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목검이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진유하가 쥐여준 낡은 나무칼은 이미 검신 중간까지 금이 갔고, 살수의 진짜 검이 부딪칠 때마다 손목까지 저릿한 진동이 올라왔다. 하연서는 뒤로 물러서며 숨을 삼켰다. 무림맹 인장을 품은 검은 옷의 살수 여섯. 그중 넷이 반원을 그리며 그를 벽으로 몰았다.

"혈서를 내놔라. 그러면 목숨은 붙여둔다."

가운데 선 자가 낮게 읊조렸다. 하연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나무칼로 진짜 검을 상대하는 건 한계가 명백했고, 이대로라면 반 각을 버티지 못한다.

'빌려야 한다.'

품속의 망자검이 서늘하게 맥동했다. 손잡이를 쥐는 순간, 낙검곡의 밤이 다시 열렸다.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검신을 타고 올라왔다.

*불러라. 우리를 불러라.*

첫째 사형의 검혼을 꺼냈다. 강맹한 직도(直刀)의 감각이 팔에 흘러들었다. 하연서의 눈동자 가장자리가 은빛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나무칼이 살수의 검을 흘려내고, 사형이 남긴 검로가 팔꿈치를 파고들어 첫 번째 살수의 어깨를 부쉈다.

"큭—!"

"사파 검로다. 확실하다. 놈을 살려서 끌고 가라!"

두 번째 살수가 옆에서 파고들었다. 하연서는 첫째 사형의 검혼을 놓고, 몸을 낮추며 넷째 사형의 것을 불렀다. 유연한 쾌검. 눈동자의 은빛이 동공 한가운데까지 밀려들었다.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생기가 타들어가는 감각이, 늑골 안쪽을 손톱으로 긁어내는 것처럼 선명했다.

*아직 부족해. 우리는 아직 배가 고파.*

세 번째, 네 번째 검혼을 연달아 꺼냈다. 몸이 저 혼자 움직였다. 살수 하나의 손목을 꺾고, 다른 하나의 정강이를 쳐서 무릎 꿇렸다. 강했다. 미친 듯이 강했다. 그리고 그만큼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이 자식—경지가 계속 바뀐다. 하나가 아니야!"

살수들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웅웅거렸다. 하연서는 자신이 지금 몇 번째 검혼을 부르고 있는지 셀 수 없었다. 손가락이 저릿하다 못해 감각이 없었다. 눈앞의 사물이 은빛 막을 통과한 듯 흐릿하게 일렁였다.

*됐다. 이제 네 몸은 우리 것이다.*

"…셋째… 사형."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더 낮고, 더 서늘하고, 사람을 벨 때 흥얼거리던 셋째 사형의 억양 그대로였다. 어깨가 제멋대로 떨렸다. 세계가 뒤집혔다. 흑과 백이 지워졌다. 그의 앞에 선 것들이 살수인지 동문인지, 적인지 아군인지—구분이 사라졌다. 오직 검이 향할 살(肉)이 있을 뿐이었다.

하연서는 웃었다. 아니, 셋째 사형이 웃었다.

"전부… 벤다."

부러진 목검을 버렸다. 오른손이 망자검의 손잡이를 온전히 감쌌다. 이제껏 검혼을 빌리기만 했던 손이, 검 그 자체가 되려 했다. 그가 한 발을 내디뎠다. 가장 가까운 살수가 아니라—그 너머 골목 어귀에서 달려오는 그림자를 향해.

"연서야!"

그 목소리가 은빛 막을 찢었다.

진유하였다. 시험장에서, 수련장에서, 밥그릇을 나눠 먹던 그 자리에서 늘 그를 부르던 목소리. 진유하는 살수들 사이를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파고들어, 하연서와 그가 겨눈 방향 사이에 몸을 던졌다. 손에는 반으로 쪼개진 또 다른 낡은 목검이 들려 있었다. 이 년 전, 하연서에게 처음 건넸던 것과 똑같은 나무칼.

"멈춰. 멈추라고!"

"…비켜라."

셋째 사형의 목소리가 진유하의 목젖을 겨눴다. 망자검 끝이 진유하의 목에서 손가락 두 마디 앞에 멈췄다. 은빛 눈동자가 진유하를 훑었다. 적으로 분류했다. 앞을 막는 것. 베어야 할 것.

진유하는 물러나지 않았다. 목검을, 그 부러진 나무칼을 하연서의 가슴 한가운데에 대고 밀었다.

