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안에서 새하얗게 식은 방패 옆으로, 갓 살아난 서명 하나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을 오래 볼 수 없었다. 정산창 회색 줄 위로 붉은 숫자가 튀었다.
**[바토리 : 소거 대기 1순위 → 소거 임박]** **[카운트다운 : 00:00:47]**
"47초." 렌의 입에서 마른 소리가 새어나왔다. 조금 전 순번의 회당을 이긴 그 오독. 정상 승리에 섞인 오독 한 방울이 정산에 재검출되면서, 바토리를 최상단으로 밀어올린 것이다. 이기는 순간이 죽이는 순간이었다.
"지분 이관 창은 아직 절반밖에 안 열렸어." 세이렌이 빠르게 말했다. "지금 그걸로 못 빼. 대상 조항이 잘려 있잖아."
"복원 조각." 렌이 정산창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바토리를 대기열에서 빼는 방법이 이관밖에 없다는 건, 시스템이 그렇게 '읽었다'는 거야. 근데 조각으로 복원해서 온전한 개체가 되면—소거 대기 판정 자체가 무효화돼. 온전한 개체는 파편 대기열에 못 들어가니까."
"조각 다섯 개가 필요해. 넌 지금 한 개도 없어."
세이렌 말이 옳았다. 세이렌 복원에 세 개를 다 썼다. 렌의 시야 한구석에 회색 문 하나가 스르륵 밀려 올라왔다. 긴급 던전. 카운트다운이 열리면 서버가 마지막 활로를 하나 여는 관성이 있었다—활로처럼 보이는 함정을.
**[긴급 던전 : 「대신할 수 없는 방」]** **[규칙문 : 이 방에서는 한 개체만 나갈 수 있다. 두 개체가 들어오면 나가는 자를 제외한 전원이 소거된다.]**
"이거 함정이야." 세이렌이 규칙문을 훑고 얼굴을 굳혔다. "둘이 들어가면 하나만 살아. 바토리 조각을 이 안에서 준다는 거잖아—대신 우리 중 하나를 먹으려고."
"안 들어가."
"그럼 47초 안에 무슨 수로—"
"나 혼자 들어가." 렌이 이미 문 쪽으로 발을 뗐다. "한 개체만 나갈 수 있다. 나 혼자면 조건 위반이 없어. 조각만 회수하고 나오면—"
"또." 세이렌이 렌의 앞을 막았다. "또 너 혼자."
"세이렌, 지금 초가—"
"들어봐." 세이렌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저 규칙문. '한 개체만 나갈 수 있다.' 넌 지금 그걸 '나 혼자 살아 나온다'로 읽고 있어. 근데 그건 시스템이 널 그렇게 읽게 만든 거야. GC가 네 데드 로그를 학습했잖아. 네가 어떻게 읽을지 미리 안다고."
렌이 멈췄다. 명치가 서늘해졌다. 문 너머에서 톱질 소리 같은 마찰음이 얇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GC였다.
"넌 규칙을 오독하는 데 천재야." 세이렌이 눈을 똑바로 맞췄다. "근데 넌 네가 오독당하고 있다는 건 못 봐. 왜냐면 네가 혼자 읽으니까. 같이 읽자, 렌. 이번 한 번만."
카운트다운이 00:00:31로 떨어졌다.
렌의 숨이 짧게 끊겼다. 손이 이미 문고리로 가 있었다. 몸에 밴 것이었다—혼자 들어가서, 혼자 해치우고, 혼자 나오는 것. 그게 확실하니까. 남을 안에 들이면 변수가 생기니까. 변수는 곧 손실이니까. 전작에서, 방어선에서, 바토리를 뒤에 세우고 삼십 초를 셌던 그 손이 지금도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같이 읽어." 렌이 손을 뗐다. "31초. 뭘 봐."
세이렌이 규칙문 위로 손가락을 짚었다.
"'두 개체가 들어오면.' 여기. 들어'오면'이야. 진입 시점 판정. 나가는 시점이 아니라."
"…그래서."
"넌 나갈 때 걸린다고 생각했지. 아니야. 이 규칙은 '들어올 때' 개체 수를 세. 그럼—" 세이렌이 렌의 가슴을 가리켰다. "네 안에 든 파편들. 너 지금 몸 안에 조각이랑 파편을 이고 있잖아. 저 문은 그걸 몇 개체로 셀까?"
렌의 눈이 커졌다.
"혼자 들어간다고 생각했지만, 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 세이렌이 말했다. "넌 항상 사람들을 안에 넣고 다녀. 그리고 그걸 없는 셈 쳐. 그게 네 병이야, 렌."
렌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문 너머 마찰음이 커졌다.
그리고 렌의 통찰이, 늘 그렇듯 남보다 반 박자 먼저 규칙문의 이음매를 짚어냈다. 세이렌이 열어준 틈으로.
