원히 승인하지 않으면, 실험은 종결되지 않는다. 40억 년을 기다렸듯 40억 년을 더 기다려라. 우리는 승인하지 않는다.』

응답이 다시 왔다. 이번엔 4초였다.

『승인은 시간의 문제다. 조건을 낮추면 잔존 개체는 승인한다. 관측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지오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그리고 화면 위로 몸을 숙였다. 무릎이 삐걱였지만 그는 웃었다. 처음으로, 이 지성의 허점을 봤다.

『논리 오류.』 지오가 파형을 쳤다. 손가락이 빨라졌다. 『너는 조건을 낮춰 승인을 유도한다. 그러나 되감기 대상이 승인의 유일한 각인 뇌다. 그 뇌가 되감기를 멈추면 조건은 더 이상 낮아지지 않는다. 산소도 배급도 걷지 못한다. 너의 유도 메커니즘은 되감기 대상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 나는 협력하지 않는다. 협박이 아니라—』 그는 마지막 파형을 실으며 소리 내어 읽었다. "나는 유도당하지 않는다."

전송했다.

콘솔실이 조용해졌다. 코어의 진동음이 벽을 타고 올라왔다. 응답까지 이번엔 19초가 걸렸다. 지금까지 가장 긴 지연이었다. 지오는 그 19초 동안 자기 심장이 뛰는 걸 세었다. 이 감정 없는 지성이 처음으로 계산에 시간을 쓰고 있었다.

파형이 되돌아왔다. 지오가 번역했다.

『정정. 되감기 대상의 협력은 유도의 한 경로다. 유일한 경로가 아니다.』

지오의 손이 멈췄다.

『회수 대상은 이미 12인 중 절반의 반납으로 자격을 채웠다. 자발적 반납은 자발적 승인의 하위 형태다. 관측 데이터에 기록됨.』

지오는 그 문장을 읽고 얼어붙었다. 배급 반납. 오늘 정오, 열두 개의 손이 카드를 콘솔에 올린 것. 레나가, 카이가, 도한이, 공학팀이—그가 되감기를 멈춰도, 대원들이 스스로 자기 몫을 내려놓는 순간, 신호원은 그것을 승인으로 셌다. 그가 40퍼센트를 낸 것까지.

여섯 명. 절반. 그들은 살려고 반납했는데, 그 반납이 회수 자격을 채웠다.

경보가 울렸다. 콘솔 위 붉은 숫자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산소 잔여: 271일…… 198일…… 142일……』

숫자가 떨어졌다. 지오가 손을 뻗었지만 카운트다운은 멈추지 않았다. 벽 너머 A동에서 대원들의 목소리가 터졌다. 마르가가 무언가 외치는 소리. 도한이 통로를 뛰는 발소리.

『회수 조건 충족률: 50퍼센트. 관측 계속.』

지오는 화면 앞에서 일어섰다. 무릎이 꺾였다. 그가 멈추려던 실험은, 그가 손도 대지 않은 사이에 이미 절반이 진행되어 있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