"너 지금 그 눈, 네 눈 아니야. 나 알아. 그날 밤에도 봤어. 네가 나 벨 뻔했을 때, 그때도 이런 눈이었어. 근데 넌 멈췄어. '연아'라고 부르니까 멈췄잖아."

검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넌 하연서야. 하연이 아니라, 하연서. 네 진짜 이름 몰라도 상관없어. 내가 아는 넌 밥 남으면 나 주는 놈이고, 서열전에서 곽동이 쓰러졌을 때 제일 먼저 부축한 놈이야. 죽은 사람이 그런 거 하냐? 안 하잖아. 돌아와, 이 멍청아!"

*듣지 마라. 저건 산 자다. 산 자는 우리를 배신한다. 산 자를 믿지 마.*

셋째 사형의 목소리가 두개골 안쪽에서 울렸다. 하연서의 팔이 검을 들어 올리려 했다. 그 순간, 진유하가 나무칼을 버리고 두 손으로 하연서의 검 쥔 손을 감쌌다. 살수의 검날이 코앞인데도, 자기 목이 반 뼘 앞의 검에 걸려 있는데도, 진유하는 하연서의 차갑게 식은 손을 제 두 손으로 꽉 쥐었다.

"손 봐. 너 손 이렇게 차가워. 산 사람 손이 왜 이렇게 차? 내가 데워줄게. 그러니까 이제 검 좀 내려놔."

따뜻했다.

하연서는 지난 오 년간 이런 온기를 잊고 살았다. 낙검곡의 무덤은 차가웠고, 검혼은 서늘했고, 태산검문 안의 모든 손은 계산할 대상이었다. '적'과 '아군'과 '도구'. 그가 만난 모든 사람을 저울에 올렸다. 진유하도 그중 하나였다—처음에는. 이용 가치가 있는 순박한 도구.

그런데 그 도구가, 지금 자기 목을 걸고 그의 얼어붙은 손을 쥐고 있었다.

*연서야.*

이번에 그를 부른 건 검혼이 아니었다. 그 자신이었다. 오 년 만에 처음으로, 하연서는 스스로의 이름을 자기 안에서 들었다.

은빛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동공 가운데에서부터 검은빛이 번져 나왔다. 하연서는 헐떡이며 진유하의 손을 마주 잡았다. 처음이었다. 산 자의 손을 이용이 아니라 붙잡기 위해 잡은 것은.

"…유하."

"어. 나야. 이제 네 목소리다."

하연서는 목검을—진유하가 떨어뜨린 그 나무칼을 발끝으로 굴려 다시 왼손에 쥐었다. 오른손엔 망자검. 검혼은 부르지 않았다. 이제 필요 없었다. 남은 감각만으로 충분했다.

"뭐 하는 거냐, 저 둘. 죽여!"

멈칫하던 살수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연서는 진유하를 등 뒤로 밀어냈다.

"세 초식."

"뭐?"

"세 초식이면 된다."

첫 초식. 왼발이 반 보 미끄러지며 몸을 낮췄다. 오른쪽에서 찔러온 검을 망자검이 반원으로 감아 흘렸다. 패검문 '되돌림' 검로. 상대의 힘을 그대로 돌려주는 사파 절기. 흘린 힘이 살수 자신의 검을 되받아쳐 그 손목이 꺾였다. 살수는 제 검에 제 어깨를 찔렸다.

둘째 초식. 왼손의 목검이 위로 튀어 올라 정면 살수의 턱을 후려쳤다. 나무칼인데도 뼈 부딪는 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살수가 뒤로 나동그라졌고, 그 넘어지는 몸이 뒤따르던 세 번째 살수의 다리에 걸렸다.

셋째 초식. 하연서는 검혼 없이, 순수한 자기 발끝으로 땅을 찼다. 마지막 살수가 균형을 잃고 휘청이는 순간, 망자검의 검면이—날이 아니라 평평한 면이—그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때렸다. 살수는 그대로 무너졌다.

세 명이 세 호흡 만에 바닥에 널브러졌다. 죽이지 않았다. 셋째 사형이었다면 전부 목을 땄겠지만, 지금 검을 쥔 건 하연서였다.

골목이 조용해졌다. 진유하가 뒤에서 숨을 헐떡였다.

"미쳤네… 진짜 세 초식이었잖아."

하연서는 대답 대신 무릎을 짚고 주저앉았다. 검혼을 여섯 번 부른 대가가 이제야 밀려들었다. 손끝이 시렸고, 시야 가장자리가 캄캄했다. 이 년, 어쩌면 삼 년치 수명이 오늘 밤 재가 되었다. 그는 알았다. 이런 밤이 몇 번만 더 반복되면 다음번엔 진유하의 목소리로도 돌아오지 못한다.