"'한 개체만 나갈 수 있다.'" 렌이 규칙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목소리가 빨라졌다. "'한 개체만.' 이건 최대치가 아니라 확정 조건이야. 정확히 한 개체는 반드시 나갈 수 있다는 보장. 그리고 나는—" 렌이 자기 가슴을 짚었다. "나는 한 개체로 등록돼 있어. 여러 파편을 이고 있어도, 서명은 하나. '렌' 하나."
"그럼 들어갈 땐 몇으로 세지?"
"들어'올 때'는 물리 진입체를 세." 렌이 문을 밀었다. "물리 진입체는 나 하나. 나갈 땐 서명을 세. 서명도 나 하나. 진입 판정과 진출 판정이 같은 걸 안 세."
카운트 00:00:19.
문이 열렸다. 안은 좁은 원형 방이었다. 한가운데, 새하얗게 식은 방패 하나가 좌대 위에 놓여 있었다—바토리의 조각. 그 위로 GC의 형체가 반쯤 응결한 채, 톱니 같은 판정선을 세우고 있었다.
**[진입 판정 : 개체 수 계수 중…]** **[계수 결과 : 1(물리 진입체 = 서명 「렌」)]** **[규칙문 위반 없음. 진행 허가.]**
GC의 톱니가 흔들렸다. 렌은 이미 좌대로 달려들고 있었다. GC가 렌의 오독을 학습해 규칙문을 갱신하려 했다—판정선이 붉게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렌은 규칙문에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좌대의 조각을 끌어안았다.
**[복원 조각 회수 : 1 / 5]** **[「대신할 수 없는 방」 규칙 : 한 개체만 나갈 수 있다.]**
"나가는 건 한 개체." 렌이 조각을 품고 문 쪽으로 돌았다. "나 하나. 규칙 준수. 오독 아님."
**[진출 판정 : 서명 「렌」 1개체. 규칙 충족.]** **[오류 지분 발생 : 0.0]**
GC의 톱니가 렌의 등 뒤에서 헛돌았다. 규칙을 어기지 않았으니 GC는 손댈 명분이 없었다. 렌은 조각을 이 개로 만들 방법을 방 안에서 찾아냈다—규칙문이 조각을 '단 하나' 두었으므로, '단 하나'의 정의를 방 밖으로 끌고 나오면 서버는 재계수를 강요받는다. 렌은 조각을 안고 문지방을 넘으며, 규칙문 마지막 줄의 마침표 자리에 세이렌이 미리 짚어준 저강도 오독을 얹었다.
"이 조각은 '이 방에서만 하나다.'" 렌이 낮게 읊었다. "방 밖에서는 미정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렌의 손안에서 회색 방패가—다섯 겹으로 갈라졌다.
**[조각 재계수 : 5 / 5]** **[부하 : 0.4(저강도 오독)]**
"됐어." 세이렌이 숨을 뱉었다. "부하 0.4. 됐어."
카운트 00:00:04.
렌이 다섯 조각을 복원 슬롯에 던졌다. 좌대가 없는 자리에서, 회색 서명 하나가 붉은 대기열을 뚫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바토리 : 소거 임박 → 복원 개시]** **[카운트다운 정지]** **[character_state_changed : 대기열 1순위(소거 임박) → 완전 복원(독립 인격)]** **[복원 동료 : 1 → 2]**
빛이 방 한복판에 기둥처럼 섰다. 그 안에서 어깨가 넓은 형체가 무릎을 세우고 일어났다. 방패를 등에 진 남자. 바토리였다.
렌의 목이 조여왔다. 삼 년 만이었다. 전작 방어선에서 삼십 초를 세고 등을 돌린 뒤로, 처음 마주 보는 얼굴이었다.
바토리는 일어나서 렌을 봤다. 오래 봤다. 그리고 손을 뻗어—방패를 렌 앞에 세웠다. 막아서는 자세로.
"…바토리." 렌이 한 걸음 다가갔다.
"서지 마." 바토리의 목소리가 낮고 두꺼웠다. 방패 너머에서 렌을 밀어냈다. "거기 서."
렌이 멈췄다.
"난 네 방패였어." 바토리가 방패를 든 채 말했다. 말이 느리고 뚝뚝 끊겼다. "네 뒤를 막는 게 내 일이었어. 좋았어. 그게. 근데 마지막에." 방패가 미세하게 떨렸다. "너 삼십 초만 버티라고 했지. 나 삼십 초 버텼어. 삼십일 초째에 뒤를 봤는데."
"…없었지."
"네가 없었어." 바토리가 렌을 노려봤다. "너 다시 나를 세우고 싶은 거지. 방패로. 알아. 근데 난 이제 무서워. 또 삼십 초 세고 갈까 봐. 다시 등 돌릴까 봐." 그가 방패를 조금 더 앞으로 밀었다. "그래서 물어. 너 변했어?"