"됐어. 됐어, 이제. 여기 있어. 내가 물 떠올게."

진유하가 다급하게 일어서려 하자, 하연서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고맙다."

진유하가 멈칫했다. 하연서 입에서 그 말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뭐야 갑자기. 닭살 돋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진유하는 웃었다. 하연서는 그 손을 놓고, 대신 널브러진 살수에게 기어가듯 다가갔다. 정신을 잃은 자의 품을 뒤졌다. 무림맹 인장. 그리고 기름먹인 유지(油紙)로 싼 문서 한 뭉치.

"이건 챙겨야 한다."

떨리는 손으로 유지를 폈다. 살수들에게 내려진 명령서였다. 먹으로 눌러쓴 글씨.

*낙검곡 잔당 하연을 산 채로 포박, 소지한 혈서 상자 회수. 실패 시 흔적 없이 처리. 지휘: 장무극.*

장무극. 예상한 이름이었다. 스승의 목을 벤 자. 왼손목에 검 문양을 새긴 자. 하연서의 이가 맞부딪쳤다.

"장무극… 역시."

그런데 문서는 한 장이 아니었다. 두 번째 장은 명령의 근거를 적은 승인서였다. 장무극이 이 살수들을 움직이려면 그 위에서 인가가 떨어져야 했다. 승인서 말미에, 명령을 재가한 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연서의 눈이 그 세 글자에 닿았다.

*天空眞人.*

천공진인.

시험장에서 그를 처소로 불러, 손수 차를 따라주며 "그 검 어디서 배웠나" 물었던 자. 천하가 정의의 화신이라 우러르는 자. 그날 외당 시험을 직접 참관하며 그의 검로에서 낯익은 살기를 읽어낸 눈빛.

손이 굳었다. 유지를 쥔 손가락이 문서를 구겨뜨리지도, 펴지도 못한 채 멈췄다.

"연서야? 왜 그래. 뭐라고 적혔는데."

진유하가 어깨 너머로 물었다. 하연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목이 막혔다. 장무극 위에 배후가 있다던 설강의 말이 귓속에서 되살아났다. 무덤 속 혈서가 열쇠라던 경고도. 그 모든 조각이 지금 이 세 글자로 수렴했다.

그의 스승을 죽인 손은 장무극의 것이었으나, 그 각본을 쓴 붓은—차를 따라주던 그 손이었다.

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갔다. 하연서의 은빛이 걷힌 검은 눈동자에, 구겨지지 않은 세 글자가 그대로 박혔다.

"천공진인."

입 밖으로 낸 이름이 낯선 독처럼 혀에 감겼다. 하연서는 그제야 알았다. 시험장에서 자신의 검로에 서린 살기를 알아본 그 눈빛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음을. 그것은 사냥꾼이 오래전 놓친 짐승의 냄새를 다시 맡았을 때의 눈이었다.

"천공진인이라니… 그 무림맹주?"

진유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문서를 낚아채듯 들여다보다가, 손을 떨며 물러섰다.

"이거… 이거 조작 아니야? 이런 게 나올 리가 없잖아. 그 어른이 왜 널—"

"조작이라면 좋겠지."

하연서는 문서를 다시 접었다. 손끝의 저릿함이 이제는 팔 전체로 번졌다. 여섯 번의 검혼이 남긴 대가는 밤이 깊을수록 무거워졌다. 그러나 지금 그의 몸을 무너뜨리는 건 소진된 생기가 아니었다. 세 글자였다.

멸문의 밤, 그가 열여섯 살에 본 것은 불타는 전각과 장무극의 검이 전부였다.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스승은 죽기 직전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목이 갈라지는 소리에 삼켜졌다. 이제 그 삼켜진 말의 정체가 손안에 있었다.

"연서야, 정신 차려.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돼. 이놈들 안 돌아오면 또 다른 놈들이 올 거잖아."

진유하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연서는 몸을 일으키려다 무릎이 꺾여 벽에 어깨를 부딪쳤다. 진유하가 얼른 부축했다. 그 순간, 골목 어귀에서 발소리가 났다.

한 사람. 느릿하고, 취한 듯 비틀거리는 걸음.

하연서의 손이 반사적으로 망자검을 쥐었으나, 그 냄새를—값싼 술 냄새를 먼저 알아챘다.

"설강."