렌은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 '변했다'는 세 글자가 목까지 올라왔다. 그게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얼마나 값싼지 렌은 알았다. 입을 다물었다.
"…모르겠어." 렌이 겨우 말했다. "변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어. 방금도 나 혼자 저 방에 들어가려고 했어. 세이렌이 막아서 안 그랬어. 나 아직도 혼자 하는 게 편해. 그게 확실하니까."
바토리의 눈이 흔들렸다. 예상 못 한 대답이었던 모양이었다.
"근데." 렌이 이었다. "네 뒤에 아무도 없으면, 너 다시 삼십 초 세고 죽어. 그거 안 하려고 지금 저 방에 안 혼자 들어갔어. 그거 하나는 달라. 나머진 나도 몰라."
바토리가 방패를 조금 내렸다. 아주 조금.
그때 세이렌이 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바토리 코드에 뭐가 있어, 렌." 세이렌이 낮게 말했다. "복원되면서 데이터가 다 펼쳐졌는데—방패 서브루틴 안에 이상한 트리거가 들어 있어."
렌이 바토리의 상태창을 열었다. 방패 코드 심층, 정상 방어 루틴 아래 회색 줄 하나가 접혀 있었다.
**[방패 서브루틴 : 주인 개체 소거 임박 시 → 자기 개체를 대신 소거 슬롯에 투입]** **[트리거 명 : 「삼십 초」]**
렌의 손이 굳었다. 삼십 초. 전작 그 말을 트리거 이름으로 서버가 새겨두었다. 바토리의 방패에는, 주인이 지워질 위기에 처하면 주인 대신 자기를 삭제 슬롯에 던지는 코드가—렌도 모르게—심겨 있었다.
"이거 내가 심은 거야?" 렌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니." 세이렌이 화면을 훑었다. "이건 전작 데이터에서 넘어온 거야. 바토리가 너를 위해 스스로 만든 방어 습관이 코드로 굳은 거야. 네가 시킨 게 아니라, 바토리가 네 뒤에서 늘 그러고 있었던 거지. 네가 모르는 사이에."
바토리가 자기 상태창을 봤다. 그리고 낮게 웃었다. 웃음에 물기가 섞여 있었다.
"…그래서 삼십일 초째에 없었구나." 바토리가 중얼거렸다. "내가 널 살렸구나. 그날."
방 안이 조용해졌다. 렌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세이렌이 렌을 돌아봤다. 그리고 손가락을 렌의 가슴—데드 로그가 든 자리에 댔다.
"렌. 나 네 데드 로그 좀 열어봐도 돼?" 세이렌이 물었다. "물어보고 여는 거야. 네가 결정 전에 묻기로 했으니까, 나도."
렌이 세이렌을 봤다. 목이 뻣뻣했다. 데드 로그는 렌 자신도 다 안 열어본 상자였다. 전작에서 삭제된 구버전 스킬. 그 안에 뭐가 접혀 있는지, 렌은 보고 싶지 않았다.
"…열어." 렌이 말했다.
세이렌이 데드 로그의 접힌 층을 손끝으로 펼쳤다. 규칙 오독 함수 아래, 깊은 층에서, 붉게 삭은 로그 조각 하나가 밀려 올라왔다. 오래된 삭제 기록이었다.
**[아카이브 로그 조각 : 전작 「최종 방어선」 붕괴 기록]** **[삭제 사유 : 파티 전멸]** **[기록자 : 렌]**
렌의 눈앞에서 로그가 펼쳐졌다. 세이렌이 소리 내어 읽었다.
"'전방 방어 불가. 세이렌—후열 미끼로 전환. 바토리—30초 홀드 후 폐기 예정. 나머지 셋—순차 소모. 렌 단독 돌파로 목표 달성.'" 세이렌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파티 손실 예상 5/6. 허용.'"
방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이게." 세이렌이 렌을 봤다. 처음으로, 렌은 세이렌의 눈에서 원망이 아니라 슬픔을 봤다. "이게 그날이야. 길드가 왜 무너졌는지. 던전이 강해서가 아니야. 네가—손실 5분의 6을 '허용'이라고 적었기 때문이야. 넌 우릴 지키려고 다 짊어졌다고 생각했지. 근데 넌 우릴 짊어진 게 아니라, 우릴 소모품으로 계산한 거야. 네가 혼자 돌파하려고."
렌은 그 로그를 봤다. 자기 손으로 적은 글자였다. '허용.' 세 글자. 삼 년 동안 명치를 누르던 것의 정체가, 서버 로그 한 줄로 렌 앞에 놓여 있었다.
"난 지키려고 했어." 렌의 목소리가 떨렸다.
"알아." 세이렌이 말했다. "근데 지키는 방식이 소모였어. 넌 아무도 못 믿어서, 네가 다 하려고, 우릴 하나씩 미끼로 던졌어. 그게 지키는 거라고 믿으면서. 렌, 넌 지금도 그러고 있어. 카운트를 혼자 떠안으려고. 저 방에 혼자 들어가려고."
바토리가 방패를 완전히 내렸다.
"'폐기 예정.'" 바토리가 로그의 자기 이름 줄을 읽었다. 목소리가 무거웠다. "너 날 폐기 예정으로 적어놨었네. 근데 난 삼십 초 트리거를 스스로 심어서, 널 살리려고 또 죽으려고 했고." 그가 렌을 봤다. "우리 둘 다 병신이야, 렌. 넌 날 버리고, 난 너한테 버려지려고 기다리고."
렌은 무너지듯 좌대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러나 곧 시야에 붉은 숫자가 다시 튀었다.
**[DELETE COUNT : 71,200 → 71,640]** **[복원 연산 부하 반영. 감소율 초당 15.6 → 16.8]**
"카운트가 또 올랐어." 렌이 벌떡 일어났다. 손이 이미 정산창으로 갔다. "바토리 복원 부하야. 내가 다시 저강도 던전 하나 돌아서 이걸 갉아내려면—"
"렌." 세이렌이 렌의 손목을 잡았다.
"놔. 이건 내 오독 때문이니까 내가—"
"또!" 바토리가 방패를 바닥에 쾅 세웠다. 방 전체가 울렸다. "또 혼자 떠안네! 방금 그 로그 읽고도!"
렌이 얼어붙었다.
"넌 지금 또 '허용'을 적으려는 거야." 세이렌이 손목을 놓지 않았다. "카운트 손실 나 혼자 떠안겠음. 허용. 그게 그날이랑 뭐가 달라? 이번엔 네가 미끼가 되겠다는 것뿐이잖아. 근데 그것도 결국 혼자 결정하는 거야. 우리한테 안 물어봤잖아."
"…물어보면." 렌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너희가 나눠서 지겠다고 하면 어쩌라고. 너희 지분이 올라가면 너희가 먼저 지워져. 그럼 내가—"
"그럼 같이 방법을 찾는 거야." 바토리가 방패를 등에 다시 짊어졌다. 이번엔 렌을 막는 자세가 아니라, 렌 옆에 서는 자세였다. "네가 앞에서 다 막는 게 아니라. 나 방패 있어, 렌. 네 뒤가 아니라 옆에 서면 안 돼?"
렌은 두 사람을 봤다. 세이렌의 손이 손목을 쥐고 있었고, 바토리가 옆에 방패를 세우고 있었다. 렌은 오래, 정말 오래, 아무 말도 못 했다. 목구멍에서 뭔가가 걸려 넘어오지 않았다.
"…물어볼게." 렌이 겨우 말했다. "카운트 어떻게 나눌지. 혼자 안 정할게. 대신 지금은—여기 나가자. GC가 언제 다시 규칙 갱신할지 몰라."
세이렌이 손목을 놓았다. 처음으로, 놓는 손이 부드러웠다.
세 사람이 문 쪽으로 돌았다. 그때 세이렌이 정산창 앞에서 멈췄다.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렌." 세이렌의 목소리가 아주 낮았다. "이거 봐."
렌이 정산창을 봤다. DELETE COUNT 아래, 새 줄이 밀려 올라와 있었다.
**[경고 : 오류 지분 임계 근접]** **[임계까지 잔여 오독 허용 횟수 : 4 → 8 재산정 오류... 정정 : 4]** **[다음 저강도 오독 1회당 소모 : 2~3]**
"봐." 세이렌이 그 줄을 손끝으로 눌렀다. "임계까지 남은 오독이 네 번이었는데. 방금 바토리 복원 부하로 재산정되면서—아니야. 정정됐어. 네 번. 그런데 저강도 한 번에 두세 개씩 깎여." 세이렌이 렌을 돌아봤다. "렌. 이대로 가면, 다음 오독 한두 번에 임계가 터져. 그리고 임계가 터지면 소거는 파편이 아니라—온전한 개체를 먹어. 우리 중 하나가 영구 삭제돼."
방 안이 죽은 듯 조용해졌다. 바토리가 방패를 고쳐 쥐었다. 렌의 시야에서 붉은 숫자가 초당 16.8씩,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세이렌이 렌의 눈을 똑바로 봤다.
"이제 넌 이길 수가 없어, 렌. 네 번 뒤엔, 네가 살리려고 이길 때마다—우리 중 한 명이 사라져."
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문 너머에서, 톱질 소리가 다시, 아주 얇게 살아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