기둥 그림자 밖으로 중년 무사가 걸어 나왔다. 그러나 그 눈빛은 술주정뱅이의 것이 아니었다. 골목에 널브러진 살수 셋과, 하연서의 손에 든 유지 뭉치를 차례로 훑는 눈은 서늘하게 맑았다.

"멀리서 봤다. 여섯을 상대로 버틸 리 없다 싶어 달려왔더니… 이미 끝나 있군."

설강의 시선이 하연서의 얼굴에 닿았다. 정확히는, 방금까지 은빛으로 물들었던 그 눈에.

"검혼을 몇 번 불렀나."

"…여섯."

설강이 숨을 들이켰다. 손에 든 술병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미친 놈. 한 번에 셋만 불러도 사흘을 앓는 게 그 검이다. 여섯이면… 넌 지금 살아 있는 게 이상한 거야."

"살아 있으니 됐다."

하연서는 유지를 설강에게 내밀었다. 설강이 그것을 펴 읽는 동안,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마지막 장, 세 글자에 이르렀을 때 그의 손이 눈에 띄게 떨렸다.

"…나올 게 나왔군. 장무극 위에 있는 건 언제나 그자였다. 정사대전의 각본을 쓴 붓. 네 문파를 제물로 삼은 손."

"당신은 알고 있었나."

"짐작했다. 확신할 증거가 없었을 뿐이지."

설강은 문서를 하연서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대신 두 손으로 곱게 접어 품에 넣으려 했다.

"이건 내가 맡는다. 이런 걸 몸에 지니고 다니면 넌 오늘 밤을 못 넘겨—"

"돌려줘."

하연서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검혼의 억양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의, 오 년간 갈아온 원한의 목소리였다.

"그건 내 스승의 목값이다. 당신이 그날 침묵으로 진 빚, 나는 아직 청산하지 않았어."

설강이 멈칫했다. 그의 눈에 익숙한 그늘이—죄책감이 스쳤다. 그는 천천히 문서를 도로 하연서의 손에 놓았다.

"그래. 네 것이지."

그때였다. 골목 반대편에서, 이번엔 여럿의 발소리가 울렸다. 규칙적이고 절도 있는, 훈련된 무사들의 보법. 살수의 은밀함과는 달랐다. 당당하게 다가오는 발소리.

횃불이 골목 입구를 밝혔다. 붉은 술이 달린 검. 태산검문 정식 무사들의 복장. 그 선두에, 하연서가 아는 얼굴이 있었다.

모용성.

"이 소란이 무슨 일인가 했더니."

모용성의 시선이 널브러진 살수들과, 하연서의 손에 들린 문서, 그리고 부축하고 선 진유하와 설강을 차례로 훑었다. 그 눈이 마지막으로 하연서의 얼굴에서 멈췄다.

"하연. 네가 사파 검로를 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한데 무림맹 인장을 가진 자들과 한밤중에 칼을 섞어? 게다가 그 손에 든 문서는 무엇이지."

하연서는 문서를 등 뒤로 감췄다. 늦었다. 모용성의 눈은 이미 그것을 보았다.

"내놔봐라. 정당한 다툼이었다면 숨길 이유가 없겠지."

모용성이 검자루에 손을 얹으며 한 발 다가섰다. 그 뒤로 태산검문 무사 여섯이 부채꼴로 퍼졌다. 하연서는 남은 힘을 가늠했다. 검혼을 부를 여력은 없었다. 한 번만 더 불러도, 이번엔 진유하의 목소리로도 돌아오지 못한다.

진유하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모용성! 얘 지금 습격당한 거야. 저놈들이 먼저—"

"비켜라, 진유하. 이건 외당 잡배가 낄 일이 아니다."

모용성의 검이 반쯤 뽑혔다. 서늘한 검명이 골목에 울렸다. 하연서의 눈앞이 다시 캄캄해지려 했다. 손안의 문서가 땀에 젖어 축축했다. 이 세 글자를—천하를 뒤집을 세 글자를 여기서 태산검문 직계에게 빼앗기면, 오 년의 잠입도, 죽은 사형들의 검혼도, 전부 재가 된다.

그 순간, 모용성의 눈이 하연서의 손목으로 향했다. 소매가 찢겨 드러난 안쪽. 거기, 어린 시절 스승이 새겨준 패검문의 작은 낙인이 횃불빛에 드러나 있었다.

모용성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 문양은… 설마 네놈—"

검을 마저 뽑으려던 모용성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하연서가 오 년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목숨 걸고 숨겨온 두 글자가 흘러나왔다.

"패검(敗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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